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용실에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와서는 그 때부터 계속 나에게 결혼하라고 성화시다. 그 분이 말씀하시길, 자신이 독신주의였던 딸과 둘이 사는데, 그 딸이 나이 50이 되어서는 '진작에 결혼할 걸 혼자 지내는 거 너무 외롭다' 라고 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나한테 결혼하라고 더 잔소리좀 해주지 엄마가 원망스럽다'고 했다나... 그래서 '결혼 안하는 자녀에게 나중에 다 후회한다고 꼭 결혼하라고 잔소리하라'고 일렀단다. 아 빡침이... 그 얘길 듣고 와서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는 엄마는 또 뭐지. 왜 그 한 명의 사례만 듣고 와서는 비혼 여성이 나중에 반드시 외로워질거라고 후회할거라고 생각하는거지. 설사 후회한다한들, 그것 역시 나의 선택인 것을. 아 딥빡이 온다. 


어제 집에 돌아가서 외투를 벗는데 남동생이 왜 술마시고 왔냐고 묻더라. 나는 언제나 이녀석과 농담따먹기 하던 그대로 대답했다.


"외로워서 술 밖에 친구가 없어서 그랬다."


그러자 남동생은,


"그래그래, 그러면 내가 할 말이 없지."


라고 답했고 이렇게 낄낄대고 상황이 정리되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엄마가 튀어나오셔서는



"그러니까 결혼을 해. 그러면 외롭지 않잖아."


하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어제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갔다가 너무 화가 나서 분위기랑 목소리 싹 바꾸고 말했다.



"엄마 진짜 그만 좀해. 듣기 싫어."



아 괴로워. 힘들다. 




그렇지만, 나 역시 나중에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해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나이들면서 내가 외로울 거란 생각은 딱히 하지 않는다. 외로움에 대한 걱정은 없다. 나는 지금도 외로움이란 감정에는 좀처럼 빠져들지 않는 사람이다. 외로움을 아예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내 생활에 어떤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지도 않거니와, 사실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인생이 즐거울 때가 더 많다고 여기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내가 더 나이 먹어서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되어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범위는 나이와 성별에 제약이 없으므로 누구든 가능하고, 올리브 키터리지 처럼, 일흔에 사랑에 빠지는 것 역시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나는 혼자 늙어 외로울 것이다'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설사 만날 사람 없으면 슬렁슬렁 산책하다 책도 읽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면서 살면 되니까 그건 다 괜찮은데, 


혼자 있는데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플까봐, 그건 걱정이 된다. 그럴 경우엔 어째야 하나. 하고. 그러면 실버타운(돈이 많이 들겠지)이나 요양원에 가야할텐데,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혼자 있을 때 너무 아프면, 그런데 내가 너무 나이들어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면... 나는 어쩌나... 같은 생각이 들긴 하는 것이다.



게다가 '김혜진'의 이 책, 《딸에 대하여》를 읽으니 그 걱정이 더 많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중 치매 걸린 노인 '젠'은 젊은 시절 공부도 많이 하고 외국으로 여행도 많이 다니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끊임없이 도와주는 등, 굉장히 잘 나가는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나이 들어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갔을 때는 가족도 없고 찾아오는 이 없는, 그러다 더 질 나쁜 요양원으로 보내지는 외로운 노인인거다. 이 책의 주인공 '나'는 그런 젠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인데 그걸 보니 동성애인을 데리고 집으로 살러 들어온 딸 걱정이 가실 날이 없다. 동성의 애인하고 같이 살면 혼인 신고도 못하고 아이도 낳지 못할텐데, 대체 어쩌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딸의 애인이 너무 꼴보기가 싫다. 모진 소리도 해보고 떠나라고도 해보지만, 실상 자신의 딸을 먹여 살리는 건 그 동성의 애인이므로.......... 삶이 쉽지가 않아. 자꾸 이 외롭고 고독하고 혼자 아프며 늙어가는 노인을 보며 걱정하는 '나' 가, 우리 엄마 같았다. 교회 가서 그런 얘기 듣고 왔더니 우리 엄마도 내 걱정 넘나 됐던 거겠지.... 얘를 어쩌나, 얘가 혼자 늙어가면 외로워서 어쩌나... 하고. 그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나는 엄마가 내 앞날에 대해 이것이 외롭지 않은 길이다, 하고 정해주면 그 길을 따라가기엔 너무 성장해 버렸고요. 저도 제 머리로 생각하고 제 육체로 행동하고 제 의지로 삶을 살아갑니다, 어머니.....



나는 우리 아빠에겐 빨갱이라는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들어왔고 엄마에게는 '왜이렇게 이상해졌냐'는 말을 들어온지도 몇 해 된터라, 이 책 속의 엄마와 딸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는 딸이 너무나 못마땅한 엄마, 대체 왜 그렇게 니가 나서야 하냐, 그냥 너도 남들처럼 살면 안되냐, 적당한 직장 다니면서 월급 받고 살고 적당한 남자 만나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렇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면 안되냐... 하는 엄마의 당연한 걱정. 얘 너무 공부를 많이 시켜서 이러나, 대체 왜때문에 얘가 이러는건가... 하고 아무리 생각하고 싸워봤자 딸이 '알겠어 엄마 말대로 할게' 라고 하지 않는다. 딸의 애인을 설득해보려고 하지만, 이 애인을 설득하는 것도 역시 되지를 않고. 이 엄마를 보니 또 얼마나 인생이 고된 것인지.... 어머니 지치겠다 싶다.



그렇게 딸의 애인이 꼴보기도 싫지만, 실상 집에서 많이 마주치는 건 딸보다 딸의 애인-그 애-이다. 딸의 애인이 몹시 미운 상황에서도 엄마가 몸살에 걸리자 약을 지어오는 건 딸의 애인이고, 자연스레 엄마와 딸의 애인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애가 돌아온다. 종합 감기약과 쌍화탕, 커다란 파스도 두 팩이나 있다. 나는 약을 먹고 그 애의 등과 어깨에 파스를 붙여 준다. 포장지를 뜯고 파스를 꺼내고 비닐 구겨지는 소리가 고요한 거실을 채운다. 그 애가 티셔츠를 올리자 등과 허리춤에 기다랗고 붉은 자국이 남아 있다. 어딘가 날카로운 것에 긁힌 것 같다.

병원에는 가 봤니?

내가 묻는다.

아뇨. 그럴 정도는 아니에요.

비닐을 떼어 낸 파스가 제멋대로 엉겨 붙는다. 시원한 박하향이 퍼진다. 나는 손톱을 세우고 모서리를 떼어 내며 중얼거린다. 

엑스레이를 직어 봐야 할 텐데. 혹시 모르잖니. 그래도 흉터가 남겠구나. 나중에 신경통이 생길지도 몰라. 그런 건 잘 안 낫는다.

그 애의 등에 자잘하고 오돌토돌한 자국들이 남아 있다. 거뭇거뭇하게 피부색이 변해 버린 곳도 있다.

아토피가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요.

그 애는 그렇게 말하고 만다.

아토피라니. 부모님이 마음고생이 많았겠구나. 어린애들은 피부가 보드라워서 금방 짓무르고 흉터가 남지. 

나는 파스를 펼치고 그 애의 등에 하나를 붙인다. 그리고 또 다른 파스를 꺼내 비닐을 벗긴다. 내가 움직이자 그 애가 비스듬하게 자세를 바꾼다. 한쪽 어깨에 시커먼 멍 자국이 선명하다. 피부가 찢어진 자리에 빨갛게 핏자국이 고여 있다.

그래도 병원에는 꼭 가야지. 겉으로만 봐서는 잘 모르는 거니까. 일하는 식당 근처에 정형외과가 있니? 귀찮아도 꼭 한 번 가봐라.

그 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대답도 반응도 없는 질문을 하고 혼자 대답하고 또 다른 말을 계속 늘어놓는다. 어쩌면 그런 식으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164-165)




그러니까 이런 것. 상대에 대해 미운 마음이 있었는데도, 몸이 아파 보이니 병원에 가봐 꼭, 이라고 말하고, 어릴 때 아토피가 있었다는 흔적을 보자, 부모님이 마음 고생했겠구나, 하고 자연스레 나오는 것. 나는 이 힘든 와중에, 자신의 몸이 힘들고 영혼도 지쳐있는데, 그런데도 너무나 자연스레, 어떤 일말의 생각이나 고민도 없이 툭, 부모님이 마음 고생 많았겠네, 너 병원 가봐야 돼, 라고 말하는 이 마음이, 너무나 자연스레 진짜 그냥 몸에 배어 있어서, 이게 너무 애틋하고 고단해서, 이 부분을 읽다가 그냥 왈칵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아니, 이 여자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눈 앞의 상처를 보고 이렇게 자연스레 걱정부터 하고, 그 상처에 마음 쓰였을 부모님의 마음까지 바로 짐작해버리는 거야. 아 쓰다가 또 눈물나네 ㅠㅠ 코끝이 찡하다. 이런 거 대체 뭐지. 이렇게 자연스레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껴버리면 삶이 얼마나 힘들까. ㅠㅠ




나는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한 집에서 여성 셋이 사는 삶이 어떨지, 그 삶은 얼마만큼 어떻게 지속될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서로에게 더 익숙해질거란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위의 인용문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몸살감기로 몸져 누웠을 때 나가서 약을 사들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쌍화탕 사와서 전자렌지에 따뜻하게 데펴, 먹으라고 건넬 수 있겠지. 등에 타박상이 있을 때 옷을 들어 올리면 자연스레 파스를 붙여주기도 하겠지. 무엇보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함께 사는 가장 큰 이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게 가장 매력적이지 않나.


