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레시아(rafflesia)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다. 이 식물은 독특한 외양을 자랑한다. 줄기도, 잎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뿌리도 없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건 5개의 잎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적갈색의 꽃뿐이다. 이 거대한 꽃을 피우기 위해 다른 식물의 줄기나 뿌리에 기생하면서 자란다. 꽃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난다. 이 꽃이 내뿜는 고약한 냄새는 파리를 불러들인다. 파리가 수컷의 꽃가루를 암컷에게로 옮겨 수분이 이뤄진다.

 

 

 

 

 

 

그러나 개화 기간이 많아야 한 달 정도 걸리며 완전히 피어나도 일주일도 못 버티고 진다. 꽃이 지면 불에 타버린 것처럼 시커멓게 변한다.

    

 

 

 

 

 

 

 

 

 

 

 

 

 

 

 

 

 

 

 

 

 

 

 

 

 

 

 

  

* 샤를 보들레르, 김인환 옮김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문예출판사, 2018)

* 샤를 보들레르, 황현산 옮김 악의 꽃(민음사, 2016)

* 샤를 보들레르, 공진호 옮김 악의 꽃(아티초크, 2015)

* 샤를 보들레르, 윤영애 옮김 악의 꽃(문학과지성사, 2003)

    

 

 

보들레르(Baudelaire)의 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라플레시아다. 보들레르는 1857년 시집 악의 꽃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 시집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된다. 결국 여섯 편의 시를 삭제한 채 시집을 출판하라는 명령과 함께 보들레르는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자연이나 사랑, 예술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에서 시상을 찾던 당대 시인들과 달리 보들레르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추악한 현실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했다. 보들레르는 작가 겸 비평가인 테오필 고티에(Theophile Gautier)에게 보내는 악의 꽃헌사에서 지극히 겸허한 마음으로 이 병든 꽃을 바친다라고 쓴다. 그는 자본의 시궁창인 파리 한복판에 병든 꽃을 키우는 데 성공한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열린책들, 2009)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의 소설 향수(열린책들, 2009)의 주인공 그르누이(Grenouille)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픈 욕망에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향기를 탐한다. 보들레르는 ‘악의 꽃’을 위한 양분을 얻기 위해 파리 구석구석을 산책하면서 음산하고 퀴퀴한 냄새들을 모은다. 도시인들의 물질적 욕망에서 뿜어 나오는 꺼림칙하고 불쾌한 냄새. 보들레르가 형제라고 말한 도시인들, 즉 위선적인 독자[1]들은 문제작이 된 악의 꽃에 흥미를 느낀다. 독자들은 도덕적으로 해로운 냄새가 나는 줄 알면서도 그의 시에 호기심을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시집을 통해서 그동안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추악한 욕망의 냄새를 맡는다. 악의 꽃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라플레시아의 악취에 홀린 파리와 같다. 오늘도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도시에서 붕붕 날아다니는 파리들은 18세기 중반 파리의 악취를 간직한 보들레르의 시를 읽는다.

 

   

 

 

[1]

 

제일 흉하고 악랄하고 추잡한 놈 있으니!

놈은 야단스런 몸짓도 큰 소리도 없지만

지구를 거뜬히 박살내고

하품 한 번으로 온 세계인들 집어삼키리.

 

그놈은 바로 권태! 눈에는 무심코 흘린 눈물 고인 채

담뱃대 빨아대며 단두대를 꿈꾼다.

그대는 안다,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자 독자여, 내 동류, 내 형제여!

 

(독자에게중에서, 윤영애 옮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0-01-09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서재의 달인 등극 축하드리며 새해복많이 받으셔요^^

cyrus 2020-01-20 08:22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카스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페크(pek0501) 2020-01-12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때 악의 꽃, 시집에 반했었죠. ㅋ

cyrus 님, 새해에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건필을 기원합니다.

cyrus 2020-01-20 08:19   좋아요 0 | URL
답글과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