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오브 루나 (Song of luna) - 그댈 향해 노래하는 새
송 오브 루나 (Song of luna) 노래 / 미러볼뮤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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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목소리, 조용한 피아노, 예쁜 가사, 무엇보다 슬픔의 강 때문에 완전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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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01-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 ㅜㅜ 이거 사셨구나 ㅜㅜ 내가 선물해드릴걸 ㅜㅜ

다락방 2011-01-09 20:49   좋아요 0 | URL
저 무려 이 시디를 선물도 할 예정입니다! ㅎㅎ

마노아 2011-01-0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사가 그대로 시예요.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함이 그대로 묻어나요. 자연의 맛인걸요.

무스탕 2011-01-08 21:1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의 표현이 진국이세요!! ^^b

다락방 2011-01-09 20:49   좋아요 0 | URL
이런 앨범을 내줘서 고마워하고 있어요, 전. 요즘 어디나 후크송이 대세인지라. ㅠㅠ

차차 2011-01-0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열심히.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노래하겠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 ^ㅡ^

다락방 2011-01-10 08:52   좋아요 0 | URL
아이쿠야, 40자평에 방문이라니. 제가 고맙습니다. 노래 좋아요! :)

다락방 2011-01-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1-01-12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2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키시리즈 6권을 읽고있다. 5권인줄 알았는데 책 뒷날개를 보니 6권이더라. 이 책을 시리즈 나올때마다 번번이 읽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수키가 듣게되는 남자들의 달콤한 멘트 때문이다. 세상에, 작가인 샬레인 해리스는 정말로 이 책속의 모든 말들을 들어본건지, -그렇다면 그녀에겐 남자란 남자는 모두 빨아들이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거다- 아니면 상상인건지, -그렇다면 그녀의 상상력은 로맨틱한것으로는 최고봉이다- 알 수가 없지만 멘트들이 나를 기절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번 책도 읽으면서 아주 그냥.. 훅간다. 다른 로맨스 소설에서 남자들의 멘트를 읽으면 사실 오글거리거나 거북하거나 하기 쉽상이었는데 왜 수키시리즈의 모든 멘트들은 그냥 흘려 넘기기가 어려울까. 

자, 퀸. 퀸은 민머리의 키크고 건장한 남자다. 그는 수키가 일하는 바(bar)로 수키를 찾아온다. 그전에 그들은 한번 만난적이 있었다. 이 바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수키에게, 그는 당신을 만나러 왔다고 말한다.  

그는 눈을 감고 나를 빨아들일 듯이 깊은숨을 들이켰다.
「이제 나는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서도 당신을 알아볼 겁니다.」
(p.34) 

아이쿠야.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서도 나를 알아볼 수 있다니, 오와, 정말? 진짜? 그게 가능해? 그런데 나는 자신이 없네요.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서도 당신을 알아볼 자신이 없다. 사실 이런말을 듣는다면 멍때리고 그의 눈을 보다가 정신이 나가버리겠지만, 나는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며 그에게 말할것 같다. 

뻥치지마. 

하하. 

이제 퀸(다시 말하지만 남자다. 퀸, 이라고 여자가 아니다)은 수키에게 애인이 있는지를 묻는다. 

「당신은 얼마 동안 알시드와 데이트를 했죠.」
(중략)
「그럼 그는 당신의 애인이 아닌가요?」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당신은 사귀는 사람이 없나요?」
「네」 
「내가 감정 상하게 할 사람은 없는 건가요?」
「난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
(중략)
「감정 상한 전 남자 친구 몇 명 정도는 제가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랑 사귈래요?」
(p.41) 

아, 멋져! 전 남자 친구 몇 명 정도는 제가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남자 친구 몇 명 정도는 제가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멋져. 자기가 다룰 수 있대! 꺅 >.< 응, 당신이 다루도록 해요. 감정 상할 전 남자 친구 따위, 없지만. 아무려면 어때요. 당신이 다 다루시구랴. 히융.  

퀸과 수키는 데이트를 한다. 얼레리꼴레리~ 데이트로 함께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위험을 느낀다. 민머리의 키크고 건장한 퀸. 그는 바다 하리 같이 생긴걸까, 나는 잠깐 생각한다. 

그는 방해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도록 양복 코트 단추를 왼손으로 풀었다. 그는 손가락을 구부려 주먹을 쥐었다. 강력한 보호본능을 가진 남자였기 때문에, 그는 나보다 먼저 내 앞으로 나갔다. (p.134) 

아우 ㅠㅠ 강력한 보호본능 ㅠㅠ 코트 단추를 왼손으로 풀고, 손가락을 구부려 주먹을 쥐다니. 나는 자꾸만 바다 하리를 생각한다. 나보다 먼저 내 앞으로 나가다니, 아 멋져 ㅠㅠ 강력한 보호본능을 가진 남자는 진짜 짱 멋진 것 같다. 코트의 단추를 한 손으로 풀고, 손가락을 구부려 주먹을 쥐고, 강력한 보호본능 ㅠㅠ 아 멋져 ㅠㅠ 

 

우울한 밤과 아침을 보내는 중인 수키, 혼자 베란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안녕, 예쁜이」
맞은편에서 따뜻한 목소리가 말했다.
「퀸이군요.」
나는 너무 기쁜 티를 내지 않으려 하면서 말했다. 내가 감정적으로 이 사람한테 많은 것을 쏟아부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게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기뻤다. 그리고 퀸은 강력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뭐 하고 있었어요?」
「아, 가운 차림으로 앞 베란다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 있었어요.」
「그곳에 가서 당신과 커피 한 잔 같이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흐으으음. 한가한 소원일까, 아니면 진지하게 <오라고 해줘>일까.
「주전자에 커피는 많아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난 댈러스에 있어요, 아니면 그곳으로 번개같이 갈 텐데.」
그가 말했다. 김빠져라.
(pp.175-176) 

아놔. 이자식. 올것도 아니면서 말을 왜 이따위로 하고 난리야. 주전자에 커피가 많다는 사소한 말을 하기 위해서 머리 싸맸구먼, 아놔 이자식. 댈러스에 가있고 난리야. 그래도 퀸이라면, 번개같이 올 그런 사람일거다. 지금 댈러스라서 못오는거지, 댈러스가 아니라면 정말 번개같이 와 줄 그런 남자일거다. 뭐, 댈러스에 있다고 하니까 김이 빠지긴 했지만. 아 자식. 진짜.  

아니 그런데, 안녕, 예쁜이 라니. 예쁜이는 원서에 뭐라고 써져있지? 예쁜이, 라니.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좋을까? 나쁠까? 잠깐 상상해보자. 누군가 나에게 예쁜이라고 하는걸. 

음. 

음. 

음. 

음. 

잘 상상이 안되는데?  

 

아직 절반정도 밖에 못읽었다. 나머지 절반에는 어떤 달콤한 말들이 적혀 있을까? 읽으면서 몸이나 베베 꼬아야겠다.

