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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 평전 - 시인의 마음으로 자연의 경이를 증언한 과학자
린다 리어 지음, 김홍옥 옮김 / 샨티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평점
4.5점 ★★★★☆ A
두 개의 명제로 새로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형식을 ‘삼단논법(syllogism)’이라 한다. 우스갯소리로 유명한 책 중 하나인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삼단논법으로 설명하면 이렇게 된다.
대전제: 고전은 지루하다.
소전제: 《침묵의 봄》은 고전이다.
결론: 《침묵의 봄》은 지루하다.
삼단논법이 틀리지 않으려면 대전제와 소전제 모두 정확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오류를 범하거나 억지 결론이 나온다. 똑똑한 사람은 이 삼단논법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고전을 읽는 경험이 생소한 사람들은 ‘고전은 지루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고전은 지루하다’는 대전제는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며 편견이다. 논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반면 소전제는 문제없다. 《침묵의 봄》은 20세기 환경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고전이다.
그래도 《침묵의 봄》을 한 번쯤 읽어본 독자들은 읽는 내내 지루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면 《침묵의 봄》을 재미있게 읽을 방법이 있을까?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침묵의 봄》을 쓴 R. 카슨(Rachel Carson)의 일생, 그리고 《침묵의 봄》 집필 과정을 알면 《침묵의 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11)의 서문을 쓴 린다 리어(Linda Lear)는 1997년에 출간된 《레이첼 카슨 평전》(Rachel Carson: Witness for nature)의 저자다. 번역본은 2004년에 나왔는데 절판되었다. 린다 리어의 카슨 평전은 《침묵의 봄》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 ‘방대한 주석’이다. ‘방대한’이라는 형용사를 쓴 이유는 평전이 두껍기 때문이다. 700쪽이 넘는 ‘벽돌 책’이다. 무리한 요구일 수 있겠지만, 《침묵의 봄》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카슨 평전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리어가 쓴 《침묵의 봄》의 서문은 카슨 평전을 요약한 글이다. 서문에 언급된 카슨의 일대기와 업적은 평전에 담긴 내용의 반에 불과하다.
이제는 카슨과 그녀의 대표작 《침묵의 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고, 《침묵의 봄》을 어떻게 썼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전에 나도 카슨과 《침묵의 봄》을 표면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평전을 읽으면서 카슨이 정말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가진 작가이자 숲과 바다를 좋아한 과학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침묵의 봄》을 함께 읽으면서 만나고 있는 지인이 있는데, 그가 모임 후기를 썼다. 그는 후기에 ‘《침묵의 봄》이 출판되면서 카슨은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라고 식으로 썼다. 대중이 《침묵의 봄》에 주목하자 기자와 학자들은 카슨의 성별과 외모를 트집 잡아 비난했다. 하지만 카슨과 《침묵의 봄》은 전문가와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 받을 정도로 부당한 평가를 받지 않았다. 《침묵의 봄》이 카슨의 대표작으로 알려지다 보니 어떤 사람은 카슨이 《침묵의 봄》을 써서 명성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침묵의 봄》을 쓰기 전에 카슨은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졌다. 카슨을 유명하게 만든 책이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코리브르, 2018)다.
카슨은 생태계에 관한 글이나 책을 쓰면서 조류학자와 생태주의자들을 자주 만났다. 자연을 사랑한 이들은 화학 살충제의 유해성을 경고한 카슨을 지지했고, 카슨이 책을 쓰는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카슨 사후에 《침묵의 봄》이 전 세계 환경 운동에 미친 파급 효과가 상당히 커서 그렇지 카슨이 살아있던 당시에도 《침묵의 봄》의 긍정적인 영향력은 높았다. 카슨이 ‘여자’라는 이유만 가지고 《침묵의 봄》에 흠집 내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카슨은 그런 비난만 받으면서 고통스럽게 작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인이 카슨 평전을 읽었다면 카슨의 삶을 제대로 소개했을 것이다.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이 있다. 책을 쓴 저자를 알면 알수록 사랑하게 되고, 저자가 쓴 책이 더욱 재미있어진다. 카슨 평전을 읽으면 《침묵의 봄》에 드러나지 않은 카슨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읽는 순서가 어떻든 간에 《침묵의 봄》과 카슨 평전을 함께 읽으면 평전이 더 재미있다고 느낀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카슨을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 Mini 미주알 고주알
* 29쪽
목사의 두 딸 가운데 공부를 더 잘한 마리아 맥린은 1997년 우등으로 졸업하더니 다시 워싱턴 대학의 고등 과정에 입학했다.
정확한 연도는 1897년이다.
* 37쪽
카슨은 한 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숲과 과수원을 거닐면서 봄 날씨를 즐기기도 하고 꽃이나 새, 곤충의 이름을 익히기도 했다. 모녀가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갈수록 더 길어졌다. 장녀 마리안과 장남 로버트가 없는 시간이면 둘은 함께 집안일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치고, 마리아가 <엄마 거위>라는 시에 곡을 붙인 노래도 불렀다. 두 사람은 숲에서 본 것, 특히 새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더 구스(Mother Goose)는 구전 동요 모음집의 제목이다. ‘Mother’를 직역하면 ‘엄마’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마더 구스의 우리말 제목은 ‘거위 아줌마’다.
* 362쪽
카슨의 답변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물어온 것에 대한 공식 대응으로서, 고심 끝에 내놓은 교묘한 절충안이었다. 이 답변에서 카슨은 자신의 깊은 영성을 숨기는 한편, 창조자와 진화 과정에 대한 생각은 단순화해서 표현하고 있다.
‘을’의 오자.
* 493쪽
시민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주 정부 기관이나 연방 정부 기관은 코방귀도 뀌지 않고 이듬해에 살포 계획을 확대 강행하기로 했다.
‘콧방귀’의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