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였는지 2학년 때였는지, 그당시 옆에 있는 친구를 떠올리면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당시에 인기 있었던 에릭 시걸의 소설과 함께 우리 사이에서는 '주디스 크란츠'의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가 화제가 됐었다. 그 당시 어린 우리들은 차마 그 책을 살 순 없었는데, 누군가 그 책에서 66페이지인가 68페이지(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가 야하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하교하던 길에 서점에 들어가 그 책을 꺼내서 나란히 그 페이지를 읽어보았던 거다. 저게 우리가 살 수 없는 책이기도 했고, 또 책 한 권을 살 만한 돈도 없었던 우리는, 어쩐지 꺅꺅 거리면서 너무야해 너무야해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곤 했는데, 그 야한 걸 읽어보겠다며 굳이 서점 가서 저걸 펼치고 서서 읽었던 거다.


어제 갑자기 저 책 생각이 났는데, 당시에 우리가 보기엔 너무 야한 부분이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어떤 내용이었던건지 진짜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거다. 당시에 중학교 1학년이면 너무 어렸고, 나는 텔레비젼에서 키스하는 것만 나와도 고개를 돌릴 정도였었으니, 저 책의 저 부분이 야한 거는 강도가 그리 세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쩐지 지금 다시 확인해보고 싶지만 품절이네 ㅋㅋㅋㅋㅋ 그러니 저 책에서 저 페이지에 키스가 있었는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옷을 벗겼던 건지 진짜 기억이 하나도, 전혀 안나지만..... 그땐 그랬었지, 하다가, 음.... 그렇지만 이렇게 나이먹어버린 지금은, 어쩐지 내가 그 책에 쓰여진 것보다 더 거시기한(?) 것들을 했을 것 같군....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뭐가 쓰여져 있던 간에 나는 그보다 더한 걸 했을걸? 하는 생각.... 그래서 이 생각이 맞는지, 아니면 나는 아직 그 책을 따라갈려면 멀었는지...넘나 궁금해서 읽고 싶은 것.... 그렇지만 품절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다른 얘긴데,

얼마전에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와 possession 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다. 친구는 material possession 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포제션은 소유란 뜻인데' 라고 말했는데,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고 있던 친구도 며칠전에 처음 알았던 단어를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거에 놀라, 너 그거 어떻게 알았냐, 고 하는 거다. 그때 나는 한껏 거들먹 거리며,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안토니오 수잔 바이어트'가 쓴 《소유》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의 원제가 포제션이거든, 했더랬다. 


아..너무 있어보여, 나 너무 멋져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크게 감탄하며 나한테 그 무슨 인도영화 얘기했는데. 아 쓰벌 잘난척 드럽게 할라 그랬는데 그 영화가 생각안나네...무슨 퀴즈프로그램 나오는건데 거기에서 가난한 소년이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정답을 맞춘다는 영화였는데, 그 영화속 주인공 같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것까지 딱 써야 잘난척이 완성되는데, 이 영화가 생각이 안나네. 퀴즈쇼? 이런 거 아니었는데..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나는 포제션이란 단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는데, 아아, 여러분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이렇게나 좋다. 갑자기 퍼뜩 생각나는게,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이 영어였는데,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중학교1학년 때부터 흠뻑 빠진 영화 《더티 댄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다 외우고 다녔던 학생.... 영어쌤은 수업을 하면서 예문으로 'stay'란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들고서는,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했는데, 내가 거기서 또 한껏 거들먹거리며,



머무르다



했던 거다. 쌤은 어 그래 맞아! 하면서 나를 다시 한 번 보고, 나는 또 한껏 잘난 척을 했지. 우하하하하하. 그당시에 더티댄싱 오리지널사운드트랙에 가사집이 있었는데, 너무나 친절하게도 제목 옆에는 죄다 번역된 제목까지 같이써있었던 거다. 이를테면 hungry eyes 옆에는 갈망하는 눈동자 이렇게 써있었던 것. 그 앨범에 실린 stay 옆에는 '머물러줘요' 라고 써있었던 것이었다. 가사를 달달 외운 나는 당연히 제목의 번역된 제목까지 달달 외우고 있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에 반에서 아무도 모르는 단어를, 공부 잘하는 애들도 몰랐던 단어를, 나는 알고 있었어!!!!!!!!!!!!!!!!!!!!!!! 여러분, 팝송이 이렇게나 좋다. 들어야 한다.


아, 이 얘기가 왜 나왔냐면,



그러니까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책을 생각하기 전에, 내가 헤어진 남자랑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 뭔가 생각을 했고, '우리가 이러이러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고 하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는 till we meet again 이지... 


하고 있었던거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다보니까 till we meet again 은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의 원제이고, 그 책은 야했었지....이렇게 됐던 것. 아아, 이거슨 진정한 의식의 흐름.....



여러분 책을 읽자. 그러면 영어가 저절로 따라온다. till we meet again 은 내가 영작할 필요가 없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외운 문장. 책은 이렇게 언제나 어디서나 도움이 된다. 아아, 나는 어쩌자고 그 영어제목을 외우고 있었지? 아아, 나는 너무 짱인 것 같아... 짱이다!! 캡이야 진짜... 여러분 책을 읽으면 똑똑함은 그냥 따라온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거들먹거들먹)




그나저나, 이 페이퍼 쓰다가 소유랑 포제션 리뷰 넣으면서 줄거리 봤더니 완전 새롭네? 다시 읽어봐야겠다. 포제션 줄거리 보니까 '페미니스트 레즈비언' 나오는 것이여.... 난 이 소설 좋아했는데 왜 이거 기억에 없지.... 다시 읽어야할 책이 생겼군. 훗.




이제 다 쓰고 등록버튼 누르려는데, 내가 뭘 쓰기 위해서 이 페이퍼를 썼는지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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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21 1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껏 거들먹거리면서) 슬럼독 밀리어네어.

다락방 2017-09-21 10:50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그래 그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eanne_Hebuterne 2017-09-2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사하러 와서 대기열에 있다가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어요.
--라고 쓰자마자 자리가 났어요. 세렌디피티!

다락방 2017-09-21 16:53   좋아요 0 | URL
오, 점심은 무얼 드셨을까요, 쟌님. 맛있게 드셨습니까?!