일전에 45년을 함께 산 부부가 나오는 영화를 봤는데, 훌쩍 나이든 남자가 '내꺼 그 책 어딨지?' 하고 창고에서 두리번거리자, 주방에 있던 아내가 '그거 어디어디에 있잖아' 하고 말해서 금세 남편이 찾는 걸 보고는, 함께 산다는 건 저런거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거. 



엊그제 밤 운동하고 집에 갔더니 너무 배가 고파서 고구마튀김을 몇 개 먹다가 제육볶음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이걸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남동생이 거실에 있었고, 이 새끼는 내가 이 밤(열 시)에 뭐 먹는 거 보면 잔소리잔소리 할텐데 먹는 걸 어떻게 안들키지? 싶어서, 그릇에 제육볶음을 담아서 식탁에 앉는 대신, 그냥 조용히, 서서, 그냥 조용히, 제육이 담긴 냄비 뚜껑을 열고, 그냥 조용히, 포크로 그대로 조용히, 제육볶음을 집어 먹었다. 모를거야, 이렇게 조용히 먹는데, 식탁에 앉은 것도 아니니까, 하고 조용히, 그렇게 쥐죽은듯이, 잔소리 듣기 싫어서 먹는데, 갑자기 이 새끼가



"뭘 또 그렇게 먹냐. 먹지 말랬잖아."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뭘 먹는 줄 몰랐던 엄마가 "쟤 고구마 튀김 밖에 안먹었어!" 해주셨는데, 남동생은, 


"무슨 소리야 저 누나 제육 먹잖아. 베란다 창문에 저 누나 먹는거 다 비쳐"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엄마랑 둘이 완전 빵터져서 웃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용히 먹는다고 먹었는데 그게 다 보이고 있었을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의 베란다 창문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런 거. 함께한 시간이 오래다 보니까 같이 사는 사람의 습관이나 취향을 다 알아버리게 되는 거. 이쯤에서 이런 행동을 하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는 거. 이런 거는 좀 재미있지 않나? 재미있고 어쩐지 안정감이 느껴지고 좋잖아. 이런 건 좀 좋은 것 같은데, 이 놈이 장가가면 이제 누가 나 못먹게 말리나.... 이 놈 장가가면 나는 이제 거대해지는 길만 남은것인가...



인생...




어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다가 요즘에 손에 물을 많이 묻힐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손이 터버렸고, 아파 ㅠㅠ 친구는 장갑을 꼭 끼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가방을 뒤져 주섬주섬 자신의 핸드크림을 꺼내준다. 말 나온김에 이걸 발라, 하고. 이거 촉촉하고 보호도 잘된다고. 그래서 나는 밥을 먹다말고, 와인을 마시다 말고, 친구의 핸드크림을 손등에 쳐발쳐발했다. 



다정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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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15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대해지는 길 ㅋㅋㅋㅋ

다락방 2017-12-15 10: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12-15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윗듀 2017-12-15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그냥 조용히, 냄비 앞에 서서 조용히, 포크로 제육볶음을 찍어서 조용히 먹는 다락방님 모습 상상하는 지금 이 시간도 너무나 다정합니다. 우리에게는 다정한 시간들이 있으니까요!!! 🖤

다락방 2017-12-15 11:3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스윗듀님!
우리에겐 헬페미니스트 선언을 읽는 다정한 시간들이 있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화이팅!

제육볶음은 사랑입니다! ♡

단발머리 2017-12-15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대해지고, 유명해지고, 예뻐지고.....

뭐가 또 있나요?

손은 더 부드러워지고, 인세도 많이 들어오고, 와인도 많이 사고, 치즈도 많이 사고, 포크질 한 번으로 제육볶음 두 개씩 집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2-15 11: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 장가가면 저는 좀 허전함을 느낄 것 같아요. 이렇게 갈구던 놈이 없어지니 나는 이제 어쩐담...하고 말이지요. 허구헌날 나는 자연인이다 보면서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 하고 그랬는데... 하아- 거대해지는 길만 남았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요즘 걸레를 자꾸 빨아대고 설거지도 자주해서(회사에서 ㅠㅠ) 손이 예전같지 않아요. 얼른 이 계절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요. ㅠㅠ

와인, 치즈, 제육볶음 다 너무 좋네요. 그런 것들만 실컷 먹고 마시면서 살고 싶어요. 일 따위 집어치우고...

2017-12-1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jifs 2017-12-1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뭐라 리뷰를 써야할지 몰라서....ㅋㅋㅋㅋ 한참을 고민했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다락방 2017-12-15 11:42   좋아요 0 | URL
저는 [82년생 김지영]은 딱히 좋지 않았거든요. 이 책도 어쩐지 딱 그 분위기일 것 같았는데, 오! 이 책은 좋았어요. 저렇게 의외의 부분에서 울컥 하기도 했고요. 뭐라 리뷰를 써야할지 모르겠는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비공개 2017-12-15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동받다가 빵 터지고.... ㅋㅋㅋ 오늘도 사랑합니다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7-12-15 13:40   좋아요 1 | URL
오늘도 사랑합니다~~~ ㅎㅎㅎ
댓글이 너무 우아하면서도 상큼해요^^

다락방 2017-12-15 13:43   좋아요 1 | URL
사랑이 넘치는 하루네요. ㅎㅎㅎㅎ
좋습니다. 좋아요!!

^__________^

레와 2017-12-15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사랑해 다락방! ♡


다락방 2017-12-15 15:09   좋아요 1 | URL
나도 ♡ (수줍)

레와 2017-12-15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책 읽으면 엄청 울거 같아. 리뷰랑 저 인용한 부분만 봐도 울컥하는데... ㅠ_ㅠ

다락방 2017-12-15 15:10   좋아요 1 | URL
아냐 또 그렇게 막 울게 되진 않을거야(아니야, 또 나랑 다르니까 울려나?). 책 좋다요. 추천합니다, 레와님.
 

원더우먼이 개봉한다고 했을 때 나는 잔뜩 기대했었다. 그러니까 스파이더맨이 그렇게 하듯이, 배트맨이 그렇게 하듯이,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곳에 찾아가 물리치는, 그런 영웅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을 막으러 갈 줄은 몰랐어.. 내가 지금 여기의 범죄를 막아주기 바란 건, 어떻게든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에게 공포를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여자영웅이 나타나 성범죄가 일어나는 곳이면 그 어디든 찾아가 성범죄자를 사지절단 내버리는 그런 영화를 원했다. 강간하지 말라고, 성적대상화 시키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러니까 '여자도 남자랑 같은 인간이야, 인간이 인간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해봤자 씨도 안먹히고,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가볍기만 하니까, 그래서 했던 놈이 또하고 새로운 놈이 또하고 성범죄 난리법석인 세상이 되니까, '아아 이러다가 나도 사지 잘릴 수 있겠구나' 하는 공포라도 심어주면 덜하지 않겠느냐 싶었던 거다. 실제에서 그런 영웅은 없다고 해도, 그런 영웅물이 자꾸 나온다면, 성범죄를 어떻게든 공포스럽게 응징하는 것들을 자꾸 접한다면, '아이구 이러다 큰일나지' 하고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을 했던건데,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역시 그런 일을 해주지 않았던 것처럼, 원더우먼도 그걸 안해줘서 내가 너무나 실망을 했어. 성범죄자 사지절단물을 원해..



나는 성범죄가 살인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사카 고타로'는 자신의 책 《골든 슬럼버》에서 주인공 아버지의 입을 빌어 '성범죄는 명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정확한 워딩은 이게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차에, 나는, 이런 영화를, 어제, 드디어, 보았다.

















