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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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지금, 민주주의는 아프다. 기생 정체(政體)가 민주주의를 아프게 한다기생 정체는 민주제에 기생한다. 건강한 민주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인 국민의 기본권, 인권, 다원성을 보장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은 민주주의 사회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이다. 기생 정체는 민주적 영양분을 빨아 먹는다







영양분을 빼앗긴 민주주의는 시름시름 무너지면서 죽는다(Democracies Die). 민주주의를 죽이는 기생 정체의 정체(正體)는 극단주의다.







기생 정체에 흡수당한 정치는 극단주의자와 손잡는다. 극단주의자는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적으로 규정한다. 기생 정체의 규모가 작다고 얕보지 마시라. 소수의 기생 정체는 다수의 의견을 뭉개 버리는 소수의 폭군(Tyranny of the minority)’이다. 극단주의자는 자신을 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민주주의가 아플 때 내는 신음을 선명하게 들려주는 청진기와 같은 책이다. 전자의 책이 독재자를 잘못 만난 민주주의의 전조 증상들을 보여준다면, 후자의 책은 민주주의가 무너졌을 때 극단적 소수가 소수의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당은 선거에 패배하면 쓰라린 결과를 받아들이고, 민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극단주의자들의 정당은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선거에 승리한 야당을 불법 선거를 시도한 반민주적 세력으로 몰아세운다.


극단주의자와 친한 민주주의자는 표면적으로 충직한민주주의자. 그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치적 영양분을 제거하는 극단적 소수의 그릇된 행보를 묵인한다권력이 극단적 소수에 집중되어 있으면 다수 의견은 통제당한다소수의 폭군은 자신을 비판하는 정당과 여론, 민중을 폭력으로 응징한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극단적 소수와 그들을 감싸는 미국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알려준다. 이 책을 만난 독자는 극단주의에 빠진 정치적인 그들’의 속셈을 간파하면서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쉽다. 시민은 비정치인이지만, 정치적 견해를 말하면서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인 개인이다. 멀찍이 서서 극단주의적 정치인을 비판하는 일에 익숙한 정치적인 개인은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놓친다.







이데올로기 브레인은 생각이 꽉 막힌 뇌가 어떻게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는지를 보여준다경직된 뇌는 극단주의에 취약하다뇌가 딱딱한 사람은 자기 생각이 틀렸어도 바꾸지 못한다민주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우리는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지 않을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극단주의는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정치적인 개인에게도 극단주의적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고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정치적인 개인은 표면적으로 충직한민주 시민이다.


민주주의가 무너져서 극단주의자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지각색 생각을 쭉쭉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극단주의에 잡아먹히면 극단주의자로 만들어진다.






<cyrus가 만든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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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정적을 겨냥해서 선택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다. 여기서 정부는 합법적으로 움직이지만 오로지 정적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당한 방식이다. 다시 말해 법을 무기로 삼는 것이다. 페루의 독재자 오스카르 베나비데스(Óscar Benavides, 1933~1939)[]는 이런 말을 남겼다. “친구에게는 모든 것을, 적에게는 법을.”



[] 베나비데스는 군인 출신 정치인으로, 두 차례(38, 42) 대통령을 지냈다. 38대 대통령 임기는 1914~1915년이다. 책에 적힌 연도는 제42대 대통령 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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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5-05-0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소수의 폭정이라는 원래 제목이 훨씬 나은 것 같네요.

transient-guest 2025-05-05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이나 미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단결해서 난리를 치는 이런 시대에 뼈를 때리는 책이네요 언젠가 구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