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작전 -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프시케의숲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특수부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전투를 영화처럼 극복하고 승리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액션 영화 속 신출귀몰한 주인공들은 대부분 특수부대원이다. 람보는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이며 ‘007’ 제임스 본드는 영국 해군 특수부대 출신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와 현실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현실에선 특수부대에 맡긴 임무가 최악의 결과로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특수부대의 수행 능력이 크게 모자라서가 아니라, 상황 자체가 워낙 좋지 않아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특수부대의 원조는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북부 아프리카 사막의 독일군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1941년에 창설됐다. 특수부대는 현대전에서 중요한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대담한 작전》(프시케의숲, 2017)은 특수부대의 기원을 ‘중세와 르네상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은 하라리의 대표작 《사피엔스》(김영사, 2015), 《호모 데우스》(김영사, 2017)보다 먼저 나왔다. 하라리는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담한 작전》은 《극한의 경험》(옥당, 2017)과 더불어 전쟁사를 다룬 하라리의 책이다.

 

이 두 권의 책보다 먼저 나온 대표작들의 영향력이 매우 커서 그런 것일까. 《극한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대담한 작전》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인색하다. 어떤 독자는 중세의 특수작전을 설명하는 데 참고할만한 사료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고(하라리는 서문에서 이 책의 한계점을 밝혔다), 또 다른 독자는 《대담한 작전》을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한길사)와 비교하여 하라리의 필력이 나나미보다 떨어진다고 평했다. 역사 전공자 하라리와 역사 비전공자 나나미(그녀는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탈리아에 거주하면서 로마사를 독학했다)는 비교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대담한 작전》이 《사피엔스》보다 재미가 떨어지는 점은 알겠는데 하라리가 나나미보다 못한 평을 받는 건 어이가 없다. 《로마인 이야기》는 ‘대체역사소설’에 가깝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관심 있는 역사적 인물(특히,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나 특정 사건에 대한 이야기에 상상력을 덕지덕지 덧붙여서 쓰는 서술을 구사한다. 더 심한 건 나나미는 사료를 잘못 인용하거나 사료를 누락하는 오류까지 저지른다.

 

하라리가 연구한 ‘서구 중세 역사 속 특수작전의 기원’은 역사적 사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주제이다. 본인도 부족한 여건 속에서 시작한 연구를 집대성한 책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누구’처럼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역사를 해석하지 않았다. 하라리는 사료가 부족한 점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참고한 사료의 진위성을 의심해보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정명을 내리기까지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충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하라리는 가능한 한 균형 있게, 또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사료가 부족하여 채울 수 없는 역사의 공백기에 적절한 상상력을 가미했다.

 

책 이야기를 하려다가 서론이 길어졌다. 하라리는 중세와 르네상스에 일어난 여섯 가지 전쟁들을 살펴보면서 특수작전의 본질을 발견한다. 중세 시대에 기사(군인)들은 기사도라는 높은 윤리를 요구받았다. 이것은 기독교 윤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용기, 예의, 명예 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사들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전면전을 불사했다. 그들은 암살, 납치, 매수, 기습 작전 등이 허용되는 특수부대의 전투 방식을 기사의 명예에 흠집 나게 하는 ‘반칙’으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작전이 감행된 중세의 전쟁을 입증할 수 있는 사료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중세 기사들도 한 번쯤은 특수작전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특수작전이 실패하면 단숨에 전세가 뒤집힐 수 있고 군의 사기는 떨어진다. 《대담한 작전》은 중세 시대 특수작전들의 성공 요인뿐만 아니라 실패 요인까지 짚는다.

 

특수부대가 ‘대담한 작전’으로 승리를 거둘 거란 기대는 미디어가 만든 환상이다. 하라리의 정의에 따르면 특수작전은 ‘보편적이지 않은 은밀한 전투방법’이다. 특수작전이 감행된 전쟁의 경과 및 결과에는 극히 복잡하고 다양한 배경이 얽혀 있어서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특수작전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특별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4-04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04 18:58   좋아요 1 | URL
아시아로 연구 범위를 확장시키면 닌자도 특수부대로 볼 수 있겠어요. ^^

레삭매냐 2018-04-0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작가의 모든 책이 좋을 거라는 환상
은 애당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제임스 설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cyrus 2018-04-04 18:59   좋아요 0 | URL
유발 하리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는 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극한의 경험》, 《대담한 작전》은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