여자주인공 '돈'은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이면서 순결 서약을 하였고, 다른 학교에 순결에 대한 강연을 하러 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학교에 잘생긴 남학생 '토비'가 전학오는데, 이 녀석은 '돈'의 순결서약을 자꾸 무너뜨리고 싶게 만든다. 토비 역시 순결서약을 했다고 말하면서 돈과 가까워지는데, 서로에게 성적으로 끌리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함께 수영을 하다 동굴에 들어간다. 돈은 재차 '지킬 거지?'를 묻고 토비 역시 그렇다고 하는데, 다른 남자라면 몰라도 토비는 좀 다르지 않을까, 라고 영화보면서 나 역시 생각했던 터라, 갑자기 토비가 옷을 벗고 '참을 만큼 참았어!' 하면서, 싫다는 돈에게 '가만히 있어!' 라고 할 때는, 와, 진짜 역겨웠다. 이날까지 살면서 내가 '이 놈이나 저 놈이다 다 거기서 거기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선 다르게 보려는 게 자꾸 나오는 것 같아. 돈이 되어서 영화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싫다는데도 강제적으로 밀고 들어오며 '넌 정신적으로는 순결해!'라는 개소리 하는 토비를 보니 진짜 오만정이 다떨어지고 남자 따위, 다 사라져버려라, 하는 심정이 되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강제적으로 성기 삽입을 했던 토비는 어떻게 되냐면,


고추가 


잘려서 


죽는다.


뎅강.



저기엔 어떤 가감도 없다. 말 그대로 정말 '고추가 잘린다'. 



돈 역시 이런 일이 처음이라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 토비의 고추를 보고 놀라는데, 집에 돌아가서 교과서를 열어 여성의 성기 모양을 보고 인터넷에 성기 돌연변이에 대해 검색해보며 '바기나 덴타타'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자기 안에 정말 이상한 게 있는건지, 자기는 살인자가 되었으니 자수를 해야할 것 같고, 돈은 어쩔줄 몰라하며 산부인과에 찾아가 검사를 받는다. 산부인과 남자 닥터는, 지극히 정상이고 너는 자라고 있다, 그런데 유연성 검사를 해보겠다며 손 하나를 모두 돈의 질 속에(도대체 왜!) 집어 넣고, 아프고 끔찍해서 소리지르는 돈의 안에서 닥터의 손가락도 잘린다.



엄마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상황.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는 돈은 너무 외로워서, 돈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남자아이를 찾아간다. 내 안엔 이상한 게 있고, 내가 사람을 죽인 것 같고, 자수를 해야할 것 같고, 그런데 얘기할 사람이 없어, 하며 우는 돈을 이 남학생은 달래주는데, 그러면서 섹스를 시도한다. 돈 역시 싫지 않아 섹스에 응했는데, 이 남자아이가 무사한거다. 어쩌면 이건 신화에서 말하는 영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신이 난 남학생은 한 번 더를 외치고, 돈과 남학생은 한 번 더 섹스를 하는 와중에, 남학생과 친구가 통화를 하면서 '내기에서 이겼다'는 말을 하는 걸 들은 돈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 묻게 되고, 그제야 돈은 이 남학생이 자신의 순결을 뺏을 수 있느냐를 두고 친구와 내기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남학생의 성기가 자신 안에 있는 채였고, 돈은 이 말을 듣고 빡이 치고, 그렇게 이 남학생의 성기도 잘린다.



이제 돈은 알게 됐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질 안에 있는 이빨이 상대를 물지 않는다는 걸. 그러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자신을 화나게 한 상태로 삽입을 시도한 상태에서는 상대의 고추를 잘라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이빨은 굉장히 강력해서, 그저 물었다 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냥 잘라버린다. 컷. 커팅. 뎅강 잘라버리는 거다. 



자신 안에 일어나는 변화가 뭔지 몰라 당황하고 무서워했던 돈이 자신이 가진 능력(!!) 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겪는 변화가 고스란히 나오는데, 성적 욕망 앞에 인내심을 기르려고 책까지 읽었던 그녀가, 이제 자신이 가진 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히치하이킹을 해줬던 할아버지가 늦은 밤에 차를 세우고 차 문을 잠가 그녀를 나가지 못하게 했을 때, 이 차안에서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당황하고 겁을 먹었던 돈은, 이내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를 알게 되고 서늘하게 웃는다.





그동안 이런 표정의 학생이었는데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것은 영화니까, 응당 나는 그런 것을 기대했다. 그러니까 그녀의 '진실한' 혹은 '진정한' 사랑 같은 것. 그녀가 질 안에 달린 이빨을 쓰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섹스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상대. 처음에 나는 토비가 그런 상대일 거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영화에서 그녀를 강간하려고 하거나 성적 대상화 시켜버리는 대상들 말고, 그녀를 동등하게 대우해주는 그런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건 다시 말해서, 고추가 잘리지 않을 놈이 없었단 얘기가 된다. 영화에서는 이런 그녀라도 사랑하는 남자에겐 이빨을 사용하지 않지, 같은 메세지 같은 건 끼워넣지 않는다. 강제로 밀고 들어와? 잘라버려. 나를 성적대상으로만 대해? 잘라버려. 




처음에 말한 성범죄자 사지절단에 대해서는 사실 내가 그런 판타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문제가 당연히 많다. 어쩌면 무고한 누군가의 사지를 자를 수도 있다는 걸. 아주 적긴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있긴 있을 터. 내가 생각하는 영웅물이 완전하고 완벽할 순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기나 덴타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스토리에선 무고함이 있을 수가 없고, 많은 성범죄 가해자들이 무고죄로 상대를 고소하는 일도 일어날 수가 없다. 당사자인 내가 싫다는데 밀고 들어오면, 내 안의 이빨이 물어뜯어 버릴테니까. 여기에 어떤 무고가 있을 수 있겠는가. 내 안에서 니 고추가 무사히 빠져나가느냐 아니냐로 이것은 강간이거나 섹스이거나 할 수 있을텐데. 바기나 덴타타는 남자의 거세공포증을 일컫는 용어라는데, 나는 남자들이 그 거세공포증을 정말로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여자가 질 안에 이빨을 품고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평생 건강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어릴때부터 있다가 완경 무렵에 서서히 이빨이 무뎌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안에 날카로운, 아주 날카로운 이빨을 품는 것이, 나에게도 어쩌면 피곤한 일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이빨을 품고 있어서 모든 남자들이 '강제로 하는 순간 고추가 잘린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이건 강제로 해도 쉴드쳐주는 인간들 투성이니 무서운 줄 모르고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것 같다. 하지 말아야 할 짓에 대해서 말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이빨이 생길 수 없다면, 인공시술이어도 좋을 것 같다. 원하는 사람들만 이 기능을 시술로 내 안에 넣는 거다. 혹은 모든 여자들에게 생기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생기는 것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강간하기 전까지는 누구 안에 이빨이 있는 지를 모르니, '어쩌면 이 여자 안에 이빨이 있을 수도 있다'라는 공포로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까.



이 영화에는 초반에 좀 거슬리는 장면이 하나 나오긴 하지만, 큰 장점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일단 그녀의 이빨이 결코 무디지 않다는 거. 물었다 놓는 이빨이 아니라 그냥 뎅강 하고 잘라버린다는 거. 얄짤 없이 그게 뭐든 잘라버린다. 고추든 손가락이든. 또하나. '사랑하는 남자라면 물지 않아요', '진실한 사랑은 찾아와요' 같은 친절한 멘트 따위 없다는 거. 사방을 둘러봐도 성적대상화 시키고 성희롱 하는 놈들 투성이인데, 영화라고 다를까. 친구부터 의붓 오빠 그리고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까지 여자를 성적으로 보는 남자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니 돈이 처음엔 자신이 돌연변이가 아닐까 걱정하고 속상해했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게 뭔지 알며 차게 웃을 수 있는 거 아닐까. 

게다가 이렇게 강간에 대해서 다루는데도 자극적인 섹스 장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강간 장면은 특히나 보기 되게 끔찍한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끔찍한 장면을 내보내지 않는다. 어제 《제2의 성》 읽으면서 어떤 장면에서 너무 힘들어서 덮을까 했는데, 보부아르가 나 힘들라고 그렇게 쓴 게 아니라, 실제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져와 얘기한건데도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더랬다. 끔찍하고 자극적으로 묘사한 게 아닌데도 그랬다. 이런데 자극적인 묘사를 가져오는 책이나 영화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할까. 질 안에 있는 이빨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그런 끔찍한 장면을 넣지 않은 게 이 영화의 장점중 하나다. 아, 고추 잘리는 장면은, 나올때마다 끔찍하지만.



포스터에 '그녀를 사랑하면 잘린다' 라고 되어있는데, 그녀를 '사랑'하면 잘리는 게 아니라 '강간'하면 잘리는 거다. 포스터 문구 똑바로 쓰세요. '사랑'하면 잘리지 않습니다. '강간하면' 잘려요. 강간이요.



이렇게 보는 동안만이라도 쪼그라들게 만드는 영화가 네이버에서 천원만 내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하하하.




