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내 날씨가 쌀쌀하다. 기상예보가 정확하다면 이번 주 후반에 한파가 오고, 눈이 내린다.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질 기세다. 이상 한파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일 수 있다. 그런데 과학자와 환경주의자 들은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제프리 베넷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 (사람의무늬, 2020)
* 앤드루 슈툴먼 《사이언스 블라인드: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바다출판사, 2020)
*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300년 전통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경제학의 바이블,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김영사, 2018)
기후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기상청이 내일 날씨도 정확하게 못 맞히는 판국인데 과학자들이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지구 온난화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과연 이들의 입장이 타당한지 살펴보자.
그들의 입장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또는 지구 온난화 부정론자)의 견해와 같다. 날씨는 매일 변하는 기상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날씨가 따뜻하다’, ‘날씨가 춥다’, ‘날씨가 흐리다’ 식으로 표현한다. 기후는 장기간에 발생한 날씨의 평균값이다. 사막에 가끔 비가 내릴 때도 있다. 그래도 사막의 기후는 건조하다. 기상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사막의 평균 날씨를 확인했다. 그들은 날씨와 관련된 데이터를 모아서 만든 기후 모델(climate model)을 이용해 사막의 기후를 예측한다. 다음 날에 사막에서 비가 내릴 확률은 사막의 건조한 날씨가 다음 날에도 이어질 확률보다 적다. 기상청의 틀린 예보를 믿지 않는 사람도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진실에 수긍한다(그렇다고 데이터를 너무 믿어도 안 된다. 데이터가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사막은 건조 지역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매일 눈으로 확인하며 몸으로 느끼는 날씨와 차원이 다른 거시적 현상이다. 날씨와 기후,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사용하면 자칫 두 단어의 의미가 같다고 오해할 수 있다. 기상학자들은 현재 기후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탁월한 기후 모델을 이용한다. 따라서 그들은 지구 온난화가 미래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기 위해 내세운 이유는 다양하다. 온실가스가 아닌 태양의 빛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설, 지구 온난화를 위기가 아닌 인간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기회로 보는 낙관론,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에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들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과학적 근거를 활용하여 반박한다.
직관은 과학 비전공자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까지 ‘바보’로 만든다.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은 복잡한 특정 현상을 자세하게 보지 않는다. 인간이 아무리 뛰어난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해도,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복잡하게 생각하는 상황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이 ‘충동적이며 직관적인 사고방식’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신중하게 추론하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을 오로지 직관에 의존해서 판단한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열두 가지 직관적 이론들을 소개한 책이다. 직관적 이론이 아주 그럴싸한 진리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직관적 이론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직관의 힘을 여전히 믿는 사람에게 《사이언스 블라인드》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추천하고 싶다. 과학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전에 반드시 직관적 이론을 마주치게 된다. 직관적 이론을 건너뛴 채 과학적 현상이라든가 과학 이론을 단번에 이해하는 사람은 절대로 없다! 지구 온난화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다. 그런데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지구 온난화의 과학을 잘 모르거나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 자체를 부정한다. 최악의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면서 화석 연료 기업의 편에 선다.
* 《한국 스켑틱 10호: 지구 온난화의 과학》 (바다출판사, 2017)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스타 토크: 천체 물리학자 닐 타이슨의 과학 토크 쇼》 (사이언스북스, 2019)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의 저자는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을 가리켜 ‘회의론자’라고 부른다. 저자가 그 명칭을 쓴 것은 부당하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회의론자들은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를 의심하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 나는 ‘회의론자’ 대신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라는 표현을 썼다. 2017년에 발간된 《한국 스켑틱(Skeptic)》 10호의 표제는 ‘지구 온난화의 과학’이었다. 회의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과학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한 이 잡지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한 글이 실려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한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회의주의자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기관 ‘스켑틱 협회’의 소속 회원이다. 《스타 토크》는 그가 진행하는 과학 토크 쇼 이름이자 이 방송에 소개된 내용을 정리한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의 3장에 타이슨이 지구 온난화를 설명한 내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