Jeanne_Hebuterne 2017-09-22 04:27   좋아요 0 | URL
새우튀김, 냄비우동, 두부튀김, 드래곤 롤, 녹차! 헤헷

단발머리 2017-09-21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뭔가 영어로 쓰고 싶은데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ㅠㅠ
뭔가 근사한 거 쓰고 싶은데...
에라 모르겠다.
난 요즘 <The Mother of All Questions>를 읽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09-22 07: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 모든 질문의 어머니.... 입니까?
아 영어공부해야지. ㅎㅎㅎㅎ 사람은 계속계속 공부해야 해요. 그쵸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9-22 08:24   좋아요 0 | URL
의역을 많이 했더라구요. <남자들은 자꾸~~>가 워낙 반응이 좋았으니까 그 느낌을 살리려다 보니 그렇게 된것 같기도 하구요.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를 보면 바로 레베카~ 하고 생각날테니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7-09-22 08:31   좋아요 0 | URL
아 이게 그 책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원제만 보고서는 완전히 다른 책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솔닛 책인줄은 짐작도 못했네요. 아니, 여자들은 자꾸~ 이 책이... 원제가 이거였습니까?! 단발머리님 아니었으면 몰랐을듯요 ㅋㅋㅋㅋㅋ

clavis 2017-09-22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럼독!!이었네요 제가 올러려던 답은..퀴즈쇼??? ㅋㅋㅋㅋㅋㅋㅋㅋ락방님의 거들먹이 아름답습니다♡저도 오늘 잘 배우고 활용해보고파요!!

다락방 2017-09-22 07: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들먹거들먹 거들먹을 아름답게 여겨주시니 감사합니다, 클래비스님. 앞으로도 거들먹거릴 수 있도록 더 아는 것 많아지는 사람이 되겠어요. 불끈!!

버벌 2017-09-2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야하단 말이죠? 메모 메모

다락방 2017-09-22 18:17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구할 수가 없어요 흙 ㅠㅠ
 


















길어서 다 인용을 하지는 못했었지만, 1권에서 트랙터 운전사와 농부의 대화가 압권이었다. 읽으면서 감탄을 했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을 읽으면서 감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2권에서도 마찬가지. 지금 이게 길어서 인용을 할까말까..엄청 갈등되는데, 왜냐하면 그러니까, 그거 인용할 시간에 뭔가 다른 걸 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다가...그렇지만...이 박진감을, 그러니까 이 터질듯한 순간의 긴장을 너무나 알리고 싶어져서.... 아아, 어디 한 번 인용에 도전해볼까?



그러니까 상황은 이렇다. 작게나마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트랙터가 들어와 다다다닥 땅을 파헤쳐버림으로써, 이제 사람이 아니라 트랙터로 농사를 짓게 되면서 일을 할 수 없게되고,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고향을 떠나게 된다. 일할 수 있는 곳, 과일을 따면 돈을 준다고 했던 전단지를 들고, 그쪽으로 모든 짐을 싸서 차에 싣고는 온가족이 이동하게 되는데, 그 전단지가 한두장 뿌려진 게 아니라서 꿈의 땅 캘리포니아로 가는 사람과 차는 고속도로를 채운다. 쉼없이 달리다 멈춰서 밥을 해먹고 또 쉼없이 달려 그렇게 꿈의 땅까지 이르렀는데, 


아아,


여기오면 고생 끝 행복시작이겠지, 여기에 오면 이제 열심히 일해서 우리가 정착할 수 있겠지, 했던 바람은... 아아.... 여러분 책을 읽자.



당연히,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고민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어, 우리 여기 잘 살고 있었는데, 저렇게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들이 몰려오면, 어어, 내 꺼 뺏기면 어쩌지..하는 고민을 하고, 아아,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빚을 얻어 가게를 하고 있는데, 저렇게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들이 빚없이 시작한다면 나보다 더 잘살게 되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가진 걸 뺏기게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향을 떠나 돈 좀 벌어서 살아보겠다고 이동했던 사람들, 그리고 약속의 땅에 이르러 답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람들, 도착해보니 자기들을 내쫓을 생각만 하는 사람들만 가득하고, 아아,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자, 모두 21장에서 가져온다.




고속도로로 몰려 나온 이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서부 사람들은 겁에 질렸다. 재산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재산이 어떻게 될까 봐 무서워했다. 배를 곯은 적이 없는 사람들은 배고픈 자의 눈을 처음으로 보았다. 뭔가를 간절히 원해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은 이주민들의 눈에서 욕망의 불꽃을 보았다. 도시 사람들과 온화한 교외의 시골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한데 모였다. 그리고 자기들이 좋은 사람이고 침입자들이 나쁜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원래 싸우기 전에는 반드시 이렇게 스스로를 달래야 하는 법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망할 놈의 오키들은 더럽고 무식해. 놈들은 타락한 색광들이야. 저 망할 놈의 오키들은 도둑이야. 놈들은 뭐든지 훔칠 거야. 놈들은 소유권이라는 걸 전혀 몰라.

마지막 얘기는 사실이었다. 재산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재산을 가진 사람의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 마을을 지키러 나선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놈들이 병을 퍼뜨려. 놈들은 더러워. 놈들이 학교에 다니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놈들은 이방인이야. 자네 누이가 그런 놈하고 데이트를 한다면 어떻겠어? 

