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 북스’는 2011년 아일랜드의 작가 로드 던세이니(Lord Dunsany)의 소설 《페가나의 신들》을 시작으로 해서 올해까지 총 11권의 던세이니 작품을 번역 출간했다. 작품 목록은 다음과 같다.
* [e-Book] 《페가나의 신들》 (2011년 10월)
* [e-Book] 《시간의 신들》 (2012년 6월)
* [e-Book] 《웰러란의 검》 (2013년 3월)
* [e-Book] 《몽상가의 이야기》 (2013년 8월)
* [e-Book] 《판의 죽음》 (2014년 11월)
* [e-Book] 《경이의 서》 (2015년 6월)
* [e-Book] 《경이로운 이야기》 (2017년 1월)
* [e-Book] 《세 반구 이야기》 (2017년 11월)
* [e-Book] 《꿈의 땅에서 온 이야기》 (2018년 4월)
* [e-Book] 《엘프랜드의 공주》 (2019년 8월)
* [e-Book] 《로드 던세이니 단편선》 (2019년 8월)
《페가나의 신들》과 《시간과 신들》은 단편집이며 완역본이다. 《웰러란의 검》, 《몽상가의 이야기》, 《판의 죽음》, 《경이의 서》, 《경이로운 이야기》, 《세 반구 이야기》, 《꿈의 땅에서 온 이야기》도 단편집이지만 몇몇 작품은 번역되지 않았다. 예전에 필자가 던세이니의 단편집에 수록된 이야기를 목록 형식으로 정리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던세이니의 단편소설 목록을 알고 싶으면 필자의 졸문을 참고하면 된다.
※ 「풍요 속의 몽상」 (2017년 4월 22일)
https://blog.aladin.co.kr/haesung/9295309
《로드 던세이니 단편선》은 9편의 단편집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수록한 합본이다. 던세이니는 단편뿐만 아니라 장편, 시, 희곡, 에세이까지 쓴 다작 작가이다. 《엘프랜드의 공주》(The King of Elfland’s Daughter)는 1924년에 발표된 장편 소설이다. 페가나 북스 공식 홈페이지에 이 소설을 간략하게 소개한 내용이 있는데, 그 내용에 보면 ‘던세이니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혼자서 던세이니의 작품을 번역하고 편집한 엄진 씨가 착각한 거로 보이는데 《엘프랜드의 공주》는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던세이니의 첫 번째 장편은 1922년에 발표된 환상소설 《Don Rodriguez: Chronicles of Shadow Valley》다.
《엘프랜드의 공주》는 공주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왕자(기사)를 주인공으로 한 중세 문학의 세계관이 반영된 소설이다. 얼(Erl) 주민을 이끌어갈 차기 군주인 알베릭(Alveric) 왕자는 엘프랜드 왕국의 공주 리라젤(Lirazel)과 결혼하라는 부왕의 명령을 받는다. 엘프랜드는 인간 세상과 차원이 다른 요정 왕국이다. 엘프랜드 사람들의 시간 개념은 인간이 생각하는 시간 개념과 다르다. 엘프랜드에서의 하루(24시간)는 인간 세상의 10년과 같다. 엘프랜드에서는 ‘시간이 흐른다’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 그곳에는 영원한 아름다움이 존재하며 엘프랜드 사람들은 변화와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리라젤은 아름다움을 손상시키는(노화) 시간의 힘을 두려워한다.
* 프리드리히 드 라 모테 푸케, 차경아 옮김 《운디네》 (지만지, 2013년)
* [개정판] 차경아 옮김 《환상문학 걸작선 1》 (자음과모음, 2013년)
* [구판 절판] 차경아 옮김 《완역판 낭만동화집 1》 (자음과모음, 2006년) [주1]
* [절판] 프리드리히 드 라 모테 푸케, 차경아 옮김 《물의 요정 운디네》 (문예출판사, 2006년)
* 프리드리히 드 라 모테 푸케 외 《물의 요정의 매혹》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07년) [주2]
인간을 사랑하는 요정(정령)은 오랫동안 유럽에서 신화, 전설 등에 자주 등장해왔다. 이 인물 설정은 낭만주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모티프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요정은 운디네(Undine)다. 운디네는 강이나 연못에 사는 물의 요정이다. 그녀는 영혼을 가지지 않았지만, 인간을 사랑해서 아이를 낳으면 영혼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 정착해서 살아가려는 요정에 제약이 따른다. 운디네와 결혼한 인간이 그녀를 욕하면, 그녀는 물이나 연못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별이 끝은 아니다. 이별보다 더 가슴 아프고 잔인한 비극이 나온다. 운디네의 전 남편이 재혼을 하면 운디네가 다시 나타나 그의 목숨을 빼앗는다.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 푸케(Friedrich de la Motte Fouque)의 《운디네》는 물의 요정과 인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이 작품이 보여준 ‘이성’ 영역의 인간(남성)과 ‘감성’ 영역의 요정(여성)의 갈등과 실패한 사랑은 후대 작가들의 동화 작품에 영향을 주었고, 이 설정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동화가 바로 안데르센(Andersen)의 《인어 공주》다. 《엘프랜드의 공주》의 알베릭과 리라젤의 사소한 갈등 역시 《운디네》에 나오는 비극적인 설정과 유사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설정은 독일 작가 푸케의 ‘운디네’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만들었다기보다는 요정이 나오는 모국(아일랜드)의 전설과 민담에 영감을 받았다고 보는 게 옳다.
* [e-Book] 《페가나 무크 Vol. 3》 (2019년)
《엘프랜드의 공주》와 《로드 던세이니 단편선》을 읽기 전에 ‘무료’로 볼 수 있는 《페가나 무크 Vol. 3》을 먼저 보는 것이 좋다. 던세이니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요약해서 정리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엄진 씨(무크지 본문에는 ‘엄정진’으로 표기되어 있다. 필명인가 아니면 본명인가?)가 추천하는 던세이니 단편 10편이 소개되어 있다.
[주1] 구판에 오자 몇 개가 보인다.
[주2] ‘물의 요정’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과 시가 다섯 편씩 수록되어 있다. 다섯 편의 소설과 시를 쓴 사람 모두 독일인(루트비히 티크, 괴테, 푸케, E. T. A. 호프만, 에두아르트 뫼리케,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하인리히 하이네, 아이헨도르프, 고트프리트 켈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