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고독
올리비에 르모 지음, 서희정 옮김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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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혼밥혼술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혼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왜 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는 있겠지만 우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는 연인들도 수시로 티격태격하고, 오래 산 부부나 친구 사이에도 다툼이 생긴다. 그럼에도 우리가 관계 맺기를 지속하는 이유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대로 생각한다. 온라인 관계 맺기에는 몰두하면서도 오프라인 관계 맺기는 어색하고 불편해한다.

 

그렇다면 혼자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관계 맺기는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들이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발적 고독은 이러한 현실적 고민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표제이자 주제인 자발적 고독은 스스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비혼의 의미와 다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비혼과 관련이 없다. 자발적 고독은 군중의 생각과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따르면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고독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가족이나 집단생활에 익숙한 인간에게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막상 혼자서 살게 되면 망설이게 되고 걱정이 많아진다. ‘고독이라는 단어는 외로움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묻어나 있다. 요즘 언론은 1인 가족의 삶에 조금씩 드리워지고 있는 어두운 그늘인 고독한 죽음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독한 죽음이라는 신조어를 나이 들어서 쓸쓸하게 혼자서 죽음을 맞는 현상이라고 정의를 해왔다. 그러나 고독한 죽음이 노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해가 갈수록 혼자 사는 중장년층의 사망률은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외롭게 살다가 쓸쓸하게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자발적 고독은 혼자 살기에 대한 과도한 낭만이나 오해 섞인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풍요로운 고독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발적 고독을 선택한 사람들의 공통점에 주목하는데, 그들은 단절(혼자 살기)과 연결(관계 맺기)이 적절하게 양립된 삶을 살았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몽테뉴(Montaigne) 등이 있다. 소로는 월든(Walden)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2개월을 살았다. 우리는 그가 호숫가 주변에 있는 자연을 벗 삼아서 혼자만의 정신적 풍요로움을 누려왔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 어떤 이는 소로를 사회와 군중을 냉소적으로 생각한 무책임한 인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발적 고독의 저자는 소로가 사회와 연을 완전히 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로는 고독을 선택했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한 발짝 물러선 채로 정의롭지 못한 사회 문제를 주시하면서 비판 의식을 키워갔다. 소로가 쓴 산문 월든 타인과의 교류와 자기와의 교류를 번갈아 맺는 삶의 방식을 풀어 쓴 글로 읽을 수 있다. 소로보다 훨씬 먼저 자발적 고독을 실천한 몽테뉴는 자신의 저택에 은거하면서 사색하고 글을 썼지만, 사회와의 연을 끊으라고 강조하지 않았다.

 

개인의 자유가 점차 확대되고 존중받는 사회적 흐름과 더불어 나타나는 자발적 고독은 이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처럼 바쁘게 살아온 우리 삶에 잠시 쉼표를 찍은 다음에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는 자발적 고독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발적 고독은 온전히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속도전에 지친 내 마음에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혼자서 충분히 즐기고 만족할 만한 삶을 살려고 하면 설득이나 하려는 듯 주변 사람들의 질문이 들어온다. “네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서 즐거운 고독이 아닌 무서운 고독한 죽음이 불현 듯 스쳐 지나갈 것이다. 자발적 고독은 혼자 살기를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혼자 살기의 장점을 알려주면서도 고독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는 완벽한 고독은 환상이라고 강조한다. 인간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린 상태에 혼자서 생활하는 것은 고독이 아니라 고립이다. 고립된 삶은 즐겁기는커녕 외로움만 가중시킨다. 세상과 단절된 생활에 익숙한 개인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며 성찰 의식을 상실한다. 그런 사람은 독단적인 고집쟁이로 변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을 타인에게 표출한다.

 

고독으로 포장된 고립또는 고립으로 변질된 거짓된 고독은 개인과 타인 모두를 괴로워하게 만드는 고문이다. 자발적 고독은 개인뿐만 아니라 타인,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연대 방식이다. 자발적 고독을 선택한 사람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다. 그들도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며 기꺼이 타인들과 연대한다. 상황에 따라 자기만의 안식처와 안식처 밖의 세상을 번갈아 드나들 필요가 있다. 외로움만 늘어나는 고독은 개인의 몸과 정신을 병들게 한다. 자발적 고독영원한 고독이 아니라 적당한 고독일시적인 고독에 가깝다. 관계 맺기에 능숙한 사람일수록 건강한 고독을 누릴 수 있다. 혼자 살고 싶은데 인간관계가 서툰 사람들은 과외를 받는다는 마음으로 자발적 고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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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9-10-1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한 고독_ 좋아. 저도 적당하게 고독하게 살아볼래요!

cyrus 2019-10-17 18:39   좋아요 0 | URL
누님은 이미 ‘건강한 고독’을 실천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ㅎㅎㅎ

2019-10-17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10-21 18:05   좋아요 0 | URL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때 혼자 가는 게 편해요. 저는 읽고(사고) 싶은 책 한 권을 고르는 데 적어도 30분 이상 걸려요. 동행하는 사람이 있으면 책을 천천히 살펴보지 못했을 거예요. ^^;;

AgalmA 2019-10-2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통의 장이라는 인터넷에서조차 댓글과 좋아요 포화를 피하고픈 ‘자발적 고독‘은 삶의 포지션 같은데요

cyrus 2019-10-28 17:54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글을 남기는 분들 대부분은 ‘자발적 고독’에 익숙할 거예요. 그런데 상대방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대화 자체를 피하는 행동을 ‘자발적 고독’으로 보기 어려워요. 이 책에 언급하지만, 그런 고독은 위험해요. 이기주의로 변질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