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를 위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카프카 서거 100주년, 체호프 서거 120주년이다. 카프카가 쓴 글뿐만 아니라 카프카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한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카프카는 죽기 전에 자신이 쓴 모든 글이 불 속으로 들어가서 완전히 사라지길 바랐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에게 원고를 모조리 태워버리라고 유언을 남겼지만, 브로트는 약속을 어겼다.
*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변신: 단편 전집》 (솔출판사, 2017년)
*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옮김 《변신》 (열린책들, 2009년)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변신. 시골 의사》 (민음사, 1998년)
체코 프라하 출신의 카프카는 생전에 독일어로 글을 썼다. 이제 카프카의 글은 프라하를 넘어서서 전 세계 언어의 옷을 입은 채 ‘변신’하여 수많은 독자를 만나고 있다.
* 안톤 체호프, 오종우 옮김 《아내. 세 자매》 (열린책들, 2024년)
* 안톤 체호프, 박현섭 옮김 《상자 속의 사나이》 (문학동네, 2024년)
카프카에 비하면 체호프에 대한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저조하다. 올해 절반에 들어선 지금까지 출간된 체호프의 책은 세 권이다. 체호프가 쓴 장편 범죄 소설 《사냥이 끝나고》(최호정 옮김, 키멜리움), 단편소설과 희곡 두 편을 엮은 《아내 · 세 자매》, 단편 선집 《상자 속의 사나이》다.
《상자 속의 사나이》는 표제작을 포함한 총 열세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귀염둥이>는 체호프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귀염둥이>는 ‘귀여운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상자 속의 사나이>, <굴>,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구스베리>(산딸기), <사랑에 관하여>는 《사랑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체호프 단편 선집을 통해서 이미 소개된 작품이다.
올해 하반기에 체호프의 글이나 관련 책들이 나올 수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체호프의 소설들이 조용하게 주목받고 있는 반면에 희곡들은 꾸준히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 안톤 체호프, 오종우 옮김 《벚꽃 동산》 (열린책들, 2009년)
*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년)
* 안톤 체호프, 강명수 옮김 《갈매기》 (지만지드라마, 2009년)
2014년에 문을 연 ‘안똔 체홉 극장(ACDC)’은 매년 체호프의 장막극과 단막극, 그리고 무대극으로 각색한 소설을 공연한다. 사이먼 스톤(Simon Stone)이 연출한 <벚꽃 동산>에 전도연, 손석구, 최서희 등이 출연한다. 올해에 내가 극장에서 본 체호프 작품은 <진창>과 <갈매기>다.
<진창>은 매혹적인 여자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두 남자의 욕망과 허세가 많이 낀 남성성을 예리하게 묘사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을 연극으로 만든 극단 이름은 원작 제목과 비슷한 ‘창작집단 진창’이다. 소극장과 여러 극단이 모여 있는 대구 대명동 대명공연거리에 활동하고 있다.
* 안톤 체호프, 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시공사, 2010년)
* 안톤 체호프, 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1: 단막극》 (연극과인간, 2002년)
<진창>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창작집단 진창’의 체호프 작품은 <청혼 소동>이다. 이번 달에 열리는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출품작이다. 원래 제목은 ‘청혼’이며 총 7장으로 이루어진 단막극이다.
오늘 저녁 5시에 하는 <청혼 소동> 마지막 공연을 예매했다. 이 시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연극을 보는 주말만 되면 왜 비가 내리는지. 주말의 비(雨)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