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의 《끝내주는 괴물들》이 나온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 나는 이 책이 보르헤스(Borges)의 《상상 동물 이야기》와 비슷한 유형의 책일 거로 생각했다.
* 알베르토 망겔 《끝내주는 괴물들: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현대문학, 2021)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 (민음사, 2016)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망겔의 책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괴물들을 주제로 한 책이 아니었다. 고전문학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인 감상을 독후감 형식으로 풀어쓴 책이었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제목과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 [절판] 알베르토 망겔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열여섯 소년, 거장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다》 (산책자, 2007)
망겔은 시력을 잃은 보르헤스의 부탁을 받아 4년 동안 그를 위해 책을 읽어준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1964년 16세의 망겔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영어 및 독일어 전문서점의 직원으로 일했다. 서점 단골이었던 보르헤스는 망겔에게 저녁에 할 일이 없으면 자신의 집에 와서 책을 읽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망겔은 그의 부탁을 수락했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보르헤스의 집을 방문했다. 망겔은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에서 문호를 만나면서 나누었던 대화와 그 밖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보르헤스의 관심사가 반영된 문학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 망겔은 보르헤스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독자’라고 칭송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문호의 결점까지 언급한다. 망겔은 보르헤스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무심코 내뱉으면 지적인 독자에서 한순간에 멍청이가 되어버린다고 지적한다.
* [절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상상 동물 이야기》 (까치, 1994)
《상상 동물 이야기》는 보르헤스의 대표작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신화와 전설에 관심 있는 독자가 좋아할만한 이 책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동서양 환상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분더캄머(Wunderkammer, 경이로운 방)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문학 작품에 묘사된 상상 동물들의 이야기도 진열되어 있다.
《상상 동물 이야기》는 1994년에 까치출판사에서 나왔으나 절판되었고, 12년 후에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구판과 개정판의 역자는 동일인이다. 그런데 개정판(민음사)은 1967년 아르헨티나 초판을 번역한 것이고, 구판(까치)은 1969년 미국에서 출간된 증보판을 번역한 것이다. 《상상 동물 이야기》 초판에 총 116편[주]의 글이 수록되었다. 증보판은 기존의 116편에 네 편의 이야기가 추가된 판본이다. 구판에 있는 네 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17. 카번클
118. 1964년에 제인 리드 부인이 런던에서 알았고 보았고 만났던 것에 대한 경험적 보고
119. 칠레의 동물들
120. 과거 숭배자들
[주] 역자는 까치 번역본 후기에 총 116편의 이야기가 1967년 초판에 실렸다고 했다. 그런데 민음사 번역본 후기에서는 초판이 ‘117편으로 구성되었다(304쪽)’라고 썼다. 직접 세어본 결과, 총 116편의 글이 수록되었음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