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어제 선거 결과는 싱겁게 끝나버렸습니다. 이번 선거에 정의당을 지지했지만, 제가 기대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TK(대구, 경북)가 산소 호흡기를 뗄 뻔했던 자유한국당을 되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선전했습니다만 자유한국당의 철옹성을 뚫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부분은 눈에 확 들어 올 만큼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바른미래당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선 때 불었던 ‘유승민 열풍’이 많이 사그라졌습니다.

 

대구 지역 언론들은 임대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의 낙선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걸 요즘 말로는 ‘정신 승리’라고 하죠. 대구 시민들이 임대윤 후보자의 정치 능력을 믿어서 그에게 표를 줬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유한국당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속는 셈 치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어줬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걱정인 것은 대구 내 진보정당들의 입지가 좁아진 점입니다. 정의당은 대구, 경북 각각 단 1명만 당선자가 나왔고요, 대구시 · 구의원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이 저조했습니다. 시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은 비례대표 의석 배분 기준인 5%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지지했던 대구 달서구 비례대표 배수정 후보는 간신히 5% 이상 득표율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10.5% 득표율을 얻은 바른미래당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가슴 아픈 결과를 말하게 됐네요. 아쉽게도 배수정 후보는 비례대표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선거 운동을 하게 되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TV로 보는 정치와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정치는 달랐습니다. 선거 과정과 규정이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TK 섬’에도 더불어민주당, 진보정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6월 13일 선거는 제겐 평생에 잊지 못할 날입니다. 선거 운동은 짧았지만,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제 글을 보시고 배수정 후보를 알게 되어 응원해주신 분, 그리고 배수정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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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15 18: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변화는 확 오지 않죠. 그런데 대구의 보수 사랑을 욕하는 사람들은 대구의 변화가 빨리 오기를 간절한가 봐요.. 대구에 한 번도 오지 않은 타 지역 사람들이 대구의 단면적인 모습을 보고 까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속상합니다.

sprenown 2018-06-1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 한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남북회담이나 북미회담 이슈때문인데.견제와 균형을 위해서 다당제에 맞게 진보와 보수 다양한 의견이 국정에 반영되어야 할텐데요.이 참에 개헌논의와 함께 선거구제 개편도 논의했으면 좋겠네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 하겠지요.

cyrus 2018-06-15 18:17   좋아요 0 | URL
네, 지금 상황은 ‘위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거대 이슈가 장기적으로 부각된다면 보수와 진보 야권 모두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붉은돼지 2018-06-1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 11시쯤에 제가 사는 달서구가 한두번 뒤집어져서 기대했었는데 아침에 확인해보니 유혈낭자하더군요 ㅜㅜ

cyrus 2018-06-15 18:19   좋아요 0 | URL
유혈낭자.. ㅎㅎㅎㅎ 달서구 선거 개표 결과를 잘 알고 있어서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인 서구도 마찬가지예요. 선거를 치르고 나면 TK만 적조 현상이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