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사랑을 위하여(원제 Dying young)]에서는 병에 걸린 남자와 간병인 여자가 등장한다. 이 영화를 본게 이십년 가량 되어서 당연히 모든 장면들이 기억나진 않지만, 사춘기 시절 유독 기억에 남았던 한 장면은, 당연히 한집에 머무르는 간병인 여자의 침실로 한밤중에 남자가 찾아가는 장면이다. 남자는 여자가 홀로 잠들어 있는 침실에 찾아가 같이 자고 싶다고 말한다. 섹스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단순히 함께 잠드는 것. 그러자 여자는 자다가 깨어서는 자신이 누웠던 자리를 그에게 내어주며 자신은 옆으로 몸을 이동한다. 남자가 그녀의 침대에 누웠을 때 그 자리는 여자가 잠들어 있던 자리라 따뜻했을 거다. 나는 이 장면이 정말이지 무척 좋아서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는데, 그 장면 하나로 모든게 녹아있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옆에 눕고 싶다고 했는데 거부하지 않았고, 따뜻한 자리를 그에게 내어 준다는 것, 물론 그녀와 그는 간병인과 환자 사이이긴 했지만, 참으로 따뜻한 장면이 아닌가. 그 침대에 누울 때 남자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마가렛 타운이, 이 책속에서, 그걸 한다. 내가 늘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스물 다섯밖에 안됐는데, 한다. 아, 질투나. 

"마가렛, 내가 담당하는 과목은..."
그때 매기(마가렛의 애칭)가 내 말허리를 자르고 끼어들었다.
"당신 피곤해 보여요."
매기의 말을 듣자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맞아. 나 피곤해."
내가 말했다.
"자고 싶으면 여기서 자도 돼요."
매기가 말했다.
"그 침대에서 같이 말이야?"
나는 기가 막혔다.
"네, 이 침대에서요."
그래서 나는 그 말대로 했다. 그런 제안을 날마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그 다음 날, 즉 금요일 오후에 잠에서 깼다. 깨어보니 매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잤어요?"
매기가 물었다.
"응."
나는 하품을 했다.
(pp.16-17) 

 

 

 

 

 

 

 

사실 이 책은 그다지 크게 재미있지도 않고, 이 책속의 여자주인공 마가렛 타운은 내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데, 여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을 그녀가 책속에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예쁜 구두를 신고 남자를 만나는 일 같은것. 

매기는 나를 발견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내 이름을 불렀다. 매기는 내가 그녀를 먼저 볼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예쁜 구두를 신고 나오길 잘했네."
매기가 말했다.
"외출하려던 참이었어요. 원래는 방한화를 신고 있었는데 출발하기 직전에 신발을 바꿔 신었어요."
(중략)
"헤어진 남자 친구나, 아무튼 근사하게 보이고 싶은 남자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당신일 줄은 몰랐어요."
"나를 만날 거라는 걸 알았더라도 예쁜 구두로 갈아 신었을까?"
매기는 고개를 꼿꼿이 쳐들더니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네, 그랬을 거예요."
천천히 번지는 그 미소. 아, 정말 날 미치게 했다.
(pp.12-13) 

매기는 스물 다섯에 벌써 그런걸 느끼고 있었구나. 좋아하는 남자를 만날 때는 예쁜 구두를 신고 싶다는 걸. 나는 스물 다섯에 힙합바지..입고 다녔는데. 나는 스물 다섯에 고무줄치마..입고 다녔는데...늘어진 면티를 입고 남자를 만났는데..긴 청바지 반으로 싹둑 잘라서 입고 다녔는데...쪼리..신고 다녔는데...아빠는 내가 거지꼴이라 날 길에서 만나도 아는 척 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는데...좋아하는 남자를 만날때 설레이는 마음으로 예쁜 구두를 신고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건 나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최근에야 그런 생각을 했는데. 매기는 나보다 십년 먼저 그런걸 알고 있었구나..내가..많이 무디구나...애가..둔하구나... 그래서 내 스물 다섯에는 아무도 내 미소를 보고 미치지 않았구나..... 그런데.. 예쁜 구두를 신고 만나러 간 남자도 안미치던데? 날 내버려두던데? 구두, 탓은 아닌거구나.

매기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현관에 불을 켜 놓겠다고 말할줄 아는 여자다.  

"당신을 위해 현관 불을 켜놓을게요, N. 어두우면 우리 집을 찾기 힘들거든요."
"내가 언제 돌아간다고 정확히 말 안 했잖아."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켜둘 거예요."
매기가 말했다.
(p.127) 

매기는 N을 사랑하고 N도 매기를 사랑한다. 그러나 매기는 N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때때로 여자가 남자에게서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얼마나 강하게 욕망하는지, 남자들은 모른다. 설사 가까스로 일깨워줘도 쉽게 까먹는다. 머저리들..그래서 모든 매기-이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왜 모든 매기라고 하는지-를 사랑하는 N 도 매기를 서운하게 한다. 

"당신은 무슨 생각인지도 말 안 하고 내 손가락에 노끈을 묶어줬어요. 우리가 처음 같이 잔 다음에도 두 달이나 전화 한 번 안했고요.(욕나와..) L 에 대해서도 한 마디도 안 했어요. 그리고 당신 자신에 대해서는 또 어떻고요? 난 당신 누나를 딱 한 번밖에 못 만났고 당신 부모님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전혀 몰라요. 당신은 비밀투성이예요. 난 당신 중간이름도 몰라요. 난 당신 이름하고 성만 알지 다른 건 하나도 모른단 말이에요." (p.132) 

이 때의 매기의 서운함과 울분이 나는 뭔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아서 같이 막 속상해하며 읽고 있는데 이 남자, 아우, 이런다. 

"티모시야." (p.132) 

아! 뭘 더 어떻게 말해야 할까. 갑자기 또 사랑하게 된다. 씨양. 매기는 자신이 화냈다는 것도 잊고 티모시, 하고 따라서 말해본다. 아우.. 얼때는 꽁꽁 얼지만 녹을때는 봄 눈 녹듯 녹아버리는 여자의 마음이라니. 흑. 나는 매기가 정말 별로 안좋은데, 매력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매기가 내뱉는 말들이 다 내가 내뱉는 말들 같다. 이런것도. 

"보면 알겠지만 나, 당신에 관한 것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 (p.228) 

당신에 관한 것은 거의 다 기억하는 거, 이건, 머리가 좋아서는 결코 아니다.  

