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5월 중턱을 훌쩍 넘어섰다. 미리 다음 달 주말 일정을 짠다. 한 달에 관람하는 연극 공연은 많아야 두 편이다. 평일 저녁 공연보다 주말 공연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 6월에 어떤 연극 공연을 하는지 두루두루 살펴봤는데, 주말에 봐야 할 연극 공연이 세 편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많은데‥…. 연극 한 편 다 보고 난 후에 연극 감상문을 쓰는 것이 아직은 벅차다. 작년에 본 연극 중에 감상문을 남기지 못한 연극은 총 네 편이었다. 연극 감상문은 최대한 빨리 써야 한다. 차일피일하면서 미루면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이 희미해진다. 망각이 연극을 봤던 날에 대한 모든 기억을 다 집어삼키면 글을 쓰지 못한다. 다음 달에 네 편의 연극을 다 보고 네 편의 감상문을 쓰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내가 짠 ‘6월의 플레이리스트(Playlist, 연극 리스트)’는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 솔직히 욕심이 난다. 연극을 제대로 보는 안목을 키우려면 공연을 많이 보고, 공연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1막


 철학극장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

5월 30일 ~ 6월 9일, 을지극장

68일 토요일 공연 예매했음







철학극장연극으로 철학 하기라는 신조를 표방하는 서울의 연극 창작 단체. 202211월에 첫 연극을 무대에 올렸고, 올해에 두 번째 연극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을 선보인다






* 한일연극교류협회 엮음 

현대 일본 희곡집 10(연극과인간, 2022)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은 일본의 극작가 요코야마 다쿠야(横山拓也)2018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희곡 텍스트는 현대 일본 희곡집 10에 수록되어 있다. 2022년에 낭독극으로 공연된 적이 있으며 철학극장공연은 국내 초연이다. 이 연극에 여러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 이중에 내가 아는 배우희곡 가게(전문 서점)’ <인스트립트>을 운영하는 권주영, 박세인 배우다.






2막


창작 집단 진창

<청혼 소동>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613~ 615, 한울림 소극장

615일 토요일 공연 예매했음

   





*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올해는 체호프 서거 120주년이다. 그래서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체호프의 연극 공연 작품을 보는 것이다. 진창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단편소설 제목이다. <진창>이 수록된 체호프의 단편 선집은 사랑에 관하여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열린 한울림 골목 연극제폐막작창작 집단 진창<진창> 공연을 봤는데, 감상문을 쓰지 못했다













* 안톤 체호프, 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시공사, 2010)

 

* 안톤 체호프, 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1: 단막극(연극과인간, 2000)



다음 달에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이 개최된다올해 6월이 연극의 달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때문이다이번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인 <청혼 소동>의 원작은 체호프의 초기 단막극 <청혼>이다.






3막 


극단 처용

<비평가>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614~ 616일, 소극장 우전

6월 16일 일요일 공연 예매 예정

 


극단 처용<비평가>는 올해 2월에 공연된 적이 있다. 공연은 26일과 27, 단 두 번뿐이었는데, 두 날 모두 평일이었고 각각 월요일과 화요일이었다. <비평가>를 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으로 선정되었고 드디어 주말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 후안 마요르가, 김재선 옮김 

비평가 / 눈송이의 유언(지만지드라마, 2019)


 


원작은 스페인의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동명 희곡이다. <비평가>2인극으로연극 비평가와 극작가가 등장해서 말다툼한다. 이 작품은 희곡을 창작하는 일과 희곡을 비평하는 일이 어떤 면에서 다른지 보여준다.





<거인의 정원>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1회 숲별 가족극 축제: 동요 그림자극

620~ 622일, 소금창고

 





* 오스카 와일드, 김전유경 옮김 

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1회 숲별 가족극 축제 공연작은 총 두 편이다. 그중 한 편이 <거인의 정원>이다. 공연작 관련 정보가 찾아봐도 나오지 않아서 이 공연을 만든 극단을 확인하지 못했다. 원작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동화이다. <거인의 정원>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있으며 <자기만 아는 거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극단 예린

<소풍>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 

621~ 622, 예술극장 엑터스토리

 

극단 토박이

<! 금남식당>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 

623, 소극장 길







대구와 광주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달빛 동맹을 맺었다. ‘달빛은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의 과 광주의 옛 지명 빛고을을 합친 이름이다. <소풍><! 금남식당>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으로 광주에 활동하는 극단이 제작했다. 특히 <! 금남식당>을 만든 극단 토박이5 · 18 광주민주화항쟁을 알리는 창작극들을 무대 위에 올렸다. <! 금남식당>2016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100회 이상 공연되었다.



(사이)



‘6월의 플레이리스트를 쓸 때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을 홍보한 팸플릿을 참고했다. 그런데 팸플릿에 공연작을 만든 극단 이름이 없다.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에 참여하는 광주 극단 이름은 있다. 왜 대구의 극단 이름을 쓰지 않았을까? 대구에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소극장을 널리 알리기 위한 연극 축제라고 해도 연극인들이 모여서 함께 꾸리는 공동체인 극단의 역할과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연극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극장 이름을 아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을 더 잘 알고 있고, 그 극단에 소속된 몇 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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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연극은 직접 가서 보는 게 젤 좋지. 근데 못 지않게 희곡을 일상에서 소설만큼이나 가까이 읽는거라는데 그게 참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나저나 너 연극 보러 가는 날은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ㅋㅋ

cyrus 2024-05-27 06:44   좋아요 1 | URL
서울 연극 공연 보러 가는 날에는 정말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2주 전 토요일에 체호프의 <갈매기> 공연을 보러 서울에 갔어요. 하필 그날 오후에 비가 내려서 대구에 못 돌아올 뻔 했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24-05-2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극은 대학교동아리연극이랑 예전에 대학로에서 몇 편 봤어요. 영화와 다른 현장감, 뮤직컬처럼 멀리서가 아닌 정말 가까이서 보는 재미가 달라서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도 다 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엔 접근성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쉽지가 않네요. 좋은 건 SF에 다 있는데 주차도 어렵고 치안은 더 엉망이라서...

cyrus 2024-05-27 06:47   좋아요 1 | URL
대학로에서 한 연극 공연은 딱 한 번 봤어요. 극단 소속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작품 홍보용 팸플릿을 주면서 연극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