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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이 되고 싶어 - 한눈에 보는 화석 생성 과정
츠치야 켄 지음, 에루시마 사쿠 그림, 조민정 옮김, 백두성 외 감수 / 이김 / 2020년 10월
평점 :
평점
4점 ★★★★ A-
《화석이 되고 싶어》는 제목 그대로 ‘화석이 되는 조건과 과정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화석이 어떻게 생기는지 연구하는 학문을 ‘화석화과정학(taphonomy)’이라 한다. 이 책을 쓴 츠치야 켄(土屋 健)은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전공한 일본의 과학 저술가이다. 그는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화석화과정학’을 도판과 일러스트를 함께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저자는 기상천외한 ‘사고실험’을 언급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화석이 될 수 있을까?” 그는 화석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화석의 다양한 형태와 생성 과정을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이 화석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화석이 되려면 일단 죽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특이한 방법으로 죽을 수 있는) 실천서’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화석의 형태는 다양하다. 우리가 잘 아는 화석은 생물의 뼈나 배설물, 발자국, 식물 등이 단단한 돌로 변한 형태이다. 그러나 화석은 꼭 단단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 나온 호박(琥珀) 속에 갇힌 모기를 기억하시는가. 그것도 화석이다.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에 피부와 장기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이 많이 나온다.
화석은 최대한 빨리 발견될수록 좋다. 왜냐하면 지층에 노출된 화석은 비바람을 맞게 되고, 풍화 작용으로 인해 부서지기 쉽다. 몸집이 큰 생물의 유해일수록 전신 화석으로 남을 확률이 낮다. 근육과 내장과 같은 연조직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렇다면 살아생전 모습 그대로 화석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단괴(nodule)라고 부르기도 하는 ‘결핵체’ 속에 들어가 죽으면 된다. 결핵체는 쉽게 말하면 안은 비어 있고, 겉은 단단한 바윗덩어리다. 결핵체 속에 있는 화석은 비바람을 맞을 일이 없어서 유해의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 저자는 안경이나 액세서리를 찬 유해를 결핵체로 보존하면 ‘멋스러운 화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핵체 화석이 되면 죽어서도 셀럽이 될 수 있다. 미래의 고생물학자가 ‘블링블링한’ 장신구를 찬 과거 인류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상상해보자. 돌이 된 장신구는 빛나지 않지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미래의 인류는 화석 인류가 차고 있던 장신구에 주목할 것이다. 화석 인류는 셀럽이 되어 재평가받고, 장신구가 유행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 유해를 화석으로 만들어주는 장례 서비스업이 생긴다면 인간은 죽어서 이름과 가죽(피부) 모두를 남길 수 있다. 이러면 비석이나 동상을 만들 필요가 없겠는데.
※ Mini 미주알고주알
* 「참고자료 편」 214쪽

리처드 포티(Richard Fortey)의 《삼엽충》(뿌리와이파리)은 2007년에 번역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