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 『몽십야(夢十夜)』은 말 그대로 ‘열 편의 꿈 이야기’다. 소세키가 영국 유학 생활을 끝내고 일본에 돌아온 후에 쓴 단편소설들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 분류된다. 『몽십야』와 같은 초기 작품에 환영의 세계와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묘사가 많다.
* [품절] 나쓰메 소세키 《몽십야》 (하늘연못, 2004)
* 나쓰메 소세키 《런던 소식》 (하늘연못, 2010)
* 나쓰메 소세키 《회상》 (하늘연못, 2010)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현인, 2018)
『몽십야』의 ‘다섯째 밤’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에 일본 요괴의 이름이 나온다.
말굽 흔적은 지금도 바위 위에 남아 있다. 실제로 닭은 울지 않았다. 닭이 우는 흉내를 낸 것은 야마노자쿠(天探女)였다. 이 말굽 흔적이 남아 있는 한 야마노자쿠는 나의 적이다.
(『몽십야』, 《몽십야》, 44~45쪽)
말굽 흔적은 아직도 바위 위에 남아 있다. 닭 울음소리는 낸 것은 아마노자쿠였다. 이 발굽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 한 아마노자쿠는 나의 원수다.
(『몽십야』,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283쪽)
* 원문
蹄の跡あとはいまだに岩の上に残っている。鶏の鳴く真似まねをしたものは天探女(あまのじゃく)あまのじゃくである。この蹄の痕あとの岩に刻みつけられている間、天探女は自分の敵かたきである。
첫 번째 인용문은 2011년에 세상을 떠난 故 노재명 씨가 번역한 것이다. 노재명 씨가 번역한 『열흘 밤의 꿈』은 《몽십야》(하늘연못)와 《런던 소식》(하늘연못)에 수록되어 있다. 《몽십야》는 소세키의 중단편 24편을 한데 묶은 번역본인데, 현재는 《런던 소식》과 《회상》(하늘연못)으로 분권 되어 나온 상태이다. 두 번째 인용문은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현인)에 있는 구절이다.
* [품절] 구사노 다쿠미 《환상동물사전》 (들녘, 2001)
그런데 노재명 씨가 번역한 《몽십야》와 《런던 소식》 모두 일본 요괴의 이름을 ‘야마노자쿠’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원문에 있는 ‘あまのじゃく’를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아마노자쿠’이다. ‘あ’의 음(音)은 ‘아’다. ‘야마노자쿠’는 번역가의 실수라기보다는 책이 인쇄되면서 나온 오자인 것 같다.
아마노자쿠는 인간의 마음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요괴이다. 인간으로 둔갑하거나 인간의 말을 흉내 내면서 인간들을 속인다. 노재명 씨는 주석을 통해 아마노자쿠를 ‘일본의 전설에서 주로 나오는 악녀의 화신’이라고 설명했다.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의 번역가는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후에 악귀가 되었다고 여겨지고 있다’[주]라는 내용의 주석을 달았다. 두 사람 모두 아마노자쿠를 ‘천탐녀’인 것처럼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마노자쿠는 요괴의 일종이다.
아마노자쿠와 첨탐녀는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이다. 아마노자쿠의 한자식 표기는 ‘천탐녀(天探女)’가 아니라 ‘천사귀(天邪鬼)’다. 아마노자쿠의 원형은 일본 신화에 나오는 ‘천탐녀’이다. 천탐녀의 히라가나 표기는 ‘あめのさぐめ’이다. ‘아메노사구메’라고 읽는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소세키는 천탐녀와 아마노자쿠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서 썼다. 그러나 천탐녀는 사람의 말을 따르지 않고 거역하는 여신이고, 아마노자쿠는 천탐녀와 비슷한 습성이 있는 요괴이다. 따라서 소세키가 ‘천탐녀=아마노자쿠’라고 쓰는 바람에 우리나라 번역가들은 아마노자쿠를 ‘여신’으로 오해한 것이다. 천탐녀가 아마노자쿠의 원형이므로 둘 다 같은 존재로 볼 수 있지만, 일본 신화 속 천탐녀와 민간 설화에 묘사된 아마노자쿠의 모습을 생각하면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그러므로 『몽십야』 원문에 있는 ‘天探女’를 ‘아마노사쿠’로 번역하려면, 아마노사쿠가 누군지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 신화에 나오는 신이나 일본 요괴에 대해서 자세히 할 필요는 없겠다. 그렇지만 아마노사쿠를 마치 ‘천탐녀’인 것처럼 대충 설명한다면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셈이 된다.
[주] 박현석 옮김,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현인, 2018, 2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