 


댓글(25) 먼댓글(1) 좋아요(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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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맨스 소설을 추천해 달라는데...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1-08 12:41 
    로맨스 소설을 추천해 달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 서재 카테고리만 봐도 내가 로맨스 소설과 친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텐데...  저한테 어쩌란 말입니까?^^  지금 딱 떠오르는 건, 불혹이 된 분들만 읽으라고 강력추천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요. 요건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봤는데, 그래도 주옥같은 글발에 반해 복사해서 노트에 붙여 뒀어요. 왜냐면 언젠가 써 먹을 수 있을까 해서~ ㅋㅋㅋ
 
 
무스탕 2011-01-0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06, 총 114444

일단 이거 먼저 잡아놓고.. ^^

다락방 2011-01-07 15:08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숫자4가 참 좋아요. 히히히히히

무스탕 2011-01-0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누가 저보고 '안녕, 예쁜이' 라고 불러주면 전 당장 그에게 달려가 꽃이 되겠어요 :)
그에게 과거 몇 명의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전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것 같아요. 그저 막연히 있었겠지.. 해야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면 부르르~~ 떨것 같아요.

다락방 2011-01-07 15:54   좋아요 0 | URL
전 어떤 기분을 느껴야될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진짜 들어봐야 알 것 같은데, 제가 앞으로도 그런말을 들을일은 없을것 같아요. 누가 감히 저에게 '예쁜이' 라고 하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마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못할것 같은데요.
저도 그의 과거의 여자친구에 대해 알고싶지 않아요. 아는 순간 화르르 질투가 생기더라구요. 그의 과거와 싸워봤자 이길수도 없는데 말예요.

레와 2011-01-0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냥, 오늘 118, 총 114456 방문 잡아 놓고 싶었어요.^^;;

이번에 또 새로운 남자친구 등장이네요, 수키는 좋겠다. 부럽잖아~ 아흥!

다락방 2011-01-07 16:44   좋아요 0 | URL
아주 그냥 난리가 났습니다, 레와님. 이 뱀파이어 저 뱀파이어 저 늑대인간 이 변신인간 ㅎㅎ 인기폭발 수키네요. 부럽습니다. ㅎㅎ 게다가 남자들이 어쩜 다들 그렇게도 멋진지! 멋진 남자 하나 만나기도 힘든 이 세상에 수키는 책 한권 바뀔때마다 만나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치니 2011-01-0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안녕 예쁜이,가 뭐에요 뭐야뭐야뭐야! 영어로 어떻게 적혀 있던지, 안녕 예쁜이는 다락방님이 설명한 그 모든 퀸의 멋진 면모를 부숴버리고 맙니다. 아아아아아.

다락방 2011-01-07 17:49   좋아요 0 | URL
웃기죠? 저도 막 상상해 보는데 상상이 안돼요. 예쁜이라고 말하면 정말 좋아해야할지 짜증내야할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 예쁜이라니, 진짜 웃기죠? 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막연하게 상상하면 웃긴데 만약 누군가 정말 그렇게 말해준다면 어떻게 느끼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 진짜 상상안돼요, 예쁜이는. ㅋㅋㅋㅋㅋ 이건 말하기에도 오글거려요. 안녕 예쁜이 ㅋㅋㅋㅋㅋ

... 2011-01-0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만 빨려 들어가세요! 이러다 아주 책 한 권을 다 옮겨놓겠어요!!!

다락방 2011-01-09 21:30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다 읽었습니다. 로맨스 소설을 읽어도 생각이 많아져서 큰일이에요, 브론테님. 어휴.

카스피 2011-01-0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말하지만 남자다. 퀸, 이라고 여자가 아니다.ㅎㅎ 맞는 말이지요.제가 아는 퀸중에 가장 유명한 퀸은 바로 앨러리 퀸이랍니다^^

다락방 2011-01-09 21:30   좋아요 0 | URL
아, 앨러니 퀸을 잊고 있었네요. 그러고보니 안소니 퀸도 있었지요! 다들 남자였네요! 하핫

비로그인 2011-01-0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 책은 원서로 읽어도 좋겠군요. 영어의 벽을 넘어 술술 읽힐 것만 같아요. ㅎㅎ

금요일 저녁이에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1-01-09 21:31   좋아요 0 | URL
앗, 그러게요. 저 대화부분은 원서로 좀 보고 싶네요. 따라해보게 말입니다. ㅎㅎ

순오기 2011-01-0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나한테 로맨스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메일이 왔는데~~~~~~
로맨스든 뭐든 소설은 다락방님이 타의추종을 불허할 분이라서 먼댓글로 연결해도 괜찮겠죠?
내가 읽은 로맨스 소설이라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밖에 생각나지 않아요.ㅜㅜ
나는, 다락방님 페이퍼 자체가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해피 뉴 이어~~~~ 다락방님!^^

다락방 2011-01-09 21:31   좋아요 0 | URL
앗, 순오기님, 페이퍼 읽었습니다. 제가 그 밑에 가서 로맨스 소설 몇권 더 추천해드릴게요.
:)

순오기 2011-01-10 21:5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로설 추천해주셔서 고마워요.
저한테 메일보냈던 분이 서재에 와서 확인하고 댓글을 남겼네요~~~~ ^^

2011-01-08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0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0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11-01-17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갑자기 배가 고파서 저도 베베 꼬여요.
몰아서 읽고 추천하는 다락방표 글 맛!(때문에 배고파요.)

다락방 2011-01-17 09:14   좋아요 0 | URL
앗 저도 배가고파요, 이 댓글 읽으니까요.
동료가 준 리얼초코케익을 먹어야겠어요. 초코가 가득가득 초코 투성이에요! 므흐흐흐흐

산사춘 2011-01-18 16:3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그런 거 마이 먹으면........... 저처럼 예뻐져요.

다락방 2011-01-18 16:34   좋아요 0 | URL
점심엔 보쌈정식을 먹었습니다! 움화화핫
 

 

-사랑 따위, 돈 없고 걱정거리 많은 삶을 살고 있을 때, 그런 때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좋을것을.
사랑 따위, 착실한 남자친구도 있고 직장내에서 인정도 받고 있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을 때, 그런 때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좋을것을.  

사랑이 찾아오는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영화속의 남자와 여자는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좋았을 상황이었다. 오히려 선택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라는게 조금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각자의 상대가 있는 여자와 남자가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한다는 생각보다는 육체적으로 끌리는 것에 충실하다가, 뒤늦게 서로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조경란이 [혀]에서 말했지. 한쪽은 원하고 다른 한쪽은 원하지 않는 일. 나는 그게 슬픔일 거라고 생각한다, 고. 결국 그녀는 그에게서 선물받은 귀걸이를 빼는 쪽을 선택한다.  

40자평을 쓰고 싶었는데 알라딘에 이 영화가 검색이 안된다. 1월1일에 찾아간 고깃집이 문을 닫았고, 1월1일에 찾아간 소세지집이 문을 닫았고, 1월1일에 본 이 영화가 알라딘에서 검색이 안되다니. 알라딘 바보, 알라딘 빵꾸똥꾸.  