친구가 우유에 타 먹으라고 핫초코 믹스를 보내줘서 오늘 출근길에 우유를 사왔다. 그런데 우유를 전자렌지에 데우러 가기가 정말 너무 귀찮아서 그냥 우유만 마셔버렸다. 맛없어라. 

마지막으로, Dying young 에서 여자와 남자가 춤출 때 흘러나오던 음악, all the way. 춤 추는 영상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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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3-2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달간 어그만 신다가 이제 구두를 신어야하는 계절이 왔는데 두려워요 다락방.
난 발을 아프게 하는 구두가 미워요. 흑흑...ㅠ_ㅠ


그래서 얼마전부터 운동화 신고 다녀요. ㅡ.ㅡㅋ


다락방 2011-03-23 17:44   좋아요 0 | URL
퇴근 준비는 안하고 왜 알라딘에 와있어요!! 얼른얼른 퇴근준비하고 칼퇴근 합시다!!
난 며칠전부터 짬부츠 벗어버리고 구두 신고 다니고 있어요. 뭐, 남자 만나고 사는 것도 아니니까 예쁜 구두 말고 그냥 구두 신고 다니고 있는데, 뭐 어쨌든, 신나요! >.<

무해한모리군 2011-03-23 18:17   좋아요 0 | URL
전 오늘도 까만색 정장에 깜장 코트입고 토끼털 목도리까지 둘렀는데 흰 운동화 신었어요..
제 발이 편해서 짜증을 안내야 우주가 편안한 법이지요.. 암!

다락방 2011-03-24 08:31   좋아요 0 | URL
전 하도 구두를 신었더니 구두 신었다고 발이 불편하진 않아요. 뭐 불편한 구두도 간혹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춥다고 해서 코트 입었어요. 무슨 3월말이 이래요? ㅜㅜ

브론테 2011-03-23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퇴근해야 하는데 지쳐서 널부러져 있는 중....

다락방 2011-03-24 08:57   좋아요 0 | URL
전 출근했는데 지쳐서 널부러져 있는 중.....

굿바이 2011-03-2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노래 all the way는 말입니다, 정녕 이 노래는 말입니다, 이렇게 우연하게 들으면 안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 all the way는 제게 시각화된 노래,입니다.
제 첫사랑과 처음 손을 잡던 1995년 어느 봄 날, 가로등 아래 어린 꽃나무 떨고 있던 그 날, 그 날이 봉인된 노래라는 말입니다. 다른 연주곡도 많았는데, 하필 이 느끼한 노래가 그 순간 흘렀더란 말이죠. ㅜㅜ 엉엉 ㅜㅜ


다락방 2011-03-24 09:13   좋아요 0 | URL
1995년, 굿바이님은 첫사랑과 처음 손을 잡았군요! 1995년, 저는 그때 만약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아마도 날나리로 불리지 않았을까 싶었을 고등학생 때네요. 수능 공부..하고 있었겠어요. 하핫. 그때의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못생겼더랬어요.
시각화된 노래, 아우.
저도 갑자기 어떤 노래에 대한걸 막 쓰고 싶어졌는데, 그 노래는 어디서도 만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노래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으므로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 노래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내밀한 것처럼, 저의 내밀한 노래가 되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쉿, 말하지 않겠어요. 그건 저의 비밀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11-03-2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첫사랑을 처음만난 날 거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마디 한마디 표정 몽땅 다!

다락방 2011-03-24 09:10   좋아요 0 | URL
저는 첫사랑을 처음만난 날의 기억은 없어요. 저는 가장 최근에 사랑한 사람에 대한 걸 기억해요, 대신. 아 저 지금 제가 뭘 기억하는지 줄줄이 읊고 싶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와락 조여와서 쓰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걸 쓰고나면 저는 하루종일 휘청댈 것이므로. ㅠㅠ

마노아 2011-03-2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음악을 많이 선물받은 날이에요. 나는 오늘 일찌감치 서둘러서 샤콘느를 틀어놓고 우아하게 빵 반죽을 만들었어요. 달콤한 향이 났고요. 그 놈의 밥통이 배신만 안 때렸어도 나의 오늘 요리는 환상이 될뻔 했지요. 분노의 설거지를 마치고 샤콘느 대신 더티 댄싱을 들었어요. 그랬더니 나의 거친 호흡에 딱 적당한 노래들이 나오던걸요. ^^
오늘은 접영에 대한 감이 조금 온 것 같아서 수영을 마치고 무척 흡족했어요.
그런데 이 노래를 들으니 불현듯 외로움이 치소는군요. 오늘 마무리 좋았는데 급 쓸쓸해요...ㅜ.ㅜ

다락방 2011-03-24 09:09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은 언제나 제 서재에 들르면 웃어야 하는데 이 날은 쓸쓸하게 만들었군요. 흑흑 ㅠㅠ
난 트와일라잇의 그 춤출때 나오는 음악을 틀어놓고 집에서 혼자 이리저리 움직여본 적이 있어요. 입으로 흥얼거리면서요. 별로 쓸쓸하지 않았어요.
오늘 아침에는 샤콘느를 들었고 패트릭 스웨이지의 she's like the wind 를 따라 불렀어요. 나는 중학교때 더티댄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미친듯이 들으며 다녔거든요.
아, 저는 마노아님의 쓸쓸하다는 이 댓글을 읽으니 갑자기 어떤 기억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떠오르면서 쓸쓸해지기 시작하네요. ㅠㅠ 잠시동안 추억에 빠져 허우적대야겠어요. ㅠㅠ

하루 2011-03-2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기억해요. 전 남자 주인공이 줄리로버츠 면접을 보던 장면을 지켜보던 장면이 기억나요.
그 장면에서 여자는 굉장히 불쾌해했고, 남자 주인공이 설명을 하고 사과를 하고
그렇게 둘이 처음 마음을 열었던던 장면으로 기억해요. 아 새록새록.

다락방 2011-03-24 09:06   좋아요 0 | URL
하루님의 댓글을 읽으니 저도 그 장면이 어렴풋이 생각나요. 전 이 영화를 볼 당시에는 그다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다 보고 시간이 흐른 후에 저 위에 쓴 침대 장면이 자꾸 생각나요. 그 장면이 무척 좋아서요. 그리고 춤추던 장면과 all the way 도 말이지요. 그러고보면 이 영화는 제게 좋은 영화였는가 봐요.
아, 전 영화가 정말 좋아요! >.<

kimji 2011-03-2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이 음악. 굿바이님처럼 '이렇게 우연하게 들으면 안 되는 노래'입니다. 첫사랑과 손을 잡았던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이 음악은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만나다니요.