(중략)

대지주들과 기업들은 또 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대지주가 통조림 공장을 사는 것이다. 복숭아와 배가 익으면 지주는 과일 값을 키우는 값보다 싸게 후려쳤다. 통조림 공장 사장 자격으로 과일을 싼값에 사들인 다음 통조림 가격을 높게 유지해 이윤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통조림 공장을 소유하지 못한 소규모 농부들은 농장을 잃어버렸고, 그 작은 농장들은 대지주와 은행과 역시 통조림 공장을 소유한 기업들 차지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장의 숫자가 적어졌다. 소규모 농부들은 도시로 이주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돈을 빌려 쓸 곳도, 그들을 도와줄 친구나 친척들도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 역시 고속도로로 나섰다. 도로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살인이라도 저지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기업들, 은행들도 스스로 파멸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 농사는 잘되었지만 굶주린 사람들은 도로로 나섰다. 곡식 창고는 가득 차 있어도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구루병에 걸렸고 펠라그라병 때문에 옆구리에서는 종기가 솟아올랐다. 대기업들은 굶주림과 분노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어쩌면 품삯으로 지불할 수도 있었을 돈을 독가스와 총을 사들이는 데, 공작원과 첩자를 고용하는 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훈련하는 데 썼다.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은 개미처럼 움직이며 일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p.117-120)




주인공 톰 조드는 새로운 살 곳을 찾아 떠났다가 그 곳에서 자신들을 몰아내려는 세력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마다 성질 같아서는 확 받아버리고 싶지만, 자기는 지금 가석방 신분이고 또 가족들과 함께 있으므로, 본의 아니게 어머님의 간곡한 부탁에 따라 성질대로 받아버리지를 못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금의 상황 즉,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가 부조리하다는 것은, 톰 조드 뿐만이 아니라, 지금 거기에 천막을 치고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 모두에게 부조리와 불합리가 반복될수록 그것은 분노가 되어 쌓일텐데, 그러니 저 21장의 마지막,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는 예사로 보이질 않는 거다. 아아, 이것은 어마어마한 복선일 것이야... 그렇다면 22장부터는 어떤 얘기가 펼쳐지려는거지?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역시 책은 진짜 소설이 짱이다. 소설이 최고되는 것이야. 소설이 좋다.



나는 소설이 좋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이렇게 이야기로 가득차고 생각할 거리가 가득찬 소설을 읽을 때마다,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 생각이 난다. 섹스파트너였던 여자와 남자가 각자 연애를 시작해보자며 상대를 찾으려할 때, 남자가 공원에서 책 읽고 있던 한 여자를 가리키며 '나는 저여자 꼬셔볼게' 라고 했더니, 그때 여자가 그러는 거다. '저거 소설책일걸?'


난 그 부분이 진짜 드럽게 기분 나빠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당시에는 니네가 빅토르 위고 소설을 읽어봤다면 진짜 그렇게 말 못한다,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또 그 장면 생각나면서, 니네가 분노의 포도를 읽어봤냐...읽었는데고 그렇게 소설 무시하는 발언 나오냐 싶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면 진짜 모르는 상태에서는 욕하기가 너무 쉬운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되는데, 소설 안읽는 사람들이 꼭 소설을 무시한다. 이게 뭐가 됐든 그래, 모를 때 욕하기가 제일 쉽다. 모르면서 욕을 해 모르면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은 또 사실인가보다. 어느 한 쪽이 소설 읽는 사람들에 대해 무식하게 욕을 했다면, 상대가 '야, 너 소설 읽어봤으면 그렇게 말못해' 라고 했어야지, 똑같다 똑같아 진짜....


아무튼지간에 분노의 포도 21장 너무나 멋지고요, 통찰력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아아, 분노하는 이들이여, 행동할 것인가!!





나는 노동자이고, 근무 이래로 지금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빡치는 사람으로서, 내 가슴에도 분노 너무 들끓고 있고..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이 분노에 들끓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나는...글쎄 모르겠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내가 분노에 들끓는다고 해서 사람들을 모집해서 회사에 대고 반항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내가 그럴것 같진 않고, 아마도 나는 혼자서 사표내고 이 땅을 떠나지 않을까..

응?

이 땅은 왜 떠나?

회사 때문이라면... 이 회사만 떠나면 되지, 이 땅은 왜 떠나?

왜냐하면..

나는 다른 땅에서 살고싶어서?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내일 대한극장에서 《여배우는 오늘도》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모양인데, 너무 가고 싶은데.... 평일이고 다음날도 출근이라, 아아, 퇴근 후에 갔다가 영화 보고 대화하고 다음날 출근하면 너무 힘들겠지...싶어서 아침부터 계속 고민하고 있다. 집에서 쉬어야 되는 거 아닐까, 이제 이런 일정을 소화해내기엔 나는 너무 지쳤어.....




그나저나 얼른 분노의 포도 다 읽고 연애소설 좀 읽고 싶다. 분노의 포도에다가 페미니즘 서적까지 읽었더니 마음에 말랑하고 스위트한 부분이 사라져버려서...그 감각을 다시 일깨우려면 연애소설 좀 읽어야 쓰겄다. 내가 원래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인데, 아아, 요즘 너무 싸나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어제는 갑자기 윤김지영 쌤도 막 보고싶고 ㅠㅠ 헬페미 충전받고 싶고 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헬페미 충전 넘나 필요하고요 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 근데 집에 어떤 연애소설이 있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데.... 지금 그냥 후다닥 한 권 사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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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9-20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다닥 한 권... 사버리세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7-09-20 16:20   좋아요 2 | URL
역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09-20 16: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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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09-20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도 군복무를 해야한다는 것은 니들도 고생을 하보라는 변태심리가 아니라 그것이 국민의 기본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병역의 의무를 꼭 군대에 가서 수행하지 않더라도 공익요원이나 대체복무 또는 병역세 부과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여성들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진지한 논의조차 없었었지 않나요? 여성들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를 자처하면서 여성으로서 누릴 수있는 이점(특권)에는 약삭 빠르면서도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페미니즘에는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군요

다락방 2017-09-20 11:52   좋아요 4 | URL
ㅎㅎ 이하라님 댓글 읽으니 ‘젠더 이슈로 논쟁이 벌어지면 그게 어떤 문제든 상관없이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 시사인 글의 도입부 생각나네요. 아까 글샘님도 리뷰에 댓글에서 언급하셨듯이, 서민 교수님을 비롯한 페미니스트들은 군대 얘기 페미니즘 책에서 저마다 다 하고 있어요. 저는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킬 의지나
마음이 지금 1도 없고요, 이하라님도 여기저기 군대 댓글 달고 다니시기 보다는 페미니즘 도서를 읽어보시는 게 이하라님을 위해서도 또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하라 2017-09-20 11:53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군대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제가 댓글을 단 원문은 읽어보신겁니까? 다들 군복무를 논점으로 삼고 있기에 댓글이 병역의 의무를 피해갈 수 없었을뿐입니다 그 보다 더 심한건 여성들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얼마전 맘충이라는 특정층의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남성들이 만들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억측과 피해의식이 요즘 여성들의 의식을 대변하는듯해 씁쓸합니다

