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제부가 와인을 한병 들고 와서는 "처형, 와인 좋아한다고 해서 선물받은 거 가지고 왔어요. 이거 좋은 와인이래요. 취향에 맞는 와인이에요?" 하고 묻는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는 좋은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 알지도 못하고 어느 나라의 와인이 내 취향인지도 모른다. 와인의 종류(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도 모르고 암튼 나는 와인의 맛이나 향으로 와인을 좋아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와인이..쉽게 취해서 좋다. 쉽게 열이 나고 쉽게 기분이 좋아진다. 온몸이 뜨겁고 나른해지는 느낌이 좋다. 내게 와인에 대한 취향이 있다면 그것은 '시지 않고 달지도 않은' 와인이다.   

 

 '정혜윤'의 『침대와 책』은 그런 내게 '고급 와인'같은 책이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게 좋고, 그녀가 읽은 책에 대해 수다 떠는게 좋았다. 그러나 어쩐지 나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자꾸 내 앞에서 "이 와인이얼마나 고급와인인 줄 알아? 정말 근사하다고, 향을 음미해봐!" 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아, 그래? 근데 아무리 마셔도 나는 고급와인이 뭔줄은 모르겠어. 당신이 좋다니 그냥 좋은가보다 해. 난 싸구려 와인도 좋아. 취하니까." 라고 대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 크게 공감할 수는 없는데 대체 그녀가 뭘 보고 뭘 느낀건지는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가 소개한 많은 책들중 몇권을 메모해 두었다. 내가 그 책들을 읽으면 그녀와 같은 부분을 보고 그녀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아마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전혀 다른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전혀 다른것을 느낄 것 같다. 쉽게 친해지지는 못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 

 

그런데 이번엔 찬 소주 같은 느낌의 책을 만났다. 사실 이 책을 『침대와 책』보다 훨씬 먼저 읽었다. 

 가방과 구두 그리고 아파트. 또 뭐가 있을까, 수준을 말해주는 것들이? 플래티넘 카드? 그리고...책?  

사실 나 역시도 그 사람이 읽는 책을 보고 그 사람과 나는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부끄럽게도. 수준이라는 말 자체가, 그러니까 누군가와 수준이 다르다거나 누구보다 수준이 높다거나 생각하는 사람 자체가 수준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것일텐데, 내가 그랬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읽는 게 수준 낮은 거라면 '수준 높다'는 말을 들으려면 도대체 어떤 소설을 읽어야 할까? 왜 소설을 읽으면서까지 '수준타령'을 해야 할까?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같은 천박한 광고카피처럼 어디에 사느냐로 수준을 따지고, 어디서 노느냐로 수준을 따지고, 학력·연봉·집안으로 수준을 따지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소설을 읽느냐로까지 수준을 따져야 하는 걸까?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말 수준 떨어진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p.23) 

부끄럽게도 내가 수준이란 게 사람 사이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할 당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저자는 나보다 한참 높은 단계에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전작 『나는 오늘도 유럽출장 간다』를 읽었으면서도 그 생각을 쉽게 버리질 못했다. 어려운 책만 읽고 어려운 글만 쓰고 어려운 말만 할거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수준 낮은 소설'에 대해 분개한다. 나는 저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사람 사이에 사다리가 존재하고 누군가는 그 밑에 있으며 또 누군가는 그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그녀는 그 사다리를 갖다 버리고 모두 땅위에 눈을 맟추며 살자고 얘기하는 것만 같았다. 누구보다 확신이 있고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녀는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쉽게 써내는 거라고,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고급와인만 마실 것 같은 그녀가 이렇게 얘기한다. 

요즘은 아예 다리가 없는, 몸통만 있는 와인잔도 많다. 와인잔은 그냥 편하게 잡으면 된다. 제발 쓸데없는 일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p.199)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비로소 그녀의 진정한 팬이 되었다. 충분히 잘난척하고 오만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내가 얼마나 잘났는줄 알지, 하고 뻐기질 않는다. 그래, 생각해보면 잘난척은 언제나 못난이들의 전공이었다. 못난걸 더 많이 감추어야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이 책에서의 그녀는 얼마나 솔직하고 또 얼마나 편안하게 얘기하는지 그녀가 읽었던 책들보다 그녀의 생각과 감상들이 훨씬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닉 혼비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나는 그의 소설 『어바웃 어 보이』와 『하이 피델리티』를 퍽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읽기를 망설였었다. 그가 하는 말들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없을까봐, 어려울까봐, 어려운 이야기들로 나를 기죽일까봐. 그런데 와- 첫장부터 나는 아주 신났다. 그가 제일 처음 책들에 대해 이야기한게 샐린저, 바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인거다. 게다가 그가 산 샐린저의 책들은 내가 모두 읽고 가지고 있는 것들. 

