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연말 모임이 있다. 총 여덟 명의 인원이 모임에 참석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각자 음식을 가져와서 함께 먹는 ‘포틀럭 파티’는 열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모임에 참석하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참석자는 책방에 출입하기 전에 발열 체크를 해야 하며 출입 명부에 개인 정보를 기입해야 한다.
오늘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내년에 읽을 열두 권의 책을 당일 선정해서 공개하는 일이다. 오늘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책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후보 도서는 총 아홉 권이다. 작년보다 저조한 권수이지만 이 아홉 권의 책 모두 내년 독서 모임 필독서에 선정되리란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서재를 탐하다’와 ‘읽다 익다’ 책방지기님 두 분이 고른 책들(두 책방지기님이 고른 책이 어떤 건지, 그리고 몇 권인지 모임 참석자들은 모른다)도 후보 도서로 포함되기 때문에 책 선정 과정에 변수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는 책 한 권만 추천했다. 원래는 문학 분야 책 1권, 비문학 분야 책 1권을 추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올해 2월에 읽어야 할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필자가 비문학 분야 도서로 추천한 책인데, 하필 그달에 코로나 감염 확산이 심했던 시기라 모임이 내년 2월로 연기됐다. 그래서 이번에 일부러 문학 분야 책 1권만 골랐다. 필자는 한 권의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열심히 쓰는 편이다. 비록 필자가 고른 책은 아직 안 읽은 거라서 작가와 내용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선정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책을 소개했다.
*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2021년 ??월의 책]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2019년 6월)
*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2021년 2월의 책]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창비, 2019년 7월)
[추천 글]
내년 독서 모임을 위한 필독서를 고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왜 어렵냐면 저는 ‘안 읽은 책’, ‘읽고 싶은 책’이 아닌 ‘한 번 이상 읽은 책’을 필독서로 반드시 고르는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나를 관통하는 책’이 몇 권 있긴 합니다만, 전부 비문학 분야의 책이라서 후보에 제외했습니다. 내년 2월의 책이 제가 추천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서 저는 문학 분야의 책 한 권만 고르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곰곰이 생각해봐도 ‘나를 관통하는 문학 분야의 책’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원칙을 어기고, ‘안 읽은 책’, ‘읽고 싶은 책’을 골라봤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약칭 ‘빛의 속도’)은 제가 ‘안 읽은 책’이고, ‘읽고 싶은 책’입니다. 아시다시피 《빛의 속도》는 2019년에 가장 많이 인기를 얻은 책 중 한 권이고요, 독자와 북튜버(‘겨울책방’의 김겨울 씨는 《빛의 속도》를 ‘최고의 책’이라고 손꼽았습니다)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소설입니다.
*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 2020년 5월의 책]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개정판, 문학동네, 2020)
작가가 쓴 또 다른 단편 소설 「인지 공간」은 읽어봤어요. 이 작품은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에 실려 있습니다. 《빛의 속도》에 수록된 일곱 편의 단편과 「인지 공간」 모두 SF 소설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SF를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부르는데, 그 속에는 ‘공상’과 ‘과학’만 있는 게 아닙니다. 철학, 사회 문제, 그리고 우리 일상의 모습(현재의 모습과 언젠가 다가올 미래의 모습)까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만큼 SF는 단순히 흥미진진하고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들에게 생각거리를 주는 묵직한 이야기입니다. 《빛의 속도》가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얇지만 밀도 있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책이 필독서로 선정된다면 큰 인기를 얻게 된 요인과 각 단편소설의 매력, 좋은 점 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발제를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역대 선정 도서를 다 알지 못하지만, 여러분이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서 읽은 책 중에 젊은 국내 작가의 소설을 본 적이 없었어요. 저는 그동안 외국 문학을 편식하듯이 읽어왔던지라 이제 국내 문학에 주목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빛의 속도》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