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책]방
EP. 6
고스트북스(1월 15일), 담담책방(1월 16일)
2021년 1월 15일 금요일, 오래 걸으면 더울 정도로 날씨가 좋았음
1월 16일 토요일,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지만 그래도 괜찮았음
금요일에 ‘고스트북스’라는 책방에 갔다. 그곳에 가면 ‘전기가오리’라는 철학 도서 전문 출판사(1인 출판사이기도 하다)에서 펴낸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며칠 전에 그 출판사의 신간도서가 나왔다. 책 제목이 ‘헬레니즘 철학’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 판매되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을 사고 싶어서 ‘고스트북스’에 가게 됐다.
고스트북스는 독립 출판물과 각종 굿즈뿐만 아니라 음료도 판매한다. 이 책방은 대구 중구 경삼감영길에 있는데, ‘카페 스몰토크’와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다. 건물은 3층에 있다(‘담담’도 3층에 있는 책방이다). 책방에서 주문한 음료를 책을 보면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그날은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조치로 인해 음료 주문만 할 수 있었다(어제부터 방역 조치가 조금 완화되어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됐다).
그다음 날에는 담담에 갔다. 책방에 가보니 작년에 전역한 책방지기의 아들이 있었고, 여자 손님 두 명이 있었다. 나는 책방에 들어오자마자 찻잔을 꺼내 차를 마실 준비를 했다. 그러자 책방지기의 아들이 직접 차를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대접받는 것을 사양했다. 그날 책방지기는 사모님과 함께 외출했고, 아들이 대신 책방을 지키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책방 공식 인스탄그램에 책방 홍보용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왜 혼자 책방에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형이 여자 친구를 만나러 나간 바람에 결국 자기 혼자 책방을 지키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 괜히 물어봤군.
평소와 다름없이 나는 책방에서 글을 썼다. 여자 손님들은 몇 권의 책을 산 뒤 30분 정도 책방에 앉아 있다가 나갔다. 오후 5시경에 외출했던 책방지기 부부가 돌아왔다. 이날 처음으로 사모님을 뵈었다. 책방지기는 사모님을 ‘악의가 없을 정도로 순수하지만, 그래도 당돌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내게 귀띔을 한 적이 있었다. 1월 7일에 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전망 좋은 책방’ 두 번째 이야기 참조)도 책방지기는 사모님을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부부가 책방 알바를 한 아들을 위해 붕어빵을 샀다. 나는 붕어빵 한 개를 얻어먹었다. 알고 보니 부부는 합천에 있는 해인사에 갔다 왔다. 책방지기와 한 20분 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이 글은 오늘 새벽에 썼다. ‘새벽 글쓰기’가 왜 좋은지 알겠구먼. 토요일의 책방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것이지만, 그날에 있었던 일들은 내겐 특별해 보인다. 기록하는 일을 자꾸 미루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다 잊어버린다. 책방 이야기를 쓸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왜냐하면 그날 있었던 일들, 살면서 느낀 것들을 꾸밈없이 쓸 수 있어서 좋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를 위해서 조금 과장되게 쓴 것도 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진짜 있었던 일처럼 꾸미지 않았으며 절대로 그렇게 쓰고 싶지도 않다. 책방에 있으면서 느낀 희로애락을 꾸준히 기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