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뉘엘'은 동생 '파스칼'로부터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병원에 바로 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다다다닥 나가다가, 뉘엘은 자신이 콘택트렌즈를 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올라가 렌즈를 낀다. 그리고 내려와서는 택시를 잡으려다 줄이 길어서 지하철이 더 빠르겠다 하고는 지하철을 타러 간다. 아버지는 괜찮을거야, 자신에게 속삭이다가, 무슨 일이 있었으면 파스칼이 연락을 했겠지, 하다가, 갑자기 아버지와의 어릴 적 일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어서 빨리 병원에 닿기를, 어서 빨리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제 눈으로 확인하길 원한다. 그렇게 지하철 안에서 끊임없이 마음이 소란스러운데,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건다.



나는 덩치 큰 남자 옆에 앉는다.

지하철 신호음, 열차의 문들이 닫힌다.

옆의 남자가 이내 커다란 파리 시내 지도를 펼친다. 남자는 나에게 지도에서 현재 위치를 가리켜달라고 영어로 말한다.

도톰한 광택지 지도가 내 무릎 위에 펼쳐진다. 나는 우리가 탄 지하철 노선에 손가락을 올린다.

지도의 밑에서부터 위까지 관통하는, 장밋빛 스파게티 같은 긴 선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바둑판무늬가 크고 작은 묘지와 십자가처럼 보인다.

땡큐. (p.12)

















낯선 이, 외국인이 내게 지도를 내밀며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는 그 말이, 그 때의 뉘엘에게 가 닿았다는 게 놀랍다. 지금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갔다 해서 렌즈도 빼먹을 정도로 정신이 사나운데, 그 상황에서 낯선 이에게 지도를 같이 보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킬 수 있다는 게, 바로 인간의 놀라운 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평온한 듯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어떤 생각들이 가득할지 모르고, 내가 웃는 듯 보여도 그 안에 어떤 사정들이 뜨겁게 들끓어 오를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일을 하러 가고, 사람들을 만난다. 


뉘엘에게 저 시간 지하철안은, 아니 그게 어디라도, 너무나 힘든 곳이었을텐데, 그런데 다른 이에게 마치 자신에게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위치를 가리켜줄 수 있는 일, 인간이 자신의 인간적 특성의 가장 깊은 부분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저 낯선이에게 지하철 옆자리의 뉘엘은, 그저 파리에 사는 현지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지도를 내밀며 여기가 어디야?라고 물을 때 그에게, '혹시 저 여자에게 어떤 사정이 있어서 지금 정신이 사납거나 하진 않을까?'같은 걸 생각하진 않을테니까. 나는 방향치에 길치이며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디고 저기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낯선 이에게 길을 묻는다. 건대 앞에서도 그랬고 창원에서도 그랬고 대전에서도 그랬고 싱가폴에서도 그랬고 뉴욕에서도 그랬다. 쿠알라룸푸르에서도 그랬고 하노이에서도 그랬다. 그렇게나 자주 낯선이에게 길을 물을 때, 나는 한 번도 내게 길을 알려줄 사람의 개인적 사정 같은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 이 사람의 내면에 어떤 감정이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길을 알려달라는 이방인의 이 '사소한' 질문. 그러니까 나는 이것이 너무나 '사소'해서 상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러나 뉘엘에게, 뉘엘에게는 어땠을까. 뉘엘에게는 지금 일분 일초가 너무나 급하고 초조하고 애가 탔을텐데, 머릿속에 여러가지 기억과 생각과 추억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을텐데, 그런데 지도를 같이 들여다보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짚는 일이, 과연 사소했을까? 


내가 길을 물었던 그 많은 순간에 내게 답을 해준 사람들에게도, 매번 사소했을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준 적이 많았는데, 그때 나는 늘상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지금 여기야' 혹은 '응 저 길로 가서 왼쪽으로 돌면 돼'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그게 인간적 특성인 건 아닐까. 대답하지 않아도 될것이고, 지금 마음이 시끄러우니 '몰라요' 라고 해도 됐을텐데, 그런데 기어코 대답을 해주고야 마는 바로 그 지점 말이다. 나에겐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겐 결코 그 사소하지 않은 순간이, 그 누군가의 배려로 사소함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바로 그 지점. 그게 인간이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이 부분에서 괜히 감동을 받아가지고, 뉘엘, 당신이 대답하지 않아도 아무도 당신에게 뭐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속으로 말했다. 