영화 보면서 내가 분명 바기나 덴타타를 내가 읽은 책에서 접했는데 그 책에서 인용문 갖고 오자...싶었지만, 그 책이 뭔지를 모르겠더라. 아마도 페미니즘 도서가 아니었을까 싶어 그 앞에서 이 책 저 책 찾아보며 훑어봐도 밤만 깊어갈 뿐 원하는 걸 찾을 수가 없었어.... 내가 기억력이 좋았다면, 아, 이건 누구의 어느 책에서 이렇게 나왔었지, 할 수 있을 텐데. '어디서 분명히 읽었는데!! '하고 그게 어딘지를 모르겠으니 낭패다... ㅠㅠ 결국 네이버 검색으로 가져오는 비루한 나... Orz


페미니즘 관련 글 쓰면서 친구취소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ㅎㅎ 이 글 보면 친구취소 또 생기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제육볶음 먹고왔는데 열내서 페이퍼 썼더니 금세 배가 고파지네. 헤헷. 호두과자 먹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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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1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영화, 흥미돋는데요? ㅎ

다락방 2017-12-14 09:53   좋아요 0 | URL
짱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17-12-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간이 살인보다 끔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 속의 이빨이라니,,!! 좋은데요!! 그런 엄청난 호신용 무기가.. 갖고 싶어요 ㅎㅎ
근데 저 포스터 문구는 정말 아니네요. 문구 만든 사람이 사랑=섹스=강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다락방 2017-12-14 11:03   좋아요 0 | URL
사랑하면 잘린다니, 어떻게 저렇게 쓸 수 있나 몰라요. 저 사람에게 강간은 사랑과 동의어인가 봐요. 확 짜증나죠.
저도 질 속의 이빨 갖고 싶어요. 여자들 모두에게 있다면 좋겠어요.

에이바 2017-12-1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소설도 있을걸요? 본 기억이 있어요. 영화도 언제더라 영화제 출품했을 땐가 봤는데... 와우ㅋㅋㅋㅋ 외국에서 피임도구로 비슷한 거 나와서 욕 먹었던 거 같아요. 여성이 바기나 덴타타처럼 저런 걸 넣어두고 있다가 남성기를 잘라버리는거요.

다락방 2017-12-14 11:06   좋아요 0 | URL
외국에서 저도 이런 비슷한 거 나왔다고 사진 본 기억이 나요.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당시에 왜 여자가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기구로써 장착할 수 있는거라면 일단 엄청 불편할거고, 장착할 수 있다는 건 또 빼낼 수도 있다는 거니까 그렇게 큰 효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 기구를 스치듯 봤지 제대로 본 게 아니라서 음 뭔가 말을 보태기는 조심스럽네요.

질 안의 이빨! 저도 보면서 와우- 했어요. 강간범들 확다 뿌리 뽑아버릴 수 있을텐데요!!!

레와 2017-12-14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기나 덴타타˝
책속에만 있는 질속의 이빨이 아니라 현실에도 있으면 진짜 진짜 좋겠어요.

와. 대박이다.

다 잘라버려야죠. 잘라버리기 전엔 안 없어질거에요.

다락방 2017-12-15 08: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회사 직원한테도 얘기하니까 ‘진짜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더라고요. 아아, 이 여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란! ㅎㅎ

사랑은 야야야 2017-12-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했어요. 영화 보면서 엿자락처럼 댕강 댕강 잘리는 남성 성기를 보고 어어어어어 놀다가 결말이 좀 씁쓸했네요. 이 영화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다 기억나네요.ㅋㅋ

다락방 2017-12-15 08:30   좋아요 0 | URL
저는 돈이 히치하이킹 할 때부터, 아 저 운전자 새끼 다른 의도로 태웠을텐데.. 싶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내 ‘건드리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잘라버릴 테니까‘ 하게 됐어요. 이걸 이미 예전에 보셨군요!

카스피 2017-12-15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영화는 아닌데 이런 비슷한 소재의 오래된 일본 영화를 본 기억이 나네요.아무래도 타스를 제작한 이들이 참고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난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영화 《루시아》얘기를 했다. 내가 페이퍼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여자주인공이 남자와 헤어지고나서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가는데, '빠에야'를 주문하자 '그건 2인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여주인공이 먹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 거다. 나는 가뜩이나 애인하고 헤어진 것도 서러운데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게 된 게 너무 서러워서 빠에야에 대해서 '슬픈 음식'이라는 게 확 박혀버렸는데, 주말에 친구들한테 얘기하니까 다들 진짜 모두 하나가 되어 이러는 거다.


"혼자 2인분 시켜 먹으면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친구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애인하고 헤어져가지고 '혼자인 나'에 꽂혀서, '그런데 빠에야는 2인분부터' 이러고 흙흙 서러워, 서러워, 외로운데 서러워, 이랬는데, 그렇게 서러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냥 2인분 시켜서 먹으면 되고, 먹다가 다 먹으면 다 먹고 배 두드리면 되고, 다 못먹으면 남기면 되는 것이여. 뭘 그렇게 감정에 허덕이다가 외로운데 서럽기까지해 우앙- 하고 울음 터져버렸나(주인공은 울지 않았다) 생각하게 됐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혼자 가서 2인분 시켜먹는' 사람의 대표 인물로는 내가 있었다. 내가 그러고 다니는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올해 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 혼자 식당에 가서는 '락사'도 먹고싶고 '캉콩'도 먹고싶다 으아아아악- 욕망에 시달리다가, 에라이, 둘 다 시켜 먹지, 내가 언제 여기와서 이걸 또 먹을 줄 알고, 먹을 수 있을 때 다 먹어!! 이렇게 됐던 것.



둘다 먹어보는데 엄청 맛있어가지고,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나는 맥주도 시켰던 것이야!!




여기가 천국....




아, 근데 내가 이 얘기 하려던 게 아니고,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왜 ... 아 근데. 혼자 가서 뽀지게 시켜서 잘 먹는 거, 저 때 말고 또 했었는데? 을지면옥에 혼자 가가지고 평냉 시키고 제육 시키고 소주 시켜서 혼자 따라마시던 일.... 내가 그런 거 하는 여자사람이다. ㅎㅎㅎㅎㅎ





히히. 보기만 해도 넘나 좋으네. 오늘 집에 가다 순대국 먹을까? 순대국에 또 소주가 딱이지!




아아, 자 그러니까 나는 《고마워 영화》라는 영화 관련 책을 읽다가 책을 사고 싶어지는 것이다. 네?
















영화 《실비아》관련 글에서, 책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언급되는 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남성에 집착하는 게 병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그게 여덟 살 적에 목도한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여성이 갖지 못한 것을 태생적으로 지닌, 상대적으로 우월한(우월하다고 학습된) 남성에 대한 질투심도 작용한다. 그 사실은 영화에서 언급되지 않지만 이 영화의 토대가 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The Journals of Sylvia Plath>를 보면 영화에선 과감히 삭제된 스미스대학 시절의 그녀 내면세계를 읽을 수 있다. 1950년에서 1962년까지 적어 놓은 실비아의 일기를 이렇게 자서전 격으로 묶어낸 사람은 그녀가 한눈에 반한 후 '사악한 약탈자'라고 칭한 테드 휴즈다. (p.286)



실비아란 영화를 보면서 당연히 실비아 플러스의 일기를 떠올리는 그 순간의 기분은 어땠을까. 나는 둘 다 보지 않았으면서, 하나를 보면서 다른 하나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그 순간의 기쁨에 대해 생각한다. 이래서 많이 보고, 읽고, 듣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그 하나로만 보고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하나를 혹은 둘이나 셋을 소환해낼 수 있다는 거. 그게 우리가 차곡차곡 읽고 듣고 보는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는 《벨자》를 사두고 아직 읽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읽고 싶어지는 거다. 벨자보다 이게 더 좋을 것 같아! 하는 생각으로. 그래서 검색해보았다.


















그런데...709쪽이나 된단다. 그래서 아, 잠깐만...보류...... 하고 말았지 뭐야? 왜냐하면 나는 지금 《제2의 성》도 넘나 무거워....380쪽 정도 읽고 있는데 무겁다... 두꺼워..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이 책은 전자책으로도 있으니 오오, 전자책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여러분 전자책 대여는 7,800원이닷!!!)



고마워 영화를 읽다가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읽고싶어졌다면, 제2의 성을 읽다가는 스탕달을 읽고 싶어졌다. 보부아르가 이 책에서 멍청한 작가들 죄다 까는데, 스탕달은 아닌 것이야!! 발자크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친구가 발자크의 여성비하에 대해 발자크 책 읽으면서 막 얘기해줬었는데, 보부아르도 엄청 발자크 뭐라 한다. 읽다보면 발자크..쯧쯧 하게된달까. 발자크도 그런 면에서 한 번 읽어야겠다 싶은데, 스탕달..스탕달이 그랬다고?



















