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갑니다
미리엄 엘리아.에즈라 엘리아 지음, 신해경 옮김 / 열화당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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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나는 미술을 무지[1] 좋아합니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무지 어려워요. 그래서 나는 현대미술에 무지[2]해요.










현대미술이 어려워도 괴롭혀도 나는 안 울어요.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요? 울면 바보예요. 나는 웃으면서 미술관에 갑니다라는 책을 읽습니다.


미술관에 갑니다5살 미만 유아를 위해 쇠똥구리 출판사가 펴낸 배움 책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쇠똥구리 출판사는 영국의 조그만 마을 똥골(Dunging)’[3]에 있는 교육 전문 출판사입니다출판사의 신조는 배움은 똥에서 온다입니다


본문 밑에 새로운 낱말이 있어요. 책에 나온 모든 낱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받아쓰기 시험 성적을 잘 받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하세요. 아이가 단어를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쓰도록 하세요. 교육비를 최대한 아끼면서 자녀에게 조기 교육을 해주고 싶은 현명한 부모라면 배움 책시리즈를 선택하세요.







미술관에 갑니다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현대미술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요즘 나오는 작품들의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미술품 하나 사들이세요. 당신이 소유한 미술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매력적인 상품이 되거든요. 당장 미술품을 살 돈이 없으면 아이에게 미술품에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그러려면 제일 먼저 현대미술을 알아야 해요. 미술관에 갑니다는 현대미술의 모든 것을 알려 줍니다. 이 책을 읽은 자녀는 미술품을 가지고 노는 벤처 자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자녀와 함께 미술관에 가길 원하는 부모는 미술관에 갑니다를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미술관을 죽도록 즐기는[4] 방법을 알 수 있어요. 현대미술을 어려워하는 자녀에게 죽도[5]로 때리면서 가르치지 마세요. 자녀가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미술관에 같이 가도 늦지 않습니다. , 자녀가 미술관에 갑니다를 반복해서 읽어야 합니다. 자녀가 미술관을 좋아하도록 세뇌[6]해야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수전(Susan)(John)은 엄마와 함께 미술관에 갑니다. 엄마는 술은 싫어해도 예술은 좋아해요. 미술관에 간 엄마는 예술에 취해 기분이 좋은 상태예요. 하지만 수전과 존은 미술품을 볼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쓰러질 지경입니다.







현대미술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이 책을 보자마자 당혹스러워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자녀에게 이렇게 얘기하세요. 이해 안 되는 게 좋아.”







만약에 자녀와 미술관에 같이 가게 되면 부모인 여러분이 직접 도슨트가 되십시오. 호기심 반 의문 반을 품은 자녀가 부모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할 겁니다. 당신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세요. 되도록 어려운 용어를 섞으면서 말하세요.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대답을 잘하면 아이들은 현대미술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싶어서 질문을 계속하는 아이가 있을 거예요. 더 이상 대답하기가 곤란하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으로 직접 검색해 보라고 말하세요요즘 아이들은 책보다 스마트폰을 더 좋아하거든요. 


미술관에 갑니다를 구매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당신의 자녀가 이 책을 수백 번 지겹도록 읽었는데도 현대미술을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어요. 책값과 자녀가 이 책을 읽는 데 허비한 시간이 아까울 거예요. 그렇지만 쇠똥구리 출판사는 이 상황에 대해서 절대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를 꾸짖지 마세요현대미술을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한 아이는 지혜롭답니다. 본인이 무지하다는 것을 잘 아는 자녀는 미래에 소크라테스(Socrates) 뺨치는 철학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에게 현대미술 대신에 철학을 공부하도록 권장해 보세요. 쇠똥구리 출판사는 올해에 어린이를 위한 철학책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시리즈 이름은 개똥철학 배움 책입니다. 쇠똥구리 출판사는 신조를 철저히 지킵니다비록 중소 출판사이지만, 직원들은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지탱할 정도로 똥이 단단합니다.


쇠똥구리 출판사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미술관에 갑니다미술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린 이걸 기서[7]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새로운 낱말 사전>

 


[1] 무지: 아주 대단히

[2] 무지: 無知. 아는 것이 없음

[3] Dunging: 비료를 뿌리는 행위, 배설

[4] 죽도록 즐기기: 미국의 평론가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의 저서 제목

[5] 죽도: 대나무로 만든 칼. 한때 교사들이 선호했던 사랑의 매’였음.

[6] 세뇌: 가스라이팅

[7] 기서奇書, 내용이 기이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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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2-10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올해도 건강하고 좋은 한 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cyrus 2024-02-11 19:16   좋아요 1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님.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벌써 마지막 연휴 하루가 남았어요. 시간이 금방 흘러가서 아쉽지만, 마지막 날도 즐겁게 보내세요. ^^

stella.K 2024-02-10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 세뇌라고 하면 될걸 어느 때부턴가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가스같이 화~악 퍼졌어. ㅋ 역시 책을 많이 읽더니 언어유희가 장난이 아니군. 죽도 가지고 널 죽도록 패 줄 수도 없고. ㅋㅋㅋ 암튼 명절 연휴 잘 보내라.^^

cyrus 2024-02-11 19:18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잘 읽어 보면 개그 포인트가 여러 개 있어요. ㅎㅎㅎ 마지막 연휴 하루 남았지만, 내일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