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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만든 사람들 - 아르키메데스부터 괴델까지, 수학자 50인에게서 배우는 수학의 역사와 원리
알프레드 S. 포사멘티어 외 지음, 강영옥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2월
평점 :


🙅
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철학책 독서 모임을 만드는 독자들에게 수학책을 같이 읽자고 제안한다면, 과연 몇 명이 참석할까? 이 질문은 오래 생각해야 할 수학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0명이겠지. 그렇다면 내가 같이 읽자고 제안한 수학책의 저자가 유명한 철학자라면 철학도는 몇 명이나 참석할까? 한두 명은 나오겠지.

수학책을 쓴 철학자는 수학이 없었으면 철학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그를 가리켜 ‘거의 일상적으로 수학을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동시대 철학자 중 한 사람’[주1]이라고 말한다. 이 철학자의 아버지는 수학 교사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한 철학자는 대학교에서 첫 2년 동안 철학과 수학 공부를 같이한다. 그를 가르친 철학 스승은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다. 철학자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면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느낀다. 그에게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스승은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다.

수학책을 쓴 철학자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맞힌 철학도는 몇 명이나 될까? 아, 이 질문도 수학 문제가 아니다. 길게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0명으로 결론 내리자. 수학책을 쓴 철학자는 알랭 바디우(Alain Badiou)다. 그가 쓴 수학책의 제목은 《수학 예찬》이다. 사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철학책이다. 왜냐하면 바디우가 이 책에서 언급된 수학자들은 철학자이기도 하니까.
바디우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수학책을 쓴 철학자들’이 있었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라이프니츠(G. W. Leibniz),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등이다. 데카르트는 좌표계를 도입했다.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의 좌표계를 토대로 미적분을 만들었다. 러셀은 ‘1+1=2’를 증명하기 위해 지도 교수 화이트헤드와 함께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라는 책을 썼다.

화이트헤드의 별명은 ‘20세기의 데카르트’다. 데카르트는 철학의 근본이 수학이라고 생각했다. 화이트헤드는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데카르트를 ‘샤라웃(존경, 칭찬할 때 쓰는 은어)’했다. 20세기의 데카르트는 17세기의 데카르트가 침대에 누워 좌표계를 만든 그날 아침을, ‘최고의 순간’으로 평가했다.[주2]
수학자는 문제를 풀어서 나온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한다. 문제를 풀었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포기하지만, 수학자는 증명을 멈추지 않는다. 난제가 절대로 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인지 증명한다. 그리고 동료 수학자의 문제 풀이 방식에도 오류가 있는지 검증한다. 따라서 수학은 합리적인 철학이 태어나는 데 도움을 주는 ‘산파’와 같은 학문이다.
《수학을 만든 사람들》은 총 50명의 수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간략하게 소개한 책이다. 50명의 수학자 명단을 살펴보면 ‘수학을 만든 철학자’들이 눈에 띈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되는 철학자는 탈레스(Thalēs)다. 그는 기하학과 관련된 진리를 증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연역법을 사용했다.
라이프니츠는 0과 1만 사용하여 수를 표현하는 이진법을 만들었다. 그는 《주역》에 나오는 64괘(卦)가 이진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64괘는 자연과 인간의 변화 체계를 음양의 대립과 조화로 설명하기 위해 표현한 64개의 기호다.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높은 성의 사내》는 제2차 세계 대전에 승리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이 미국을 분할 통치하는 세계관을 그린 대체 역사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주역》은 ‘유럽이 나눗셈을 배우기도 전에 최고의 우주론이 집대성한 책’으로 설정되어 있다. 절대로 과장된 설정이 아니다. 중국의 천문학자들은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얻은 정보를 《주역》과 연결하여 역법(曆法)을 만들었다.
3월 14일은 원주율의 근삿값 3.14(π, 파이)에서 유래된 ‘파이의 날(파이 데이)’이다. 그리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수학의 날’이기도 하다. 지렛대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는 원주율을 구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오일러는 원주율의 기호를 처음으로 쓴 수학자는 아니지만, 그가 ‘π’를 자주 사용한 덕분에 무한한 숫자로 된 원주율을 기호 하나로 간편하게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수학을 만든 사람들’은 50명으로는 부족하다. 50인 수학자 중에 서구권 출신이 많다. 비서구권 출신 수학자는 3명(인도 출신 2명, 이란 출신 1명)이다. 50인 수학자 명단에 포함된 여성 수학자는 고작 6명뿐이다. 칼 세이건(Carl Sagan)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이라고 평가한[주3] 히파티아(Hypatia)가 제외되었다. 수학책을 쓴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무한을 연구한 독일의 수학자 칸토어(Georg Cantor)를 소개한 37장에서 이름만 잠깐 언급된다.
오역된 문장이 있다. 168쪽에 있는 ‘퀸 여왕’이다.

