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사랑
루이자 메이 올콧 / 창작시대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1997년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 붉은색 노트가 발견되었다. 그 노트 표지 안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17세에 쓴 내 최초의 소설, 하이 세인트 보스턴에서.

 

노트 제목은 ‘The Inheritance(상속)이다. 이 노트를 쓴 사람은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이다. 노트의 정체는 올컷이 열일곱 살이었던 1849년에 쓴 첫 번째 소설의 원고였다. 이 소설은 아주 특별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되었다. 번역자는 현재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공동 대표로 활동 중인 여성학자 임옥희.

 

 

 

 

 

 

 

 

 

아주 특별한 사랑17세기 소녀가 썼다고 믿을 수 없으리만치

훌륭한 성공작이다.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은, 상큼하기 그지없는 소설!

(Publisher’s Weekly)

 

 

작은 아씨들과 같은 성인 소설적 요소는 물론,

고딕풍의 세기말적 우수까지 묻어나는 감동적인 소설!

(New York Times)

 

 

 

 

아주 특별한 사랑의 여성 주인공 에디스 애들런은 가난한 가정교사다. 그녀는 해밀턴 부인의 저택에 살면서 일을 하는데, 부인의 조카 아이다 해밀턴은 귀족 남성들로부터 사랑받는 에디스를 미워한다. 하지만 에디스는 귀족 남성과의 연애에 관심이 없다. 그녀는 아이다의 계략에 빠져 절도범으로 오해받아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아이다가 에디스에게 누명을 씌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밀턴 부인은 해고 결정을 취소하고 에디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에디스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도 밝혀진다. 에디스는 해밀턴 가의 상속자라였다. 그리하여 에디스는 해밀턴 가의 혈육이 된다. 에디스가 친구로 지내온 월터 퍼시 경의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소설은 행복한 장면으로 끝난다.

 

아주 특별한 사랑은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에디스는 가부장적인 남성과 젠더 위계에 순응하는 로맨스 소설의 여성 주인공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그녀는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남자의 구애를 거절하는 이유를 소신 있게 밝힌다. 그러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퍼시는 자신이 차라리 농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에디스는 남성들에게 늘 보호받는 아리땁고 연약한 여성이 아니다. 산책하다가 절벽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 해밀턴 부인의 딸 에이미를 구한 사람이 에디스다. 재미있는 점은 그녀들과 동행한 남자들의 반응이다. 퍼시와 함께 산책한 아서는 에이미의 친오빠다.

 

 

  그들은 황급히 소리가 들려 온 쪽으로 뛰어갔다. 에디스가 시체처럼 핏기 없는 얼굴로 절벽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벼랑 아래로 내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파른 절벽의 옆구리는 강물과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쪽에 에이미가 가느다란 넝쿨을 잡고 매달려 있었다. [중략]

  “어떻게 에이미를 구하지?”

  아서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절망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저기까지 어떻게 내려가지? , 맙소사, 퍼시! 손놓고 앉아 죽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진정해, 아서. 에이미를 겁먹게 해서는 안 돼.”

  퍼시 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위아래로 열심히 살펴보면서 친구를 달랬다.

  “저 넝쿨에 의지해서 아래로 기어 내려갈 수도 있을 거야. 아니야, 에이미가 있는 곳까지 내려가기는 힘들어. 신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나? 별다른 방법이 없을까?”

  “있어요.”

  에디스가 벌떡 일어나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제4장 41)

 

 

남자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에디스는 내면에 숨겨진 용기와 번뜩이는 기지로 에이미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퍼시는 용감한 에디스에게 한눈에 반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는 페미니스트가 있을까. 열일곱 살 올컷은 남성 주인공이 위험에 빠진 여성 인물을 구출하는 기존 로맨스 소설의 통념을 비튼다. 남성 주인공보다 용감한 여성 주인공. 그리고 남성 주인공은 여성 주인공의 외모가 아닌 용감한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올컷은 청빈하고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아주 특별한 사랑에서도 청교도적 가치를 강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소설은 올컷의 습작기에 나온 작품이다. 기존의 유명한 문학 작품을 참고하면서 글 쓴 작가의 흔적이 역력하다. 출생의 비밀, 청교도적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 죽음의 위기에 처한 인물을 구해내는 용기, 부유한 남성과 결혼한 가정교사. 에디스의 이런 행적은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가 창조한 제인 에어(Jane Eyre)와 흡사하다. 어린 올컷은 처음 써본 중편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원고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일까. 첫 번째 소설이 되어야 할 아주 특별한 사랑148년 동안 올컷의 책상 서랍과 도서관에 잠들게 된 이유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올컷은 자신의 소중한 첫 작품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녀는 중편 가면 뒤에서(Behind a Mask, 1866)를 쓸 때 아주 특별한 사랑의 뼈대를 가져왔다.

 

 

 

 

 

Trivia

 

* 125

피그맬리언갈라티아

피그말리온(Pygmalion)갈라테이아(Galatea)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ngela 2020-03-15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작은 아씨들> 신판이 나와서 구입했는데, 이 책도 구하고 싶네요.^^

cyrus 2020-03-15 18:17   좋아요 0 | URL
이 책 두 권이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어요. 그곳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어요. 가격이 정말 싸요. ^^

비로그인 2020-05-1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렴한 중고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택배비가 더 나가는 게 흠이죠.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이 별 3개정도 밖에(6점 정도?) 안 되나요? 치명적 사랑도 그리 높은 평점이 아니던데.. 작은 아씨들이야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것과 관계 없이 8점대 이상은 기본인데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