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인간 내면의 변화를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했던 작가다. 이런 이유로 헤세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석가, 공자, 노자 등 중국의 사상가들과 인도 사상에 심취하는데 이는 소설과 시, 그림을 넘나든 그의 예술혼의 원천이 됐다.
* [품절] 알로이스 프린츠 《헤르만 헤세》 (더북, 2002)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밑에》 (현대문학, 2013)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문학동네, 2013)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2001)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열린책들, 2014)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을유문화사, 2013)
* 헤르만 헤세 《데미안》 (현대문학, 2013)
* 헤르만 헤세 《데미안》 (문학동네, 2013)
* 헤르만 헤세 《데미안》 (민음사, 2000)
헤세와 동양사상의 만남은 그의 가족사와 연관돼 있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선교사로 인도에서 활동했고 어머니는 인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린 시절 헤세의 모습은 국내 유일의 헤세 평전인 알로이스 프린츠(Alois Prinz)의 《헤르만 헤세》(더북)에 잘 나와 있다. 헤세는 열두 살 때부터 시인이 되겠다는 열정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헤세의 부모는 아들의 포부를 무시했다. 1891년 헤세 가족은 스위스의 바젤로 이사했다. 그해 헤세는 부모의 권유에 따라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일 년 만에 학교에서 도망쳐 하루 뒤에 벌판에서 발견되었다. 그런 이유로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열다섯 살 때 헤세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썼다가 부모에게 발각되었다. 부모와 잘 알고 지내던 한 목사가 운영하는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사설 요양소에 지냈다. 요양소에 퇴원한 후 일 년 만에 김나지움(Gymnasium: 독일의 인문계 중등교육기관)을 졸업했다. 그 후 헤세는 시계 만드는 공장의 수습직원, 서점 직원을 전전했다. 헤세의 문학을 키운 건 ‘방랑’이다. 젊은 날의 고통과 방황은 헤세 문학의 영양분이 되었고, 그 영양분으로 열매를 맺은 작품이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이다.
* [품절]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인도 여행》 (푸른숲, 1999)
이 두 작품은 인간의 내면세계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 이 두 편의 성장소설에서 주인공들(《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 기벤라트, 《데미안》의 에밀 싱클레어)의 입을 빌려 인간의 사명은 진정한 ‘나’를 찾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헤세는 ‘나’를 찾는 내면의 길을 가기 위해 현실에 맞서 싸웠다. 동양사상은 세계와 자아를 섬세하게 성찰하는 데 도움을 줬다. 헤세의 회상에 따르면 집에 동양인들이 자주 드나들었고, 헤세의 외할아버지는 알 수 없는 말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헤세의 집은 동서양 학문이 만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의 문학이 동서양을 아우르는 것은 집안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마리아 베르누이(Maria Bernoulli, 헤세의 첫 번째 부인)와 결혼한 헤세는 독일과 스위스의 접경 지역에 있는 가이엔호펜(Gaienhofen)에 정착하여 글쓰기에 전념했다. 1911년 서른네 살의 헤세는 가이엔호펜을 떠나 아주 긴 여행길에 오른다. 목적지는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온 인도였다. 그러나 그는 인도 본토에 가지 못했다. 인도의 숨 막히는 더위와 습한 기후, 열악한 위생상태, 그리고 적지 않은 여행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면서 인도 본토를 여행하려는 계획을 포기한다. 그 대신 실론 섬과 영국령 말레이반도,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을 둘러본다. 실론 섬은 1948년에 인도로부터 독립하면서 ‘스리랑카’로 불리게 됐고, 말레이반도 일부는 독립 이후 싱가포르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헤세는 실론 섬과 말레이 반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수필, 시, 일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적었다. 그의 기록은 1913년에 출간되었고, 이 책은 《인도 여행》(원제: Aus Indien)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지게 된다. 그의 기행문은 식민지 통치하에 비참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원주민들, 낙후된 문명, 관광지로 전락한 고대 신전들,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중국인들에 이르기까지 이방인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미화나 첨삭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인도 여행》 번역본은 지리적 여행기인 1부 ‘헤세의 인도 여행’과 동양사상을 탐구한 정신적 여정을 정리한 2부 ‘여행 후의 기록들’로 구성돼 있다. 1부와 2부 중간에 헤세의 여행 일지와 메모를 번역한 글이 있다. 책의 2부는 헤세의 저작들을 편집 · 정리한 폴커 미헬스(Volker Michels)가 엮었다. 번역본에는 헤세와 마리아 베르누이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 하이너 헤세(Heiner Hesse)가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수록되어 있다. 그는 헤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스위스 몬타뇰라(Montagnola)에 ‘헤세 박물관’이 들어서는 데 동참했으며 2003년에 세상을 떠났다.
* [절판] 헤르만 헤세 《영혼의 수레바퀴》(이레, 2002)
* 헤르만 헤세 《인도 기행》(범우사, 2006)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 인도의 이력서 / 동방순례》(이유, 2014)
* 헤르만 헤세 《헤세의 여행》(연암서가, 2014)
《인도 여행》은 ‘Aus Indien’의 완역본이다. 현재 이 책은 절판되었지만, 책의 내용 일부는 따로 번역되어 나왔다. 《인도 기행》(범우사), 《헤세의 여행》(연암서가)은 ‘Aus Indien’의 1부를 번역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영혼의 수레바퀴》(이레)는 ‘Aus Indien’의 2부 일부를 번역한 책이다. ‘Aus Indien’ 2부에 있는 『인도의 이력서』는 헤세가 1937년에 쓴 글인데, 《싯다르타 / 인도의 이력서 / 동방순례》(이유)에 수록되어 있다. ‘Aus Indien’ 번역본이 여러 권 있긴 하지만, 헤세가 바라본 ‘20세기 인도’의 풍경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완역본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범우문고 시리즈의 《인도 기행》은 ‘Aus Indien’ 1부를 제대로 번역했다고 보기 어렵다. 《인도 기행》의 목차로만 봐서는 ‘Aus Indien’ 1부에 수록된 11편의 시가 빠져 있는 듯하다. 《영혼의 수레바퀴》마저 절판되면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Aus Indien’ 2부는 『인도의 이력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