아, 막 첫장부터 신났다. 나도나도, 나도 읽었다고! 갑자기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만 같았다. 나는 헐레벌떡 연필을 쥐고 내가 읽은 책들에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책장이 아주 술렁술렁 잘도 넘어간다. 끝까지 다 읽어보니 겹치는 책이 좀 더 있다. 헤헷. 아, 나는 왜 이런걸로 이다지도 신나한단 말인가! 

 

 

 

 

 

단순히 사거나 읽었다는 사실만 겹치는게 아니라 그가 말하는 감상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단, 내가 언젠가 서투르게 캐스팅도 해보았던 '앤 타일러'의 『아마추어 메리지』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타일러는 수십 년에 걸친 관계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책의 첫 부분이 너무 잘 정돈되어 있다. 1950년대 그 커플은 미국 전후세대의 꿈인 교외 생활을 하고, 1960년대에는 반문화운동의 비난 대상이 되어 있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마치 정원을 만들듯, 그 결혼생활에 쌓여가는 디테일이 소설이 그리는 탄탄한 스토리라인에 결국 모두 연결된다.(p.241)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결말이 지나치게 헐리우드 영화같은 느낌을 주어 별을 하나 뺄 수 밖에 없었던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게는 마지막 급반전이 지나치다고 여겨졌지만, 그것만 빼면 코넬리의 『시인』은 모틀리 크루 이후에 읽는 책이 해내야 할 어려운 업무를 잘해주었다.(p.307)
  

『야릇한 친절』이 번역되기 전에 나와 '닉 혼비'의 책에서는 『복잡한 친절』로 나온 '미리엄 테이브즈'의 책에 대해서도 거의 정확하게 나와 일치하는 감상을 보이는데, 그는 이 소설이 

재미있지만 패배감에서 오는 무기력감에 관한 소설이기도 해서 속도감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책이다(p.250) 

라고 얘기하며 또, 

메노파 교도로 자라는 것의 문제에 대해서는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책의 위대한 점은 좋은 작가가 쓴 글이라면 뭐든 읽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리엄 테이브즈가 화자에게 준 목소리는 너무나 진실하고 매력적이라 노미의 이스트 빌리지처럼 재미없는 마을에서도 200페이지 정도를 지내는 것이 싫지 않게 된다.(p.251) 

라고도 덧붙인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신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유머이다. 언젠가 마태우스님의 리뷰에서도 비슷한 문장을 읽은 것 같은데, 바로 이런 문장이다. 

사실 최근에는 분량이 적은 책들을 주로 읽는데, '읽은 책'란에다 여러 권을 적어 넣기 위해서다.(p.68) 

또 내가 확- 공감하며 웃었던 부분은 여기. 

작가 매제를 둔다는 것은 정말로, 진짜로, 유감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가 나보다 더 성공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아니면 내가 싫어하거나,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책을 쓸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매제가 『피네간의 경야』['난공불락의 고전'으로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소설-옮긴이]를 썼는데 자신은 일 때문에 정말로 바쁘다고 상상해보라. 아니면 별로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든가). (p.27)  

윽-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왜 끔찍한지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피네간의 경야』를 검색해보면 쉽게 알 일이다. 만약 내 친구들 중 한명이 작가가 되어 책을 냈다면서 『율리시스』를 내민다면 나는 그가 아무리 사랑하는 친구라고 해도 "괜찮아, 안줘도 돼. 많이 팔어."라고 하겠다. 정말. 내 사무실 책상에는 아직 표지도 펼쳐보지 못한 율리시스가 있단 말이닷. 

게다가 그의 책을 보고나서(정확히 그의 평을 읽고나서) 읽고 싶은 책도 여럿 메모해 두었다. 그가 좋다고 한 책은 어쩐지 나도 퍽 좋아할 것만 같다.  

