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헌책방이 사라지는 일은 이제 낯설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다. 현재 대구시청 근처에 있는 헌책방은 3곳이다. 동양서점, 평화서적, 국제서적이다. 교동네거리로 가서 좌회전하면 헌책방 2곳(대륙서점, 규장각서점)이 있다. 하지만 헌책방이 있던 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두 곳 모두 문을 닫게 되었고 지금은 건물 형체조차 볼 수 없다. 그곳에 가면 커다란 철의 장막만이 있을 뿐이다.
대구시청 주변은 한때 대구역 지하도와 남문시장 주변과 더불어 헌책방들이 많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6·25 전쟁 이후 대구시청 근처에 노점상 형태의 헌책방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장사가 잘되면서 대구역 지하도에 헌책방이 생겼다. 대륙서점은 50년이 훌쩍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노포(老鋪)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이곳 역시 문을 닫고 말았다. 헌책의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남은 가게들이 명맥을 이어가는 방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의 헌책방 활성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륙서점 다음으로 많이 가는 곳이 동양서점이다. 주인장은 다리가 불편한데도 매일 가게를 연다. 이곳에 가면 최소 책 한 두 권을 무조건 구입한다. 그래도 매번 가게에 갈 때마다 성과가 있는 건 아니다. 작년에 빈손으로 가게를 나온 일이 두 번 있었다. 어제 동양서점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상태가 아주 좋은 《러브 미스테리》(비전, 1993)이라는 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러브 미스테리》는 사랑을 주제로 한 외국 작가들의 미스터리 단편 소설을 모은 책이다. 책을 엮은 사람은 장르문학 전문 번역가인 故 정태원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좀 더 읽고 나서 리뷰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