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흑인 페미니즘 사상》(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09)을 다 읽었습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한 주 모임을 빠진 적이 있지만, 독서 진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흑페미》 마지막 모임 공식 후기를 썼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공개되는 글이라서 최대한 짧게 썼습니다. 책에 벗어난 내용을 언급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로 어제 우리 멤버들끼리 주고받은 대화가 흥미진진했습니다.

 

10, 11장을 읽으면서 느꼈던 제 생각은 공식 후기에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따로 글로 쓸 예정입니다.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제 《흑인 페미니즘 사상》 마지막 모임이 있었습니다. 5월 14일에 처음 시작하여 6월 25일까지 6주 동안 이어진(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모임 쉬는 날이었습니다), 참으로 길고 긴 모임이었어요. 어제 모임에는 10장(「초국가적 맥락에서 본 미국 흑인 페미니즘」), 11장(「흑인 페미니즘 인식론」), 12장(「힘 기르기의 정치를 향하여」)을 톺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초국가적’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발생하는 어떠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오늘날 여성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입니다. 전 지구적인 여성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억압이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사회조직 전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미국 흑인 페미니즘젠더, 인종, 계급, 섹슈얼리티가 중첩된 억압 형태‘지배 매트릭스(matrix of domination)라고 표현합니다. 미국 흑인 페미니즘은 계급, 인종, 성소수자 차별을 양산한 지배 매트릭스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를 모색합니다. 미국 흑인 페미니스트 바버라 스미스(Barbara Smith)급진주의(radicalism)를 이렇게 정의했어요.

 

 

“내가 보기에 진정으로 급진적인 것은, 서로 다른 사람과 연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인종과 성, 계급, 성 정체성을 모두 동시에 거론하는 것이야말로 급진적이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388쪽)

 

 

혜○ 님은 이 문장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요즘 흔히 떠올리는 급진적 페미니즘은 과격한 전략을 구사하는 페미나치(Feminazi)로 오해받습니다. 페미니즘을 비하하는 거 보면 정말 속상해요. 급진적 페미니즘은 과격한 페미니즘이 아닙니다. 기존의 여성 담론을 보다 급진적으로 발전시키는(또는 개선하는) 페미니즘입니다. 미국 흑인 페미니즘의 급진성은 각국의 흑인여성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고민하고 연대하는 것입니다. 차별과 배제는 불평등과 혐오 문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연대의식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이구동성으로 여성 문제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이 다를지라도 대화와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인식론’이라고 합니다. 어떤 지식을 동원하여 현실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면 인식론이 필요합니다. 페미니즘 인식론은 젠더 이분법에 반문하고, 기존의 남성 중심적 시선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해석하는 것입니다. 흑인 페미니즘 인식론은 이성애 백인 남성 지식인 중심 사회가 배제하고 왜곡했던 흑인여성의 경험을 드러내 그것을 하나의 지식으로 재현합니다. 지식은 세상을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지만 한편으로는 편견을 만듭니다. 지식인들의 오류가 거기서 생겨요. 자신의 지식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 들고 그것이 굳어지면 도그마(dogma)에 빠지게 됩니다. 페미니스트도 도그마를 피할 수 없습니다.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듯한 페미니스트들 간의 갈등 양상이 확산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대화와 소통의 기본은 경청이죠. 은○ 님은 경청보다 더 중요한 게 서로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드스타킹은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완독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또, 책은 우리에게 한층 더 깊이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줬습니다. 흑인 페미니즘 인식론 중 하나가 ‘개인적 책임의 윤리’입니다. 어떤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밝혔으면, 그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개인적 책임의 윤리’에 대한 내용이 어렵다고 느낀 분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 책임의 윤리’ 문제는 우리에게 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진지하게 고민을 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책의 주요 내용을 갈무리하는 12장은 다음 주 영화 모임에 이어서 톺아보기로 했습니다.

 

 

 

 

 

 

 

 

 

 

 

 

 

 

 

 

 

 

6주 동안 어렵고 두꺼운 ‘갈색 벽돌 책’을 완독한 멤버들 모두 축하합니다. ‘검정색 벽돌 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일 루빈(Gayle Rubin)《일탈》(현실문화, 2015)입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6-2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독서 모임은 으샤으샤가 잘되는 모임인가 보다.
모든 사람이 완독하기 쉽지 않은데. 훌륭하다.
책걸이 했겠군.
그런데 네 손은 어떤 거냐?

암튼 수고했어.^^

cyrus 2018-07-01 13:56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독서 모임이 작년부터 시작했고, 원년 멤버들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서로 마음이 잘 맞고, 단합이 잘 돼요. ^^

제 손은 사진 오른쪽 중앙에 있어요. 내일 책거리 겸 영화를 보는 날이에요.

stella.K 2018-07-01 14:28   좋아요 0 | URL
저 근육손...?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ㅋㅋ

cyrus 2018-07-02 12:02   좋아요 0 | URL
제 손을 실제로 보면 길쭉해요. 마른 체형이라서 손도 말랐습니다.. ㅋㅋㅋ

북프리쿠키 2018-06-3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이 이렇게 후기를 잘 써주셔서 그 모임은 든든하겠는걸요^^

cyrus 2018-07-01 13:58   좋아요 1 | URL
저보다 후기를 열심히 쓰고, 잘 쓰는 분들이 많아요. 독서모임 후기 쓸 때가 제일 힘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