여기서는 여자가 단순히 타자가 되어서는 안 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여자는 그 자신이 하나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스탕달은 결코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에서만 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여성 인물에게 그녀 자신의 운명을 빠짐없이 부여하고 잇다. 그뿐 아니라 더욱 희귀한 일을 시도했다. 그것은 어느 소설가도 일찍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런 시도로, 자기 자신을 한 여성인물 속에 던져 버린 것이다. (p.319)



내가 꼬꼬마 시절에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었었는데, 이게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줄거리는 남아 있지 않고, 총각이 어떤 부인을 좋아했던 것 같은.... 데..... 집에 적과 흑 있으니까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희귀한 일'을 시도한 작가라니. 오, 멋져. 내가 스탕달을 다시 읽어주겠다. 유명한 고전이란 거 읽으면서 남자작가들한테 실망하고, 2017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슬프게 깨닫는 한 해였는데, 스탕달을 읽으면 조금 바닥을 밀고 올라올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그 뭣이냐, 발자크에 대한 부분도 잠깐 보고 가실게요~ 본문에 대한 각주로 나온 부분이다.



발자크의 《결혼의 생리》참조. "여자의 불평·외침·고통을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자연은 여자를 우리가 쓰도록 만들었소. 여자는 어린아이·고뇌·남자의 주먹·고통을 다 감당하게 되어 있소. 냉혹함을 자책하지 마시오. 자칭 문명국의 모든 민법전(民法典)에, 남자는 여자의 운명을 규정하는 법률을 다음과 같은 피 어린 서론 밑에 제정하고 있소. '약한 자여! 불행할지어다!'" (p.328)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째서 왜때문에 루이 랑베르 사고싶지...집에 나귀가죽 있는데.... 난 없는 게 뭐지?


(너!)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엄마가 이번 토요일에도 외출하냐 물으셨다. 왜? 물으니, '너 바쁜 것 같아서 주말만이라도 좀 집에서 푹 쉬라고' 하시더라.



- 엄마. 나 토요일에 아침에 운동갔다올건데 점심에 맛있는 거 먹을까?

- 그러자.

- 그리고 집에 와서 한 숨 잔 다음에 저녁엔 술마시자.

- 야, 너 그러다 간 상해.

- 아니야. 낮에 갈비찜이든 만두전골이든 거기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집에 와서 한 숨 자면 다 회복돼. 그리고 저녁엔 와인 마시자.



엄마는 아침부터 빵터져서 깔깔깔 웃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올리브랑 치즈는 사놨으니까, 저녁 메인 안주는 뭐로 할까. 후훗. 뭘 한 번 만들어본담?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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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2-13 09:30   좋아요 0 | URL
어므낫! 이 뜬금없는 사랑고백이라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사랑은 고백해야 맛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12-13 09:30   좋아요 0 | URL
ㅎㅎ 페이퍼 보면서 갑자기 고백하고 싶어져서요 ㅋㅋㅋ

다락방 2017-12-13 09:34   좋아요 0 | URL
이런 일이 종종 있었으면 합니다. ㅎㅎㅎㅎㅎ

스윗듀 2017-12-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락방님 굴 어때요 굴! 겨울엔 굴이죠!!! 반각굴에다가 청량고추 마늘 레몬 곁들여서 샤블리랑 한잔 캬...스읍
(몰랐던 실비아, 루시아와 친구가 된다)

다락방 2017-12-13 09:45   좋아요 0 | URL
크- 뭣 좀 아시는 스윗듀님!
제가 굴에 화이트와인 조합을 정말 사랑하는데요, 굴을 잘 못먹는다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굴 한 두개 먹으면 못먹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굴을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굴을 싫어하는데 굴과 화이트와인 조합을 사랑해요. 그냥 좋음 ㅋㅋㅋㅋㅋㅋㅋ 못먹는데 좋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미친 아이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윗듀님, 참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루시아 야해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스윗듀 2017-12-13 09:52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ㅣ히히히히 그렇잖아도 지금 찾아보고 오는 길입니다🤭 6년 전 생애 최고의 섹스, 라니 멘트는 좀 후지지만 개궁금하군요🤩 맞다...그렇다면 굴 대신 홍합은 어때요!!!!!

다락방 2017-12-13 09:57   좋아요 0 | URL
아 스윗듀님 나한테 실망하겠다..
저 굴, 홍합, 조개 다 싫어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역국에 조개 넣으면 먹지도 않는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요 이런 나라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너무 고기고기한 삶을 살아요. 으엉 ㅠㅠ


이게요, 남자가 작가인데 이름도 모르는 여자랑 바닷가 물속에서 달빛 아래 섹스를 하거든요. 그런 일이 있고난 뒤에 루시아란 여자를 만나 동거를 하게 되는데, 이 남자 머릿속에 이 달빛 아래 여자가 이름도 모르는채로 강하게 남아있는 거죠. 그건 달빛 여자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좋아하는 스토리... 그렇지만 제가 루시아의 입장이 되면 세상 슬픈 이야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잊지 못해. 우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윗듀 2017-12-13 10:22   좋아요 0 | URL
우엉ㅠㅠㅠㅠㅠㅠㅠ우엉우엉 저도 조개들어간 미역국은 안먹습니다..... 소고기를 넣어야 미역이 미끌미끌 윤기있게 잘 풀어지고 후루룩 넘어가며 입안을 부드럽게 유영하기 때문이죠 후후....

다락방 2017-12-13 10:55   좋아요 0 | URL
미역국엔 역시 소고기죠! 소고기 짱!! 으하하하핫.
저는 미역국도 사랑해요 ♡

비연 2017-1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과 와인 먹고 싶어지네요.. 이 아침부터 ㅎㅎㅎ

다락방 2017-12-13 10:55   좋아요 1 | URL
아, 모닝 와인! 그 이름도 아름다운 모닝 와인!
비연님, 저랑 한 번 만나서 와인 드십시다. 후훗.

비연 2017-12-13 12:28   좋아요 0 | URL
알라딘 와인동호회 만들어도 좋을듯요 ㅋㅋㅋㅋㅋㅋ

에이바 2017-12-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자크 대문호... 이럴 때 쓰려고 이 문장을 외웠나봅니다. 얼불노 왕좌의 게임 드라마에서 봤는데 소설에도 있는 것 같아요. The laws of my fist are about to compel your teeth. 당신의 강냉이는 소중합니다...

그런데 저도 2인분 시키면 되잖아 생각했어요. 빠에야는 2인분 시켜도 거뜬하던데요? 제가 탄수화물 덕후 한국인이라 그런가 ㅋㅋ 아이 참 루시아는 바보야... 저는 나이들었다는 걸 언제 느끼냐면 소화가 안 되서 먹고싶은 걸 다 못 먹을때예요. 인간이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사량을 높여서 맛있는 걸 많이 먹고 튼튼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아 그리고 발자크는 빚 갚는다고 글 엄청 써제꼈는데 저런 글을 남겼다니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ㅋㅋ 발자크 루이 랑베르가 시리즈잖아요. 저도 사 두곤 읽지 않았는데 그것보다 결혼의 생리를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7-12-13 10:58   좋아요 0 | URL
네네 맞아요, 에이바님. 맛있는 것 먹고 싶은 것 잘 먹고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운동해야겠어요. 근육이 단단해지게 운동해서 계속 먹고 마시는 삶을 살겠습니다. 불끈!!

발자크는 여성혐오 글로 이미 유명한 것 같아요. 보부아르도 지적했지만, 제 친구도 얼마전에 발자크 책 읽다가 지적했거든요. 결혼의 생리 저도 읽어보고 싶은데 발자크로 검색하면 번역된 도서로는 아직 그 책이 없는 것 같아요. 발자크 대문호.. 빻았네요 ㅠㅠ 다들 왜들 이러시는지... 이참에 스탕달을 다시 읽어볼까봐요.

스탕달도 읽어야 되고 발자크도 읽어야 되고, 그런데 저는 오늘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책을 또 한 박스 주문하고!! 꺅 >.<

잠자냥 2017-12-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에야는 원래 혼자서 2인분 먹는 음식 아닌가요?;;; *멀뚱*
아침부터 빠에야 먹고 싶어지네요.....

<루이 랑베르>는 생각보다 재미없...;을 수 있고요.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생각보다 가벼울 수 있습니다. 근데 전자책 참 저렴하네요...

다락방 2017-12-13 11:00   좋아요 0 | URL
아아 다들 빠에야 2인분 혼자 먹는 거라 하시니 제 마음이 너무나 좋습니다. 알라딘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천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이 랑베르는 재미..없나요. -0-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오늘 대여하려다가, 오늘 한박스 책 지른 게 있어 내일 마일리지 쌓일테니, 그걸로 대여해야겠어요. 우하하하핫. 10년간 볼 수 있다는데, 설마 10년간 안읽지는..않겠죠?

카스피 2017-12-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맛있는 음식사진을 보니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 가네요^^

다락방 2017-12-13 11:36   좋아요 0 | URL
오늘 뭔가 맛있는 거 드십쇼. 후훗.