 

 

 

 

 

 

 

 

- '전화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고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말했다. 고작 그 작은 기계 하나가 고문 도구가 될 수 있다니, 고작 그 작은 기계 하나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지팡이도 될 수 있다니. 아, 사랑에 빠진 이들에겐 이 세상 모든것들이 얼마나 의미로 가득차있는가.  

Hellish days. Jack Kennison didn't call, and she didn't call him. 
잭이 전화를 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지옥같은 날들인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잭이 슬픔을 나눌 다른 사람을 찾은거라고 생각한다. (왜 안그렇겠는가!)
She thought he'd probably found someone else to listen to his sorrows.   

데이트는 어땠냐는 아들과의 통화해서 그녀는 what date? 라고 심드렁하게 답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랬는데, 그랬는데, 

And then―like a rainbow―Jack Kennison called.  

아! like a rainbow, 라니. 무지개는 비가 온 뒤에야 뜨지. 그러나 금세 사라지지. like a rainbow. 전화 한통화도 무지개 같을 수 있는 것,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이 하는 일이지.  

1월1일 외출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시크릿 가든』1회를 보게됐다. 길라임과 김주원이 아직 사랑하기 전, 길라임이 오스카라는 대스타를 동경하는 상황. 오스카같은 사람이 나를 기억해줄리 없지, 라는 생각을 하는 길라임에게 오스카는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해 얘기해준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해내서 길라임을 놀라게 하더니, 결국은  

"길라임 씨!" 

라고 이름을 기억해내어 길라임을 감동시킨다. 오스카는 단순히 머리가 좋았던 것일뿐인지도 모르는데, 오스카를 동경하는 길라임에게는 그 순간이 천국이다. 오스카는 천국의 문을 열어준것이 아닌데, 길라임은 이미 천국으로 들어가있다. 의미란 언제나 더 사랑하는 쪽에서 만드는 법. 

 

 

- 아주아주아주아주 먼 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이로부터 오늘, 뜻하지 않게 편지를 받았다. 받을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낯선편지. 성급하게 봉투를 뜯어 읽는 내내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계속 웃었다. 만약 그 편지를 읽는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아마 내가 천국에 들어가있다고 오해했을거야. 내 이름의 앞과 뒤에는 하트를 그려 보낸 센스라니! 아 예뻐. 그곳에서 사슴고기를 먹었다고 했다. 서투른 영어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 좋아 죽겠다. 편지를 받고 이렇게 기뻐 죽다니. 이게 대체 얼마만인가! 나도 답장을 써야지. 편지지를 꺼내어 답장을 써야지. 

당신이 있는 곳이 너무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당신이 빨리 여기, 내가 있는 곳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나는 당신하고 술을 마시러 갈거라고. 그리고 내 옆자리를 톡톡 손으로 쳐서 옆자리에 앉힐거라고. 서투른 젓가락질로 안주를 집어서 당신의 그릇에 놓아주겠다고. 술잔이 비기가 무섭게 채워주겠다고. 내내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원한다면 안아주겠다고. 많이 많이 예뻐해주겠다고. 또 원한다면 뽀뽀도 해주겠다고. 내가 해주는게 싫으면 당신이 해줘도 된다고. 그렇게 써야지. 당신이 오고나면 한동안 나는 당신꺼라고, 그렇게도 말해야지. 내 사랑을 받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겠다고, 그렇게 써야지. 아 좋아.

 

- 나는 오늘 회사근처 우체국의 첫손님이었다. 개인적으로 우체국에 볼일이 있었는데, 우체국 앞에서 종종거리고 기다리다가 우체국 문이 열리자마자 쪼르르 들어가서 번호표를 뽑아들었다. 첫손님인데 왜 번호표는 2번일까. 우편물을 접수하며 창구직원에게 물었더니 아 그건 아까...하면서 말을 얼버무린다. 아까 뭐? 아, 듣고싶었는데..더이상 말해주지 않아서, 재차 묻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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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1-01-0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나 이거 보고 싶은데, 씨네큐브 하더라고요.

다락방 2011-01-05 18:00   좋아요 0 | URL
네, 나도 씨네큐브에서 봤어요. 포스터에 끌려서... ( '')

차좋아 2011-01-09 21:31   좋아요 0 | URL
포스터에 끌려서... 자꾸 다락방님 서재에 오게 되요(..)

다락방 2011-01-09 21:33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지극히 당연한 현상입니다. 참..끌리는 포스터가 아닙니까?! ㅎㅎㅎㅎㅎ

치니 2011-01-0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다락방님이 막 뽀뽀해주고 와 - 그 분 누군지 몰라도 복 터졌네요.
"I AM LOVE"도 봐요, 1/20 개봉이래요, 어쩌면 비슷한 소재일 지도 모르는데 다른 느낌일 거에요. 강추!

다락방 2011-01-06 09:49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는 너무 좋아가지고 감정이 격해졌네요. 뽀뽀라니. 음, 지금 살짝 뽀뽀는 거두어들일까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I am love. 알겠어요. 히히

무스탕 2011-01-0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혹시 멀리멀리 가게되면 편지 보낼게요. 그럼 막 좋아하고 페이퍼도 쓰고 그러셔야해요 :)

우체국 번호표요, 아침에 전원 넣으면서 시험가동 하느라고 1번은 직원이 눌러서 뺐을지도 몰라요. 그랬을거야.

다락방 2011-01-06 09:59   좋아요 0 | URL
네, 그러니까 무스탕님, 멀리멀리 가도 저를 잊지 말고 편지 써주셔야 해요!! 아셨죠? 히히.

우체국 번호표는, 음, 무스탕님 말씀이 맞을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 1번 뽑고 싶었단 말이에요. 첫 우체국 손님인데! 1번하고 싶었는데! ㅠㅠ

2011-01-05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6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1-0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쫌 야할 거 같아요, 꼭 봐야쥐~^^
우리말 제목 보고,영어 제목 보고...한참 버벅거렸어요.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우리는 날아오를 수 있을거예요, 그쵸?^^

다락방 2011-01-06 10:03   좋아요 0 | URL
미성년자 관람불가인데 의외로 안야하더군요. 새해부터 야한걸로 뼈와살이 불타는 밤을 보내주리라, 뭐 이런 결심하고 찾아 본 영화인데 말입니다. 영어 제목은 what more do i want 인데 왜 이게 [사랑하고 싶은 시간]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네, 양철나무꾼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당연히 날아오르지요.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제 이름을 불러주는게 정말이지 자지러지게 좋아요. 제 이름을 사랑하게 되죠, 그 순간만큼은. 최근에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렸던 기억을 떠올려보노라니, 어휴,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양철나무꾼님.
:)

... 2011-01-0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들여 진지하게 잘 읽었습니다. 몇가지 지적할 거리가 있군요.
1. 씨네큐브에서 하는 저 영화를 포스터에 끌려서가 아니라 미성년자 관람불가이기 때문에 본 게 아닙니까?
2. 고깃집은 이해가 가는데 소세지집은 또 뭡니까? 매니아다운 선택이라, 평범한 사람은 어리둥절하군요;;
3. "아주아주아주아주 먼 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이" ==> 극지방 거주자 입니까?
4. 우체국 1번 손님은 그 창구직원이었을 겁니다. 자기가 부칠게 있었던 거죠, ^^

다락방 2011-01-06 10:10   좋아요 0 | URL
1. 음.....어떻게 아셨습니까, 미성년자 관람불가라 제가 선택했다는 것을?
2. 종로에 Uncle Joe 라는 소세지집이 있습죠. 저는 그곳의 찬모듬소세지를 매우 많이 사랑합니다. 앱솔루틀리, 러블리 안주에요. 술이 아니라 그 소세지 때문에 가죠. 후훗.
3. 극지방은 아닌데 거긴 많이 춥다고 하더라구요.
4. 그럼 그렇다고 말하면 될거 아닙니까! 왜 사람 궁금하게 얼버무리냐고요, 대체 왜! 나 그렇게 얼버무리며 상대해도 좋을 사람 아닙니다.

