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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건 설탕을 먹어서 그래 - 과학의 50가지 거짓말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박은진 옮김 / 드루 / 2023년 10월
평점 :
평점
3.5점 ★★★☆ B+
단맛이 나는 간식을 매우 좋아한다. 새벽에 책을 읽다가 졸음이 몰려오면 사탕과 젤리를 먹는다. 요즘 눈길 가는 간식이 탕후루다. 한 입 먹으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지만, 사 먹어보진 않았다. 내 머릿속 동료인 뇌가 절제를 잘하나 보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이 녀석 덕분에 나는 단맛의 노예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정치권이 탕후루를 즐겨 먹는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가 국정감사에 소환되었다. 국회의원들은 설탕이 많이 들어간 탕후루가 소아 당뇨와 비만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탕후루는 억울하다. 국회의원들이 진심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이 주로 언제 설탕을 많이 섭취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 설탕을 많이 먹으면 과잉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단맛은 뇌의 중추신경을 자극해 도파민을 유도한다. 도파민은 우리의 감정, 행동, 생리적 반응에 큰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문제는 도파민이 너무 많이 나오면 극도의 흥분을 유발하거나 과도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설탕을 적게 먹으면 도파민이 적게 분비되고, 과잉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아이들이 지나치게 흥분한다는 주장은 속설이다. 설탕 과다 섭취와 아이들의 행동에 상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개 나왔다. 설탕은 정신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과학인 척하는 속설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과학이라고 믿고 있는 주장들의 절반은 속설이거나 사실과 다른 거짓 정보다. 《산만한 건 설탕을 먹어서 그래》는 과학인 척하는 속설 50가지를 소개한 책이다. 책 제목은 앞서 언급된 설탕 과다 섭취를 둘러싼 대중의 오해와 관련 있다. 설탕 섭취가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니다.
과학 도서를 읽다 보면 심심찮게 나오는 두 개의 일화가 있다. 두 개의 일화는 과학자들의 업적으로 알려졌다. 뉴턴(Isaac Newton)은 땅에 떨어진 사과를 보자마자 중력의 효과를 발견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피사의 사탑에 올라가 서로 다른 무게의 물체를 동시에 떨어뜨리는 공개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을 통해 그는 두 물체가 비슷한 속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두 개의 일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일화의 출처는 뉴턴과 갈릴레이의 지인이다. 이 책에서는 피사의 사탑 공개 실험이 ‘제삼자’에 의해 언급되었다고 나온다(53쪽). ‘제삼자’의 정체는 갈릴레이의 제자 빈첸초 비비아니(Vincenzo Viviani)다. 그는 쇠약해진 스승의 연구를 도왔으며 갈릴레이의 유고를 정리했다.
이 책의 저자는 속설이 대중문화에 의해 널리 퍼질 때 몸집을 부풀린다고 말한다. 그러면 속설과 거짓 정보는 과학과 사실로 둔갑한다. 하지만 속설이 부풀려지는 원인을 무지한 대중에게만 탓할 수 없다. 과학자와 과학 해설자도 실수하고, 착각한다. 그들의 오해가 검증 없이 널리 알려지면 속설의 몸집은 커진다.
* 50쪽 [10장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이 멸종했다]
공룡은 도마뱀과 달리 온혈 동물이었다.
온혈 동물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 반대인 냉혈 동물은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서 외부 환경의 온도에 맞춰서 체온을 변화시킨다. 요즘은 온혈 동물, 냉혈 동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온혈 동물 대신에 ‘정온(항온) 동물’로, 냉혈 동물은 ‘변온 동물’로 쓴다.
과거에 과학자들은 ‘정온 동물 공룡’ 가설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 가설의 한계를 지적한 과학자들은 모든 공룡이 정온 동물이 아닐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어떤 과학자는 공룡은 정온 동물과 변온 동물의 장점 모두 가진 ‘중온성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출처: 김도윤(갈로아) 글 · 그림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한빛비즈, 2019년)
* 79쪽 [18장 중세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기원전 4세기경, 플라톤이 쓴 저서에는 지구를 공에 빗대어 설명하는 문장이 등장한다.
플라톤(Plato)이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했었나? 이 내용이 금시초문이라서 플라톤의 저서 《티마이오스》(김유석 옮김, 아카넷, 2019년)를 확인해 봤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불, 공기, 물, 흙의 형태는 기하학적 도형이라고 주장한다. 흙은 지구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플라톤이 생각한 흙의 형태는 구가 아니라 ‘정육면체’다.
저자는 자신이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출처를 언급하지 않았다. 책의 뒷부분에 참고문헌 목록도 없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견해는 사실과 다른 속설로 잘못 알려질 수 있다.
* 15쪽 [2장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다]
인간에게 오감이 있다는 이 익숙한 개념은 고대에 처음으로 확립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미각과 촉각, 둘 다 접촉이 필요한 감각인데도 이 둘을 분리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로 우리에게 그 유명한 다섯 가지의 감각을 알려주었다. 사실 네 가지든, 다섯 가지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의 물질이 흙, 물, 불, 공기로 구성된다는 가설에 동의했고, 여기에 천상을 이루는 물질인 제5원소를 추가했다.
‘다섯 가지의 감각’이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말한다. 감각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견해가 나오는 책은 《영혼에 관하여》(오지은 옮김, 아카넷, 2018년)다.
* 66쪽 [15장 인간은 뇌가 가진 능력의 10퍼센트만 쓴다]
미국의 과학자 윌리엄 제임스와 보리스 시디스는 인간은 자신의 역량만큼 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과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다.
* 80쪽 [18장 중세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에라토스테네는 두 지점에서 태양의 각도 차이를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쟀음.
‘에라토스테네’는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의 오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