음악 듣고 있으니, 춤추고 싶네요. 저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전혀 못 느꼈을 텐데... 나이 드니까, 이래요. 난 이 영화 중에서 기억에 나는 장면이 딱 떠오르는데, 무슨 장면인지는 안 쓸래요^^
음악 잘 듣고 갑니다!

다락방 2011-03-24 09:04   좋아요 0 | URL
이 음악 참 좋지요? 전 영화속에서 남자랑 여자가 춤추는 장면이 정말 좋아요. 일전에 올려주셨던 [댄싱 히어로]의 댄스 장면도 그렇고, 이 영화속에서도 그렇고요. 또 [트와일라잇]에서도 마지막 춤추는 장면이 저는 아주 무척 좋아요. 그때의 음악도 좋고. 영화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는 여자가 좋아하는 락그룹의 노래를 남자가 듣게 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여자가 신나하고, 그 신나하는 장면을 남자가 보면서 좋아하던 장면 같은 것들이 좋아요. 같은 음악을 듣고, 그 느낌을 공유하고, 그 음악이 흐를때 같은 공간에 있고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아주아주 특별한 일이에요, 김지님.

김지님에겐 무방비 상태에서 만난 음악, 그러나 제겐 의도적으로 올린 음악이네요.
:)

Mephistopheles 2011-03-24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음...힙합바지로 땅바닥을 질질 끌며 늘어진 면티를 입고 와썹 푸쳐 핸섭...컴온 맨...하시는 다락방님을 아주 잠깐 상상.......(그림이 잘 안그려지는군요..)

근데 저 영화 '요절'은 아주 팍삭 망해버렸어요. 일단 포스터부터 욕을 된통 먹었어요. 두 명의 배우가 시선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전 이 영화에서 케니 G의 음악만 생각난다는...

그리고 영화의 남자 주인공....제대로 늙었더군요..세월의 무상함이란..허허허..

다락방 2011-03-24 09:0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그렇지만 저는 힙합을 부르며 다니지는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스트림만 줄창 듣고 다녔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케니지의 음악은 정말 좋아서 아주아주 유명하잖아요. 저도 그 음악이 좋았는데 이 노래 all the way 도 무척 좋더라구요. 영화 볼 때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더 좋다고 생각되어지는 노래였어요. 아주 분위기 있는 노래. 흣.
저도 어제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캠벨 스콧이었던가, 하면서 검색해봤다가 깜놀했어요. 아니야, 난 이 남자를 그 영화에서 본 적이 없어. 이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답니다. orz

비로그인 2011-03-24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센티짜리 힐을 샀어요. 베이지가 섞인 연한 흰색의 느낌에, 자잘한 갈색과 베이지 조합의 얼룩무늬가 있고, 브라운 컬러로 라이닝 마감 된, 한 일주일 뒤부터 신으면 좋을 듯한 구두. 도로시 구두, 재투성이 아이(신데렐라 라고도 하죠)의 구두,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의 구두, 구두는 내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다락방 2011-03-24 09:00   좋아요 0 | URL
저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구두가 있어요. 그런데 가장 예뻐요. 신을때마다 내가 예쁜 여자라고 생각되어져요. 그 구두를 신고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러 간 적이 있어요. 아주 잠깐 동안 그를 만났고, 그는 아마도 내 구두를 보지 못했을 거에요. 혹은 보지 않았거나. 원래 데이트할 때 남자들이 여자의 구두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으니까요. 아니, 신경쓰는 남자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데 저는 그날의 저와, 제 옆에 서서 제게 작별인사를 하던 그가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때 제가 입었던 옷과 구두, 그때 그가 입었던 옷, 그 모든게 선명해요. 그때의 저는 완전한 여자였고 그때의 그는 완벽한 남자였죠. 그 날을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두근두근해요.

차좋아 2011-03-24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의 기억력이란 대단한 걸요~ㅎㅎ

'사실 이책은 그다지 크게 재미있지도 않고...' 라고 안 하셨음 보고 싶어 고민 좀 했었을 책이네요. 요즘 연애 소설 좀 읽고 싶은 나날들이거든요(응?)

다락방 2011-03-24 08:57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남자분이 쓴 이 책의 리뷰도 읽어보시고 이 책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시는 건 어떨까요.
http://blog.aladin.co.kr/turnleft/4538382

그리고 차좋아님, 연애 소설을 읽고 싶은 나날들이라면, 혹시,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읽어 보셨습니까? 일단, 그걸 읽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훗.

차좋아 2011-03-25 09:26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turnleft/4538382<---프린트 해서 조곤히 읽어 보겠어요.ㅋㅋ
(아침에 심심했는데ㅋㅋㅋ 재밌겠다^^)

다락방 2011-03-25 09:32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 금요일이에요 차좋아님. 꺄울 >.<

섬사이 2011-03-2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왜 구두를 못 신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전 코가 뾰족하고 굽이 늘씬하게 높은 구두를 도무지 못 신겠어요.
20대에도 그랬고, 30대에도 그랬고, 40대인 지금도 그래요!
그런 구두를 신을 줄도 모르는 여자랑 30년 가까이 알고 지내오고
게다가 결혼까지 한 울집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어요.
난 좀 우아해져야 할까 봐요. 가능....할..까..요...?

다락방 2011-03-24 14:51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구두는 남자가 나를 사랑하게 하는데 아무것도 도움이 안돼요. 그러니까 예쁜 구두를 신어봤자 남자가 나를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구두를 안신었다고 남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죠. 전 슬리퍼 신고 나가도 저 좋다고 하는 남자도 봤고 예쁜 구두를 신고 떨리는 마음을 가득 안고 나갔는데도 저따위 안중에 없었던 남자도 알고 있죠.
섬사이님은 지금도 충분히 우아해요. 그리고 남자들은 구두에 신경쓰지 않아요. 구두는 여자들의 자기 만족인것 같아요. 조금 더 긴장하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자기 만족이요.
그런 구두를 신을 줄도 모른다는건 전혀 삶에 지장도 없을 뿐더러 약점도 아니에요. 그냥 지금처럼 살아가셔도 된다는 처방을 저는 강하게 내려드리고 싶습니다.
문제는요, 섬사이님,
섬사이님이 아니라,
제가 예쁜 구두를 신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나가봤자 절 안중에도 없어하는 남자에요. 그 남자가 문제인거에요.