 

 

 

 

 

책의 끝에는 이 책에 나왔던 모든책을 저자별로  찾아볼 수 있는 목차도 나와있다. 그의 추천작들을 읽고나서 그의 감상을 다시 찾아보고 싶다해도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러모로 신나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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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1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2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5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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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에 대한 공감



 

따뜻한 정종을 마시고 행복한 기분으로 걸었던 토요일이 분명 존재했는데, 오늘은 여러가지 이유로 심히 우울하다. 사실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일들을 신경쓰면서 우울에 우울을 .. 이 기분을 얼른 회복하기 위해서 저녁엔 황태구이 정식을 먹었고, 크림치즈를 잔뜩 바른 베이글을 먹었고 커피를 마셨고, 달디 단 도넛츠까지 먹었다. 그런데도 왜이럴까.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 문득 책을 팔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책장에서 이제는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책 열한권을 빼내어 눈 깜짝할 사이에 중고샵에 등록해버렸다. 아, 나는 이제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책을 팔아야 하는건가? 이게 나의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  

 

 

지금 2권을 읽고 있는중인데,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읽으면서 눈물이 고이길래 잠깐 책장을 덮었다가 집에 돌아와서 읽다가 이내 낄낄 거렸다. 또 낄낄 거리다가는 다시 눈물이 왈칵-(얼레리 꼴레리♪ 울다가 웃으면 어디가 어떻게 된다고 했는데! 얼레리 꼴레리) 이 책은 나를 쪽쪽 빨아당긴다. 이 책에 대해서는 할말이 또 많아질 것 같은데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할지는 장담할 수 없음.)

 아, 근데 이 책, 하드커버 주제에, 가.름.끈.이.없.다. 뷁!! 이중표지로 책날개가 있지 않았다면, 나로 하여금 책갈피를 쓰게 했다면 아 진짜 출판사 테러할뻔 했다. 왜, 왜, 왜, 왜, 두꺼운 하드커버책에 가름끈이 없나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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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11-10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우스 브로드]는 미국에서도 얼마 전에 나온 책인데 냉큼도 번역이 되었군요.
국내 출판사들이 번역할 책 고르는 기준이 뭘까 잠깐 궁금해지는데요?

지금쯤 이미 푹 자고 있겠지만, 다락방님 굿나잇~ ;-)

다락방 2009-11-10 08:20   좋아요 0 | URL
오옷, TurnLeft님. 푹 자다가 그 시간이면 한번 깼을 시간이네요. 저는 중간에 한번씩 꼭 깨는 스타일이라 하핫. 그러게요, 번역할 책 고르는 기준이 뭘까요? 그나저나 TurnLeft님 이 책 읽으셨어요? 전 지금 무척 재미있게 읽고 있답니다.

turnleft 2009-11-10 11:09   좋아요 0 | URL
아뇨, 안 읽어봤어요. 읽을 책들이 너무 많아서 굳이 추천을 받지 않으면 신간까지 손이 가지는 않더군요. 추천할만 한가요? 그러면 읽어보구요 ^^

다락방 2009-11-10 12:58   좋아요 0 | URL
흐음, 저는 꽤 재미있게 읽고 있거든요. 그런데 별을 다섯은 못주겠고 네개주고 싶어요. 사진을 찍는 TurnLeft님의 감성으로 봐서는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해요.

프레이야 2009-11-10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다락방님^^
일찍 일어나셨어요?

다락방 2009-11-10 08:20   좋아요 0 | URL
그럼요, 프레이야님. 저는 벌써 사무실에 나와서 신문 보고 있는걸요. 후훗. 굿모닝! :)

메르헨 2009-11-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락방님 쫌...일찍 출근하시는군요.
저도 벌써 출근하여 업무 시작 했답니다.ㅡㅡ
이번주는 약속이 많아서 약간 피곤한 주가 되겠어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해요.....^^

다락방 2009-11-10 09:18   좋아요 0 | URL
충분한 수면은 제게도 언제나 필요해요. 메르헨님도 일찍 출근하시는군요!
약속이 많으시다면 그때마다 맛있는걸 드세요. 기분이라도 좀 좋아지게 말이죠. 굿모닝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다락방님~
저도 출근해서 인터넷 뒤지는 중입니다 ㅎ
정말 빨리 번역이 되었네요.
일단 땡투를 눌러주고 내년에 사봐야겠습니다 ㅋㄷㅋㄷ

다락방 2009-11-10 09:18   좋아요 0 | URL
아 휘모리님 너무 좋아요. 막 여기서 사람들이 굿모닝, 굿모닝 해주니깐 막 살아있는 실감도 나고 막 정말 굿모닝이 되는 것 같잖아요. 휘모리님도 굿모닝, 굿모닝이에요! :)

레와 2009-11-1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아침, 다락방! 좋은아침! ^^


다락방 2009-11-10 09:58   좋아요 0 | URL
응, 레와님도 좋은 아침요~ 아침부터 졸려요 ㅎㅎ

카스피 2009-11-1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안에 그 끈이 가름끈 인가요? 매번 보면서도 이름을 모르겠다는 일인...

