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근하던 습관 때문에, 공휴일인 어제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늦잠을 자지 못하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배가 고파서 도무지 더 잘 수가 없었다. 아침을 먹고서는 거실의 TV 앞에 앉아서 리모콘으로 채널을 여기저기 돌렸다. 이시간에는 뭘하나. 그러다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게 됐다. 나는 이 드라마를 포함 미드는(일드나 영드도 마찬가지) 본적이 없었는데,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던 터. 처음부터 보지는 않았지만 어디 좀 볼까 하는 심정으로 앉아있었다.
이야기는 이랬다. 병원내에서 근무하는 남자닥터1(아마도 이름이 조지)은 군대에 자원했고, 여자닥터2 (이름은 모르는데 27dresses의 주연)는 암으로 뇌수술을 했는데 기억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남자닥터1의 동료들은 군대에 그를 보내는게 싫고, 여자닥터2의 남편은 아내의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그리고 한 여자를 대신해서 차에 치인 중환자 1 은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인데, 그 한 여자는 그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며 그의 옆에 있기를 원한다. 이런 상황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여자닥터 3은 시청에 가서 결혼식을 하고 오겠다고 한다. 그러자 동료 여자닥터 4는 "이런 상황에 꼭 결혼해야겠어?" 라고 묻는다. 여자닥터 3은 대답한다.
여자닥터 2는 남편이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남편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해. 한 여자는 운명의 상대라 믿는 남자가 내일까지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야. 그러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내가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이 드라마를 보는데 나도 그녀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일은 2초후도 알 수 없는 법인데,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나도 지금 당장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고, 내가 언제죽을지도 모르는데 이 말은 꼭 해야겠다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해야 하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다가 그 드라마는 끝났고, 나는 몇번이나 울컥이면서, 아, 인기있는 드라마라는건 이런거구나 싶었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어휴, 이제 보지 말아야지, 했다.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내가 본게 시즌5 였는데 그것만 없구나.
내가 이 영화의 개봉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나는 폴 워커를 내 이상형의 실현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사실에는 변함없다. 폴 워커는 여전히 멋지다. 그러나 [분노의 질주:오리지날] 처럼 멋지지는 않다. 젠장.
소설을 쓰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것 중의 한가지는 '자신이 만든 주인공을 너무 사랑하지 않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독이 영화를 찍을때도 마찬가지. 자신이 만든 주인공에게 모든 합당한 이유를 주기, 같은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가 모두에게 사랑받고 공감을 줄 수 있게 하는건 당연한 바람이겠지만, 자신은 한발자국쯤 떨어져서 그들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오히려 독자나 관객들이 그들에 대해 순수하게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닐까.
이 영화속에서 감독은 주인공들을 엄청나게 사랑한것 같다. 주인공들은 경찰 세명을 죽였다는 누명을 받게 됐는데, 그들은 경찰 세명을 죽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어쩐지 끌리는 여자 경찰 한명은 그들은 그럴 사람이 아닌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그래, 경찰을 죽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뭐? 그들은 '경찰이 아닌' 사람을 삼십명도 넘게 죽였는데? 그것이 정의로 포장됐는데? 그런데도 그들이 경찰을 죽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브라질의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 수십명을 죽였다는 이유로 그들이 계속 멋져 보일 수 있을까? 그게 멋진걸까? 나는 이 영화가 액션 영화인걸 알고 있고, 모든 액션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쯤은 우습게 다루어진 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보는 내내 기가 막혔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게다가 특수부대 팀장은 갑자기 왜 이들의 편이 되는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내용이다. 물론, 액션은 끝내줬다. 마지막 자동차 도주씬은 진짜 멋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멋진 영화가 되는건 아니다.
어제 오후, 친구는 며칠간 외국에 다니러 갔다.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이제 출발한다는 문자메세지를 내게 보냈는데, 나는 그 문자메세지를 시간이 좀 지난후에 봤다. 이미 비행기는 떠났을 시간, 나는 친구에게 '도착하면 꼭 문자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아, 빨리 봤어야 그 말을 전하는데. 요즘 같은 때, 그 친구가 그곳에 잘 도착했는지 나는 알고 싶은데. 열몇시간이 지나고 나면 잘 도착했는지 물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새벽, 그 친구로부터 잘 도착했다는 문자메세지가 왔다. 아, 예쁘기도 하지. 이런걸 미리 이렇게 말해주다니. 새벽에 자다 깨서 그 문자를 보고 마음이 참 좋았다. 좀 전에는 호텔방을 정리중이라는 문자가 왔고, 나는 출근중이라는 사소한 답장을 보내면서, 아 이 세상이 정말 좋아졌구나 싶었다. 열 몇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야 하는 곳에 있는 친구와 문자메세지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얼마전 중앙일보에서 '프리실라 안'의 인터뷰를 보고 그녀의 시디를 사기 위해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이번에 나왔다는 앨범은 없었고 기존의 앨범만이 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모르는 가수니 1집부터 듣자 싶어 샀다.
2008년에 나온 앨범이라는데, 지금 막 비닐을 뜯었다. 어떤 음악일지 너무 궁금하고 설레인다. 좋았으면 좋겠다. 내가 땡투한 레와님은 별을 셋 주셨던데. 아, 기대된다.
하루 쉬고 나왔는데 내일 또 쉰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