마노아 2011-01-05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고 싶은 다락방님, 이미 사랑하고 있는 다락방님! 아, 사랑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내 옆에 있다면 막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아니면 등을 쓸어주던가요. 따뜻하게, 포근하게요~
우체국 1번 손님은 그 직원이 기념으로 먼저 뽑은 게 아닐까요? 하루의 스타트는 내가~ 막 이러면서요.^^
소세지집 어딥니까? 담에 같이 가요.^^

마노아 2011-01-05 23:16   좋아요 0 | URL
참, 지금 CAN'T STOP LOVING YOU을 듣고 있는데,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는 내 심장의 고동소리와 비슷한 음악 소리였어요. 막 기대되고 막 신나고, 하여튼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11-01-06 10:22   좋아요 0 | URL
(에미버젼으로) 마음껏 사랑해주시구랴. ㅋㅋㅋㅋㅋ

소세지집은 종로와 광화문 사이입니다. 있죠, 마노아님. 종로는 데이트하기에 최적의 장소 아니에요? 전 종로랑 광화문이 너무 좋아요. 그냥 좋아요. 남자랑 단둘이 데이트 하는데 강남은 음, 좀 별로에요. 그런데 종로랑 광화문이라고 하면 아 뭔지 모르게 그냥 좋아요. 종로나 광화문에 뭐 특별한것도 없는데! 그렇지만 인사동은 별로에요. 전 인사동이 별 재미가 없어요.

마노아님이 또 막 신났다니까 저도 좋아요. 마노아님 신났다니까, 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2집을 좀 줘볼까 싶어져요. 히히히히히

Mephistopheles 2011-01-06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다락방씨!

(한 번 불러보고 싶었다는..)

다락방 2011-01-06 10:23   좋아요 0 | URL
네, 메피스토씨!

(ㅋㅋㅋㅋㅋ 간질간질하네요. ㅋㅋㅋㅋㅋ)

레와 2011-01-0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2011-01-06 10:23   좋아요 0 | URL


레와 2011-01-0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원서를 사야겠군요!
"And then―like a rainbow" 라니..
그리고 "의미란 언제나 더 사랑하는 쪽에서 만드는 법"

이 두 문장이 미치도록 좋아요.

다락방 2011-01-06 10:39   좋아요 0 | URL
번역된 올리브 키터리지에도 저 표현은 분명히 있는데, 갑자기 like a rainbow 를 보는순간 막 좋아지잖아요!! 원서를 읽은건 아니고(당연히 ;;) 올리브가 일흔 넘어 사랑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서 원서 배송 받자마자 들춰봤는데, 저런 표현이 눈에 띄었어요. 좋아요.

그나저나, 우리 레와님, 내가 쓴 문장에 너무 꽂히는 경향이 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stefanet 2011-01-0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 곳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락방님은 어떻게 그렇게 늘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실 수 있는 건가요?
게다가 이렇게 멋지게, 따뜻하게 사랑하시다니. 표현도 맘껏 하시면서...
부러울 따름입니다. 전 속칭 연애세포가 다 말라 죽어버린듯...;;;

다락방 2011-01-06 10:40   좋아요 0 | URL
아, 정말이지,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지만, 흑흑, 먼나라에서 편지를 보낸 사람은 저랑 '연애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어쩌죠 ;;
[올리브 키터리지]를 보면요, stefanet님, 일흔 넘은 올리브가 남자때문에 설레이고 전화를 기다리고 이메일의 답장을 기다리는 장면이 나와요. 연애세포는 말라죽지 않아요. 말라 죽었다고 느껴질 뿐이죠. 다시 생생하게 살아난다고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올겁니다.
:)

Arch 2011-01-0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먼나라에서 미치도록 예쁜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아, 닌가? 맞을거야...

저도 레와님처럼 두 구절이 참 좋았어요. 레와님도 찌찌뽕^^

다락방 2011-01-06 10:42   좋아요 0 | URL
하하 아치, 아치가 짐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지만, 그 사람은 아니에요. 아치한테 열권의 책과 쪽지를 건넨 그 사람은 나한테 편지를 보내지 않아요. 하핫. 다른 사람이에요, 아치는 아마도 알지 못하는(아나? 모르나? 모르겠네요). 아치 틀렸다. 메롱. 히히

아니 근데 아치, 왜 여기저기 찌찌뽕 하고 사람 꼬집으면서 다니는거에요, 응? 찌찌뽕하는 아치라니, 귀엽잖아요! 아우 좋아 >.<

Arch 2011-01-06 10:49   좋아요 0 | URL
그럼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인가? 저는 다락방 알라딘 인맥의 반의 반도 잘 모르니 뭐, 쳇^^

다락방은 '밀가루 반죽' 안 했으니까 말할때마다 한대씩 맞는거에요. 안 예쁘면 귀엽다고 하더라.
다른과 지원 나와서 컴퓨터할 수 있어요. 일하면서 즐기는 댓글 맛은 참 찰지다.

다락방 2011-01-06 10:56   좋아요 0 | URL
아 찰지대. ㅎㅎㅎㅎㅎ 찰지다는 표현은 아치랑 참 어울려요. 찰지다니, 표현 정말 찰지네요.
일하면서 즐기는 댓글 맛은 맞아요, 찰지죠. 저는 지금 회장님이 언제 나오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릴을 만끽하면서 댓글 다는중. ㅋㅋ
앗, 저 지금 낯선번호로부터 문자왔어요. 이런 문자에요.

[고객님은 최저이율조회기록없이당일천백만원가능합니다(연체자/주부가능㈜대한저축]

돈도 없는데 천 백만원 빌려볼까요? 대한저축은 어디야.....연체자, 주부 가능하다는데 나는 노처녀인데.....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대한저축은 나를 어떻게 알고 돈 빌려준다고 문자를 보내는걸까요? 내가 기다리는건 rainbow 인데 이런 쓰잘데기 없는 문자가...후아 orz

Arch 2011-01-06 11:27   좋아요 0 | URL
다락방은 연체자도 아니고 주부도 아니기 때문에 못빌릴걸~

아, 나 문자 보낼만한거 생각났어요.