다락방 2009-11-10 09:57   좋아요 0 | URL
네, 카스피님. 가름끈 혹은 갈피끈이라고 합니다.

비연 2009-11-1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다락방님. 제 지름신을 또 깨우시는군요..ㅜㅜ

다락방 2009-11-10 12:58   좋아요 0 | URL
워워~~ 재우세요, 계속 재우세요. 지름신을 깨우는 것은 옳지 않아요. ㅎㅎ

무스탕 2009-11-10 16:53   좋아요 0 | URL
그 지씨집안 름신이가 자꾸 일어나려 그러면 가까운 병원에 가셔서 수면제 처방 받아 물에 타 먹이세요.
한동안 일어날 꿈도 못 꾸게요. ㅎㅎ

다락방 2009-11-10 18:13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ㅎㅎ

비로그인 2009-11-1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든 생각-다락방님이 지름신을 강림케 하시는 것이 아니라, 음....다락방 님 자체가 지름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호홋

다락방 2009-11-10 13:49   좋아요 0 | URL
앗 Jude님. 왜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을까요?
하루하루 지나면서 뉴문 개봉일이 다가오고 있어요. 시간이 가는 것은 늙어가는 것인것 같아 붙잡고만 싶은데, 또 뉴문은 어서 보고 싶으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저는 지름'신'보다는 개인적으로 뱀파이어가 되고 싶습니다만. 이왕이면 에드워드한테 물리는 쪽으로다가. 후훗.

비로그인 2009-11-11 14:39   좋아요 0 | URL
에드워드에게 물리게 되거든 저도 소개를 좀.......

무스탕 2009-11-1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굿나잇을 외칠 시간이에요. ㅎㅎ
오늘 저녁에 비올지도 모르니까 어여 들어가셔서 갓 지은 따끈따끈한 흰 쌀밥해서 저녁 맛있게 많이 드세요~ :D

다락방 2009-11-10 18:15   좋아요 0 | URL
아, 무스탕님. 슬퍼요. 저 지금 한시간, 정확히 한시간동안 페이퍼 썼거든요. 그런데 막 완료를 누르려던 순간 손가락이 지맘대로 움직여서 버튼 하나 잘못눌렀더니 깨끗하게, 아주 깨끗하게 사라져버렸어요. 아 눈물나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임시저장 잘 되던 글인데...왜 그렇게 마치 쓴 적도 없다는 듯 날아간걸까요? 아 완전 슬퍼요. ㅠㅠ

배고파요. 집에 가서 밥먹고 잘래요. 무스탕님도 저녁 맛있게 많이 드시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

기억의집 2009-11-1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와인에 정종까지....흑흑 저도 술한잔 들이키고 싶어요. 지난 주에 수요일 저녁에 애들 데리고 나가 해물탕 먹으면서 맥주 한잔 시켜 쭈욱 들이켰는데...그게 탈이었어요. 그 이후 감기가 더 심해졌거든요.. 그래서 술 삼가하고 있는데... 알딸딸하게 술 한잔 마시고 싶은 이 유혹, 다락방님 방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는데...

전 궁금한게 정종은 따뜻한 게 더 맛있나요? 한번도 정종을 마셔본 적이 없어서....

다락방 2009-11-11 09:10   좋아요 0 | URL
저도 작년까지는 정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올해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따뜻한 정종이 마구 땡기더라구요. 그리고 따뜻한 정종을 마시면 막 기분이 좋아지는거에요. 기분 좋게 취하는 것 같아요. 기억의집님도 드셔 보시면 따뜻한 정종을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전 어째 갈수록 맥주는 덜 마시게 되더라구요. 20대에는 맥주를 미친듯이 마셨는데 말이지요.

그나저나 맥주 마셔서 더 심해진 감기는 조금 나아지고 있는 중인가요? 병원은 다녀오신거에요?

기억의집 2009-11-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제 아니 그저께 저녁에 도저히 가슴통증을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저녁무렵에 병원 갔더니 타미플루 처방해 주어 먹고 좋아졌어요. 진짜 지난 일주일 많이 힘들었어요. 게다가 그 전 주에는 시모가 서울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아침 일찍 대강 치워놓고 병원에 가서 오후에 왔거든요. 심신이 힘든데다 독감까지 겹쳐 전 제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진작에 의사도 타미플루 처방해 줄 것이지 일주일 간이나 기침으로 고통 당한 다음에야 처방해 주다니.... ^^ 지금은 살 거 같아서 이렇게 마실 다니고 있어요^^

다락방 2009-11-11 12:11   좋아요 0 | URL
아 다행이에요. 이젠 아프지 마세요, 기억의집님. :)
 
나의 체리나무집 : 요정 친구들과 함께 노는 (입체 팝업북)
매기 배트슨 지음, 신정숙 옮김, 루이스 컴포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의 딸아이 좋으라고 선물했더니 친구의 아들아이가 홀딱 반해버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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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0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위해 사고 싶던데요~ 우린 이런 거 가지고 못 놀아봤잖아요.ㅜㅜ
그저 풀각시랑 놀다가 종이에 그려서 놀았던 기억뿐...

