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였는지 2학년 때였는지, 그당시 옆에 있는 친구를 떠올리면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당시에 인기 있었던 에릭 시걸의 소설과 함께 우리 사이에서는 '주디스 크란츠'의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가 화제가 됐었다. 그 당시 어린 우리들은 차마 그 책을 살 순 없었는데, 누군가 그 책에서 66페이지인가 68페이지(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가 야하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하교하던 길에 서점에 들어가 그 책을 꺼내서 나란히 그 페이지를 읽어보았던 거다. 저게 우리가 살 수 없는 책이기도 했고, 또 책 한 권을 살 만한 돈도 없었던 우리는, 어쩐지 꺅꺅 거리면서 너무야해 너무야해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곤 했는데, 그 야한 걸 읽어보겠다며 굳이 서점 가서 저걸 펼치고 서서 읽었던 거다.
어제 갑자기 저 책 생각이 났는데, 당시에 우리가 보기엔 너무 야한 부분이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어떤 내용이었던건지 진짜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거다. 당시에 중학교 1학년이면 너무 어렸고, 나는 텔레비젼에서 키스하는 것만 나와도 고개를 돌릴 정도였었으니, 저 책의 저 부분이 야한 거는 강도가 그리 세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쩐지 지금 다시 확인해보고 싶지만 품절이네 ㅋㅋㅋㅋㅋ 그러니 저 책에서 저 페이지에 키스가 있었는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옷을 벗겼던 건지 진짜 기억이 하나도, 전혀 안나지만..... 그땐 그랬었지, 하다가, 음.... 그렇지만 이렇게 나이먹어버린 지금은, 어쩐지 내가 그 책에 쓰여진 것보다 더 거시기한(?) 것들을 했을 것 같군....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뭐가 쓰여져 있던 간에 나는 그보다 더한 걸 했을걸? 하는 생각.... 그래서 이 생각이 맞는지, 아니면 나는 아직 그 책을 따라갈려면 멀었는지...넘나 궁금해서 읽고 싶은 것.... 그렇지만 품절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다른 얘긴데,
얼마전에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와 possession 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다. 친구는 material possession 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포제션은 소유란 뜻인데' 라고 말했는데,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고 있던 친구도 며칠전에 처음 알았던 단어를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거에 놀라, 너 그거 어떻게 알았냐, 고 하는 거다. 그때 나는 한껏 거들먹 거리며,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안토니오 수잔 바이어트'가 쓴 《소유》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의 원제가 포제션이거든, 했더랬다.
아..너무 있어보여, 나 너무 멋져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크게 감탄하며 나한테 그 무슨 인도영화 얘기했는데. 아 쓰벌 잘난척 드럽게 할라 그랬는데 그 영화가 생각안나네...무슨 퀴즈프로그램 나오는건데 거기에서 가난한 소년이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정답을 맞춘다는 영화였는데, 그 영화속 주인공 같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것까지 딱 써야 잘난척이 완성되는데, 이 영화가 생각이 안나네. 퀴즈쇼? 이런 거 아니었는데..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나는 포제션이란 단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는데, 아아, 여러분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이렇게나 좋다. 갑자기 퍼뜩 생각나는게,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이 영어였는데,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중학교1학년 때부터 흠뻑 빠진 영화 《더티 댄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다 외우고 다녔던 학생.... 영어쌤은 수업을 하면서 예문으로 'stay'란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들고서는,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했는데, 내가 거기서 또 한껏 거들먹거리며,
머무르다
했던 거다. 쌤은 어 그래 맞아! 하면서 나를 다시 한 번 보고, 나는 또 한껏 잘난 척을 했지. 우하하하하하. 그당시에 더티댄싱 오리지널사운드트랙에 가사집이 있었는데, 너무나 친절하게도 제목 옆에는 죄다 번역된 제목까지 같이써있었던 거다. 이를테면 hungry eyes 옆에는 갈망하는 눈동자 이렇게 써있었던 것. 그 앨범에 실린 stay 옆에는 '머물러줘요' 라고 써있었던 것이었다. 가사를 달달 외운 나는 당연히 제목의 번역된 제목까지 달달 외우고 있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에 반에서 아무도 모르는 단어를, 공부 잘하는 애들도 몰랐던 단어를, 나는 알고 있었어!!!!!!!!!!!!!!!!!!!!!!! 여러분, 팝송이 이렇게나 좋다. 들어야 한다.
아, 이 얘기가 왜 나왔냐면,
그러니까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책을 생각하기 전에, 내가 헤어진 남자랑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 뭔가 생각을 했고, '우리가 이러이러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고 하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는 till we meet again 이지...
하고 있었던거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다보니까 till we meet again 은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의 원제이고, 그 책은 야했었지....이렇게 됐던 것. 아아, 이거슨 진정한 의식의 흐름.....
여러분 책을 읽자. 그러면 영어가 저절로 따라온다. till we meet again 은 내가 영작할 필요가 없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외운 문장. 책은 이렇게 언제나 어디서나 도움이 된다. 아아, 나는 어쩌자고 그 영어제목을 외우고 있었지? 아아, 나는 너무 짱인 것 같아... 짱이다!! 캡이야 진짜... 여러분 책을 읽으면 똑똑함은 그냥 따라온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거들먹거들먹)
그나저나, 이 페이퍼 쓰다가 소유랑 포제션 리뷰 넣으면서 줄거리 봤더니 완전 새롭네? 다시 읽어봐야겠다. 포제션 줄거리 보니까 '페미니스트 레즈비언' 나오는 것이여.... 난 이 소설 좋아했는데 왜 이거 기억에 없지.... 다시 읽어야할 책이 생겼군. 훗.
이제 다 쓰고 등록버튼 누르려는데, 내가 뭘 쓰기 위해서 이 페이퍼를 썼는지 모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