다락방 2011-01-06 11:38   좋아요 0 | URL
아치한테 받는 달달한 문자라니. 실실 웃게만드는군요, 아치. 히히히히히

Arch 2011-01-06 11:55   좋아요 0 | URL
이 여자 사람 웃음 소리 바뀐건가요. 전엔 하하하였던 것 같은데! 다락방 점심 야무지게 드세요^^

다락방 2011-01-06 12:14   좋아요 0 | URL
실실 웃는데 하하하하 할 순 없잖아요. 실실 웃으려면 히히히히 해야지.
아치도 점심 많이 먹어요. 배터지게. :)

moonnight 2011-01-0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저도 멀고먼 나라로 가고 싶어지네요. 다락방님께 이토록 격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 (뭐, 사람 나름이겠지만요 ㅠ_ㅠ)
저는 지난 주말에 '황해'를 보고 식겁했어요. 자르고 토막내고 하는 걸 아무렇지 않아하던 저였지만 좀.. 힘들더군요. ;; 사랑하고 싶은 시간. 보고 싶은데, 제가 사는 곳에는 개봉할지 모르겠어요. -_-;;;;;

다락방 2011-01-06 12:1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은 지금도 멀고 먼 곳에 계시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사랑하고 싶은 시간은 개봉하는 곳이 없나보더군요. 그리고 [엘 시크레토]도 마찬가지고. 왜 좋은 영화는 늘 상영하는 곳이 없는지 슬퍼요. ㅠㅠ
점심시간인데, 점심 드시고 계실까요? 맛있는걸로 많이 많이 드세요, 문나잇님. 날 추워서 많이 먹어야 돼요. 물론 더울때도 많이 먹어야 되지만. 훗 :)

nada 2011-01-0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 이제 원서도 읽는 여자사람?
다들 새해라고 너무 의욕충만이셔요.ㅠㅠㅠㅠㅠㅠㅠ
시크릿가든은 좀 재미있어 하다가 식상해졌는데,
다른 것보다 길라임이란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어쩜 그렇게 예쁜 이름을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요?
제 이름이 길라임이라면, 성이랑 이름 붙여서 불러도 기분 안 나쁠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1-07 08:47   좋아요 0 | URL
일단 꽃양배추님, 오해는 금물입니다. 저는 원서도 읽는 여자사람이 아니에요.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올리브가 일흔이 넘어서도 사랑하는게 너무 좋아서 원서를 사서 그 부분을 뒤적뒤적한겁니다. 대체로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가득가득한 가운데, Hellish days. Jack Kennison didn't call, and she didn't call him. 같은 읽을 수도, 해석할 수도 있는 문장이 나와서 형광펜으로 밑줄을 좀 그었습죠. 게다가 저는 새해라고 의욕충만하지 않는 여자사람입니다. 전 2011년 새해에 결심한게 아무것도, 한개도 없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블로그 여기저기 기웃대다보면 사람들은 모두들 뭔가를 결심하던데 저는 어쩜 이렇게 되는대로 살고 있는건지, 원.
길라임, 이름 정말 예쁘죠? 진짜 예뻐요. 제 여동생은 지금 아이를 하나 낳아 키우고 있고, 둘째는 낳지 않겠다며 버럭버럭 하더니 시크릿 가든 보고 나서 "셋째 낳으면 아이 이름을 라임이라고 해야겠어." 라고 하더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전 성이랑 함께 부르든 함께 부르지 않든 어떤 이들이 이름 불러주면 완전 자지러져요.

2011-01-10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0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2월31일 출근길. 버스를 탔는데 버스안에 사람이 별로 없다. 평소의 절반도 안된다. 사람들이 오늘 다 쉬는가 보구나, 나만 출근하는군, 하면서 외로이 자리에 앉아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잠실역에 내렸다. 잠실역,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들어서서 걷고 있는데, 그 때 마침 이어폰에서는 '별'의 [12월32일] 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가 가기전에 꼭 돌아온다고, 

하는 첫 가사를 듣는데 나는 그만 두 손을 모아 잡고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다. 마치 내가 기다리고 있는것처럼. 그렇게 잡은 나의 두 손을 입에 가져다대고 혼자 속으로 말하는데, 그 모아진 두 손에서는 아침 출근전에 내가 뿌린 향수 냄새가 났다.  

아이고, 좋아. 

그래서 바보같이,  니가 올 때까지는 나에게 1월1일이 없다고 말하는 이 슬픈 노래를, 12월 32일이고 33일이라고 말하는 이 서러운 노래를, 듣다가 조금 웃어버리고 말았다.  

 

지하철을 탔다. 내내 노래를 들었다. 나는 서 있었다. 내 앞에 앉아있는 여자는 이십대 중반쯤 되어보였다. 얼굴이 작고 하얬다. 와, 작고 하얗고 예쁘다, 라고 생각했다. 지하철 창으로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앗. 이런 얼굴이라니. 이런 얼굴이 오늘 하루가 지나면 한살 더 먹기까지 한다니! 나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놀라서. 그러자 반짝, 반지가 보였다. 또 기분이 좋았다. 

 

단 하루라도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는 맨디 무어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좀 웃었고, 그래 난 너를 잊을수가 없어, 라고 말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들으면서는 아주 씩씩하게 걸었다.  

 

가끔, 아주 가끔, 제시카 알바가 웃는 모습을 본다거나 할때 나는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오늘, 다시 태어나도 역시 여자로 태어날거라고, 순간의 고민도 없이 나는 여자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여자여서 너무 좋다. 향수 냄새가, 반지가, 그리고 내가 한 말에 대답해주는 남자가 좋다.

 

12월 31일이다.  

돌아오겠다고 말한 남자들은 돌아와야 한다. 돌아오겠다는 말을 믿고 기다리는 여자들이 있으니까. 약속은 남자의 모든것. 여자들에게 12월 32일을 만들어줘서는 안된다. 32일을 만들고, 33일을 만드는 남자들을 내가 다 부셔버리겠어.  

 

나에게 12월 31일 다음은 1월1일이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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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1-05 10:33   좋아요 0 | URL
다락방 흉내낸건데 잔소리라니, 흑!
알겠어요. 저도 완전 열심히 쓸게요.

다락방 2011-01-05 10:49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치, 좀 한가해요? 좋으네. 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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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스타일즈 주연의 영화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에서 여자주인공 '페이지'는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대학생이다. 페이지는 자신의 방 안에 세계지도를 붙여두고 가고 싶은 곳에 빨간 압정을 박아두었으며, 그 곳에 갔다오고 나면 빨간 압정을 빼고 그곳에 초록색 압정을 박아둔다. 셰익스피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속상하지만, 어쨌든 페이지는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기 공부하는데, 그러다가 덴마크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모든걸 내던지고 덴마크로 날아가, 덴마크의 왕비가 된다. 덴마크의 왕비 생활에 적응하고 왕자와 사랑하며 살고 있다가 어느 날 페이지는, 성 안에서 세계지도를 보게된다. 그리고 그간 잊고 있었던 자신의 꿈을 떠올린다. 나는 하고 싶었던 일도 있었고, 가고 싶었던 곳들도 있었다, 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왕자에게 내 꿈대로 살겠다고 말하며 덴마크를 떠난다. 