뉘엘의 아버지는 휠체어를 타야 하고, 여기저기 아프고, 그간의 삶이 행복했고, 지금의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아닌 것 같다. 이제 그 삶을 스스로의 결정으로 끝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딸에게 '끝내게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p.61)고 말한다. 깊은 고민과 대화 뒤에 뉘엘과 파스칼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아 스위스에 가 그 일을 진행하기로 한다. 언제가 좋을지 시간을 정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 단체와 만나 이야기도 나눈다. 그 과정에서 뉘엘은 '스위스 부인'에게 혹여나 결정해놓고 나중에 취소한 경우는 없었는지 묻는다.



어쩌면 베른에 도착하니 아버지 생각이 바뀌어서 우리는 파리로 함께 돌아올 것이다.

나는 스위스 부인에게 환자 중에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는지 물었다. 스위스 부인은 그런 일이 딱 한 번 있었다고 대답했다. 중병에 걸린, 나이가 지긋한 남자였는데 젊은 아내와 동행했다. 부부는 베른 시내로 산책을 나갔고 마지막 저녁을 위해 아내에게 빨간 드레스를 선물했다. 남편은 아내가 드레스를 갈아입는 동안 호텔 바에서 기다렸다.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난 아내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남편은 살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부부는 스위스 부인을 초대헤서 샴페인을 마셨고, 다시 떠났다. (p.211)




아.... 빨간 드레스 차림의 아내가 너무 아름다워서 살기를 결심할 수도 있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구나. 




그런데, 윌은 다른 선택을 했지.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클라크인데, 그런 클라크가 있어도 '자신이 아닌 것 같은' 삶을 끝내려 했었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 얘기다.
















"혹시 이런 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p.388)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클라크, 그런 클라크가 자신의 옆에 있는데도, 윌은 자신의 삶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아니, 이건 내가 원하는 내 삶이 아니에요, 하면서.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도, 그는 그랬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빨간 드레스 입은 아내가 아름다워 살기를 결심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도 있는 거다. 아, 윌 ㅠㅠ



"미안해요. 내겐 충분하지 않아."

나는 그의 손을 내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는 말하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 이번에는 꼭 정확한 단어들을 골라야만 하겠다는 듯이.

"난 그걸로 안 돼요. 이,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이제는 내가 물러설 차례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내'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입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p.471-47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윌의 말을 이해한다. 사고로 신체에 마비가 찾아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으로 인해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싶어졌지만, 그러나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 그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어야 했는데, 스스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는 거. 그렇지만, 그렇지만.... 죽음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남아있는 클라크는, 도대체 그 슬픔을, '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며 죽음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을 보는 클라크는, 어쩌나. 



음... 페이퍼를 쓸 때만 해도 미 비포 유 까지 가져올 생각을 하진 못했었는데... 음.....

아... ㅠㅠ



그러나 윌이 클라크 만으로, 그러니까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라고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클라크의 잘못이 아니다. 클라크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차은주는 자신의 노래 <알 수 없어요>에서 '내가 많이 부족한가요' 라고 떠난 연인에게 물었지만, 박화요비는 자신의 노래 <그런 일은> 에서 '내가 미워졌나요?' 라고 물었지만, 아니, 윌이 자신의 결정을 한 것은 결코 클라크가 부족해서도, 모자라서도, 잘못해서도 아니다. 클라크가 춭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클라크 자체로는 충분하고 완벽했다. 클라크가 거기에서 더 무엇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윌이 원하는 삶은 클라크가 전부인 삶이 아니었던 거다.



제기랄..

인간의 대단함, 위대함, 복합적임 뭐 이런 것에 대해 얘기하려다가 사랑과 이별로 끝나버렸네...





오늘 아침엔 스벅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직원의 얼굴이 보인다. 사실 그간 이 직원분을 볼 때 딱히 어떤 느낌이 있다거나 감정이 들었던 건 아니었는데, 오늘 뭔가 며칠 만에 보니 막 반가워? 나도 모르게, '언제 근무하시는 거예요? 되게 오랜만이에요' 했더니, 그 직원분이 막 웃으시면서 '고객님들이 그 말씀 진짜 많이 하시는데 저 이번 주에 하루 밖에 안쉬었어요' 하더라. 아 그래요? 했더니, '제가 근무중인데 바깥에 나와있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하면서, '내일도 모레도 월요일도 근무할거예요' 하시더라.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나도 막 웃게되고, '오랜만에 뵙게 되니 너무 반가워요' 했다. 나도 모르게 절로 그런 말이 나왔어.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하고 나오는데, 텀블러에 커피를 채워가지고 나오면서 활짝 또 웃게 됐다. 걸으면서도 계속 웃었다. 그리고 직원 분과 대화하느라 빼놨던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으니, 이어폰에서는 '박정현'의 <꿈에>가 나오고 있었지. 이 뭔가 언밸런스한 조화라니.... 노래를 들으니 또 슬프고 감상에 푹 젖어버리는데, 입으로는 활짝 웃고 있었던 나여...





