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인데, 제목이 무려 『침대에서 아침을』이다. 아, 얼굴 화끈거려. 로맨스소설을 좋아하는 동료 직원에게 "새로 산 로맨스소설 있는데 빌려줄까요?" 했더니(어쩐지 암표있어요, 분위기다.) 환하게 웃으며 네, 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나는 "제목은," 하고 말을 꺼내려는데 차마 제목이 입에서 나오질 않고 얼굴만 붉어진다.
"아..말을 못하겠네. 제목을 생각만 해도 얼굴이 빨개져요." 그러자 동료 직원이 괜찮다며 제목을 말하지 말고 빌려달란다. 이따 북커버를 씌워 줄 작정이다. 그 아가씨도 얼굴 빨개지면 안되니까. 하하.
회장님이 안계신 틈을 타, 오늘 하루의 여러가지 힘들었던 일들을 날려보내고자 이 로맨스 소설을 10분만 훑어보기로 하고 집어 들었는데, 으윽 끝까지 다 훑어버렸다.정독한건 아니니 놓친게 아마 아주 많을거다. 나중에 몇번이고 정독하면 되니깐 뭐, 괜찮다. 그건 그렇고,
이 책속의 남자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소설가다. 그는 티격태격하고 어쩌구저쩌구 하다가 어쨌든 여주인공과의 사랑을 이루는데 성공하고 그녀와 함께 서점엘 간다. 그런데 그 서점에서 자신의 책에 악평을 했던 비평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 비평가는 소설가인 그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의 섹스 장면에는 확실한 흥분이나 깊이가 결여되어 있어. 비평에서 내가 말한 것은 당신 소설의 사랑유희는 고정적이고 감정이 없고, 흔해 빠졌다는 거였소. 난 당신 자신이 새로운 사랑에 흥미를 갖게 되면 독자들에게 더 이득이 될 거라고 제안했었지."
그리고는,
"당신 손이 페어차일드 양의 스웨터 아래 들어갈 뻔한 걸 보고 내 충고를 받아들였다는 걸 알았소."
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이제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기대되는군."
이 비평가의 말대로 소설가가 사랑하는 여자의 스웨터 아래에 손을 넣어보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기대되는 소설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는 과연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없을까?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