 

그런데 여기, 자신이 가고 싶었던 곳을 가지 못한채로 머물러 있는 남자가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나를 무릎에 앉혀놓고 곰스크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곰스크, 그 멀고도 멋진 도시 ‥‥‥. 언젠가 곰스크로 떠나리라는 것은, 내 성장기에 더 말할 것도 없이 자명한 사실이었다. 곰스크는 내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다. 그곳에 가서야 비로소 내 삶은 새로 시작될 터였다. (p.10) 

그 꿈을 잊고 있던 그는 이제 곰스크로 향하기로 하고 아내와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기차표를 사기 위해서 가진 돈을 다 써버렸다. 그리고 곰스크로 향하는 기차 안,  인생의 목표가 다가온다는 전율감에 휩싸인 그는 '우리는 모든 것에서 멀어져가는 군요' 라고 말하는 아내와 함께 앉아 있다가 두시간 동안 정차하는 역에 내려 식사를 하고 쉬기로 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아내 때문에 그는 그만 곰스크로 향하는 기차를 놓치고 만다. 

"기차를 놓치면 안되는데 ‥‥‥." (p.14) 

그가 곰스크로 가는 것은 이제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기차가 매일 오는것도 아니고, 차표를 다시 사야 하고, 또 안락의자 때문에, 그리고 아내가 임신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는 매일매일을 곰스크에 가기 위해 잠시 정차한 역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의 아내는 잠시 정차한 곳을 좀 더 살기 좋고 아늑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두시간 동안 들르기로 했던 작은 마을에 그는 내내 머무를 수 밖에 없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고 나니 이젠 곰스크로 가야 한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게되고야 만다. 이 남자는 내내 곰스크로 가고 싶은데, 그의 아내가 그를 막았어, 그의 꿈을 좇지 못하게 했어, 하는 야속한 마음이 자꾸만 자꾸만 생기는데, 모든걸 체념하고 곰스크로 향하는 꿈을 어쩔 수 없이 계속 뒤로 미루기만 하는 그에게 그 마을의 나이 든 선생은 죽어가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나 역시 한때는 멀리 떠나려고 했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중략)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중략)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pp.59-61) 

 

나는 늘 내 삶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많이. 내가 노력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수 있었을 거라고 늘 부질없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원한 최선이었을 것이다.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에서의 페이지가 하필 그때 지도를 보지 않았다면, 5년후나 10년후에 자신의 꿈을 떠올렸다면, 그리고 그때 이미 페이지에게 덴마크 국민들이 의지하고 있었다면, 혹은 아이라도 생겼다면 페이지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기 보다는 덴마크에 머무는 쪽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신은 무엇때문이든 어쨌든 꿈을 포기했군요' 라고 함부로 말할수 없을 것 같다. 머무는 쪽을 선택했다는 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마찬가지로, 이 책속에서의 남자가 곰스크로 가는 것을 아내와 머무는 것보다, 아이보다, 더 원했다면 그는 어쨌든 곰스크로 갔을테고, 그것이 그가 살고자 했던 삶이었을 것이다.  

참 이상하지. 꿈을 좇아 현재에 등을 돌리고 가는 영화를 볼때도 나는 분명히 속 시원하고 위로를 받았는데, 이 책 처럼 가고 싶었던 곳에 가지 못하고 있는 남자를 보는데도 위로를 받는다. 사실 이 책속에서 나이든 선생이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하는데, 그만 바보처럼, 나는 이 책을 껴안고 싶어졌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단편이라니! 시니컬하게 진행되다가,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따뜻해져버리다니! 이 책의 제목까지 확 좋아지고 만다. 

 

어제 늦은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마지막 단편 『럼주차』를 아주 재미있게 읽으면서 지하철에서 내려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아주 추웠는데, 하필 내가 읽은 부분은 이런 부분이었다.  

키 큰 보이 엡센은 무릎 위로 철썩대며 콸콸거리는 검은 바다를 건넜다. 격렬한 파도가 높이 출렁여 가슴까지 흠뻑 젖었다. 주변에는 안개와 밤, 그리고 철썩대며 일렁이는 바다와 안개를 타고 흐르는 창백하고 유령 같은 달이 있을 뿐이었다. (p.165) 

어휴, 나는 너무 추웠는데, 손도 시려웠는데, 물 속에 서서히 잠기게 되는 보이 엡센의 이야기를 읽노라니 더 추워졌다. 그가 서있는 앞 뒤로 물길들이 다가와 그를 감싸려고 할때 내 몸이 다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을 덮고 걸음을 빨리해서 집으로 걸었다.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오고 나서는 어두워서 책을 읽을 수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가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그 갯벌에서 더이상 살 수는 없을거라고, 그는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었다. 그런데 그는 아!  

끝.장.나.지. 않.았.다. 

아 제길. 너무 좋잖아!  

 

책장을 덮고 욕실로 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나도 럼주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추웠으니까. 보이 엡센만큼. 그러나 더 많이 생각한 건 이런거였다. 

 

그래, 삶은 그렇게 쉽게 끝장나지 않아. 

 

밤새 내내 물 속에 서있느라 몸을 덜덜 떨다가,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 마시는 럼주차처럼 몸을 녹여주는 소설집이다. 럼주차를 마셨으니 이제는 나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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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12-2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삶은 그렇게 쉽게 끝장나지 않아요.

다락방이 추울때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 있어, 이 책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보관함에 담았지~ ㅎ)


다락방 2010-12-29 18:43   좋아요 0 | URL
단편집 중 가장 아련한 건 뭐랄까 그러니까 음, 막 좋은거? 그런건 [곰스크로 가는 기차] 였는데 마지막 단편인 [럼주차]를 읽었을 때는 정말 따뜻하고 힘이 났어요. 삶이 그렇게 쉽게 끝장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어서 말이죠.
이 책 참 좋아요, 레와님.

Mephistopheles 2010-12-2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스크.....저 지명은 저 같은 사람에겐 말입니다.
기독교로 말하면 예루살렘이고 이슬람교도로 말하면 메카같은 곳이에요..
저는 생물학적 분류로..
동물계 척색동물문 척추동물아문 포유강 식육목(食肉目) 지각아목 곰과 거든요.

(정색하며)만화 슬램덩크에 이런 말도 나오죠.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 지금입니다.