2011-03-30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1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지만 새로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그 사람의 과거를 완전히 알고 있지 못한 경우에는, 머지않아 그 사람이 자신의 지나온 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마련이었고, 그때부터 그녀는 슬퍼지기 시작했다. 이미 그에게 너무 많은 일이 생겨버렸고, 그녀가 그 모든 것을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는 느낌이 아프게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삶이 온통 기억이 되어버린 누군가를 완벽하게 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그녀를 완벽하게 알 수 있을까? 그녀 생각에는, 자신이 알고 있다고, 혹은 자신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그녀의 삶의 일부가 되어 왔던 사람들밖에 없었는데,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거의 없었다. (p.300)  

 

 

 

 

 

 



 

둘 사이에 쌓아온 시간이 길다는 건 꽤 힘이 세서, 이제 막 관계를 트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벽으로 느껴지기 쉽다. 나는 그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해서 이것도 해주고 싶고 저렇게도 말해보고 싶은데, 이미 그를 잘 아는 누군가가 '너는 그를 잘 모르는구나, 그는 그런거 싫어해, 그는 이런걸 좋아하지' 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십년간 그의 옆에 있었던 사람과 이제 막 그의 옆에 있고 싶어하는 내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같이 드라이브를 간다면 십년된 사이는 언제 어느 시점에서 그에게 물을 챙겨줘야 할 지 알테지만, 나는 그가 물을 달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식의 비교는 부당하다. 오래된 사이가 더 좋을수는 있지만, 오래된 사이가 '반드시' 더 좋은 건 아니다. 위에 인용한대로, '이미 그에게 너무 많은 일이 생겨버렸'는데 이제 막 그를 알게 된 나는 그의 그동안의 일들을 알 수가 없잖은가. 또 설사 그것들을 다 알게 된다고 해도 그게 '그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까? 나는 내 자신조차 알 수가 없는데? 

 

지구상에 로라 혼자만 남았다. 전 인류가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었는데, 로라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것도 남극에서. 그리고 그녀는 동상이 걸리기도 하고 혼자 울기도 하면서 자신이 지구상에 혼자만 남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그녀는 계속 살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을까? 나 혼자만 이 지구상에 남겨졌다면, 나는, 계속 살고 싶을까? 어쩌면 어딘가에, 누군가는, 이라는 희망을 붙들고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할까? 

혼자 우는 로라가, 혼자서 썰매를 끌고 혼자서 동상걸린 손에 연고를 바르는 로라가 너무나 외로워서 이 소설은 먹먹했다. 그리고 남극에서, 그 눈 쌓인 곳에서 그녀가 계속 생각하게 되는건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는 점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나 역시 그곳에서 떠올리게 될건 지나온 일들, 지나온 사람들일 것이다. 만났던 사람들, 사랑했던 사람들. 좋았던 기억 혹은 감추고 싶었던 일들. 나는 로라처럼 아마도 며칠은 내내 울지도 모른다. 동상이 걸릴지라도 밖에 나가 살고자 할 지도 모르겠다. 텐트안에 처박혀서 내내 누군가의 글을 읽을수도 있겠고. 무얼하든 죽기직전까지-언제고는 죽을테니까-나는 나 혼자만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추억만 되새김질 할것이다. 그 수 밖에는 도리가 없잖은가. 

 

시티안에는 로라가 기억하는 죽은자들만이 모여있다. 그러니까 어떤 관계로든 로라가 아는 사람. 시티안에서 퍼켓은 자신이 아는-기억하는- 사람들을 적기 시작한다. 

한 명의 인간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평범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다. 만 명? 10만 명? 평범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다. (중략) 우선 직계가족부터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 두 명, 열한 살 때 자전거를 타다 시냇물 바닥에 처박히면서 목이 부러져 죽은 형이 있었다(중략) 기억나는 이웃들도 있었고,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있었다. (중략)친구의 친구도 있었고, 그 정도를 넘어 질적으로 다른 친구들의 무리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들을(모두 열일곱 명이었다)목록에 추가하고, 여자친구의 가족, 그의 첫번째 아내와 그녀의 가족, 두 번째 아내와 그 가족을 추가했다.(중략) 식료품점, 슈퍼마켓, 공구점, 자동차 정비소, 백화점, 식당, 그가 자주 가던 극장에서 일하던 사람들.
몇 번씩이나, 그만하면 목록을 완성했다고 생각했지만 금세 한 뭉치의 아는 사람들이 새로 떠오르곤 했다. 보이스카우트에서 같은 팀에 속했던 친구들,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했던 사람들, 힘들었던 시절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 만났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
(pp.192-194) 


그는 우편배달부까지 떠올린다. 대충 계산해보니 4만2천명 정도가 나왔다. 그말을 들은 그의 동료는 설마 그렇게 많겠어, 라고 하지만 퍼켓이 기억하는 우편배달부만 여덟명이 떠오른다면 4만2천명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어느 한적한 토요일, 만약 내가 오후에 약속이 있다면 한 두시간쯤 일찍 나가 까페에 앉아 새로 산 만년필로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을 종이에 적어보고 싶다. 직계가족부터 시작해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로 만난 사람들, 동창들, 내가 갔던 고깃집에서 일하던 사람들, 커피숍에서 만났던 사람들, 역시 나도 우편배달부까지. 그리고 알라딘 택배 아저씨, 신문배달 아저씨, 아파트 경비 아저씨까지. 도표처럼 그들을 그려내면 어느정도 크기의 종이가 필요할까? 

눈 쌓인 길 위에서 미끄러질 뻔한 린델은 로라를 탓한다. 


그는 로라 버드를 탓했다. 이쪽 세계에 소금 트럭이 없는 건, 그녀의 기억에 소금 트럭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는 사람 중에 소프트웨어 디자이너가 없었기 때문에 이쪽에서는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작은 상점 주인들이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항상 소리만 지르는 지저분한 아이들만 많이 알고 있었다.(pp.250-251) 



작은 상점 주인들을 기억하는 건, 나쁘지 않은데? 나는 종이 위에 기억나는 작은 상점의 주인들도 다 적어야지. 그리고 시장에서 채소를 팔던, 단팥죽을 팔던 아주머니들도 적어야지. 쌀을 배달해주던 아저씨까지. 내가 그들을 기억하면 이 지구상에 나만 남겨졌을 때, 시티에 있는 사람들은 채소를 살 수 있고 단팥죽을 살 수도 있으니까.  

