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춥지 않은 날씨.
그래도 옥상 바로 아래인 가난한 우리집은 보일러를 돌리지 않으면 발이 시려워서 한낮의 나는 제법 두꺼운 수면바지와 스웨터를 껴 입는다. 그리고 밤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보일러를 돌린다.
요새 나는, 시간이 넘쳐 흘러서 조금 우울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스물여덟살을 전후로 내 삶에서 시간은 점점 많아졌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미친듯이 일에 매달려 살았었는데, 그 이후로는 그 모든 삶에 회의감을 느껴서 이직하는 첫번째 조건은 무조건 내 시간을 전보다 더 갖을 수 있는 것으로 꼽았다.
이제는 그런 나의 바람보다는 외적 요인때문에 이렇게 됐지만.
요새 나의 기상시간은 아침10시쯤. 아마 전화가 없다면 더 늦어질지도 모르는데, 꼭 그때쯤이면 어디선가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건 아침을 먹으라는 시어머님일때도 있고, 아직 업무가 익숙지 않은 나의 후임자일때도 있고,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는 J일때도 있고.
아침을 먹고 시어머님과 티타임을 갖고,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뒹굴거리다 스르르 잠이들면 어느새 저녁. 저녁에 일 나가시는 시어머님을 배웅하고 퇴근하는 J와 저녁을 챙겨 먹고, 각종 드라마며 뉴스를 보고 책을 보며 뒹굴거리다 보면 잘 시간.
별다른 자극이 없는 그저그런 일상들. 바쁘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시간들에 속해 있을때는 꿈만 같은 일상들이 지금 나를 짓누르는 기분이다.
내일은 어딘가로 산책을 나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