다락방 2017-09-20 12:00   좋아요 2 | URL
저도 이하라님의 댓글이 참 씁쓸합니다....

syo 2017-09-20 12:15   좋아요 4 | URL
하하, 듣고 보니 며칠 전 스치듯 봤던 그 말도 안되는 댓글이 이하라님 작품이셨군요. ˝한국 남성의 내면에 모성이 신화처럼 아로새겨져 있어서˝ 맘충 같은 단어를 만들어낼수 없을거라는. 그 말씀이 근거가 된다고는 1도 생각하지 않자만, 이하라님 말씀대로 그 단어를 남자가 만든게 아니라고 쳐도, 이하라님이 말씀하신 그 ˝모성이라는 신화˝는 맘충이라는 말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는 신성하지만, 이미.만들어져 있는 맘충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만큼 신성하지는 않나봐요? 아니면, 이번에도 같은 논리로 남자들은 그 말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실건가요? 혐오표현을 직접 만들지 않았으면, 사용하는데도 면죄가 되나요? 아니면 여성이 만들었으니, 만든 여성을 먼저 단죄하기 전에는 남성을 탓하면 안되는건가요? 폭행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을 찾아내 벌하기 전까지는 폭행을 실제로 행한 사람을 벌할 수 없는 건가요? 실제로 입은 피해를 증언하는 사람들에게 어째서 억측과 피해의식이라고 함부로 말씀하십니까.

모성의 신화에 대해서 남자인 저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데요? 제 동의와 상관없이 심층심리는 그런 거고 단지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만약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면, 여성들 또한 이하라님께 이하라님의 의식은 국민의 기본의무를 말하지만 이하라님의 동의와 상관없이 ˝내면˝은 사실 니들도 고생을 해보라는 뜻이다- 라고 단정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하라 2017-09-20 12:57   좋아요 2 | URL
모성에 대한 신화 때문에 남성 이 만들지 않았을것이다는 말은 제가 생각해도 억측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남성이 만들었다는 딱 그만큼의 억측이겠죠 그리고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걸 옹호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저나 제 주위에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맘충이란 단어 자체를 안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병역의 의무를 대체할 방법들이 있으니 그런 논의라도 해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지 니들도 고생해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성이 누려야할 권리는 페미니즘을 논하기전부터 당연히 누려야 마땅하지 이것이 사회적 사안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이 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외치는 딱 그만큼만 자신들의 의무도 고려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생각했을뿐입니다 그런 생각이다보니 여성의 권리나 피해의식이 묻어나는 글에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를 낳아주신 분도 여성이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이도 여성이란 것을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남녀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본다한더라도 일방적인 피해의식만을 두둔하지 못하기에 보시기에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여성의 기본의무 문제는 앞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겠군요 딸이 태어나면 당당히 자신의 권리에 대한 주장만큼이나 의무에 대해서도 깨어있기를 바라는데 그건 그냥 제 가정에서나 말해야겠네요 제 댓글들이 많이 보기 거슬린다면 앞으로 여성문제가 담긴 글들에는 댓글을 달지않겠습니다

syo 2017-09-20 13:13   좋아요 1 | URL
여성의 복무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하라님의 의견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선행해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댓글이 달린 글에 충분히 드러나 있는)을 등한시한 채 지금 당장 복무해라 그게 의무다, 아니면 지금 부당한 이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었는데, 그것이 이하라님께 표출된 것 같습니다. 제가 나댄 부분도, 부당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점은 사과드립니다.

댓글을 달거나 말거나 하시는 것은 이하라님의 자유입니다. 제게 꼴보기 싫으니 앞으로 댓글을 달지 마라는 말씀을 드릴 권리가 어딨겠습니까. 그저 의견이 충돌한 것이고, 이 충돌이 이하라님과 저 사이에 의미있는 합의점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만 명확해진 것뿐이지요. 알라딘에서는 항상 그렇더라구요. 그걸 다른 분들은 가 아시니까 다들 마음 좋게 하하하 하고 싸움이 안 되는 댓글 달고 마는데, 어디나 syo같은 희한한 놈이 하나씩 있습니다. 에이, 재수 없었네, 하고 덮어버리시길 권합니다. 제 댓글들이 보기 거슬리신다면 제가 앞으로 이하라님의 댓글에 댓글을 달지 않겠습니다^^

이하라 2017-09-20 13:23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syo님 말씀대로 의견충돌이지요 전혀 거슬리지않습니다 앞으로도 다시 뵈어요^^

雨香 2017-09-20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보상심리, 피해의식이 이성을 능가하는 것 같습니다. 실상 군대내에서도 국방의 의무 보다는 잡일, 갑질피해, 위계에 의한 폭력(육체적 폭력은 아니더라도)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제대로 된 군대, 국방의 의무에만 충실한 군대라면 피해의식이 덜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한국군 출신과 카투사 출신과의 군대에 대한 기억과 군대에 대한 피해의식은 거의 정반대니까요.

근본적으로는 40여년이 넘게 북한보다 많은 국방비를 쓰고, 지금은 30배나 넘는 국방비를 쓰는데, 아직도 징병제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가는 것만이 국방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만들어진 허상도 벗어나야 할 착각중에 하나고요.

(어제 배달된 시사인 챙겼는데, 읽어봐야 겠습니다.)

다락방 2017-09-20 14:01   좋아요 4 | URL
네, 저 역시 군대에 대해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은 군대내의 인권 감수성과 또 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 저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말하는데, 그걸 개선할 논의보다 여성의 병역의무에 대한 걸 논하다니, 대체 어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싶어요. 궁극적인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모병제가 되어야 하지 않나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모병제 역시도 합리적인 답이라고 확신할 순 없겠지만 저로서는 그것보다 더 나은 답을 아직은 모르겠더라고요. 처우를 개선하고 모병제로 바뀌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군대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고요. 군대라는 게 본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이 지낼만한 곳이라면, 그리고 모병제라면, 그때는 가고 싶은 사람이 가서 하고자 했던 바를 할 수 있는 곳이 되겠지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군대라는 곳의 환경과 제도의 개선인데, 아주 많은 남자들이 ‘페미니즘 주장할거면 여자도 군대가!!‘만 부르짖고 있네요.