만약 내가 혼자라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지면, 그때는 루카가 로라에게 물었듯이, 이런 말을 일기장에 적어야지. 

"그래서 내일 이 시간이면 자기는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p.134) 

시티에서 당신은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내가 이 지구상에서 안전하게 혼자서라도 잘 살고있기를 바라고 있을까, 당신은 나를 잊지 않고 내내 그리워해줄까, 를 생각해도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가겠지. 그렇지만 나는 남극에서 열 손가락 모두 동상에 걸리겠지. 그리고 발가락까지 모두. 결국은 나도 별 수 없는 인간이니까. 

 

이 소설은 외롭다. 외로워서 기억하는데, 기억해서 외롭다. 게다가 혼자서 살기위해 노력하는게 더 나은건지, 결국 다른 사람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게 더 나은건지 알수가 없다. 시티안의 사람들중 어떤 이들은 로라를 알지 못한다. 로라의 기억에만 있을 뿐이니까.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시티안 이라면,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기억 때문에 살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외롭다. 그래서 종종 가슴이 답답해지고 먹먹해진다. 이 소설은 외롭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슬프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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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3-2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은 너무 많은데 읽을 시간이 부족해요. 안달복달; (술마실 시간에 읽으면 되지! -_-+)
이 책도 어느 옛날부터책장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는. ㅜ_ㅜ

다락방 2011-03-21 16:27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값일때 사두었는데 지금 읽었어요. 재미있어요, 문나잇님. 이 책 좋으네요. 문나잇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저는 술을 마시고 싶습니다, 문나잇님! 왜 술 마신 바로 다음날을 제외한 모든 날들에 술 마시고 싶을까요? 그건 인생이 헛헛하기 때문일까요?

moonnight 2011-03-22 16:46   좋아요 0 | URL
전 언젠가부터는 술마신 바로 담날도 다섯시 이후가 되면 술생각이 나요. -_-;
이거 병이죠? ㅜ_ㅜ
이래도 될까 걱정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제는 대범-_-해졌어요. (이럴 때만 대범이냣!)
아까 점심시간에 잠깐 마트에 들렀는데 조그맣고 예쁜 사케가 눈에 번쩍! 퇴근해서 한잔할 생각에 벌써 행복해요. 홍홍 ^^

다락방 2011-03-22 17:11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저는 어제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와서 화이트 와인 한병을 남동생과 사이좋게 싹 비우고 그리고 바로 잤더니 체했어요. 아침도 못먹고(반찬은 무려 스팸과 계란말이와 김치찌개였는데!) 회사 와서 커피도 못마시고, 혼자서 손 땄어요. ㅜㅡ
사실은 술 마시고 바로 잔 게 한두번도 아닌데 그 때문이 아니라 어제는 먹으면서 이래저래 신경쓸 일이 많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기는 했지만. 전 그래서 오늘은 술 생각이 안나요. 그렇지만 내일은 술 생각이 날 거에요. 흑흑.
문나잇님, 얼른 퇴근해서 행복하게 술 한잔 하세요! 제 몫까지 오늘은 드세요. 건배!

stefanet 2011-03-2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최근에 제가 읽어본 리뷰 중에서 이렇게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한 책은 없었어요!
외로운데,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가 꼭 배워야 할 지점이네요.

다락방 2011-03-21 16:5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오셨네요, stefanet님!
네, 이 책은 신기해요. 외로운데, 지구상에 혼자 남아 있는데, 그래서 로라가 혼자인 그 시간이 너무 힘들 것 같고 고독할 것 같아서 먹먹해지는데, 그 외로움에 가슴 짠해지는데, 그런데 그게 슬픔은 아니에요. 슬프진 않아요. 지구상에 혼자 남아 있는 여자와, 그 여자의 기억들로 죽은 사람들이 머무르는 도시의 이야기가 아름답기까지 해요. 전 참 좋았습니다, stefanet님.

stefanet 2011-03-21 17:35   좋아요 0 | URL
제가 댓글은 안남기지만 매일매일 들러서 눈팅은 하고 있어요 다락방님~^^
애정하는 서재랍니다!

다락방 2011-03-22 09:17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

Arch 2011-03-2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페이퍼를 아직 안 읽었는데요. 다락방, 어떻게 이렇게 긴 페이퍼를 회사에서 쓸 수 있나요? 전 회사에선 놀고 있는데도 머릿속이 엉켜있어요.

Arch 2011-03-21 16:54   좋아요 0 | URL
어, 다락방이다.

다락방 2011-03-21 16:57   좋아요 0 | URL
전 안그래도 이 페이퍼가 너무 길어서 아 젠장 왜 이렇게 길어져 버렸지 하고 짧게 수정하고 싶은데 도무지 수정이 안돼요. 역시 처음 쓴글은 고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아치.
그리고 아치, 저는 이상하게 회사에서 글이 더 잘 써져요. 특히 회장님 계실때... ( '')

Arch 2011-03-21 17:01   좋아요 0 | URL
아, 부럽다. 다락방은 도시 여자에 회사에서 글도 잘 쓰는 여자로군요. 워너비 다락방이군! 코 먹는 것만 빼고. (<--자꾸 밀고 있음)

다락방 2011-03-21 17:09   좋아요 0 | URL
코 먹어 봤어요, 아치?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요. 코 먹어 보면 다른거 못먹어요. ㅎㅎ

Arch 2011-03-21 17:1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코쟁이다운 말이군요.

마노아 2011-03-2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들로 새로운 도시가 채워진다면... 그 세계는 엄청 편향되어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가수나 연기자들은 다 들어가 있을 테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도 있을 테지만, 내가 겪어보지 못하고 내가 관심갖지 않은 분야는 전몰 수준일 테니까요. 정말 몇 시간이고 떠올리고 떠올려가며 명단을 수정해 간다면 얼마만큼의 종이가, 몇 페이나 필요할까요. 4만2천 명... 나올 것 같아요. 그래도 30년 이상은 살았으니까요. 혹시 내가 읽은 책 속 주인공마저도 그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숫자는 더 어마어마해지겠죠. 무척 기대되는 상상이건만 이쪽 세계에 홀로 남은 로라를 떠올리면 그 두근거림이 미안해지네요. 외롭지만 슬프지 않은 마음과, 혼자여서 좋지만 쓸쓸한 마음이 충돌해요.

