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비극 헬레네(Helen)이집트에 체류 중인 헬레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이다. 헬레네는 절세미인이다. 수많은 구혼자가 헬레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할 정도였다.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Menelaos)의 아내가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를 칭송했다. 결국 트로이 왕자 파리스(Paris)와 헬레네는 눈이 맞아 트로이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분노한 메넬라오스는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이제는 동맹군인 구혼자들에게 병력 지원을 요청한다. 이로써 장장 십 년이나 지속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대구 책방 <일글책> 시카고플랜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 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도서출판 숲, 2020년 개정판)



 

헬레네는 양가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찬사와 동시에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따라온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가 묘사한 헬레네는 트로이가 아닌 이집트에 있다. 그 이유는 에우리피데스가 헬레네의 행방을 둘러싼 또 다른 전설을 소재로 비극을 썼기 때문이다. 다른 전설에 따르면 헬레네는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에 간 것이 아니다. 파리스가 데려간 트로이는 헬레네의 환영, 즉 가짜 헬레네다. 진짜 헬레네는 헤르메스(Hermes) 신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헬레네는 메넬라오스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집트 왕 테오클리메노스(Theoclymenos)가 아름다운 헬레네를 가만히 지켜볼 리 없다. 이집트 왕의 구애를 견디지 못한 헬레네는 프로테우스(Proteus)의 무덤으로 피신한다. 프로테우스는 테오클리메노스의 아버지다.

 

이집트에 있는 진짜 헬레네가 살았다는 전설은 헤로도토스(Herodotos)역사에도 나온다. 헤로도토스는 헬레네가 프로테우스의 궁전에 한동안 머물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한다(2112). 프로테우스의 성역 안에 이방의 아프로디테를 위한 신전이 있는데, ‘이방의 아프로디테는 헬레네를 가리킨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 헤로도토스, 천병희 옮김 역사(도서출판 숲, 2022년 개정판)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헬레네에 흥미로운 대사가 있다. 메넬라오스가 헬레네에게 한 말 중에 불타고 있는 케이크라는 표현이 나온다(547). 인터넷에 확인한 케이크의 역사와 관련된 정보에 따르면 고대 지중해 지역에 이미 케이크와 비슷한 형태의 음식이 있었다. 하지만 오븐에 구워서 만든 것이 아니라 꿀, 밀가루, 과일, 달걀 등을 섞어 오랜 시간 굳힌 뒤에 먹는 것이었다. 케이크라기보다는 푸딩에 가깝다. 화덕을 이용해서 만든 케이크의 원형은 고대 이집트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불타고 있는 케이크는 이집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말 그대로 화덕에 구워서 만든 따끈따끈한 케이크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871쪽 역주 43카스토르(Castor)와 폴뤼데우케스(Polydeuces)튄다레오스의 쌍둥이 아들이라고 되어 있다.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는 헬레네처럼 알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Tyndareus)의 아내 레다(Leda)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Zeus)를 만나면서 세 개의 알을 낳는다. 이 세 개의 알에서 헬레네와 쌍둥이 형제가 태어났다.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뜻의 디오스쿠로이(Dioskuroi)’라고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는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로 보는 게 적절하다.

 

틴다레오스와 레다 사이에 태어난 자식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클리타임네스트라(Klytaimnestra). 헬레네와 쌍둥이 형제의 탄생 설화에도 다른 버전이 있다. 헬레네의 어머니가 레다가 아니라 복수의 신 네메시스(Nemesis)라는 설이 있다. 카스토르가 틴다레오스의 아들이고, 폴뤼데우케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다.

 

케이크라는 단어에 너무 오래 꽂혀 생각해서 그런가. 케이크가 당긴다. 내가 확실히 아는 불타고 있는 케이크는 불금에 칼퇴하고 난 뒤에 먹는 케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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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이 제일 와닿는데요. 불금에 칼퇴하고 난 뒤에 먹는 케이크.. ㅎㅎ 생각만 해도 환상적입니다. ^^

cyrus 2023-08-14 06:14   좋아요 1 | URL
요즘 잔업이 갑자기 늘어나서 불금 케이크 먹기가 쉽지 않네요.. 일찍 마친 날,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케이크 먹으면서 책을 읽는 게 행복해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3-08-22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케이크! 그렇군요^^
일단 헬레네를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