다락방 2010-12-29 18:46   좋아요 0 | URL
아앗. 슬램덩크에 나온 말이라면, 그 유명한 말이 떠오릅니다. '왼손은 그저 거들뿐' 하핫. 술을 따를때도 우리의 왼손은 그저 거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 댓글이 지금 맥락에 맞는 댓글인가요? 왜 갑자기 이런 댓글을 ㅠㅠ 다 슬램덩크 때문이에요. ㅠㅠ

레와 2010-12-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에 갔을때,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기차를 탄적이 있어요. 저녁에 기차를 타면 아침에 목적지에 도착해요. 대략 13시간쯤 걸릴꺼야. 겨울이었어요. 기차는 중간중간 작은 시골역에 정차하는데 그때마다 역주변엔 간이 시장이 열려요.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고 기차를 따라 사람이들이 한줄로 늘어선 정도. 러시아 촌부들이 집에서 만든 빵이나 따뜻한 차, 치즈 삶은 감자 물론 보드카도 팔아요. 기차가 정차하는 시간은 불과 십몇분. 그 짧은 시간에 조용했던 시골역은 분주해져요. 난 구경만 했어요. 지금이라면 보드카 한잔 마시고 치즈도 사먹고 그랬을텐데.

내가 타고 온 기차를 타야 할 기차를 떠나 보내며 손을 흔들고 있는 날 상상해요.

지난 주말 낯선 도시에서 지금 살고 있는 도시와는 또 다른 겨울 공기를 마시고 추위를 느꼈을때, 러시아 그곳이 그리웠어요.


:)



다락방 2010-12-29 18:49   좋아요 0 | URL
오와 레와님. 내가 타고 온 기차를 타야 할 기차를 떠나 보내며 손을 흔들고 있는 날, 이라는 문장은 이 책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묘사한 듯 하네요. 물론 그들은 다정하게 손을 흔든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저는 죽기전에 이것만큼은 꼭 해보자 하는 것들이 몇개 있어요. 그중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키스해보기가 있어요. 지난번에 그러려고 뉴욕갔었는데 못하고 그냥 와서.... 이걸 하러 다시 엠파이어에 가야해요. 그러니까 레와님, 레와님도 보드카 한잔 마시고 치즈도 사먹는걸 한번 해보기 위해 러시아에 다시 가보도록 해요. 언제가됐든 말이죠.
:)

2010-12-29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30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이런 2010-12-2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감상이네요, 다락방님!

이 글을 읽으면서 <언니가 간다>라는 영화가 생각났어요.
완성도는 별로였지만, 전 그 영화가 꽤나 찡했거든요. 내 선택을 바꾸기위해 10대때로 돌아가지만 결국엔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라는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지금에서야 후회할지 모르지만, 그 당시 내가 '그것'을 선택한건 그 때에 내가 가장 원했던것이 '그것' 이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 말이에요.

저는 언제나 전공에 대한 선택을 후회하곤 했었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는 '만약 내가 20살로 다시 돌아간다해도 지금의 전공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0살의 나는 지금의 전공을 가장 하고싶어했으니까 말이에요.

2010년을 얼마 안남긴 시점에 이글을 보니, 또 최근에 했던 일련의 선택들과 2010년에 했었던 바보같은 선택들마저도 모두 따스한 눈길로 바라볼수 있을것 같네요. 내가 선택한거니까, 그건 나쁜 삶이 아니었다고.. 그렇게 위로를 하면서요^^




다락방 2010-12-29 18:52   좋아요 0 | URL
바이런님의 [언니가 간다]라는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상에 대한 댓글은 또 저로 하여금 [이터널 선샤인]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 영화에서는 사랑했던 기억을 죄다 지우지만 다시 또 그 사람을 사랑해버리게 되는 주인공들이 나오거든요. 지금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게 내가 선택한 운명이라면, 어쩌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사랑할 운명의 사람들일 수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기억을 지워도 같은 상대를 사랑하게 되겠죠? 문득 생각해봤어요. 내가 지금 사랑하는 이 사람을 잊고 싶어서 기억을 다 지웠는데, 또 이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하고 말이죠.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그래도 괜찮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러고 싶은 사람도 있네요.

저 역시 저의 전공에 대한 선택을 후회했어요. 지금도 후회하고 있죠.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걸 택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저는 또 역시 이걸 선택할 것 같아요. 제 능력이나 한계, 환경 같은 것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제게 아무도 조언해주지 않을테니까요. 너는 이런걸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텐데, 그렇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담임선생님의 충고대로 안전빵으로 집어넣게 될거에요.

바이런님,
우리 나쁜 삶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지금도 나쁜 삶을 살고있지 않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지내도록 합시다!

2010-12-29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9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10-12-30 11:48   좋아요 0 | URL
'매의 눈'에 관한 사례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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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님들아 그거 봤냐?
하우젠 버블 cf에 연정훈, 한가인 부부 나오잖아-
거기서 연정훈시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2초 정도 나와 -
근데 그것이 바로 !!
인아(인생은아름다워)에서 이상우씨가 입고 나왔던 바로 그 앞치마다 !!


* 이 글에 달린 댓글
패스어딨냐 시에프를 안봐서..... 모르지 2010.10.27 13:05
남양주새색시 오오오오오 2010.10.27 13:05
상어의꿈 ㅋㅋㅋㅋ 2010.10.27 13:05
상어야누나다 오호..|61.32.***.*** 2010.10.27 13:05
상어의꿈 매의눈 2010.10.27 13:05
천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0.27 13:05
괭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0.27 13:05
괭이~ 매의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0.27 13:05
더해 진짜 매눈일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0.27 13:05
괭이~ 시에프를 안봐서..... 모르지22222222222222 2010.10.27 13:05
댓글돌이 댓글 10개 돌파!!
괭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0.27 13:06
전댕 나~ 이런사람이야 ~ ㅎㅎㅎㅎㅎㅎㅎㅎ 2010.10.27 13:06
인아개바르 ㅋㅋㅋㅋㅋㅋㅋㅋ달달씨엡 ㅠㅠㅋㅋㅋㅋ 2010.10.27 13:07
까몬까몬 오오오오오 진짜 매의눈이다 2010.10.27 13:08
까몬까몬 +_= 2010.10.27 13:08

또치 2010-12-30 11:52   좋아요 0 | URL
'매의 눈'이란 표현은 보통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1.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으로 본다('눈빛으로 잡아먹을 기세'라고도 하지요. ex)아이유를 바라보는 유희열) <-- '유희열 매의 눈'으로 검색해보셔요

2. 남들이 보지 못하는 깨알 같고 적절한 것을 포착하는 능력.<- 위의 예문이 여기에 속합니다.

저는 2번의 뜻으로 다락님을 '매의 눈'이라고 한 것입니다 ㅋ
이상, 또치의 답변(feat. 후배님)이었습니다.

다락방 2010-12-30 11:59   좋아요 0 | URL
오와! ㅎㅎㅎㅎㅎ 또치님, 저 점심먹으러 가기전에 이 댓글 보고 뿜었어요. 푸하하하하하하하
이런 자세한 사례라니, 이거 찾느라 힘들지 않으셨어요? ㅎㅎㅎㅎㅎ
자세한 답변에 감사, 그리고 피쳐링해주신 후배님께도 감사를!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0-12-2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느끼는 거지만 저는 저 책을 읽었어도 다락방님과 같은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으리라 백프로 확신합니다. (자랑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흑. ㅠ_ㅠ;)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라고 위로해주는 다락방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요. 저도 럼주차(어떤 맛인지는 모르겠지만;)가 필요해서 당장 보관함에 던져넣습니다. ^^

다락방 2010-12-30 09:21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추운 겨울에 읽기에 아주 맞춤한 책이었어요. 너무 좋아서 엉엉 울고 싶어지더라구요. 이렇게 추운데 바닷물에 빠져 얼어죽어버리겠네, 라고 생각했는데 어휴 정말.. ㅠㅠ
나쁜 삶이 아니라고 해서, 이것이 내가 원한 삶이라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나쁜 삶이 아니라는 말을 우리는 듣고 살아야 해요.
:)

치니 2010-12-2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스크라는 곳이 진짜 있나 검색해보니,
이 책이 베스트셀러극장의 원작이 되기도 했고 영화로도 나왔었군요. 유명한 책이었는데 전혀 몰랐네요.
으음, 읽어볼래요!