2017-12-13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2-13 11:37   좋아요 0 | URL
저도 전자책 대여를 한 번도 안해봐서 몰랐는데 10년이나 하네요. 너무 좋아요!
그런데 집에 사두고 안읽은 책들을 떠올려보면... 10년..... 안읽고 후딱 지나가버릴 것 같기도 해요.
장거리 여행갈 때 크레마 들고 가면 되니까 거기에 얌전히 넣어두어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sijifs 2017-12-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인분을 먹을 수 있는 위장이라니 부럽습니다.
스페인 여행 가서 2인분을 못 먹어 혼자서는 빠에야 2인분은 힘들어서요.
스페인 음식점에서는 빠에야를 1인분씩 팔거나 메뉴 델 디아에서 소량으로 빠에야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영화 루시아 여주인공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울지는 않았을텐데요

다락방 2017-12-13 13:29   좋아요 0 | URL
루시아가 시내에 있었던 게 아니라, 동거남이 자신과 살면서 다른 여자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해서 무작정 떠나거든요. 오토바이 타고 막 달리다가 들른 식당이었고, 거기에서 메뉴를 보고 빠에야를 선택하는 거였어요. 루시아가 식당에서 일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루시아도 그 점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만, 그 날 그 때 그 기분에 찾아간 식당이 그렇지 않아서 속상했던 거지... 사실 루시아는 울진 않았고요 ㅋㅋ 제가 울었습니다. 아아 너무해 너무해 ㅠㅠ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

사실 저도 예전엔 거침없이 2인분 먹을 수 있긴 했는데, 나이드니까 양이 좀 줄긴 하더라고요. 저도 2인분은.. 좀 남길 것 같아요. 아하하핫

독서괭 2017-12-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발자크... 정말 헛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욕도 아깝습니다.
저 장염 걸려서 죽만 먹고 있는데 이렇게 맛있는 사진들을.. 저 모유수유 중이라 술 못 마시는데 이렇게 부러운 술상 자랑을... ㅠㅜ 빠에야.. 흑흑 먹고 싶어요.
다락방님 주말에 어머니랑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다락방 2017-12-14 09:25   좋아요 0 | URL
발자크 얘기는 몇 번 나오는데 이 사람은 버리고 가야할 사람인 것 같아요. ㅎㅎ
보부아르 진짜 세상 똑똑한 사람이네요. 읽으면서 감탄하고 있스빈다.

아니 장염..모유수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 못할 짓을 했네요. 엉엉 ㅜㅜ

주말에 뭐 먹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했어요. 신중하게 생각해서 현명한 결정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장염 어서 빨리 나으세요!!

Forgettable. 2017-12-1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에야 ㅋㅋㅋㅋㅋㅋ 이게 혼자 양이 많아서 못먹는게 아니라 비쌈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다락방 2017-12-14 09:25   좋아요 0 | URL
아 빠에야 비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싸도 서럽네... 아니 이별해서 괴로운데 밥 먹을랬더니 비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어떻게 살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부만두 2017-12-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인분 그냥 시키지, 왜? ,,,,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역시!

그나저나 발자크 읽지마요. ㅜ ㅜ 고통과 역겨움 ... 이름 값 덕에 책으로 나오는 거에요. 소설로 하나도 추천할 건덕지가 없어요!

다락방 2017-12-17 20:41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혼자 음식점을 찾아서 두 메뉴가 먹고 싶으면 거침없이 두 메뉴를 시키겠어요. 아 물론 전에도 그랬지만... 먹고 싶은 걸 참지 않겠어요. 불끈!!

발자크는 이렇게 패쓰하고 금욜에 추천해주신 책을 읽어야겠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ㅎㅎ
 















책의 목차에 친절하게도 영화의 제목이 나와있어,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이면 아마도 그렇게 하겠지만, 내가 본 영화는 몇 편이나 있나 세어보았다. 자전거를 탄 소년을 내가 보았나 안보았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본문으로 읽어보니 전혀 기억이 안나는 걸로 보아 안보았구나. 가만있자, 그렇다면 내가 본 소년이 나오는 영화, 대필해주는 여자가 나오는 영화가 뭐더라...하고 머리 싸매고 끙끙대다가 그제서야 내가 본 영화는 《중앙역》이라는 게 떠올랐다. 어찌됐든 내가 '보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영화는 이 책에 실린 51편의 영화중에 21편 이더라. 언젠가부터 영화를 많이 보지 않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겹친다 싶다. 어쨌든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가다가, 아, 이렇게 읽으면 안돼, 그러지 말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부분을 보자, 해서는, 내가 본 영화를 우선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같은 영화이지만 내가 본 영화와 이 책의 저자가 본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됐다. 특히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 《Take this waltz》에 대해 '틈'을 얘기하다니, 그 영화 그렇게나 좋아해놓고서 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나여...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내가 본 영화와 그녀가 본 영화가 같은 게 맞나 싶다. 그렇게 읽어가다가, 내가 아직 보지 않은 영화중에, 그러니까 보고 싶었지만 놓쳤던 영화중에 '아 진짜 놓친 게 아쉽구나' 하는 영화를 만났다.



















'최상의 파트너', '완벽한 파트너'의 이야기라는 게 진짜 너무 좋은 거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특별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앞에 놓이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는 거. 결국 현실적으로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 라는 답을 내린다는 것에서 이 영화를 강렬하게 보고싶어졌는데, 후다닥, 네이버 굿다운로더 검색해보니 이 영화는 굿다운로더 목록에 없어 ㅠㅠ 슬픔 ㅠㅠ 슬픔의 새드니스.


또, 이 영화를 이런 내용이라니 보고 싶다는 것과는 별개로, 밑줄 그은 부분에서 다른 것들을 소환해냈다. 비포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러니까 《어웨이 위 고》에서 남자와 여자가 길을 떠나며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들의 삶에 대한 고민에 답을 얻는 바로 그 부분에서 나는 비포 시리즈가 생각난건데,


시작되는 모든 연인들이라면 으레 그렇듯이,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에서 남자와 여자는 상대만 쳐다본다. 상대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이고, 상대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내 모든 말과 행동에 신경을 쓰면서 상대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거다. 다른 것들이 끼어들 틈이 없고 다른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시작되는 그 지점에서 중요한 건 상대를 향한 최선의 노력과 집중이니까.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도 '에미'와 '레오'의 이메일은 서로에게만 향한다. 서로의 일과와 감정 연애 그리고 각자가 서로의 메일을 기다리는 시간에 집중한다. 그 둘 사이에서 대화의 촛점은 오직 둘을 향해서만 맞춰져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사회에 대해 딱히 얘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 입고 자요?' 같은 것들인 것이다.



자, 다시.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애가 진행되고 그들이 공식적 커플이 되고나서는, 이제 둘 이외의 것들을 봐야한다. 내가 비포시리즈에서 가장 좋았던 건, 영화가 이걸 드러내준다는 데 있다. 자연스럽게 그걸 표현해줬다. 《비포 미드나잇》에서 남자와 여자는 이제 훌쩍 나이들어 버렸고, 함께 살며, 아이도 있다. 이들의 삶은 자연스레 서로에게 녹아들었는데, 이제 커플로 굳어져버린 그들에게는 '오롯이 상대만'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리스에 갔고,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섞인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에서는 없었던 장면. 그들은 그들 커플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도 섞여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삶을 보기도 하는 거다. 그들이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점을 넘어갔기 때문에 서운한 게 아니라, 그랬기 때문에 그들이 단단한 커플이 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서로를 봤고 그렇게 서로에게 섞여들었다면,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섞여내는 것이 그들에게 남은 일이고 과정일 테니까. 그들은 둘이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기로 한 호텔에 갔다가 싸우고 돌아서고 말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지냈음에도 다시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단단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이것이 그들이 개인이 아닌 그들로서 다른 사람들과 섞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가 이 사람의 옆자리에 있고, 이 사람의 내 옆자리에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내보일 수 있는 건 굉장한 특권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인데, 《고마워 영화》에서 만난 《어웨이 위 고》에서, 이 커플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다른 곳에 가는 이 장면에서 바로 비포 미드나잇의 '다른 사람들과도 섞이는 장면'이 떠올랐던 거다. 



새벽 세시의 에미와 레오는 어떤가. 그들이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해 연인이 되었다면, 그 후에 그들은 이제 서로가 아닌 다른 것들이 보이고 얘기를 나누게 될것이다. 이봐,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해? 라든가, 한국의 한끼줍쇼 프로그램 너무 엿같지 않아? 라든가, 개그프로그램에서 여자의 외모를 비하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거 진짜 구리지? 라든가. 기타 등등. 우리 주위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아 너무 좋지 않은가. 