다락방 2009-11-09 08:44   좋아요 0 | URL
앗, 그러게요 순오기님. 저도 이런 책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전혀 없어요. 울엄마는 이런책 안사줬어요. ㅠㅠ

조선인 2009-11-0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나를 위해 샀어요. 호호호호

다락방 2009-11-09 08:57   좋아요 0 | URL
음...그럼 저도 저를 위해 하나 살까요? 음....음.......

순오기 2009-11-10 00:34   좋아요 0 | URL
앗~ 나도 나를 위해 살까요?
그런데 요즘 주문 넣기가 좀 그래서~~~ 참고 있어요.

다락방 2009-11-10 13:00   좋아요 0 | URL
저는 돈이 없어서 참고 있어요. 좀 참아볼래요. ㅎㅎ

섬사이 2009-11-0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장바구니로 곧장...^^;;

다락방 2009-11-09 14:30   좋아요 0 | URL
아아 다들 이러시면 곤란해요. 저도..저도 넣고 싶어지잖아욧!! orz

2009-11-09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11-0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팝 아트북이 이쁘긴한데 가격이 넘 비싸지요ㅜ.ㅜ;;;

다락방 2009-11-09 22:4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계속 저를 위해 살것인지 말것인지 갈등중이에요. 아, 비싸요 ㅠㅠ
전 그림이나 디자인 보다는 글에 끌리는 스타일이라 굳이 이걸 안사도 될 것 같기도 했다가 또 예쁜책이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나 싶다가. 아 몰라요 몰라요.

기억의집 2009-11-1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팝업북 모으는데...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딸애가 하도 가만 놔 두질 않아 지금은 스탑하고 있어요. 참 그게 애들 보라고 산 건데...딸애가 팝업북 보고 있으면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거 있죠!

다락방 2009-11-11 09:08   좋아요 0 | URL
아, 저는 팝업북 하나도 가지고 있질 않아요. 전 애도 없고, 게다가 예쁜책에 그다지 소유욕을 가지고 있지도 않거든요. 근데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의 포토리뷰를 봐도 예쁘길래 하나쯤 가지고 있을까, 싶다가 그돈이면 다른 책을 한권사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져요. 하핫. 팝업북 사주는 엄마라니, 기억의집님 멋져요. 울엄마는 한권도 안사줬었어요. ㅠ.ㅠ (그때 당시에는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인데, 제목이 무려 『침대에서 아침을』이다. 아, 얼굴 화끈거려. 로맨스소설을 좋아하는 동료 직원에게 "새로 산 로맨스소설 있는데 빌려줄까요?" 했더니(어쩐지 암표있어요, 분위기다.) 환하게 웃으며 네, 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나는 "제목은," 하고 말을 꺼내려는데 차마 제목이 입에서 나오질 않고 얼굴만 붉어진다.  

"아..말을 못하겠네. 제목을 생각만 해도 얼굴이 빨개져요." 그러자 동료 직원이 괜찮다며 제목을 말하지 말고 빌려달란다. 이따 북커버를 씌워 줄 작정이다. 그 아가씨도 얼굴 빨개지면 안되니까. 하하. 

회장님이 안계신 틈을 타, 오늘 하루의 여러가지 힘들었던 일들을 날려보내고자 이 로맨스 소설을 10분만 훑어보기로 하고 집어 들었는데, 으윽 끝까지 다 훑어버렸다.정독한건 아니니 놓친게 아마 아주 많을거다. 나중에 몇번이고 정독하면 되니깐 뭐, 괜찮다. 그건 그렇고, 

이 책속의 남자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소설가다. 그는 티격태격하고 어쩌구저쩌구 하다가 어쨌든 여주인공과의 사랑을 이루는데 성공하고 그녀와 함께 서점엘 간다. 그런데 그 서점에서 자신의 책에 악평을 했던 비평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 비평가는 소설가인 그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의 섹스 장면에는 확실한 흥분이나 깊이가 결여되어 있어. 비평에서 내가 말한 것은 당신 소설의 사랑유희는 고정적이고 감정이 없고, 흔해 빠졌다는 거였소. 난 당신 자신이 새로운 사랑에 흥미를 갖게 되면 독자들에게 더 이득이 될 거라고 제안했었지."  