다락방 2017-09-20 14:08   좋아요 2 | URL
아, 우향님.
위의 글은 어제 배달된 시사인이 아니라 지난주에 배달된 시사인에 있습니다.
지난 주에 배달된 걸 제가 오늘 뜯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다하다 시사인도 밀리는 1人)

雨香 2017-09-20 14:35   좋아요 0 | URL
아.. 네 ^^ 저 표지 이군요. 저는 뜯기만 한 것 같습니다. ㅋㅋ

2017-09-20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0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ebula 2017-09-25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갈IN다운 글이네요
구독햇던돈으로 치킨한마리 더사먹을걸
남자가 바라는게 여성징병이 아니라 돌봄과 성적서비스를 제공하는 2등시민으로 남길 바란다?
아주 대단한 ‘문화평론가‘께서 헛소리를 해도 그럴싸하게 해놔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뻔했네요
 
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쏜살 문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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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잘룸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 하지만 네가 내 제안을 모두 따른다고 해도 치잘룸이 네 바람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 산다는 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잖니. 중요한 건 네가 노력한다는 거야. 

그리고 항상 네 직감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믿어.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너의 길잡이가 되어 줄 테니까. (p.14)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자신의 친구 '이제아웰레'에게 한, '네 직감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믿어'에 동의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아 그 때 괜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니구나' 할 때가 종종 있었으니까. 대화중이나 행동중에 '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돌이켜봤을 때 그건 아닌 게 맞더라. 어째서 그런지에 대해 바로 그 순간 낱낱이 짚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닌 것 같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은 있고, 그 느낌은 대체적으로 맞다. 우리는 우리 안의 도덕에 어긋나는 것들을 잡아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친구에게 한말, 네 직감을 믿으라는 말은, 충분히 그러해도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조카가 두 명있다. 지금 현재 여덟살 여자아이와 다섯살 남자아이이다. 이모가 꼴페미인만큼, 조카들을 페미니즘 장착한 사람으로 자라나게 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이모이고, 매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설사 내가 매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매순간까지 함께할 순 없다. 아이는 학교나 유치원에 갈 것이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있을 것이도, 텔레비젼을 보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순간에 조카들이 보게 되는 사람들과 그 대화들이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같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이모가 하는 말과 텔레비젼 속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는 걸 알게될 것이고, 자라나는 과정에서 그 모든 이야기들중 어떤것들을 취하거나 혹은 버릴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 조카들이 내 바람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 바람대로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보장도 없고. 어떤 것이 옳다는 것에 대해 강한 확신으로 아이에게 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 보여진다. 차별이, 비하가,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가 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말해주는 건 충분히 해도 되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페미니즘은, 조카가 있는 내게 반드시 필요한 절실한 것이 되었다. 나는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 있는 학교에서, 그리고 앞으로 직장에서, 거리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차별과 비하, 혐오, 괴롭힘에 노출되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떤 어른도 아이를 모든 상처로부터 막아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나아갈 길은, 설사 상처받는 일에 맞닥뜨려도 극복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일테다. 페미니즘은 혐오와 비하, 차별을 없애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것들로부터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네 고통이 네 잘못이 아님을 말해주는 데에도 페미니즘이 당당히 버티고 서있다. 


얘야, 네가 반드시 머리를 기를 필요도 없고, 괴롭힘에 묵묵히 참을 필요도 없어 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리고 네가 괴로운 것이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도 충분히 중요하니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우리가 멈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얼마나 명료한 해결책이며 완벽한 방법이란 말인가. 우리가 멈춰야 한다. 




책은 얇고 가볍다. 한 손을 쫙 편 사이즈이고 장수도 적고 심지어 그림까지 있다. 그러니 나같은 이미 헬페미인 사람들이 굳이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 경우에도 이 책을 읽고서는 큰 감흥이 없었다. 나는 이것보다 더한 것이 필요해... 이정도는 이제 내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내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어떤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시 되어야 할까, 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맞춤한 책일테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페미니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텐데, 이 책에는 아주 기초적인 가르침들이 나와있으니까. 


이렇게 기초적인 걸 굳이 알려주기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이렇게 기초적인 게 어떤 이들에게는 전혀 기초적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 행동이 어떠해야할지를 다잡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란 어른들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하곤 하는데, 책 읽으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는 책 읽는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테고, 가사일은 가족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이천번 말하는 것보다는 모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일 테니까. 





가사와 육아는 성 중립적이어야 하고, 우리는 여자가 ‘만능‘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바깥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부모들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해. (p.20)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해. ‘동등하게‘가 무얼 의미하는가는 물론 너희 두 사람에게 달렸어. 서로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면서 맞춰 나가야 할 거야. 말 그대로 50대 50으로 나눈다든가, 매일 점수를 기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만약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했다면 저절로 알 수 있을 거야. 네가 화가 나지 않을 테니까. 진정한 평등이 있는 곳에는 분노가 존재하지 않아. (p.23)

치잘룸이 책을 사랑하도록 가르쳐.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을 보이는 거야. 네가 책 읽는 모습을 아이가 본다면 독서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설사 치잘룸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책만 읽는다 하더라도 단언컨대 제도권 교육을 받은 아이보다 훨씬 더 박식할 거야. 책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의문을 품도록, 자기표현을 하도록, 자기가 되고 싶은 게 무엇이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줄 거야. 요리사든, 과학자든, 가수든 독서를 통해 배우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돼. (p.44)

치잘룸이 이런 남자들에게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쳐. 여성이 자신과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때가 아니라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할 때만 공감할 수 있는 남자들. 강간에 대해 얘기할 때 매번 ‘내 딸이나 아내나 여동생이었다면‘ 같은 말을 하는 남자들. 이런 남자들이 피해자가 남성일 경우에는 굳이 자신의 형이나 아들이라고 상상하지 않아도 공감을 잘하지. (p.49)

그토록 많은 여자애들이 ‘머리‘하면 고통을 떠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른들이 ‘너무 바짝 당긴‘, ‘두피를 상하게 하는‘, ‘두통을 일으키는‘ 종류의 단정함에 순응하기로 결심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멈춰야 해. (p.76)