다락방 2010-12-30 09:28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치니님! 좋아하실거에요! 마지막 단편 [럼주차]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참 좋더라구요.히힛.
이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된 건 처음이구요, 번역물이 돌아다니기는 했었대요. 그게 꽤 유명해서 단막극으로 만들어지고 그랬다더라구요. 책 뒤에 해설에 그렇게 나오더라구요. 책은 얇은데 참 좋아요. 치니님, 읽어보세요.

깐따삐야 2010-12-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의 제목만으로도 위로가 되네요. 누군가 심신을 녹여줄 뜨거운 술을 권하면서 그건 나쁜 삶이 아니야,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0-12-30 09:29   좋아요 0 | URL
그치요? 넌 잘 살고 있어, 니가 살고 있는 건 나쁜 삶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면서 뜨거운 술을 권해준다면, 와- 정말 인생 잘 살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요?
영화 [밀크]에 보면 하비 밀크가 죽기전에 자신의 애인과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때 애인이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라고 말해요. 그때 저는 정말 너무 좋아서, 저런 말을 들었다면 저 사람은 죽기전에 후회가 덜할거야, 싶더라구요. 우리에겐 그런말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한건가봐요.

2010-12-29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9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12-29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길,과 좋다는 문장이 이렇게 궁합이 잘 맞다니요~~
제 20년 지기는 세계지도를 좋아해서 방바닥에다 세계지도를 쬑 깔았다는. 자기는 세계지도가 깔긴 방바닥을 걸으면서 유럽을 갔다오고 아시아를 여행한다는 맘으로.

다락방 2010-12-30 09:31   좋아요 0 | URL
더 심한 욕으로 쓰려다가 검열검열 ㅎㅎ

저는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은 바람같은건 없지만 방 안에 세계지도를 걸어두어야 겠어요.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뭔가 벅찰것 같아요. 예전에 종이로 된 지도를 방안에 테이프로 붙여두었는데 자꾸만 떨어져가지고 ㅠㅠ 이젠 좀 좋은 지도를 마련해야겠어요.

마노아 2010-12-30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아름답게 만져주는 어여쁜 다락방님! 다락방님이 받은 위로를 나눠줄 줄 아는 따뜻한 다락방님!
북풍이 휘몰아치는 곳에서도 다락방님과 손을 잡고 있으면 이 글처럼 따뜻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10-12-30 09:31   좋아요 0 | URL
북풍이 휘몰아치든 그렇지않든, 마노아님, 우리 손을 굳게 잡읍시다. 나는 손이 좀 찬 여자사람이지만, 마노아님을 만나기 전에는 항상 데펴두도록 할게요. 엉덩이에다가 좀 넣어두고 있는다든가 해서..(응?)
( '')

jongheuk 2010-12-3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드디어 저의 서재에 글을 남겨 보았어요 으하하

다락방 2010-12-30 16:43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퍼스나콘이 여자사람이네요! 사람들이 종혁씨 여자사람인줄 알겠다. 그렇게 알게 냅둬야지. 으하하하하하하하. 내가 가서 리뷰 읽어볼게요. 바람의 그림자 서평이네요! 히히
아 맞다. 즐찾도 추가했어요. 리뷰 많이 많이 써요, 알았죠?

jongheuk 2010-12-30 17:24   좋아요 0 | URL
이거 바꾸려고 하는데 자꾸 에러가 나서 일단 그냥 두고 있어요;

전 온라인상에서 진짛게 여자로 오인받은 적도 있기 때문에 뭐 견딜만 합니다. 다음 책으로 뭘 읽을까 책장을 가만히 보는데 다락방님께서 보내주신 책들이 많이 쌓여 있더라구요. 밀린 숙제 정리할 겸 하나 읽을까 해요.

다락방 2010-12-30 17:2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맞아. 나도 여자라고 생각했었잖아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며칠후면 내가 보낸 말랑말랑한 책 도착할테니, 그것도 읽고 감상 써봐요. 내가 완전 열심히 읽을게요! 아, 신난다!

2010-12-31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31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12-3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제목이 이거였구나. 언젠가 단막드라마로 만들어진 걸 보고 몇일 잠이 안왔어요. 연말에 이걸 읽다니 강하다 다락방님은!

다락방 2010-12-31 09:28   좋아요 0 | URL
훗. 강한 여자사람 다락방입니다. 잠깐 주저앉기도 하지만 금세 일어서는 여자사람이에요, 난.
이 책 정말 좋아요, 휘모리님.
:)

sjm 2010-12-3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책 정말 좋았는데, 페이퍼로 보게 되어 더욱 좋네요.

다락방 2010-12-31 09:52   좋아요 0 | URL
위로가 되는 단편집이에요. :)

sweetrain 2010-12-3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참 삶이 힘들었고 제가 원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저는 아직 젊고, 제 눈에는 아름다우니까.
...제 삶도 쉽게 끝장나지 않아요.
그까짓 남자 하나때문에 끝내기에는, 앞으로 남은 저의 인생이 너무 기니까요.

다락방 2011-01-01 11:01   좋아요 0 | URL
그까짓 남자가 인생을 끝나는 이유가 되기에는 너무나 사소합니다.
저는 때로는 책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음악에서 위로를 받곤 하는데 스윗레인님에게는 어떤것들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위로가 될 만한걸 찾아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여주세요. 나를 가장 사랑할 수 있는건 결국 나 자신밖에 없는 것 같으니까요.

Kir 2011-01-0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의 언젠가 베스트셀러 극장으로 봤던 기억이 나서 신간 리스트를 보다가 보관함에 담아두었어요.
그런데, 다락방님은 원작을 읽으셨군요! 게다가 저의 주춤하는 초강력 지름신을 자극하시는 페이퍼까지......

다락방 2011-01-02 01:52   좋아요 0 | URL
하하. Kircheis님, 이 작품은 겨울에 읽기에 퍽 만족스런 작품이에요. 좀전에 친구랑 통화하면서도 이 책 얘기했어요. 좋았다고. 그런데 저는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 극장으로 나왔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알았는데, Kircheis님은 보기까지 하셨군요! 단막극으로는 어떻게 꾸몄을지 궁금해요. 그런데 저는 가능하면 독일 단막극으로 보고 싶어요.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물론, [럼주차]도 좋아요!


2011-01-04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