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나무의 비밀
레오 페루츠 외 지음, 오용록 옮김 / 이유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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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그는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가 만나서 생긴 사생아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프리드리히 토르버그(Friedrich Torberg, 1908~1979)는 동료 작가인 레오 페루츠(Leo Perutz, 1882~1957)를 이렇게 평가했다페루츠와 카프카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두 사람은 보험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페루츠는 오스트리아에 정착해 작가 활동을 하다가 독일 나치(Nazi)의 탄압을 피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다페루츠의 소설들은 한동안 잊히다가 작가 사후에 독창적인 환상 문학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망고나무의 비밀(Das Mangobaumwunder, 1916)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 페루츠의 장편소설이다. 페루츠는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지원했지만, 근시로 인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는 예비군이 되어 군사 훈련을 받았고, 이 무렵에 망고나무의 비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가 겸 극작가인 파울 프랑크(Paul Frank)가 공동 필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1915년에 소설이 완성되었다.


망고나무의 비밀은 동양에 대한 서구의 호기심과 취향즉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반영된 소설이다오리엔탈리즘을 논할 때 주로 언급된 분석 대상은 프랑스와 영국에서 나온 문학 및 예술 작품들이다하지만 실제로 북유럽과 동유럽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이 유행했다.[주] 오리엔탈리즘은 페루츠가 활동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였고, 동양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예술 작품들이 나왔다. 


키르히아이젠 박사는 동양에서 자란 식물에 관심이 많은 독극물 전문가다. 등산가로 유명한 포그 남작은 전문의가 아닌 박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 남작의 요청을 수락한 박사는 남작의 저택을 방문한다. 남작의 저택 안에 동양에서 온 식물들로 가득한 온실이 있다. 그런데 남작은 엉뚱하게도 온실에서 일하는 인도인 정원사를 진료해달라고 요구한다. 인도인 정원사는 독사에 물려 사경을 헤맨다박사는 독사가 동양에 서식하며 유럽에 한 번도 들여온 적이 없는 희귀종임을 확인한다. 박사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작을 의심하고, 독사가 어떻게 남작의 저택에 있는지 궁금해한다박사는 나름 추리를 해보지만, 남작의 비밀에 접근하는 박사의 모습은 탐정이라고 보기 어렵다작가는 그에게 불가사의한 현상의 비밀을 밝히는 능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망고나무는 남작의 온실에 있는 식물이다. 박사는 남작의 외동딸 그레틀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두 사람은 망고나무에 사랑의 징표를 새긴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사는 신비로운 주술의 힘이 부녀(父女)와 온실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주술의 힘이 밝혀지면서 박사와 그레틀의 결혼은 무산된다.


박사는 동양의 식물을 엄청 좋아하지만, 풍토병이 두려워서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남작은 젊은 시절에 인도를 여행하면서 힌두교의 신비주의에 심취한 인물이다. 하지만 힌두교 전통 주술의 무시무시한 힘을 확인한 이후부터 동양에 열광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한다박사와 남작의 오리엔탈리즘 속에 공통적으로 동양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그들은 동양에 매료된 오리엔탈리스트이지만, 한편으로는 동양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박사가 동양의 풍토병을 두려워한다면, 남작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동양의 신비주의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두려워한다오리엔탈리스트가 생각하는 동양은 매력과 공포가 공존하는 미지의 세계이다유럽인들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실제로 가본 적이 없는 동양을 바라봤다. 유럽에서의 동양은 인간이 사는 세계가 아닌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환상적이고 무시무시한 소재로 소비되었다.


망고나무의 비밀은 당대의 유행이 반영된 통속 소설이라서 페루츠의 대표작으로 꼽기 어렵다. 게다가 공동 집필한 작품이라서 페루츠의 문학적 능력을 가늠할 수 없다. 소설을 쓴 페루츠 또는 프랑크가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역자가 번역을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번역본에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있다.

 

 

* 208

 

 나는 힌두교 승려들이 파르바티 여신을 기리는 성대한 의식을 보려고 하루 더 아그라에 머물렀죠. 파르바티는 비슈누의 부인으로 물고기 눈을 가진 여신이오.

 

 

파르바티(Pārvatī)는 파괴의 신 시바(Shiva)의 아내이다. 파르바티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Brahma), 유지의 신 비슈누(Vishnu)와 함께 힌두교 3대 신(Trimūrti)으로 추앙받는다.

 

 

 


[] 존 맥켄지, 박홍규 외 옮김, 오리엔탈리즘 예술과 역사(문화디자인, 2006),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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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0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사 크리스티와 프란츠 카프카가 결혼이 가능할까요????? 아니 사생아라고 했나? 그것도 좀 불가능할 것 같은데..... ㅎㅎ

cyrus 2021-03-03 14:59   좋아요 0 | URL
국내에 번역된 페루츠의 소설이 <망고나무의 비밀>을 포함해서 총 세 권이에요. 그런데 이 세 작품만 가지고 페루츠가 사생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요. ^^;;

smellslikeyou 2021-03-04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사생아란 얘기가 아니라 두 작가의 특징을 모두 연상시키는 소설을 썼다는 뜻의 비유적인 표현이에요. <망고나무의 비밀>은 저도 별로였고 다른 두 작품을 추천합니다.

cyrus 2021-03-04 08:41   좋아요 0 | URL
<스웨덴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