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 현대미술의 여섯 가지 키워드
오시안 워드 지음, 이슬기 옮김 / 그레파이트온핑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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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혼자 보는 미술관의 저자인 미술평론가 오시안 워드(Ossian Ward)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 책에서 백지상태를 의미하는 단어인 타블라 라사(TABULA RASA)를 강조한다. 선입견이 없는 상태로 그림을 보라는 것이다. ‘타블라 라사는 열 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인데, 이 책에서는 작품 감상과 관련된 열 가지 공식의 앞 글자를 뜻하기도 한다. ‘TABULA’시간(Time), 관계(Association), 배경(Background), 이해하기(Understand), 다시 보기(Look Again), 평가하기(Asses)를 의미한다. ‘RASA’리듬(Rhythm), 비유(Allegory), 구도(Structure), 분위기(Atmosphere). 이 공식들은 20세기 이전에 나온 고전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미술 작품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혼자 보는 미술관이 국내에 출간되기 전에 이미 현대미술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을 설명한 워드의 책이 나왔다. 책 제목은 TABULA: 현대미술의 여섯 가지 키워드. 원제는 ‘Ways of Looking’이다. 이 제목을 보자마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을 느낀 독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존 버거(John Berger)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을 읽었거나 그 책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1972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미술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책이다. 이 책 역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을 알려준다. 버거는 작품을 감상하려면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작품을 미술사적 의의로부터 분리하고자 했다. 미술평론가들이 작품에 부여한 미적 가치와 해석들에 의존하지 않고 그림을 바라보는 감상법을 제시했다. 워드는 이 책에 영감을 얻어 ‘TABULA RASA’라는 미술작품 감상 공식을 만들게 된다.

 

TABULA: 현대미술의 여섯 가지 키워드혼자 보는 미술관의 전작이라 할 수 있다. ‘TABULA’는 현대미술 작품에 접근하기 위한 여섯 가지 열쇠이다. 현대미술은 관람객들을 당혹스럽게 할 정도로 난해하며 공격적이다. 그리고 현대미술 작품에서는 그것을 만든 창작자와 그 작품을 보려는 관람객 간의 경계가 없다. 관람객이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가 될 수 있다. 현대미술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워드가 말한 대로 현대미술 작품도 백지상태, 즉 영(zero)의 상태로 감상하면 된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반응과 생각들을 미술평론가들의 해석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가면서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한다. 워드는 이런 미술 전문가들이 현대미술의 문턱을 터무니없이 높아지게 만든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워드 자신도 전문가의 한 일원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현대미술에 대한 선입견(‘현대미술 자체가 어렵다’, ‘미술을 공부해본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고급문화’)을 해체하기 위해 ‘TABULA’를 제시한다.

 

그러나 ‘TABULA’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나온 다양한 반응들은 무조건 정답이 될 수 없다. ‘TABULA’를 모든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완벽한 공식으로 여겨선 안 된다. 이러한 생각들은 미술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선입견이 될 수 있다. 열쇠를 너무 오래 쥘 필요가 없다. 우리가 열려고 하는 현대미술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TABULA’ 열쇠가 맞지 않는 기상천외한 작품들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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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2-0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쇠를 너무 오래 쥐어선 안 된다 ^^

cyrus 2020-02-03 20:28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장은 나름 기발한 문장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초란공 2020-02-0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보는 미술관을 쓴 분이군요.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20-02-03 20:30   좋아요 1 | URL
<혼자 보는 미술관>을 읽다가 예전에 저자의 또 다른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내용의 순서에 상관없이 <혼자 보는 미술관>, <TABULA> 순으로 읽어도 됩니다. ^^

2020-02-0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2-03 20:33   좋아요 1 | URL
설 연휴 때 연락한다는 게 깜빡 잊고 못했네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른 사라져야 할텐데... 날씨가 좋아지면 한 번 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