다락방 2011-03-21 17: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노아님. 게다가 로라는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 외에, 시티의 존재를 알지는 못하니 그 외로움은 얼마나 클까요. 혼자서 동상 걸린 손에 연고를 바르는 그 마음은 대체 어쩌나요. 혼자서 텐트를 치고, 혼자서 먹을 것을 찾고, 혼자서 요리를 하고, 혼자서 상황 파악을 해야 하는 로라는 대체 얼마나 더 아플까요. 많은 감정들이 충돌해요, 마노아님.
이 소설은 마노아님도 좋아할 것 같아요. 푹 빠져들거에요.
그리고 내 기억속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채워질 시티에는 분명 마노아님도 있을거에요.

비연 2011-03-2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정말 책을 읽고 싶도록 만드는 분이에요^^

다락방 2011-03-22 09:17   좋아요 0 | URL
하핫 이 페이퍼는 꽤 길어서 읽는분이 몇 안되실거라고 생각했는데 비연님도 읽으셨네요. 하핫.

책가방 2011-03-2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라도 외롭겠지만..
만약에 내가 시티에 사는 사람이고, 나의 로라는 퀼트강좌에서 3개월정도 같이 수업받은 사람으로 나를 제외한 나와 연관된 다른 어떤 누구도 알지 못한다면... 나도 외로울 것 같아요..ㅠ.ㅠ

다락방 2011-03-22 09: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속에서의 '린델'도 그래서 로라를 원망하기도 해요. 로라가 린델은 알지만 린델의 가족들은 모르기 때문에 시티안에 린델은 혼자거든요. 물론 회사사람들이 함께 있지만 말예요. 린델도 외롭겠죠. 그렇지만 시티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사랑하는 것이 가능해요.

2011-03-22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3-22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아웅
이거 할일 많은 내게 어쩔거유 책 읽고파라
넘 매력적인 리뷰장입니당

다락방 2011-03-22 09:20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매력적이라니, 고맙습니다, 하늘바람님!
:)

종혁 2011-03-22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도 점점 필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지네요. 좋습니다. 감사하고요.

다락방 2011-03-22 09:44   좋아요 0 | URL
어이쿠. 저녁 먹었어요?
종혁씨, 나 멋진 여자가 될게요. 불끈!

무해한모리군 2011-03-2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좋았어요.
저는 혼자 남겨진다해도 살겠어요. 열심히.. 어짜피 한번 뿐인 삶인데 끝까지 가봐야지 어쩌겠어요..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다락방 2011-03-22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살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어떻게든 살자고 생각할 것 같아요. 저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계속 추억을 곱씹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살다보면 어딘가에 살고 있을 단 한명의 인간이라도 나타날지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남극이라면...그러면 좀 얘기가 달라져요. 남극에서는 대체 어떻게 버텨야 할지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2011-03-22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3-22 12:42   좋아요 0 | URL
뭡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태우스 2011-03-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사람 적을 때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웬만하면 앞자리로요^^ 근데 전 아무리봐도 4만2천명은 안될 것 같은데, 흠... 혹시 "두산베어스야구팀 25명" 이런 식도 괜찮을까요? 그런 식이라면 1만명은 해볼 수 있는데.

다락방 2011-03-22 13:05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이라면 4만2천명을 훌쩍 뛰어넘을텐데요! 두산베어스 야구팀은 실제로 보셔서 기억하시는 거라면 추가 가능하구요, 마태우스님의 경우에는 마태우스님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다 포함될 거에요. 로라가 길에서 봤던 맹인이라든가, 회사앞에서 보았던 개도 시티에 다 모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적을 때, 마태우스님의 이름은 당연히 앞쪽이지요. 그건 의심하지 마세요!

버벌 2011-03-2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방금 알라딘 박스를 택배로 받았는데. 또 구입을...

다락방 2011-03-23 08:50   좋아요 0 | URL
누군가 이 책을 샀어요...저 땡투가 들어왔어요....대체....누굴까요?
 

답답하고 불안하고 초조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동행은 왜 자꾸 한숨을 쉬냐고 영화가 재미 없었냐고 물었다. 밥을 먹을 때 동행은 왜 밥먹을 때 한숨을 쉬냐고 했다. 부엌에서 물을 따르던 내게 엄마는 왜 한숨을 쉬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한숨을 쉬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채로 계속 계속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말들을 반복해 듣고 나니 이제는 내가 아, 방금 한숨 쉬었구나 하고 열에 세번쯤은 알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 책을 샀고, 읽었다. 

 

 

 

 

 

 

 

보통의 글을 한번도 좋아한 적이 없으면서, 읽으며 무엇을 깨달은 적도 없으면서, 바보처럼 이 책은 내게 위안을 주거나 불안을 해소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친구들이 말리는데도 나는 샀고, 읽었고, 역시나 불안한 마음은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사라지질 않았다. 왜냐하면 내 불안은 내가 이유를 아는 까닭이고, 그리고 내 불안은 책 따위로는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답답하고 초조하다. 아마 이번 봄도 여름도 어쩌면 가을에도 내내 나는 한숨을 쉴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걸까? 불안하고 답답할 때 어떻게 해소할까? 어떻게 안정을 찾을까? 

나는 웃고 싶다. 

인간은 웃어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없으면 좀처럼 웃어주지 않는 법이다. (p.137)

 

그런데 나를 웃게 할 확실한 이유가 없다. 아니, 나는 오늘 또, 더 초조해지고 말았는걸. 더 불안해지고 말았는 걸. 

나는 오늘 친구에게 보통의 불안을 읽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전혀 진정되질 않는다고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나는 얼른 이 책을 마치고 소설을 읽고 싶다고, 처절한 여자주인공이 나오는 소설. 이를테면 남자를 붙잡아 두고 싶은 아주 강한 욕망이 비뚤어져서 자신의 다리를 잘라내거나 자살기도를 해서 억지로 남자를 옆에 두게 되는 그런 소설, 그런 소설을 읽으면서 그녀를 욕하고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다가 종국에는 그녀를 이해할 수 밖에 없어서 울게 만드는 그런 소설을 읽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친구는 그런 여자가 나오는 책이라며, [어떤 여자]를 추천해줬다. 

 

 

 

 

 

 

 

나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아, 그런데 엊그제 알라딘 박스 도착했는데 이 책은 언제 또 주문을 해야 하는건가. 

