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따위, 돈 없고 걱정거리 많은 삶을 살고 있을 때, 그런 때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좋을것을.
사랑 따위, 착실한 남자친구도 있고 직장내에서 인정도 받고 있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을 때, 그런 때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좋을것을.
사랑이 찾아오는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영화속의 남자와 여자는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좋았을 상황이었다. 오히려 선택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라는게 조금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각자의 상대가 있는 여자와 남자가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한다는 생각보다는 육체적으로 끌리는 것에 충실하다가, 뒤늦게 서로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조경란이 [혀]에서 말했지. 한쪽은 원하고 다른 한쪽은 원하지 않는 일. 나는 그게 슬픔일 거라고 생각한다, 고. 결국 그녀는 그에게서 선물받은 귀걸이를 빼는 쪽을 선택한다.
40자평을 쓰고 싶었는데 알라딘에 이 영화가 검색이 안된다. 1월1일에 찾아간 고깃집이 문을 닫았고, 1월1일에 찾아간 소세지집이 문을 닫았고, 1월1일에 본 이 영화가 알라딘에서 검색이 안되다니. 알라딘 바보, 알라딘 빵꾸똥꾸.
- '전화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고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말했다. 고작 그 작은 기계 하나가 고문 도구가 될 수 있다니, 고작 그 작은 기계 하나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지팡이도 될 수 있다니. 아, 사랑에 빠진 이들에겐 이 세상 모든것들이 얼마나 의미로 가득차있는가.
Hellish days. Jack Kennison didn't call, and she didn't call him.
잭이 전화를 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지옥같은 날들인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잭이 슬픔을 나눌 다른 사람을 찾은거라고 생각한다. (왜 안그렇겠는가!)
She thought he'd probably found someone else to listen to his sorrows.
데이트는 어땠냐는 아들과의 통화해서 그녀는 what date? 라고 심드렁하게 답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랬는데, 그랬는데,
And then―like a rainbow―Jack Kennison called.
아! like a rainbow, 라니. 무지개는 비가 온 뒤에야 뜨지. 그러나 금세 사라지지. like a rainbow. 전화 한통화도 무지개 같을 수 있는 것,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이 하는 일이지.
1월1일 외출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시크릿 가든』1회를 보게됐다. 길라임과 김주원이 아직 사랑하기 전, 길라임이 오스카라는 대스타를 동경하는 상황. 오스카같은 사람이 나를 기억해줄리 없지, 라는 생각을 하는 길라임에게 오스카는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해 얘기해준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해내서 길라임을 놀라게 하더니, 결국은
"길라임 씨!"
라고 이름을 기억해내어 길라임을 감동시킨다. 오스카는 단순히 머리가 좋았던 것일뿐인지도 모르는데, 오스카를 동경하는 길라임에게는 그 순간이 천국이다. 오스카는 천국의 문을 열어준것이 아닌데, 길라임은 이미 천국으로 들어가있다. 의미란 언제나 더 사랑하는 쪽에서 만드는 법.
- 아주아주아주아주 먼 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이로부터 오늘, 뜻하지 않게 편지를 받았다. 받을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낯선편지. 성급하게 봉투를 뜯어 읽는 내내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계속 웃었다. 만약 그 편지를 읽는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아마 내가 천국에 들어가있다고 오해했을거야. 내 이름의 앞과 뒤에는 하트를 그려 보낸 센스라니! 아 예뻐. 그곳에서 사슴고기를 먹었다고 했다. 서투른 영어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 좋아 죽겠다. 편지를 받고 이렇게 기뻐 죽다니. 이게 대체 얼마만인가! 나도 답장을 써야지. 편지지를 꺼내어 답장을 써야지.
당신이 있는 곳이 너무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당신이 빨리 여기, 내가 있는 곳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나는 당신하고 술을 마시러 갈거라고. 그리고 내 옆자리를 톡톡 손으로 쳐서 옆자리에 앉힐거라고. 서투른 젓가락질로 안주를 집어서 당신의 그릇에 놓아주겠다고. 술잔이 비기가 무섭게 채워주겠다고. 내내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원한다면 안아주겠다고. 많이 많이 예뻐해주겠다고. 또 원한다면 뽀뽀도 해주겠다고. 내가 해주는게 싫으면 당신이 해줘도 된다고. 그렇게 써야지. 당신이 오고나면 한동안 나는 당신꺼라고, 그렇게도 말해야지. 내 사랑을 받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겠다고, 그렇게 써야지. 아 좋아.
- 나는 오늘 회사근처 우체국의 첫손님이었다. 개인적으로 우체국에 볼일이 있었는데, 우체국 앞에서 종종거리고 기다리다가 우체국 문이 열리자마자 쪼르르 들어가서 번호표를 뽑아들었다. 첫손님인데 왜 번호표는 2번일까. 우편물을 접수하며 창구직원에게 물었더니 아 그건 아까...하면서 말을 얼버무린다. 아까 뭐? 아, 듣고싶었는데..더이상 말해주지 않아서, 재차 묻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