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 - 북클럽 운영자의 기쁨과 슬픔
김민영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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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전국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방역 조치가 시행되면서 117일까지 5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된다. 책 모임이 진행되는 장소인 책방도 예외가 아니다. 카페를 겸업하는 책방 안에서 음료를 마실 수 없다. 포장 주문만 가능하다. 책상에 앉아서 책도 읽을 수 없다.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잖은가. 책방이 잠시 문을 닫아도 좋은 책을 읽으면서 좋은 인간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책 모임에 꾸준히 참여한 회원들이다. 책 모임 회원들은 비대면 책 모임(화상 회의)을 꾸리면서 코로나로 인해 식을 뻔한 관계의 온기를 유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책 모임에 참석하려면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안 읽고 오면 대화의 장에 합류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사람은 책 모임이 마칠 때까지 입을 잘 열지 않는다. 간혹 책 이야기 대신에 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뜬금없어 보이지만,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어쩌다가 책과 관련된 이야기와 연결된다. 비록 우연히 얻어걸린 거겠지만. 그래도 절묘하게 모임을 진행하는 것도 흐트러짐 없이 대화 분위기를 잘 이어가게 만드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그렇지만 책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은 회원은 책 밖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책 모임 회원들은 책 모임이 있는 날이 항상 즐겁고 행복한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 하지만 관계의 온기가 한순간에 식어버리는 날도 온다. 책은 안 읽었으면서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 회원이 얄밉다. 자신이 똑똑하다는 걸 뽐내는 사람은 꼴 보기 싫다. 내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책 모임은 예측 불가능한 자리다. 그래서 책 모임을 하고 싶어도 하겠다고 차마 말을 못 꺼내는 사람이 있다. 모임에서 만난 특정 인물을 미워하거나 모임 분위기에 실망하면 다음 모임에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15년 동안 책 모임을 꾸려온 김민영 작가는 한때 책 안 읽고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을 미워했다고 실토했다. 김 씨는 과거에 자신이 독선에 빠진 독서광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가 쓴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는 책 모임의 민낯을 솔직하게 보여준 책이다. 김 씨는 그동안 책 모임을 꾸리면서 실수했던 자신의 행동을 먼저 되돌아본다저자는 지금까지 책 모임 운영자의 위치에 서면서 책 모임을 진행해왔다. 그래서 모임 도중에 의견들이 충돌하여 아찔했던 순간과 책 밖의 이야기가 넘쳐서 모임 회원들이 삼천포로 빠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저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또는 아예 잊고 싶은) 최악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책 모임 진행 방침들을 정했다자기 생각과 일치한 상대방의 의견에 무조건 맞장구치지 말 것. 한쪽의 견해에만 치우치는 모임 분위기를 만들지 말 것. 책 모임 운영자는 덜 놓치는 사람이자 더 듣는 사람이다(101). 저자는 책 모임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계의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 한 권의 책보다 중요하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책 모임이 즐거워진다저자의 책 모임 진행 방침은 즐거운 책 모임을 원하는 회원들도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는 책 모임이 있는 책방에 반드시 있어야 할 책이다. 이 책만 있으면 책 모임의 분위기를 잘 몰라서 참석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책 모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책방지기에게 도움을 준다. 나는 담담책방을 지키고 있는 책방지기에게 이 책을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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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1-06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궁 모임도 지난 1년간 못하고
있네요. 삶의 유일한 낙 중의
하나였는데 말이죠.

어서 속히 코로나가 물러 가고
책모임이 재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보다
닝겡이 중요하다, 공감합니다.

cyrus 2021-01-06 19:36   좋아요 2 | URL
최근에 인스타를 통해서 달궁의 근황을 확인했어요. 비대면 모임이 있었던데, 그 모임에 무당광대님도 있더라고요. 정말 반가웠어요. 달궁에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아요. 제가 얼른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서 일하는 데 어느 적응이 되면 서울에 가볼 생각이에요. 그때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겠죠? ^^

붕붕툐툐 2021-01-0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월 도서관이 문을 닫은 이후로 갖지 못했던 독서모임을 10월부터 온라인으로 다시 시작했어요. 사람도 책도 온기도 축소된 느낌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제가 적응해야 하는 거겠죠? 책 읽고 대화를 나눈다는 건 늘 좋아요~ 여기 북플을 포함해서요!!^^

cyrus 2021-01-08 10:57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런데 저는 책 모임이 북플보다 좋아요. 제가 꾸준히 참석하는 책 모임의 멤버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잘 경청하는 편이에요. 그분들은 좋은 사람이고, 그분들을 만난 저는 운이 좋은 거죠. 북플에도 이런 분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시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상 폐쇄적인 성향을 지울 수 없어요. 친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성향. 비판을 부담스러워하는 성향.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와 친한 사람이 비판을 받으면 그 사람을 보호해주려고 하고, 반대로 친한 사람이 타인을 비판하면, 친한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상황. 저는 알라딘 서재로 시작해서 지금의 북플을 이용하기까지 그런 상황을 많이 봤고, 겪었어요. 그래서 작년 후반기에 북플의 한계를 느꼈고, 저 또한 북플의 폐쇄적인 분위기에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걸 인식했어요. 그런 이유로 작년 몇 달 동안 북플에 접속하지 않았어요. 책 모임 활동에 매진했어요. 물론 책 모임도 멤버 구성에 따라 폐쇄적인 성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책 모임을 통해 만난 분들은 확실히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해주고, 피드백도 잘 해줍니다. ^^

붕붕툐툐 2021-01-08 21:56   좋아요 1 | URL
오홍~ 그런 경험이 있으셨군용~ 저도 제일 처음 독서모임을 시작했을 땐 북플에 뜸했었어요. 실제로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경험은 정말 강력한 거 같아요~ 특히나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다니 정말 축하할 일이지요~
저는 지금은 폐쇄적인 분위기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중이라.. 언젠가 사이러스님이 느끼셨던 걸 느끼게 될 날이 오기는 할까 싶네요~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