나와 너였다가 우리가 되고, 그렇게 우리로서 다른 사람들과 섞이는 것. 그것이 반드시 친구들일 필요도 없다. 그저 여행지에서 만나 스쳐지나는 사람들일 수 있고, 자주 가는 카페 직원일 수도 있다. 응, 우리는 우리야, 할 수 있는 거. 그리고 그런 우리로서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거.


어웨이 위 고 너무 보고싶은데 ㅠㅠ 굿다운로더에 없어서 ㅠㅠ 진짜 슬픔의 새드니스.




나는 우울해지면 이상하게 아름다운 요리책이 보고싶어지는데 그래서 킨포크 테이블 사고싶다. ㅠㅠ

사진 보면 막 힐링힐링 될 것 같아.

살까... ㅠㅠ
















토요일에 친구들 만나서 여러 좋은 이야기들 함께 나누었는데, 그 중에 가장 좋았던 건 한 친구가 나한테 '잘생겼다'고 말한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잘생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화장실 갔다오면서 거울 들여다봤다. 내가 뭘 그렇게 잘생겼다고, 거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정도면 그냥 평범한거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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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2-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른 이 아름다운 책 <고마워 영화> 시작해야겠어요. 사실 저는 안 본 영화가 41편일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ㅠㅠ
비포 시리즈도 저를 기다리고 있지만서도, 이 책 읽으면 더 많은 영화들이 나도! 나도! 할 것 같아요.
얘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다락방 2017-12-11 12:10   좋아요 0 | URL
비포시리즈는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1편부터 3편까지 정말 다 좋아요! >.<
이 책 읽다 보니 [어웨이 위 고] 너무 보고싶은데 지금 이걸 어떻게 봐야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하하. 지금 저한테 너무나 필요한 영화인것 같은데 말이죠.

2017-12-1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12-1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생겼...^^;;;;;; 비포 시리즈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

다락방 2017-12-11 14:57   좋아요 0 | URL
비포 시리즈는 진짜 명작인것 같아요. 저도 다시 보고싶네요. DVD 도 셋트로 다 사고 싶고요! >.<

transient-guest 2017-12-1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영화광이었던 적이 있어요. 20상영관을 가진 극장의 영화를 모두 보고, 다른 인디나 아트무비까지 다 보던 시기였는데,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몇 번 중 하나에 속하는, 꿈과 시간은 많고 현실은 어려웠던 시기였어요. 갑자기 이 책을 보니 그때가 생각이 나서 저도 보관함에 담았어요. 프레이야님이 쓰신 두 번째 책이라니, 저는 첫 번째 책도 모르는데 말이죠. 궁금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 중 제가 아는 건 몇 개나 될지...

다락방 2017-12-12 09:08   좋아요 1 | URL
현재까지는 제가 가장 많이 겹치는 것 같은데(이상한 경쟁심 ㅋㅋ) 아마도 이 책을 받고 목차를 펼쳐드신다면, 게스트님은.. 저보다 더 많은 영화가 겹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중학생때 비디오 플레이어를 아빠가 사셨거든요. 너무 신나서 매일매일 미친듯이 비디오샵에 가서 테이프 빌려다 봤어요. 방학때면 삼남매가 난리가 나서, 비디오샵 사장님이 나중엔 하나 빌리면 하나 서비스로 더 빌려주시고 그러셨어요. 그때는 그런데 미성년자여서... 더 많은 영화를 다양하게 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대신에, 이름도 알지 못하는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영화들을 싹 다 봤었죠. 다 지난 일이네요.
불과 몇해전만 해도 보고싶은 영화 있으면 평일에 극장 달려가서 보고 그랬는데 이젠 늙어서(응?) 평일 극장은 힘들어요. 주말이면 내리 두 편을 보기도 했는데, 그역시도 힘들어졌고요. 체력이 될 때 독서든 영화든 여행이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거 죄다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잘 지냅시다, 게스트님.
 

'엠마뉘엘'은 동생 '파스칼'로부터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병원에 바로 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다다다닥 나가다가, 뉘엘은 자신이 콘택트렌즈를 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올라가 렌즈를 낀다. 그리고 내려와서는 택시를 잡으려다 줄이 길어서 지하철이 더 빠르겠다 하고는 지하철을 타러 간다. 아버지는 괜찮을거야, 자신에게 속삭이다가, 무슨 일이 있었으면 파스칼이 연락을 했겠지, 하다가, 갑자기 아버지와의 어릴 적 일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어서 빨리 병원에 닿기를, 어서 빨리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제 눈으로 확인하길 원한다. 그렇게 지하철 안에서 끊임없이 마음이 소란스러운데,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건다.



나는 덩치 큰 남자 옆에 앉는다.

지하철 신호음, 열차의 문들이 닫힌다.

옆의 남자가 이내 커다란 파리 시내 지도를 펼친다. 남자는 나에게 지도에서 현재 위치를 가리켜달라고 영어로 말한다.

도톰한 광택지 지도가 내 무릎 위에 펼쳐진다. 나는 우리가 탄 지하철 노선에 손가락을 올린다.

지도의 밑에서부터 위까지 관통하는, 장밋빛 스파게티 같은 긴 선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바둑판무늬가 크고 작은 묘지와 십자가처럼 보인다.

땡큐. (p.12)

















낯선 이, 외국인이 내게 지도를 내밀며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는 그 말이, 그 때의 뉘엘에게 가 닿았다는 게 놀랍다. 지금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갔다 해서 렌즈도 빼먹을 정도로 정신이 사나운데, 그 상황에서 낯선 이에게 지도를 같이 보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킬 수 있다는 게, 바로 인간의 놀라운 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평온한 듯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어떤 생각들이 가득할지 모르고, 내가 웃는 듯 보여도 그 안에 어떤 사정들이 뜨겁게 들끓어 오를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일을 하러 가고, 사람들을 만난다. 


뉘엘에게 저 시간 지하철안은, 아니 그게 어디라도, 너무나 힘든 곳이었을텐데, 그런데 다른 이에게 마치 자신에게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위치를 가리켜줄 수 있는 일, 인간이 자신의 인간적 특성의 가장 깊은 부분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저 낯선이에게 지하철 옆자리의 뉘엘은, 그저 파리에 사는 현지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지도를 내밀며 여기가 어디야?라고 물을 때 그에게, '혹시 저 여자에게 어떤 사정이 있어서 지금 정신이 사납거나 하진 않을까?'같은 걸 생각하진 않을테니까. 나는 방향치에 길치이며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디고 저기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낯선 이에게 길을 묻는다. 건대 앞에서도 그랬고 창원에서도 그랬고 대전에서도 그랬고 싱가폴에서도 그랬고 뉴욕에서도 그랬다. 쿠알라룸푸르에서도 그랬고 하노이에서도 그랬다. 그렇게나 자주 낯선이에게 길을 물을 때, 나는 한 번도 내게 길을 알려줄 사람의 개인적 사정 같은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 이 사람의 내면에 어떤 감정이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길을 알려달라는 이방인의 이 '사소한' 질문. 그러니까 나는 이것이 너무나 '사소'해서 상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러나 뉘엘에게, 뉘엘에게는 어땠을까. 뉘엘에게는 지금 일분 일초가 너무나 급하고 초조하고 애가 탔을텐데, 머릿속에 여러가지 기억과 생각과 추억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을텐데, 그런데 지도를 같이 들여다보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짚는 일이, 과연 사소했을까? 


내가 길을 물었던 그 많은 순간에 내게 답을 해준 사람들에게도, 매번 사소했을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준 적이 많았는데, 그때 나는 늘상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지금 여기야' 혹은 '응 저 길로 가서 왼쪽으로 돌면 돼'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그게 인간적 특성인 건 아닐까. 대답하지 않아도 될것이고, 지금 마음이 시끄러우니 '몰라요' 라고 해도 됐을텐데, 그런데 기어코 대답을 해주고야 마는 바로 그 지점 말이다. 나에겐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겐 결코 그 사소하지 않은 순간이, 그 누군가의 배려로 사소함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바로 그 지점. 그게 인간이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이 부분에서 괜히 감동을 받아가지고, 뉘엘, 당신이 대답하지 않아도 아무도 당신에게 뭐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속으로 말했다. 




뉘엘의 아버지는 휠체어를 타야 하고, 여기저기 아프고, 그간의 삶이 행복했고, 지금의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아닌 것 같다. 이제 그 삶을 스스로의 결정으로 끝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딸에게 '끝내게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p.61)고 말한다. 깊은 고민과 대화 뒤에 뉘엘과 파스칼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아 스위스에 가 그 일을 진행하기로 한다. 언제가 좋을지 시간을 정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 단체와 만나 이야기도 나눈다. 그 과정에서 뉘엘은 '스위스 부인'에게 혹여나 결정해놓고 나중에 취소한 경우는 없었는지 묻는다.



어쩌면 베른에 도착하니 아버지 생각이 바뀌어서 우리는 파리로 함께 돌아올 것이다.