 

다시 불안으로 돌아가면, 보통은 내가 지금 나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한방에 알려주기는 한다. 이렇게. 

어떤 것에 계속 눈이 가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것을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을 자꾸 보게 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 그 사람과 결혼하는 것임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p.267) 

그러나 내가 해낼 수는 없는 방법이다.  

조금, 위안이 되는 그림이 그런데 이 책 안에 실려있다. 흑백으로. 덴마크 화가 '크리스텐 쾨브케'의 [리메 킬른의 동네 풍경]이 그것이다. 

 

한가롭고 여유로워서 나는 며칠쯤 이곳에 다녀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말을 타고 달려도 좋을텐데. 나는 이 화가의 다른 그림들을 찾아본다. 

 

 

 

 

 

  

 

 

불안하고 답답하고 초조하다.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많은 것들을 생각해본다. 나는 할 일 없는 오전이 되고 싶고, 게으른 오후가 되고 싶다. 나는 그 사람과 함께하는 외딴섬의 등대지기가 되고 싶고, 걸어다니는 비아그라가 되고 싶다. 나는 코펜하겐에서 그를 기다리는 여자가 되고 싶고, 나는 갓 내려진 뜨거운 커피가 되고 싶다. 나는 그의 방 창문을 때리는 빗줄기가 되고 싶고, 그를 한걸음도 더 내딛지 못하게 하는 쌓인 눈이 되고 싶다. 나는 늑대인간이 되고 싶고,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그저, 월요일이 되면 출근해야 하는 도시 여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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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0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0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1-03-20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고 싶은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11-03-21 13:20   좋아요 0 | URL
비록 될 수 없는 것들이지만 말이죠.

비로그인 2011-03-2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밤 꿈에라도 꼭 그런 여자 사람이 되시도록 기원하겠습니다. (_ _)

다락방 2011-03-21 13:21   좋아요 0 | URL
와- 저 진짜 굉장한 꿈을 꿨어요, 바람결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밤 또 그런 꿈을 꿀 수만 있다면!!

노이에자이트 2011-03-20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리시마 다케오...그의 최후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많이 읽히지 않는 작가입니다.단, 문학사에서는 크게 다루지요.

다락방 2011-03-21 13:21   좋아요 0 | URL
대체 어떤 작가이고 어떤 여자가 나오는지 저도 [어떤 여자]를 읽어봐야겠어요.

moonnight 2011-03-2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되고 싶은 많은 것을 나열할 수 있는 다락방님이 무척 부럽;; (너무 패배주의적인가요? ㅠ_ㅠ)
가끔은, 월요일에 출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더라구요. (왠지 슬퍼진다. ;;;)

다락방 2011-03-21 13:23   좋아요 0 | URL
월요일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그 말씀, 저도 잘 알아요 문나잇님. 저도 가끔 정말이지 아주 가끔 이것이 다행이다, 싶을때가 있는걸요. 그리고 되고 싶은건, 보시다시피, 될 수 없는 것들인데요, 문나잇님. 저는 저의 불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는 중인거에요.

2011-03-20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1-03-2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다 읽으셨군요. 저도 보통은 그닥 :-(
되고 싶은 것에 하나만 더 추가해주세요. 한 주를 무사히 마친 금요일 저녁. 전, 그게 되고 싶거든요.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같은 것은 <회귀천정사>에도 나옵니다. 다섯 편이나 ^^ 근데 그것이 그만 너무 아름다워져 버려서 감당할 수가 없더라구요...

맨 마지막 그림, 반해버렸습니다. ^^

다락방 2011-03-21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보통은 그닥..
한 주를 무사히 마친 금요일 저녁, 그건 브론테님이 하셔야지요. 그건 브론테님께 양보할게요. 흣. 전 너무 착해서.. ( '')
저 안그래도 [회귀천정사]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저 위의 [어떤 여자]도 넣어놨고. 그 외에도 몇권 넣어서 8만원이 되길래 지금 또 뺐습니다. 그러나 전...지를 수 없어요. 지르지 않겠습니다.

그림은, 참 좋지요? 전 제가 도시 여자라는 사실에 만족하지만, 저 그림을 보는 순간은 흐음, 저런곳에 가도 괜찮겠어,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삶이..빡세요, 브론테님.

blanca 2011-03-2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마른 사랑. 기다림. 정말 살고 계시는군요. 다락방님은. 그런데 힘들어서 어떡해요. 마지막 대목은 정말 시 같아요. 일요일 밤은 잔혹하지요.

다락방 2011-03-21 14:44   좋아요 0 | URL
일요일 밤은, 네, 늘 잔혹하지요. 으윽, 끔찍해요. 일요일 밤은 일요일 밤 이라는 자체만으로 공포의 대상이에요. 흑.
블랑카님,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금을 정말 살았던 시절이구나,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제가 사는 것 같진 않아요. 나아지겠죠. 저도 뭔가 방법을 찾아야죠.
:)

버벌 2011-03-2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해요. 다른 사람들은 불안하고 답답할때 어떻게 해소할지가... 자신이 글을 잘 쓰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보통의 글은(제 생각이요. 보통의 글은 보는 내내 "왜 이리 잘난척이 심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좋아지지 않던데요. 어떤여자 보고나서 꼭 감상 올려주세요 ^^ 참. 여긴 락방님이 글 올려주실때는 비가 왔었는데.. 글을 쓰는 지금은 비가 오지 않아요. 오늘은 제가 컵에 와인을 따라왔습니다.

다락방 2011-03-21 14:48   좋아요 0 | URL
저는 보통의 글을 그다지 느낌이 없어서 잘난척을 하는건지 어쩐건지도 알 수가 없어요. 똑똑한 사람 같기는 한데 그냥 그게 전부에요. 사람들이 좋아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제가 읽은 그의 책이 일곱권이나 되네요. 저도 참..의지의 한국인이네요;;
지금은 오후인데, 와인은 어떻게, 다 드셨습니까? 모니터에 대고 건배, 한번 하세요. 저는 레오가 아니지만요. 훗 :)

sslmo 2011-03-21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 라이딩 후드를 보시고 답답하고 불안하고 초조하신 건가요? 혹 알랭드 보통을 읽고는 아니시구요?
전 그렇다면 이 영화도 이 책도 사양할래요~

저희 아들이 낮잠을 너무 길게 자서 깨웠더니,
꿈에서 갖고 싶던 빨갛고 날렵하며 아주 비싼 기타를 아빠가 선물해줬었는데...하면서 승질을 제대로 부리더군요.
굿나잇 하시고,
답답 불안 초조, 이딴 건 꿈 속까진 가져가지 마세요~^^

다락방 2011-03-21 14:49   좋아요 0 | URL
영화도 보통도 둘다 저를 답답하게 만든건 아니에요, 양철댁님. 다만 답답한 저를 위로해주거나 격려해주진 못했다는 거죠.

