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7월 3일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쓴 글이다.
매주 한 번씩 동네 책방에 간다. 책방이 된 건물은 원래 노부부가 운영했던 사진관이었다. 작년에 남편이 사진 찍는 일을 그만두면서 사진관은 책방으로 변신했다. 책방 건물 바로 뒤편에 노부부가 사는 집이 있다. 책방 건물과 노부부의 집은 세워진 지 상당히 오래됐다. 그래서 집 밖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은 노부부와 책방에 있는 사람들(책방지기,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책방에 뒷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면 노부부가 사는 허름한 집과 화장실이 나온다. 가끔 화장실을 사용한 책방 손님들이 화장실 전등을 끄는 것을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갑자기 책방 뒷문을 확 열고 들어오면서, 화장실 전등을 끄고 가라면서 잔소리한다.
재래식 화장실 안은 상당히 비좁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몸집이 조금이라도 크면 용변을 보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이 펼쳐진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머리를 살짝 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틀 위쪽에 머리를 부딪쳐 다칠 수 있다. 책방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책방에 자주 방문하면서 화장실 사용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정 요일이 되면 책방에서 독서 모임과 그림 그리기 모임 등이 진행된다. 그 와중에 나는 눈치 없이 책방에 와서 나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내가 항상 앉는 자리가 있다. 그 자리는 1인 또는 2인 손님이 앉을 수 있으며 화장실로 향하는 책방 뒷문 근처에 있다. 나는 자리에 한 번 앉으면 독서나 글 쓰는 일에 몰입한다. 내 일에 몰입하게 되면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을 보지 못한다. 한 번은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화장실 문을 열 뻔한 적이 있었다. 그 화장실 안에는 책방 모임에 참석한 여성이 있었고, 그분은 다급한 목소리로 ‘안에 사람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당황해서 그분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이 책방으로 돌아갔다.
그날 화장실에 있었던 여성은 나보다 더 많이 놀랐을 것이다.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 화장실 어딘가에 불법 촬영 장비가 설치되어 있을까 봐 두려워한다. 성별이 분리되지 않은 책방의 재래식 화장실은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문제의 화장실이 노부부 소유의 건물 안에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내가 경험했던 아찔한 그 순간을 생각하면, 재래식 화장실은 여성이 안심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재래식 화장실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방 뒷문에 누군가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표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 반드시 뒷문을 잠그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안심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뭐든 시도를 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본 뒤에 책방지기에게 화장실 이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건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