그리고는, 

"당신 손이 페어차일드 양의 스웨터 아래 들어갈 뻔한 걸 보고 내 충고를 받아들였다는 걸 알았소." 

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이제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기대되는군." 

 

이 비평가의 말대로 소설가가 사랑하는 여자의 스웨터 아래에 손을 넣어보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기대되는 소설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는 과연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없을까?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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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11-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이 기대됩니다.

다락방 2009-11-06 18:05   좋아요 0 | URL
부끄러워요, 말미잘님..(*__)

머큐리 2009-11-0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좋은 페이퍼를 쓰시면서 뭘 궁금해 하시는지...ㅎㅎ

다락방 2009-11-06 23:07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저는 저런 경험이 더 좋은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아니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게 좋은 소설을 쓸 만한 '좋은 경험' 이 있는지...뭐 이런게 궁금한거였어요. 하하하핫.

무스탕 2009-11-06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의 소설이 기대되어요. 무척!!! +_+

어제 다 읽은 서연의 '결혼, 살아보고 할까요' 좋더라구요. 보셨어요?

다락방 2009-11-06 23:11   좋아요 0 | URL
아뇨,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러니까 뭐랄까...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말고는 대체적으로 읽다가 화를 내는 편이라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서로 끌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야한 장면'을 연출하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해요. 그럼 막 얼굴이 빨개지고 열이 나면서...쿨럭.

무스탕 2009-11-07 00:31   좋아요 0 | URL
그럼 저 '결혼, 살아보고 할까요'는 다락방님의 선택을 받기가 어렵겠어요.
'서로 끌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야한 장면'을 거의 연출 안하거든요. ㅎㅎㅎ
'서로 끌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야한 장면'을 잘 연출한거로 최근 읽은건 장소영님의 '겨울 연가'에요.
요거 로설에서도 19금 딱지 달고 나왔거덩요 :)
버뜨! 순전히 제 기준이라는거~~~

다락방 2009-11-08 00:0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핫 저는 19금 딱지라면 왜 호기심이 막 생기는 걸까요 무스탕님? 하하하핫

카스피 2009-11-0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스 소설에 야한 장면이 들어가는 것이 정상이지요^^
하지만 저는 breakfast in bed란 제목에서 야한 장면보다는 포와로가 침대에 앉아서 왜 호텔 아침식사가 안나오냐고 호통치는 장면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요????

다락방 2009-11-08 00:09   좋아요 0 | URL
음, 그건 카스피님이 이 소설, [침대에서 아침을]을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기 때문은 아닐까요? ㅎㅎ

레와 2009-11-0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미치겠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난 도대체 뭘 상상하고 이렇게 웃는거지?!!)

다락방 2009-11-09 14:31   좋아요 0 | URL
응, 레와님. 나는 이거 웃기라고 쓴 페이퍼였거든요. 근데 아무도 안웃더라구요. ㅎㅎㅎㅎㅎ

기억의집 2009-11-1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로맨스 소설 많이 읽었어요. 하이틴스리즈인가 그랬는데... 그 때 생각이 모락모락 나네요. 다락방님이 즐겨 읽는 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이 넘 궁금한 거 있죠! 너무 유혹하지 마요. 이 나이에 로맨스 소설 읽기도 그래요.^^ 나중에 딸애가 읽는 로맨스 소설 읽는다면 산드라 브라운 추천할께요^^

다락방 2016-03-16 10:44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흐음, 딸애가 읽는다고 할때 산드라 브라운을 추천하시려면 반드시 `성인`이 된 다음에 하세요. 엄청 야해요, 엄청. 이건 정말이지 육체적 사랑이 주가 돼서 말이지요. 후훗. 저도 고등학교때 할리퀸로맨스를 읽었었는데 그게 사이즈가 작아서 교과서로 감춰졌거든요. 한번은 영어선생님께 걸려서 선생님이 책을 뺏으시더니 ˝어머,어머, 얘, 추파가 뭐니, 이책에 추파던지다는 말이 나오잖아. 이거 니네 읽어도 되는책인거니?˝ 하셨던 기억이 나요. 아, 그때 정말 얼굴 화끈거렸어요. 하핫.