나는 스위스 부인에게 환자 중에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는지 물었다. 스위스 부인은 그런 일이 딱 한 번 있었다고 대답했다. 중병에 걸린, 나이가 지긋한 남자였는데 젊은 아내와 동행했다. 부부는 베른 시내로 산책을 나갔고 마지막 저녁을 위해 아내에게 빨간 드레스를 선물했다. 남편은 아내가 드레스를 갈아입는 동안 호텔 바에서 기다렸다.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난 아내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남편은 살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부부는 스위스 부인을 초대헤서 샴페인을 마셨고, 다시 떠났다. (p.211)




아.... 빨간 드레스 차림의 아내가 너무 아름다워서 살기를 결심할 수도 있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구나. 




그런데, 윌은 다른 선택을 했지.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클라크인데, 그런 클라크가 있어도 '자신이 아닌 것 같은' 삶을 끝내려 했었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 얘기다.
















"혹시 이런 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p.388)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클라크, 그런 클라크가 자신의 옆에 있는데도, 윌은 자신의 삶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아니, 이건 내가 원하는 내 삶이 아니에요, 하면서.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도, 그는 그랬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빨간 드레스 입은 아내가 아름다워 살기를 결심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도 있는 거다. 아, 윌 ㅠㅠ



"미안해요. 내겐 충분하지 않아."

나는 그의 손을 내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는 말하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 이번에는 꼭 정확한 단어들을 골라야만 하겠다는 듯이.

"난 그걸로 안 돼요. 이,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이제는 내가 물러설 차례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내'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입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p.471-47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윌의 말을 이해한다. 사고로 신체에 마비가 찾아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으로 인해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싶어졌지만, 그러나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 그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어야 했는데, 스스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는 거. 그렇지만, 그렇지만.... 죽음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남아있는 클라크는, 도대체 그 슬픔을, '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며 죽음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을 보는 클라크는, 어쩌나. 



음... 페이퍼를 쓸 때만 해도 미 비포 유 까지 가져올 생각을 하진 못했었는데... 음.....

아... ㅠㅠ



그러나 윌이 클라크 만으로, 그러니까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라고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클라크의 잘못이 아니다. 클라크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차은주는 자신의 노래 <알 수 없어요>에서 '내가 많이 부족한가요' 라고 떠난 연인에게 물었지만, 박화요비는 자신의 노래 <그런 일은> 에서 '내가 미워졌나요?' 라고 물었지만, 아니, 윌이 자신의 결정을 한 것은 결코 클라크가 부족해서도, 모자라서도, 잘못해서도 아니다. 클라크가 춭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클라크 자체로는 충분하고 완벽했다. 클라크가 거기에서 더 무엇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윌이 원하는 삶은 클라크가 전부인 삶이 아니었던 거다.



제기랄..

인간의 대단함, 위대함, 복합적임 뭐 이런 것에 대해 얘기하려다가 사랑과 이별로 끝나버렸네...





오늘 아침엔 스벅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직원의 얼굴이 보인다. 사실 그간 이 직원분을 볼 때 딱히 어떤 느낌이 있다거나 감정이 들었던 건 아니었는데, 오늘 뭔가 며칠 만에 보니 막 반가워? 나도 모르게, '언제 근무하시는 거예요? 되게 오랜만이에요' 했더니, 그 직원분이 막 웃으시면서 '고객님들이 그 말씀 진짜 많이 하시는데 저 이번 주에 하루 밖에 안쉬었어요' 하더라. 아 그래요? 했더니, '제가 근무중인데 바깥에 나와있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하면서, '내일도 모레도 월요일도 근무할거예요' 하시더라.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나도 막 웃게되고, '오랜만에 뵙게 되니 너무 반가워요' 했다. 나도 모르게 절로 그런 말이 나왔어.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하고 나오는데, 텀블러에 커피를 채워가지고 나오면서 활짝 또 웃게 됐다. 걸으면서도 계속 웃었다. 그리고 직원 분과 대화하느라 빼놨던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으니, 이어폰에서는 '박정현'의 <꿈에>가 나오고 있었지. 이 뭔가 언밸런스한 조화라니.... 노래를 들으니 또 슬프고 감상에 푹 젖어버리는데, 입으로는 활짝 웃고 있었던 나여...





그나저나, 빨간 드레스라...빨간 드레스면... 되는 건가. 당신이 살아갈 충분한 이유 같은 거 말이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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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0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의 스벅은.. 참 좋아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음료를 사먹었죠. 돌체 라떼. 수첩 받기 위한 시도였지만, 꽤 맛난.

다락방 2017-12-08 13:07   좋아요 0 | URL
저도 스노우돌체라떼는 괜찮더라고요. 무지방우유라 좋아요. 물론 아메리카노가 짱이지만요! 우후훗.

비연 2017-12-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Me before you˝를 읽으면서 윌의 저 심정이 이해가 되었더랬어요.
사랑 때문에 살 수 있어... 가 아닌, 내가 나를 바라볼 때 이쯤에서 끝내야겠다는 마음. 그건 사랑과는 별개의.
그래서 좀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아 소설 다시 읽어야겠어요. 요즘 넘 건조한 책만..ㅜ

다락방 2017-12-08 13:1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윌의 심정이 이해가 됐어요. ‘이렇게는 사는 게 의미가 없다‘, ‘이것은 내 삶이 아니다‘ 하는, 그 마음. 사랑말고도 다른 것들이 내게 필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충분치 않은 그거요. 그것도 이해되는데, 그런 한편, 저는 생에 대한 욕망이 강해서 ‘그럼에도불구하고‘ 삶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미 비포 유 읽으면서 이거 소설이니까 그나마 윌이 부자 남자라 이렇게 간병인 두고 살지, 보통 사람에겐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펑펑 울었어요. 나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알겠는데, 서운하잖아요. ㅠㅠ

one fine day 2017-12-0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재밌게 보고있는 미드 굿닥터라고 있는데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주인공 소년이 자폐 외과의사로 나와요. 우리나라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미드지만 원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서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어제 본 에피소드는 자발적 희생이라는 주제였는데 최고 프로게이머가 팔을 쓸 수 없게되서 처음엔 간단한 수술인줄 알았는데 뇌에 종양이 발견되서 곧 죽을 거라는 선고를 받습니다. 프로게이머는 처음엔 충격을 받지만 곧 자기는 정상을 올라가 봤다며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담담하게 얘기해요. 그러면서 담당의에게 당신은 당장 죽어도 좋을 삶을 살고있느냐고 되묻죠. 그순간 저도 자신에게 물었어요. 이대로 죽어도 좋겠느냐고. 그래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한가해지면 읽으려고 사둔 재미난 책때문에 안되겠다라구요. -,-;
이 드라마의 결말은 반전이 있습니다. 수술을 하면 생명을 건지겠지만 왼쪽은 불구가 될거라고 그래도 수술을 받겠느냐고. 프로게이머에게 건강한 팔은 목숨보다 소중할터이니 당연히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수술동의서에 바로 싸인을 하며 나는 게이머이고 다시 인생을 살 것이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면된다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저도 어제 윌과는 다른 결정을 내린 게이머를 보며 미비포유를 생각했었는데 반갑네요.

다락방 2017-12-10 22:54   좋아요 0 | URL
윌의 결정은 이해가 되고 저였어도 그랫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야속하기도 해요. 살아주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죠. 그렇지만 그건 ‘남아있는 자‘의 바람이죠. 그래서 윌의 선택을 뜯어말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책 [다 잘된거야]에도 아버지의 안락사 선택을 어떻게든 뜯어 말리려는 사촌이 나오거든요. ‘경찰에 신고해버릴거야!‘ 라고 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경찰에 신고가 되기도 햇습니다. 사촌이 신고한 건 아니었지만요. 윌과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세상 어딘가에 더 많이 존재할테지만, 책으로 읽으면서 주인공인 윌을 만나버리는 바람에, 윌에 대해 더 아쉽고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클라크를 알기에 더 그런거겠죠.

저는 지금 죽는다면 여한이 없는가, 라고 물었을 때, 아직 못해본 것도 많아서 죽기 싫지만, 그런걸 떠나서도 삶을 계속 살고 싶어요. 당장은 우울하고 슬프고 힘든 일들이 있어서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 살고 싶어요. 더 살아서 계속 삶을 유지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유지하고 싶어요. 저는 생에 대한 욕망이 엄청 강한 사람이구나 싶어요.
말씀하신 드라마에서 나온 게이머처럼,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렇게 삶을 선택하는 게 또 좋으네요. 그런 한편, 윌도 다른 삶을 받아들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원 파인 데이님. 이렇게 다른 걸 보면서도 같은 책을 떠올릴 수 있다니,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우울한 일들로만 연속되는 삶이 아니라는 걸 이럴 때 또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사소한 즐거움 같은 것들이 일상에 더 많이 끼어들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