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찾아서
토니 라이스 지음, 함현주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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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자연 도감은 살아 있다. 그림이 된 자연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세밀하게 그려진 자연은 생생하다. 자연의 맥박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자연의 얼굴은 형형색색의 빛을 드러내고, 자연의 입은 온갖 소리를 낸다자연 도감은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자연 도감을 만드는 데 있어 관찰하는 일은 그림과 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하는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관찰은 기다림과 인내심을 요한다. 과거에 도감을 만들려는 화가와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안목을 믿고 자연 본래의 형태를 최대한 잘 살려서 그리려고 했다사진이 등장하고, 측정 장비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자연 도감의 정확성은 한층 높아졌다. 지금은 카메라가 화가의 눈과 손을 대신해 주고 있다.


자연을 찾아서는 예술작품이 된 자연 도감들과 이 작품들을 탄생시킨 탐험을 소개한 책이다런던 자연사박물관에 수많은 동식물 표본이 소장되어 있다. 그곳에는 또 자연사 연구에 참고할 수 있는 각종 문헌이 보관된 도서관도 있다이곳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저자는 런던 자연사박물관 도서관에 있는 열 권의 자연 도감을 공개한다지금은 박물학자로 알려진 과학자와 탐험가들은 지도에 그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눈길을 주었다. 그들은 직접 자연의 실체를 확인하며 동식물을 관찰하고 조사해 왔다. 사진기기 없던 시절에 결성된 탐사대에 무조건 화가가 있었다. 화가는 과학자들이 보고 들은 자연을 그림으로 묘사했다. 자연에 호기심이 많은 화가는 본인이 직접 동식물을 관찰해서 그리기도 했다.


가까이서 자연을 조사했기에 화가들이 만든 자연 도감은 과학적 정확성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과학자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여성이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었던 시절에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Maria Sibylla Merian) 딸과 함께 수리남에 가서 2년을 체류했다. 메리안은 나비를 비롯한 곤충들과 생태계를 그렸다. 그녀가 만든 자연 도감에 나비의 변태 과정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 박물학자들은 메리안의 자연 도감을 참고하면서 곤충학 지식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비글호를 타지 않았다면 진화론을 정립한 사람은 앨프레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5년 동안 비글호를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한 다윈은 화석과 표본들을 모으고, 보고 느낀 것을 공책에 적었다. 공책 속에 진화론으로 알려지게 될 생각의 씨앗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다윈은 갈라파고스제도를 탐험하면서 화석을 발굴하고, 동식물을 채집했다. 이때 그가 채집한 동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핀치(finch)라는 새다. 다윈은 여러 개의 섬에 서식하는 13종의 핀치를 관찰하면서 핀치들의 부리 생김새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크고 딱딱한 씨앗이 많은 섬에서 자란 핀치의 부리는 뭉툭하면서도 두껍다. 곤충을 주로 먹는 핀치의 부리는 뾰족하다. 13종의 핀치는 먹이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달랐다. 처음에 다윈은 13종의 핀치를 핀치류로 보지 않았다서로 다른 핀치의 부리를 흥미롭게 살펴본 사람은 핀치들의 부리를 그림으로 묘사한 존 굴드(John Gould)라는 조류학자였다. ‘다윈의 핀치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그림은 존 굴드가 그렸다다윈은 굴드의 핀치 그림 덕분에 자신이 관찰한 13종의 새들 모두 핀치류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다윈은 하나의 종이었던 핀치가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여러 종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인식했다. 굴드의 핀치 그림은 희미한 씨앗으로 된 진화론을 싹 틔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진화론을 독자적으로 발견한 앨프레드 월리스는 다윈의 명성에 가려진 바람에 탐험과 연구 업적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월리스는 말레이제도를 누비면서 생태계를 연구했고, 그곳에서 진화론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월리스는 다윈 못지않게 동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에 매진했는데, 화려한 깃털을 가진 극락조에 매료되었다. 월리스가 마지막으로 쓴 저서 뉴기니섬의 조류에 여러 종류의 극락조를 묘사한 삽화가 실려 있는데, 존 굴드가 그린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 소개된 박물학자와 화가들을 영웅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칭송한다. 그런데 이 책에 또 한 명의 영웅이 소개되지 않은 사실이 의아하다. 다윈은 이 사람이 없었다면 종의 기원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윈이 존경했던 사람은 독일의 박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 그는 남아메리카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여행했고, 자연은 관찰을 통해 경험되어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살아온 박물학자다. 훔볼트는 산에 자라는 식물 분포도를 조사하여 기후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의 이름을 딴 동물과 지명이 있을 정도로 훔볼트는 자연을 열심히 찾으러 다닌 박물학자다이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책 제목의 부제[주1]가 훔볼트를 잊혀진 영웅이라고 말해준다.





[1] 안드레아 울프, 양병찬 옮김, 자연의 발명: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 (생각의 힘, 2021)






<cyrus의 주석>




* 7~8

 




자연을 찾아서는 과거 300년 동안 이루어진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자연과학적 자연을 찾아서 [2] 탄생한 예술작품과 함께 이러한 탐험을 실증하는 자료들을 집중 조명한다.

 

 

[2]을 지워야 한다.






* 10

 




 내가 처음 자연사의 세계로 자연을 찾아서[3] 떠난 건 60여 년 전, 디플로도쿠스를 만나보겠다고 고지를 오르던 날이었다.

 

 

[3]을 지워야 한다.






* 178





온혈 포유동물 정온(定溫)포유동물 [주4]




[주4] 포유류는 계절과 상관없이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고 유지할 수 있다. 체온 조절이 가능한 동물을 과거에는 온혈동물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정온동물또는 항온(恒溫)동물이라고 부른다.






* 나가며, 379


 



 이 책에 소개된 여행들은 일반 과학사, 특히 자연사에 있어 중요하고도 매혹적인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 시작은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치우침 없는조사를 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던 중세 이후, 17세기 후반이다. 영국 왕립학회(1660), 프랑스 과학아카데미(1966)[5] 같은 단체가 설립되면서 과학자들, 그중에서도 이전까지는 개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던 박물학자들이 점점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5] 연도 오자. 프랑스 과학아카데미(Académie des sciences)1666에 설립되었다.






* 주요 인물 전기, 388

 






찰스 다윈, 1773~1858 찰스 다윈, 1809~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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