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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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싶긴 한데, 도무지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 그림을 보긴 봤는데 느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는 왠지 창피하다. 슬쩍 다른 관람객들을 훔쳐보니 이 그림의 진가가 뭔지 알겠어라는 표정으로 그림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쯤 되면 그림 보는 눈이 없는 자신을 탓하며 미술관을 빠져나온다.

 

미술에 관심 있건 없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꽂이에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서양미술사가 꽂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된 지 무려 70년이나 흘렀다. 지금도 꾸준히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 도서로 거론되지만, 서양 문화에 대해 이해가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읽기에는 다소 어렵다. 이 책을 야심만만하게 집어 들었던 독자는 아마도 서론까지 읽고 책장을 덮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선사시대 미술에서 시작해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르네상스, 그리고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 각종 주의의 관문을 힘겹게 통과해야 한다. 미술사를 다루는 대개의 책이 그러하다.

 

미술을 공부하거나 그림을 제대로 보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두 개의 편견이 있다. 하나는 미술은 어렵다는 단순한 생각, 그리고 또 하나는 미술이 삶과 분리된 고급스러운 문화 또는 교양이라는 편견이다. 이 두 개의 편견을 정면 돌파하고 있는 책이 혼자 보는 미술관이다. 어떤 사람은 책 제목을 보면서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미술관에 혼자 가서 그림을 볼 수 있어요?’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미술이 어렵다는 편견에 매몰되어 있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기 전에 예습하는 차원에서 서양미술사와 같은 교양서를 읽는다. 교양을 쌓는 데만 지나치게 몰두하면 진이 빠진다. 예습을 철저히 한 상태에서 미술관으로 향한 사람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본의 아니게 복습한다. 이러면 그림을 볼 기회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진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술관에 가면 그림과 더 가까워진다.

 

혼자 보는 미술관그림 보는 행위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미술이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통념을 바꾸려 한다. 대부분 사람은 난해하기로 악명 높고 전통을 거부하는 현대 미술보다 형태 묘사를 중시하는 고전 미술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술관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그림 속에 화가의 생각과 그림 속 장면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그림을 해석하지 못하면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는 만큼 보이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까.

 

저자는 미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그는 미술작품을 읽으려고(해석하려고) 노력하기 전에 보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그림을 보는 법은 말 그대로 그림을 충분히 바라보는 것이다.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다. ,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 예습하지 말 것. 그림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으며 교양인만 누릴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체험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에 다가가서 내 마음대로 그림을 감상하면 된다.

 

저자는 고전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타불라 라사(T.A.B.U.L.A. R.A.S.A: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10가지 단계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단어다)를 제안한다. 타블라 라사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써지지 않은 서판을 뜻한다. 인간에게는 원래부터 어떤 관념 또는 지식이 새겨져 있지 않다는 생각을 철학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저자는 이 용어의 의미를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 적용한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선입견 없이 미술 작품을 만나게 되면, 미술 작품을 보면서 느낀 다양한 생각과 감동을 자신만의 빈 서판(Tabula Rasa)에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단순히 교양을 쌓기 위한 과정의 일부가 아니며 미술을 모른다고 해서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적극적으로 미술관의 중심에 서서 작품을 감상해야지 전문가의 작품 해석 및 평가나 큐레이터의 설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규모 전시장에 갔을 때 절대 줄 서서 앞사람을 따라가며 관람하지 말자. 작품 크기에 따라 작은 작품은 가까이서, 큰 작품은 멀리서, 앞뒤로 물러나며 봐야 한다. 줄 서서 보려 하다가는 눈앞에 있는 그림을 대충 보게 된다. 작품을 감상하는 기준은 철저히 나의 눈과 머리에 두자. 우리는 작품을 소유할 수 없지만, 마음대로 감상할 수는 있다. 우리는 작품을 만나면서 느낀 특별한 감동을 빈 서판에 채운다. 그렇게 우리는 예술가가 되어 간다.

 

 

 

 

Trivia

 

 

* 밀라노의 궁정화가로 일할 때 레오나르도는 산드로 보티첼리는 완벽한 여성의 영원한 이미지를 담은 <비너스의 탄생>을 그렸다. (149)

 

레오나르도는라는 표현이 빠져야 한다.

 

 

* 유럽 출신 작가의 미술작품이 다수 소개되어 있지만, 이 책에 유일하게 소개된 동양 출신 작가의 작품이 있다. 그 작품의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이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직접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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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12-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 푱~

cyrus 2019-12-23 22:02   좋아요 0 | URL
내용이 어렵지 않아요. 책을 구입하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

stella.K 2019-12-1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래에 보기 드문 행보로군. 네가 이렇게 드문드문 나타나다니...
무슨 좋은 일이라도...?

cyrus 2019-12-23 22:01   좋아요 0 | URL
딱히 좋은 일은 없어요. 별 일 없이 잘 살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