사회규범의 근거가 정말로 생물학이라면 아이는 아빠보다 엄마에게 속한 것으로 봐야지. 왜냐하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생물학적으로-이론의 여지 없이-확신할 수 있는 부모는 엄마 쪽이잖아. 엄마가 애 아빠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빠일 거라고 추측하는 거고. (p.82)

아이에게 자신의 기준이나 경험을 절대 일반화하지 말라고 가르쳐. 그 애의 기준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고 가르쳐. 그 애에게 필요한 겸손은 ‘차이는 정상적인 것이라는 깨달음‘ 뿐이야.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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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17-10-19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을 한 백권정도 사서 딸가진 엄마들에게 마구 나눠주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단 한권 더 사서 친한 친구에게 줬답니다. 너무나 기초적이지만 옆에 두고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17-10-19 17:24   좋아요 1 | URL
저는 읽고 제 여동생에게 주었어요. 여동생은 딸도 아들도 가진 엄마이니, 여동생의 페미니즘이 딸과 아들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여동생에게는 제가 페미니즘을 전달하고요. 후훗.
 

토요일에는 추석때 함께 여행할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일찍 만나 면세점을 쇼핑했는데 지하에서 파는 반미를 백화점 옥상으로 가지고 가 바람을 맞으며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 조금 더 쇼핑한 후에 서점엘 갔다. 여행책자를 살까 어쩔까 둘러보다가, 우리에게 여행 책자가 크게 필요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나는 종이로 된 지도를 꼭 갖고 싶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쯤에 호텔을 잡는게 좋을지 비교하며 호텔 예약을 하고 싶었던 거다. 결국 친구는 중고샵에서 여행책을 사자고 했고, 오오 너무나 멋진 계획에 나 역시 그러자!고 하고는 광화문 교보에서 나와 알라딘 종로점으로 향했다. 마침 포장되어 있던 중고 여행책자가 있었고 그걸 사가지고 나와서 우리는 이제 '이 책을 펼쳐놓고 호텔을 알아보려면 어딘가 앉아서 봐야하고, 저녁은 좀이따 술과 함께 먹을거고 커피도 마셨으니 어디로 가야 좋을까'에 대해 얘기했다. 친구는 KFC 에 가서 커피를 마실까? 했고 나는 '차라리 베스킨 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자'라고 했는데, 친구는 좋다며 근처의 베스킨 라빈스를 검색했다. 스맛폰 지도를 보며 그곳으로 향하던중 설빙이 내 눈에 똭- 보였고, 나는 친구에게 '잠깐만. 설빙은 어때?' 물었다. 마침 내게는 설빙 쿠폰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설빙도 좋지, 갈까? 이러길래, 잠깐만 있어봐, 나 무슨 망고빙수 쿠폰 같은 거 있을거야, 하고는 잽싸게 내 폰을 뒤졌다. 그리고 앗싸~ 찾았다! 애플망고빙수 쿠폰이 있었다. 생일에 친구가 보내준 기프티콘 이었다. 친구야, 여기가서 이거 먹으면서 보자!! 하고는 씐나서 설빙으로 들어갔다.


애플망고빙수 하나를 주문해놓고서는 나는 가져온 아이패드를 꺼냈다. 친구는 여행책자를 꺼내서 그 안에 지도를 펼쳤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아이패드를 세워놓고서는 호텔 하나하나를 찾아보고 따져보았다. 여긴 너무 먼데? 안돼. 여긴 트윈베드가 없어. 안돼. 으앗 여긴 평이 별로 안좋은데? 안돼. 여긴 너무 비싸니까 그냥 패쓰. 이러면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고 지도를 보면서 여기 근처다, 하고 따져보고서는 어디로 예약해야 할지를 결정했다. 이 시간이 진짜 너무 좋았다. 함께 나란히 앉아 우리가 잘 곳을 정하는 게, 당연하고 또 별 거 아닌듯 보이지만 너무나 좋은 거다!



호텔을 정하고 친구와 나는 더덕구이를 먹으러 갔다. 소주를 시켜두고 더덕을 먹으면서, 좋군, 맛있군, 하면서, 아까 우리가 그렇게 함께 아이패드 보면서, 지도도 보면서, 얘기 하면서 호텔을 예약할 수 있어서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 하고 말했다. 친구도 좋았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카들에 대한 얘기와, 과거에 했던 여행 얘기와, 직장 얘기 등등을 했는데, 오래 만났던 친구고 또 늘 했던 얘기들인데도 되게 기억에 남았다. 좋은 시간이었어. 그렇게 둘이서 소주를 두 병 마시고서는, 아아 한 잔 더하고 싶다, 했는데, 맥주는 너무 배부르고 와인이 좋겠다, 와인 마시러 가자, 하고는 주변에 와인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을 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큰 상가 안에 레스토랑 여러 개가 있었고, 여기는 와인이 없네 안돼, 여기는 비싸겠네 안돼, 여기는 문닫겠다, 이러면서 한 군데를 정했는데, 와인도 저렴한 게 있었던 터라, 이거 한 병 시키고 배부르니까 안주는 치즈 시키자, 하고는 자리에 앉았는데, 친구는 와인 한 병은 좀 무리지 않겠나 싶다며 메뉴판을 살펴보더니, 오오, 와인 두 잔에 치즈 반접시 셋트를 찾아낸 거다. 우왓 이거 딱이닷! 하고는 둘이서 그 셋트를 시켜서는 아니 어떻게 이런 데가 있지, 진짜 딱 맞춤하네, 치즈도 맛있다, 이러면서 먹고 마셨다. 아,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 식전빵도 버터 발라 먹었더니 너무 맛있어서, 이거 혹시 포장되나요? 직원에게 물었더니 포장이 된다는 거다. 친구는 '우리 하나씩 포장해갈까?' 내게 물었고 나는 '그래 그러자' 이러면서 또 빵을 하나씩 포장했어. 아아, 이 친구와 나의 여행은 돼지되는 여행 되겠다, 아마도.....



그러니까 우리가 포르투갈에 갔을 때, 그 칼로리 높은 프란세진야를 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먹었는데, 마지막 날 아침에 내가 또, '나 한 번 더 먹고 싶어, 한 번 더 먹지 않으면 한국 돌아가서 후회할 것 같아' 하니까, 친구가 '응 그러면 더 먹자, 너 후회하지 않게' 했던 거다. 아아, 우리는 돼지되는 여행 하시겠다 진짜. 