메르헨 2009-11-1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건...안 보이고....스웨터 부분만 자꾸 머릿속에 그려집니다.ㅜㅜ 아호~~~~~~~~~~~~~~
저는...수업중엔..로맨스 못읽었어요. 느무 간이 작아서요.하핫...

다락방 2009-11-19 08:42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스웨터 부분 완전 좋아했어요, 메르헨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글 읽은 제 친구도 저랑 대화하다가 갑자기 "그 뭐죠? 스웨터에 손 넣는다는 그 책?" 이러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리는 같은 부분에 삘을 받나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메르헨 2009-11-1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말이죠...저는 뭐...제목은 그닥 빨개지지 않는걸요.
표지가 쫌.....ㅎㅎㅎ

다락방 2009-11-19 12:22   좋아요 0 | URL
전.....제목도 좀.........거시기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르헨 2009-11-2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아요. 오호호호..
스웨터가 자꾸...끌려서...^^;;ㅋㅋㅋ

다락방 2009-11-26 12: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메르헨님께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할텐데요. ㅎㅎㅎㅎㅎ

메르헨 2009-12-0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말이죠...
오는데 좀 시간이 걸리네요.ㅜㅜ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다락방 2009-12-02 11:45   좋아요 0 | URL
앗! 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었는데 말이죠. 언제 배송된다던가요? 위에 댓글 다셨던 것 처럼 11/26에 주문하신거라면 정말 너무 오래걸리잖아요. 자기가 외서인줄 아나봐요. -.-

2009-12-02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2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은미 미니앨범 - 소리 위를 걷다
이은미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것 하나도 완벽한 선택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나의 선택을 하면서 얻는게 있다면 반드시 잃는것도 있는 법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지는 않지만 타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는 종종 움직인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본다. 내가 번 돈으로 술을 마시고 책을 사는데에 있어서 그다지 거리낌이 없다. 이제는 별로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술 마시자고 청할 친구가 있고 또 내게 청해주는 친구도 있다. 이 모든것들이 자유로운건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럴때 가끔 나는 결혼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은미가 이 앨범에서 『결혼안하길 잘했지』라고 노래한다. 와우-  이렇게 좋은 노래가, 이렇게 멋진 노래가 타이틀이라니, 대체 뒤에는 어떤 곡들이 나오는걸까? (물론 나는 생수페트병의 뚜껑이 잘 안열릴때마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만약에 결혼을 했다면
이럴때 누구랑 술 한잔 할까?
이렇게 서로를 다 아는 우리 우정이
그게 사랑보다 많이 좋을지 몰라

처음 이별이란걸 했을 때가 생각난다. 아 내가 이별을 했구나 라는걸 그와 헤어진지 3일째 되는날 실감했다. 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잊고 편히 살 수 있나요'라고 차은주가 노래하는 걸 듣고는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나는 그 당시에 사랑이란 걸(혹은 사랑이라 믿었던 걸) 제법 열렬하게 했고, 또 그것이 그다지 열정적인게 아니라 해도 하루아침에 그 이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잊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린 오늘 이별했지, 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헤어진다'는 건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꽤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는 것을 이은미는 『헤어지는중입니다』로 노래해준다. 

사랑했던 기억을 그리고 이별했던 기억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다고 해도 그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떠올려진다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 그 시간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같이 들었던 노래가 나온다거나, 길에서 파는 오징어 튀김을 먹는다거나 할때, 그럴때 생각나기도 하고 햇살이 뜨겁거나 눈이 내려도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이은미가 『오래된 기억』으로 노래해준다. 

이 앨범안에는 단지 다섯곡의 노래가 실려있을 뿐인데, 맙소사, 내가 말하고 싶은걸 내가 느끼는 걸 다 들려준다. 안다. 가사가 좋다고 그 노래가 반드시 좋은 법은 없다는 걸. 그런데 이은미는 아주 멋진 보이스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이 모든것들을 노래하니 노래가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불러주니 이 가사들이 귀에 들어올 수 있었다.『결혼안하길 잘했지』는 국악과의 퓨전음악인걸까? 새로우면서도 귀에 착착 감긴다. 『오래된 기억』은 또 전주가 끝내준다. 계속 노래하던 가수가 여전히 노래한다는 사실은 꽤 기분이 좋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벨소리와 컬러링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요즘같은 때에 여전히 CD를 내주고 여전히 노래 다운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기까지 하다. 앞으로도 그녀를 믿어도 좋겠지.  