양철댁님의 이 댓글 덕인지, 저는 정말 아주 환상적인, 판타스틱한 꿈을 꾸었어요. 상대가 생각나지 않는다는게 지금 저의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이 현실일까 싶을 정도로 어매이징한 꿈이었죠. 하핫. 오늘도 그런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꿈을 꾼다면 매일 잠을 자는게 얼마나 기다려질까요.

양철댁님, 굿 애프터눈. 그리고 굿 이브닝 하시고 굿 나잇 하세요.

Forgettable. 2011-03-21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라카미 류의 [오디션]이나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안읽어보셨으면 추천이여 ㅎㅎㅎ 음 전 할일 없는 오전을 보내고 게으른 오후를 보내고 있는 중이에요. 뜨거운 커피를 마시러 가기에도 너무 게으른 오후. 남이 되고 싶은 삶을 살고 있다는게 가끔은 행복하게 느낄 법도 한데, 그것도 아니어서 슬프기도 하고.

다락방 2011-03-21 14:54   좋아요 0 | URL
류는 패쓰. 저는 류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요. 그가 쓰는 소설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달까요. [코인로커 베이비즈]는 재미있게 읽었든데 그 뒤로 읽은 책들은 영... [피아노 치는 여자]는 지금 검색해보니 '노골적 성애 묘사'라는 책 소개가 눈에 띄네요. 그런데 책 소개를 다 읽어보니 제가 영화로 본 작품이네요. 이게 원작이 있었군요. 보관함에 넣었어요.
나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 누군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자각 때문에 가능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건 내 행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질 않죠. 내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그저 내가 행복하다고 느껴질 때여야 하는거죠.
이래저래 찌질한 일상의 반복이라 오늘도 술을 마셔야 하나 참아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오후에요.

돈케빈 2011-03-2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아리시마 다케오는 톨스토이, 베르그송 등을 탐독했다는 이유로 함석헌 선생님과 연결됩니다^^;

다락방 2011-03-21 14:56   좋아요 0 | URL
저도 이참에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어떤 여자가 대체 어떤 여자일지 궁금해요.

레와 2011-03-2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위에 댓글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 보이죠?
우린 저마다 이유는 달라도 불안과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나봐.
나 혼자 힘든게 아니니깐 어쩌면 다행인지도 몰라.

어제 오후에 [카모메 식당]을 다시 봤어요.
사치에는 '하고 싶은 일 보다 하기 싫은 일을 안할뿐'이라고 하잖아요.

내가 아직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건 아직 이 일이 죽도록 하기 싫은건 아닌가봐요. (과연?ㅎㅎ;;)


쑥국을 입에 넣고 봄을 삼키는데, 가슴은 어찌나 춥고 시린지..

다락방 2011-03-21 14:57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면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맞아요. 그렇죠. 그런데요 레와님.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난. 꿈이 없달까요. 그러니까 그것도 괜찮아요. 문제는 제가 갖고 싶은걸 가질 수 없다는 거, 갖지 못한다는 거, 가져서는 안된다는 거, 그것 때문인것 같아요. 그런데 갖고 싶으니까.
아 그만 써야지. 한없이 찌질해지네요.

나가서 오랜만에 달달한 커피 한잔 사와야 겠어요.

김종혁 2011-03-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 항상 오늘을 감사하며 살아요. 그게 제일 나은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3-22 09:44   좋아요 0 | URL
네, 알겠어요. 그럴게요.

2011-03-22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드 라이딩 후드 - Red Riding Hoo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상은 환상적이고 음악도 좋고 늑대랑 사랑하는것도 괜찮은데 늑대인간이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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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3-1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이 영화 봤어요. 벨라 아버님 나오시더군요. ;;
아만다 사이프리드만큼은 딱 좋았어요. 빨간 망토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너무 예뻐요. >.<

다락방 2011-03-19 17:02   좋아요 0 | URL
전 처음에 마을 영상도 좋고 영화 분위기도 좋더라구요.특히 헨리,그 길쭉한 아이가 검정 망토 입고 등장하는 씬은 멋졌어요.전 이 감독은 여자가 뭘 원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그렇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없는 늑대인간 ㅜㅜ

레와 2011-03-2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난 패스할까봐요. ㅎㅎ;

다락방 2011-03-21 11:49   좋아요 0 | URL
분명 두근두근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늑대인간이, 가장 중요한 늑대인간이 하나도 안두근거려요. ㅜㅡ
 
[LAMY]★라미 사파리 만년필★ 정품/AS가능/필기류/졸업/입학/선물/볼펜/사무용품/잉크 - 비스타(얇은 EF촉)
LAMY
평점 :
절판


우연히 써본 몽블랑 만년필의 필기감에 반했지만 난..몽블랑을 살 수는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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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 2011-03-19 11:26   좋아요 0 | URL
제가 연필을 즐겨쓰거든요. 다이어리에 적을때도 볼펜보다는... 파버카스텔 9000 시리즈중 3B 연필이. 유명하다고 하네요. ^^ 권터그라스가 넙치를 쓸때 사용했다고하는데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3B보다 HB가 더 나은 듯도 한데 그냥 유명하다니 3B고집하고 있어요. 따라하기 병에 걸려있거든요.

다락방 2011-03-20 10:43   좋아요 0 | URL
버벌님, [코끼리에게 물을]의 작가, '새러 그루언'의 버벌님의 역할모델인 것 처럼 말이죠!! 훗 :)

버벌 2011-03-21 11:43   좋아요 0 | URL
락방님.. 네/ ㅋㅋㅋ

김토끼 2011-03-1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펜 하나 가지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였군요. 댓글이 줄줄줄 이어져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다락방 2011-03-19 00:45   좋아요 0 | URL
이건 그러니까 사실 펜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 펜 사고 수십명의 또다른 자아와 대화하는 다락방 때문에 생긴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ㅋㅋ.
늦었어요.잘자요,김토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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