1705년 4월 뉴턴은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칼리지를 방문 중이던 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원문]
In April 1705, Newton was knighted by Queen Anne during a visit to Trinity College at Cambridge.
번역자가 잉글랜드 스튜어트 왕조의 처음이자 마지막 군주 앤 여왕(Queen Anne)을 ‘퀸 여왕’으로 잘못 썼다.


184쪽의 <그림 19.1>이 이탈리아의 수학자 조반니 체바(Giovanni Ceva)의 초상화로 잘못 소개되어 있다. 옥타비오 레오니(Ottavio Leoni)가 1624년에 그린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의 초상화다.

47장의 수학자는 헝가리 출신의 에르되시 팔(Erdős Pál)이다. 헝가리 이름 표기 방식은 우리나라 이름 표기와 비슷하다. 성씨를 앞에 쓴다. 따라서 에르되시는 성이고 팔은 이름이다. 책에 표기된 ‘폴 에르되시’는 영어식 이름이다.

48장에 나오는 미국의 수학자 허버트 하웁트만(Herbert Hauptman)은 1985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 책의 공동 저자는 하웁트만이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수학자’라고 소개한다(419쪽). 그러나 하웁트만보다 먼저 노벨상을 받은 수학자는 버트런드 러셀이다. 1950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3월 14일 오후 2시[주4]에 시작되는
독서 모임 <달의 궁전>에 참석하게 된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TMI] 3월 14일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과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의 생일,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기일이다.
[주1] 《수학 예찬》에서 바디우의 대담자로 나오는 질 아에리(Gilles Haeri)가 표현한 말이다. 번역본 12쪽에 나온다.
[주2] 《수학이란 무엇인가》, 117쪽
[주3] 홍승수 옮김,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년), 58쪽.
[주4] 원주율은 ‘3.14159’로 시작된다. 그래서 오후 1시 59분은 파이의 날을 기념하는 시간이다.
* 27쪽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에서 피타고라스의 철학을 논하게 된다.[주5] 사람들은 플라톤이 피타고라스의 철학을 아르키타스에게 배웠을 거로 추측한다. (중략) 당대 수학 분야에서 피타고라스는 상당히 인정을 받는 중심인물로 모든 수학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도, 플라톤은 저서에서 수학을 다루는 장에서 피타고라스를 단 한 번만 언급했다.

[주5] 피타고라스가 언급된 플라톤의 저서는 《국가》(제7권 530d~531c)다.
* 33쪽
에우독소스의 생애에 관한 정보의 출처는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Diogenes Laërtius)의 저서[주6]다. 라에르티오스는 가십을 살짝 넣은 짤막한 위인 모음집을 썼는데,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유명 철학자와 수학자들 중에 에우독소스도 있었다.

[주6] 에우독소스(Eúdoxos) 이야기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제8권(번역본은 2권)에 나온다.
* 139쪽
『방법서설』의 보충 판인 세 편의 논문 중에서는 「기하학」이 가장 중요하다.[주7] 이 책에서 데카르트는 유클리드 기하학과 대수학을 결합해 수학에 혁명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해석 기하학이다.

[주7] 데카르트는 《방법서설》과 세 편의 논문 『굴절광학』, 『기상학』, 『기하학』을 함께 묶어 출판했다. 《방법서설》만 따로 번역 출판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굴절광학』, 『기상학』, 『기하학』 원전 번역이 되지 않았다. 홍성욱 서울대학교 교수가 『굴절광학』과 『기하학』 영문 텍스트를 발췌 번역한 글은 《과학 고전 선집》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