이 시간들이 진짜 너무 좋아서 인생이 한층 더 풍요로워진 기분이다. 늘 만나는 친구, 오래된 친구, 항상 했던 얘기들인데 왜이렇게 꽉꽉 채워지는 기분이지..너무 좋아..



친구랑 알라딘 중고샵에 갔을 때 굿즈를 보면서 친구가 '나 이거 받았어' 하고는 폴딩백을 가리킨다. 나는 이런 굿즈가 있는지도 몰랐던 터라, 이게 뭔데? 물었고, 여행 캐리어 손잡이에 꽂을 수 있는 가방이란 말을 듣고 갑자기 갖고싶다는 강한 욕망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가격은 11,000원 이라는데, 아아, 내가 이걸 돈 주고 살 순 없지. 굿즈로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이걸 왜 사? 그래서 내가 이걸 꼭 받겠다!! 하는 생각으로 뭘 사면 주나, 하고 봤더니 얼라리여? 해당 도서 포함 3만원 이상인데, 해당 도서가 딸랑 두 권이다.




















아니...《스노우맨》은 내가 읽었고,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데...이거 너무한 거 아니오? 날더러 대체 어쩌란 말이오? 그래서 '안갖고 말지', '됐다' 하고는 포기하고 말았는데, 남동생이 스티븐 킹의 《IT》을 사달라는 거다. 읽고 싶다고...나는 녀석이 읽고 싶다는 책에 대해서라면 당장 사주는 사람..... 오늘 아침에 장바구니에 스티븐 킹의 그것을 넣고서는, 그래,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는 없으니까 이걸 받자, 이게 두 권 합본이니까, 가지고 있던 추운 스파이를 팔자, 그리고 이 두권짜리 합본을 여행갈 때 가져가자, 그러면 한 권 가져가면서 두 권 가져가는 셈이 되니까, 여러모로 좋은 것이야...하고는 폴딩백을 받게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거 받는다, 씐난다, 합리적인 소비였어!! 라고 하다가 내 안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그런데 너, 그동안 폴딩 백 없이도 여행 잘만 다녔는데? 한 번도 이게 필요하다 느낀 적 없었는데?'


아아, 그렇다. 내가 그렇게나 여행을 다니면서도 한 번도 폴딩 백이 필요하다 여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어째서.. 도대체 왜 어째서 이걸 꼭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르고야 만것인가..... 그러자 내 안의 내가 변명한다.



'이번 여행에선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준비해야 해.'



아아, 그래, 이것은 스튜핏이 아니야, 합리적 소비일거야. 그뤠잇...까지는 아니어도, 스튜핏은 아닐거야. 아니라고 말해줘, 아니라고. 아니라고!!!!!!!!!!!!!!!!!!!!!!!!!!!!!!!!!!!!!!!!!!!!!!!




사람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서 당장 내일 일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존재 자체도 몰랐던 폴딩 백을 내가 이렇게 준비하게 될 줄, 토요일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스티븐 킹의 그것에 대해서도 나는 살까말까 읽을까말까 무섭지 않을까 어쩌지 등등으로 내적갈등만 내내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동생이 스티븐 킹의 잇 읽고 싶어, 하는 바람에 바로 주문을 넣고 말았으니, 아아, 사람은 역시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고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는 일이 재미있기도 한 것 같고 자못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토요일이 나는 무척 행복했다. 별 거 아닌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어서 행복했다. 일요일 새벽 다섯시가 되기 전에는 다정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지? 싶어 전화를 받으면서, 새벽에 자다 깨서 눈뜨자마자 내 생각 났구먼, 하고 말하면서 깔깔대고 그 새벽에 웃었다. 이런 거 너무 좋잖아? 이런 것이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한 작은 기쁨 아닐까. 작은 기쁨들이 푱푱 하고 샘솟아서 일상을 버티고 크게는 삶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그건그렇고,

신간 알림 신청했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이 나왔단다... 어쩔........ 책을 사고 또 사고 계속 사도 사야 할 책이 무럭무럭 자라나는구먼....

사야할 책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기쁨일까, 슬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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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18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폴딩백 갖고 싶긴 했는데 그거 없어도 이제껏 잘 다녔잖아로 단념ㅎ
그러나 오늘은 다른 미션이.... 9월 알라딘굿즈 ‘자기만의 방‘ 스텐컵을 너무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19일 이후 입고된다더니 혹시나 해서 오늘 주문 넣어보니 아닛! 그게 있는 거에요! 바로 주문... 아무리 넘쳐나도 컵은 쓰는 거니까 죄책감을 덜며...
어느 날은 설거지 하려고 보면 싱크대에 컵만 수두룩;;; 하이고, 알라딘아, 우리들 이렇게 살게 만들래ㅎㅎ;;;

다락방 2017-09-19 10:03   좋아요 0 | URL
아아, 저도 그뤠잇~ 하기 위해서는 ‘그거 없어도 이제껏 잘 다녔잖아‘로 단념했어야 했는데, 결국 ... 이렇게 되고야 말았어요. 어제 집에 가니 택배가 도착해 있더군요. 아름다운 폴딩 백이 그 안에 얌전히 있었다고 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설거지하다 고개를 들어보면 알라딘 컵만 수두룩이에요. 제가 이렇게 다 살림을 마련하고 있는거라며, 컵 안사고 이렇게 다 마련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저는 스스로를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17-09-1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폴딩백 없이도 여행 잘 다녔지만 그래도 저는 뭐~~~모비딕 폴딩백을 굿즈로 받고야 말았고,지난 여름 휴가때 흐뭇하게 사용했습죠!!ㅋㅋ
굳이 없었어도 될 폴딩백은 또 나름 굳이 들고 다니면서,‘구입하길 잘했어!!‘라고 굳이 나를 칭찬하고 있자니 그때 곁에서 신랑은 ‘이거 또 샀어?‘라고 묻길래 이건 그냥 백이 아닌거야~~~착착착 접어서 작아진 폴딩백을 보여줬거든요.그래도 감탄하지 않는 신랑을 보고,순간
나만 흐뭇한거였나??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보니 이제사 떠오르는군요!!

