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 첫 번째 읽기 모임(2022년 7월 9일, 카페 스몰토크) 후기. 이 글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공개되었습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첫선을 보인 책입니다. 민음사 출판그룹 부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민음사 인문 잡지 《한편》 편집진이 만든 ‘민음사 탐구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공식 번호는 No. 4). 책의 겉보기는 빨간색 표지로 된 문고본 형태입니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편해요.
* [레드스타킹 7월에 읽은 책]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 (민음사, 2022)
몇몇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비판적 읽기를 지향해요. 조금이라도 아쉽게 느껴지는 표지 디자인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저도 여기에 속합니다). 책 앞표지에 립스틱 그림이 있어요. 과학과 전혀 상관없는 립스틱이 왜 그려져 있을까요? 여성성이 연관되는 립스틱보다 과학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페미니스트들은 과학을 ‘여성의 적’으로 여겼습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나온 과학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만드는 지식을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의 저자인 과학기술학자 임소연은 여성을 억압한 과학을 비판하면서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과학을 적대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과학은 여성의 삶과 몸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학문이며 여성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법칙’으로 명명된 이론과 지식을 암기하듯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 하나의 지식이 확정되기 전까지 수없이 실행되었을 실험 과정은 교과서에 실리는 순간 뭉뚱그린 내용이 되고 맙니다. 가설이 이론으로 확정되기까지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실험 또한 ‘노동’입니다. 한 권의 교과서에 구겨 넣은 과학에 과학자의 노동이 생략되어 있어요. 학생들은 그런 과학을 머릿속에 구겨 넣고 있어요. 이러니 과학과 친해질 수 있겠어요? 교과서 속 과학 지식 중 일부는 성차별을 조장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이 연구하는 과학이 여성의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나라 교육 수준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필자는 여성이 좀 더 과학과 친해지려면 우선 과학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의 장점은 최근에 알려진 과학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3장(‘장은 생각한다’)을 인상 깊게 읽은 분들이 있었어요. 3장에 장내 미생물이 감정과 연관된 신경 전달 물질 생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언급되어 있어요(54쪽). 이 장내 미생물을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고 합니다. 사이코바이오틱스는 2010년대 초반부터 학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3장 57쪽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20~30대 여성은 디저트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단맛을 즐기고 디저트를 먹으며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들의 장은 과연 행복할까? 여성의 장은 섭식 장애 외에도 여러 질환에 시달려 왔는데, 과민성 장 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소화 불량을 겪는 여성은 남성보다 특히 많다.
여러분은 필자가 인용한 것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 내용을 비판적으로 읽은 분이 있었어요. 저자는 2, 30대 여성을 디저트 문화를 즐기는 소비자 집단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고,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읽은 필자는 인용문의 문제점을 미처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시 읽어봤어요. 소화 불량의 원인을 디저트 섭취로 한정 지어서 보는 저자의 입장이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한때 ‘단짠(단맛과 짠맛)’과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유행했었죠. 여성이 소화 불량을 겪는 원인은 다양하며,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두 번째 읽기 모임은 7월 16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카페 스몰토크에서 진행됩니다. 책 4~6장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