오랜만에 아주 보석같은 앨범을 만났다. 나는 이은미의 앨범을 플레이어에 재생하기 전까지는 이렇게까지 좋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내가 뚝심있는 가수 이은미를 몰라봤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 듣는 이은미의 노래들이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이 있을까! 정말이지 아주 근사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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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1-0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들어서 더 좋을 앨범 같아 보여요. 저도 꼭 들어보겠어요. 다락방님이 느끼신 그 벅찬 감동을 같이 느껴보고 싶어요. 무려 보석같은 앨범을요.^^

다락방 2009-11-05 09:23   좋아요 0 | URL
앨범에 노래가 많이 실리는게 장땡은 아니잖아요. 그래놓고 딸랑 한 곡 좋으면 너무 속상한데, 이은미의 이 앨범에 실린 다섯곡은 다 좋아요. 두곡은 들을만하고 세곡은 아주 좋아요. 이은미의 보이스는 정말 가을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

... 2009-11-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이제 책 사지 말아요"를 부르짖으시더니, 이젠 앨범을...
이상한게요, 저도 예전에는 인터넷 서점에선 책만 샀거든요, 근데 요즘은 막 다른 카테고리까지 기웃거려요... 아이참. 이 페이퍼를 보니 이은미의 뚝심까지 또 알고 싶어지쟎아요...

다락방 2009-11-05 09:24   좋아요 0 | URL
이은미의 가창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딱히 그 가수를 좋아한다거나 하진 않았거든요. 지금도 가수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거나 한건 아닌데 이 앨범의 실린 노래들이 참 좋아요. 아주 첫곡부터 반했어요. 제목을 봐요, 『결혼 안하길 잘했지』라니! 아,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카스피 2009-11-0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범 안산지가 오래되서 그런데 원래 한 10곡이상 들어가지 않나요?

다락방 2009-11-05 09:37   좋아요 0 | URL
이 앨범은 저위에도 써있듯이 '미니앨범'이에요. 그래서 다섯곡이 노래, 네곡은 MR로 들어가 있습니다.

메르헨 2009-11-0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이은미 최고지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요.^^
저는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필이...왔어요...ㅎㅎ

다락방 2009-11-05 11:47   좋아요 0 | URL
저는 [결혼안하길 잘했지]에 필이 왔어요 ㅎㅎ

레와 2009-11-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우리 교주님의 노래만큼 아주아주아주 근사한 리뷰예요!
나 또 다락방한테 반했음! +_+

다락방 2009-11-05 13:29   좋아요 0 | URL
자꾸 반하지 마요! ㅎㅎ 그러다 나한테 시집올라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09-11-0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은미의 지인이 경영하는 술집에 얼마전 갔더랬는데, 다락방님과 레와 님이 떠올랐어요. 셋이 같이 앉아있어도 좋을 것 같은 작은 술집이요.

다락방 2009-11-05 18:13   좋아요 0 | URL
아! Jude님하고 술 마시고 싶어요!!

레와 2009-11-09 13:13   좋아요 0 | URL
갑시닷!! 당장 가자구요!!

다락방 2009-11-09 14:31   좋아요 0 | URL
얼쑤~♪

비로그인 2009-11-11 14:40   좋아요 0 | URL
가요 가~ 뭐가 아쉬워 못갑니까~헤헷

가넷 2009-11-0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언니만 보면 무섭습니다. 노래가 좋고, 안좋고를 떠나서...--;;;;

다락방 2009-11-05 21:41   좋아요 0 | URL
하하. 어떤건지 알 것 같아요, 가넷님.

습관 2009-11-0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다락방님의 이 리뷰를 읽고 mp3을 다운받아서 듣다가..

곧 결혼을 앞 둔 친구에게 메신저로"결혼안하길 잘했지"를 선물했어요.

저, 잘 한 거겠죠?? ^^

다락방 2009-11-06 09: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 잘하셨어요, 습관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넷 2009-11-07 13:08   좋아요 0 | URL


물 마시다 뿜었습니다...ㅎㅎ;;;;

다락방 2009-11-08 00:09   좋아요 0 | URL
가넷님. 뿜어낸 물 잘 닦으셨죠? ㅎㅎ

머큐리 2009-11-0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가요계의 보물이죠...이은미...너무 좋아해서리..ㅎㅎ

다락방 2009-11-08 00:10   좋아요 0 | URL
오왕- 머큐리님도 이은미를 좋아하시는군요!! 전 이은미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 앨범은 정말 좋더군요!!

순오기 2009-11-0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은미는 울남편이 팬이라지요.ㅋㅋ

다락방 2009-11-09 08:45   좋아요 0 | URL
이은미는 고정팬이 많지요. 저 위에 레와님도 광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