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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A. S. 바위치 지음, 김홍표 옮김 / 세로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평점
4점 ★★★★ A-
‘개 코’는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별명이다. 개의 후각 능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그렇지만 개 코는 부정적인 뜻을 가진 단어다. 별 볼 일 없이 하찮은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개코같다’라는 말도 있다.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이 말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상태를 뜻한다.
‘개 코’라는 단어에 후각을 낮잡아 보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인간은 개 코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후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개 코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코같은 별명 때문에 자신이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유별난 후각 능력이 부끄러운 사람은 《냄새: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약칭 ‘냄새’)을 읽고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냄새》는 인류가 그동안 홀대했던 후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시각, 청각, 미각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이다. 201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6~22세 응답자 절반 이상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냄새》 141~142쪽). 후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외면받은 감각이다. 인간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후각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냄새는 실체가 없는 속성이다. 그래서 후각과 관련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자는 후각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부차적인 감각이라고 믿었다. 이로 인해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신경과학과 뇌과학이 발전하게 되자 후각 연구도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후각 연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는 1991년에 두 명의 과학자가 발견한 후각 수용체 유전자다. 코 점막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하여 뇌에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약 1,000종이나 된다. 각각의 수용체는 서로 다른 냄새를 감지한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후각에 대한 부정적인 가설과 편견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모든 맛은 입안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코의 후각 수용체를 지나 뇌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눈 가리고 무슨 음식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냄새를 잘 맡는 비범한 능력보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즉 후각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냄새를 맡지 못하면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후각을 상실하면 냄새를 맡아야 알 수 있는 유독 가스에 쉽게 노출된다.
《냄새》의 저자이자 과학철학자인 A. S. 바위치(A. S. Barwich)는 후각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길고 긴 탐구의 여정에 오른 과학자들의 노력과 후각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준 연구 성과들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뇌과학과 관련된 용어가 생소한 독자는 책에 나온 모든 후각 연구의 성과들을 이해하는 데 버거울 수 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한다면 4장까지 읽으면 된다. 이 정도까지만 읽어도 후각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 Mini 미주알고주알
책의 역자는 생물학 관련 책을 몇 권 썼던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김홍표 씨다. 그런데 그가 쓴 역주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
1
* 133쪽 역주
retronasal smelling. 침을 삼킬 때 입속의 공기가 코로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냄새.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를 번역한[주1] 강석기가 들숨 냄새, 날숨 냄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꿀꺽 한 입의 과학》의 역자인 최가영은 비전방후각, 비후방후각이란 표현을 썼다.
[주1]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MID, 2014)는 <동아사이언스>에 칼럼 ‘강석기의 과학 카페’를 연재하고 있는 과학 칼럼니스트 겸 작가 강석기 씨가 직접 쓴 책이다.
2
* 185쪽 역주
이형석의 번역을 따랐다(마르셀 프루스트, 이형석[주2] 옮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주2] 역자가 이름을 잘못 썼다. ‘이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