알라딘 컵은 뭐~~~~말해 뭐하겠습니까!!!
이젠 컵 놔둘데가 없어 안사려는데도 (????내가 컵을 샀었던가???) 자꾸 이쁜컵이 나오면 눈이 돌아가더라구요!
굿즈는 더이상 안나왔음 좋겠어요.
굿즈 때문에 책을 사다니!!!!!ㅜㅜ

다락방 2017-09-19 10:06   좋아요 0 | URL
저도 있으니까 아마도 유용하고 쓸모있게 사용할 수 있겠죠? 착착착 접어서 작아질 수 있는 폴딩백이니, 저 역시 현명한 구매였다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게다가 책도 읽을 수 있잖아요? 이정도면 정말이지 합리적인 구매 아닙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굿즈 때문에 책 산 거 아니에요. 진짜 저게 필요해서 산 거였어요. 저게 필요했는데 마침 책을 사면 준다고 하길래, 그래서 산거예요. 막 굿즈에 넘어가서 사고 그러지 않았어요..........라고 하기엔 너무나 앞뒤가 다른 거짓말이군요 ㅎㅎㅎㅎㅎ

hellas 2017-09-1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벳 스트라우트..... 때문에 오늘 또 주문넣고. 그러고 보니 아직 배송안온 박스도 있고.... 이번달은 그냥 대책없이 책을 사고사고또삽니다... 폴딩백 이번여행에선 꼭 제역할을 할것입니다. 믿어 의심치 않아요;)

다락방 2017-09-19 10:06   좋아요 0 | URL
아니, 루시 바턴 벌써 구매하셨습니까? 아아 빠르십니다. 저는 요즘 책 읽는 속도가 더뎌서 ㅠㅠ 자꾸 사서 쌓아두기만 해서 아직 구매를 안했는데, 아아, 헬라스님 넘나 부지런하신 것. 읽는 것도 저보다 훨씬 먼저 읽으시겠네요. 흙흙

폴딩백이 이번 여행에서 꼭 제역할을 할거라고, 저 역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자!!

버벌 2017-09-1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딩백.. 폴딩백. 내 귀에선 스튜핏이.. 여행가시는군요. 저도 가고 싶어요. 저 멀리 가서 어딘가의 바닷가 절벽에 앉아서 하염없이 바다 보고싶어요. 이건 오래전부터 바래던건데... 아직도 못 이루고 있어요. 저는 그레이트 받기는 그른것 같아요. 내 영수증을......

다락방 2017-09-19 10:40   좋아요 1 | URL
내 귀에 캔디...가 아니라 스튜핏 입니까! 오오...

바다 가요, 버벌님. 가면 되지요. 그렇게 또 하나의 영수증을 추가하는 겁니다.....인생 뭐 있습니까. 살아봤자 백 년인데, 사는동안 즐겁게 삽시다!!

레와 2017-09-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딩백 생각보다 잘 써요!
몇년전에 생리대 살때 사은품 받은거 잘 쓰고 있어요. ^^


오늘 이렇게 다락방 페이퍼 읽는 시간이 참 좋다요. ♡

다락방 2017-09-19 10:47   좋아요 0 | URL
좋은 걸 좋다고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좋다고 말하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헤헷.

잘 보냅시다, 오늘도! 폴딩 백을 잘 쓸 수 있다니 .. 좋군요! ㅋㅋㅋㅋㅋ

asnever 2017-09-19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 옛날, ‘당신없는 일주일‘이란 책을 번역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오늘 문득 그책을 알라딘에서 찾아보고 그 아래 달린 댓글들, 리뷰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에 남지않은 책이지만 그 책을 읽고 남겨주신 글들을 읽자니 참 신기한 기분이 드는군요. 우연히 걷던 골목길에서 내 추억의 한조각을 발견하는 것 같은..?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을 보러 북마킹을 해놓고 자주 오겠습니다.

http://asnever.blog.me/

다락방 2017-09-20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은지 오래됐는지 제목만 듣고서는 바로 떠오르질 않아 굳이 제가 쓴 글을 찾아보게 됐어요. 찾아보려다가 퍼뜩, 아, 그 큰나무? 하긴 했지만요. ㅎㅎㅎㅎㅎ
그 책의 그 부분이 인상깊어서 제가 페이퍼를 썼던 걸로 기억하고요, 그게 아마 제 책에도 들어가 있을 겁니다. 긴가민가하지만...

링크하신 블로그 가보았는데요, 번역에 대한 글을 올리시네요.
종종 뵙도록 해요.

조선인 2017-09-2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에서 反美를 팔다니 멋져요. =3=3=3

다락방 2017-09-20 08: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aviana 2017-09-20 17:02   좋아요 0 | URL
근데 정말 반미가 모에요? 너무 궁금해요.

다락방 2017-09-20 17:0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사진을 올릴 걸 잘못했네요.

반미(bánh mì)는 베트남식 바게트(baguette)를 반으로 가르고 채소 등의 속재료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샌드위치를 총칭한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432939&cid=42717&categoryId=42718


링크 들어가시면 사진도 있어요 ^^

Forgettable. 2018-09-2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ㅎㅎㅎ 추운 나라 스파이 책 찾다가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다시 사러 왔다가 이 글 봄 ㅋㅋㅋ 딱 일년 전에 사셨네요. 사실 이 책 페이퍼 리스트에서 다락방 보고 놀람ㅋㅋㅋ 이 책 읽으셨어요? 어땠어요?

다락방 2018-09-20 10:43   좋아요 0 | URL
아직 안읽었어요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 뽀가 나 준 거 아니었나????? 내가 샀나? 뽀가 줬는데 내가 샀다고 다시 줬나?????? 뭥가 이 책 뽀와 연결된 것 같은게?????!!!!!

Forgettable. 2018-09-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저도 같은 생각중 ㅋㅋㅋㅋㅋ 근데 안좋아 할 거 같은데 준 나도 이해가 안가므로.. 아닌 거 같기도 하구여

다락방 2018-09-20 17:55   좋아요 0 | URL
내가 산 것 같기도 하고 뽀한테 받은 것 같기도 해서 지금 조회해 봤더니 2013년에 내가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팔고 2017년에 다시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