그나저나, 빨간 드레스라...빨간 드레스면... 되는 건가. 당신이 살아갈 충분한 이유 같은 거 말이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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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0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의 스벅은.. 참 좋아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음료를 사먹었죠. 돌체 라떼. 수첩 받기 위한 시도였지만, 꽤 맛난.

다락방 2017-12-08 13:07   좋아요 0 | URL
저도 스노우돌체라떼는 괜찮더라고요. 무지방우유라 좋아요. 물론 아메리카노가 짱이지만요! 우후훗.

비연 2017-12-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Me before you˝를 읽으면서 윌의 저 심정이 이해가 되었더랬어요.
사랑 때문에 살 수 있어... 가 아닌, 내가 나를 바라볼 때 이쯤에서 끝내야겠다는 마음. 그건 사랑과는 별개의.
그래서 좀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아 소설 다시 읽어야겠어요. 요즘 넘 건조한 책만..ㅜ

다락방 2017-12-08 13:1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윌의 심정이 이해가 됐어요. ‘이렇게는 사는 게 의미가 없다‘, ‘이것은 내 삶이 아니다‘ 하는, 그 마음. 사랑말고도 다른 것들이 내게 필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충분치 않은 그거요. 그것도 이해되는데, 그런 한편, 저는 생에 대한 욕망이 강해서 ‘그럼에도불구하고‘ 삶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미 비포 유 읽으면서 이거 소설이니까 그나마 윌이 부자 남자라 이렇게 간병인 두고 살지, 보통 사람에겐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펑펑 울었어요. 나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알겠는데, 서운하잖아요. ㅠㅠ

one fine day 2017-12-0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재밌게 보고있는 미드 굿닥터라고 있는데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주인공 소년이 자폐 외과의사로 나와요. 우리나라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미드지만 원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서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어제 본 에피소드는 자발적 희생이라는 주제였는데 최고 프로게이머가 팔을 쓸 수 없게되서 처음엔 간단한 수술인줄 알았는데 뇌에 종양이 발견되서 곧 죽을 거라는 선고를 받습니다. 프로게이머는 처음엔 충격을 받지만 곧 자기는 정상을 올라가 봤다며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담담하게 얘기해요. 그러면서 담당의에게 당신은 당장 죽어도 좋을 삶을 살고있느냐고 되묻죠. 그순간 저도 자신에게 물었어요. 이대로 죽어도 좋겠느냐고. 그래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한가해지면 읽으려고 사둔 재미난 책때문에 안되겠다라구요. -,-;
이 드라마의 결말은 반전이 있습니다. 수술을 하면 생명을 건지겠지만 왼쪽은 불구가 될거라고 그래도 수술을 받겠느냐고. 프로게이머에게 건강한 팔은 목숨보다 소중할터이니 당연히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수술동의서에 바로 싸인을 하며 나는 게이머이고 다시 인생을 살 것이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면된다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저도 어제 윌과는 다른 결정을 내린 게이머를 보며 미비포유를 생각했었는데 반갑네요.

다락방 2017-12-10 22:54   좋아요 0 | URL
윌의 결정은 이해가 되고 저였어도 그랫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야속하기도 해요. 살아주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죠. 그렇지만 그건 ‘남아있는 자‘의 바람이죠. 그래서 윌의 선택을 뜯어말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책 [다 잘된거야]에도 아버지의 안락사 선택을 어떻게든 뜯어 말리려는 사촌이 나오거든요. ‘경찰에 신고해버릴거야!‘ 라고 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경찰에 신고가 되기도 햇습니다. 사촌이 신고한 건 아니었지만요. 윌과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세상 어딘가에 더 많이 존재할테지만, 책으로 읽으면서 주인공인 윌을 만나버리는 바람에, 윌에 대해 더 아쉽고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클라크를 알기에 더 그런거겠죠.

저는 지금 죽는다면 여한이 없는가, 라고 물었을 때, 아직 못해본 것도 많아서 죽기 싫지만, 그런걸 떠나서도 삶을 계속 살고 싶어요. 당장은 우울하고 슬프고 힘든 일들이 있어서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 살고 싶어요. 더 살아서 계속 삶을 유지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유지하고 싶어요. 저는 생에 대한 욕망이 엄청 강한 사람이구나 싶어요.
말씀하신 드라마에서 나온 게이머처럼,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렇게 삶을 선택하는 게 또 좋으네요. 그런 한편, 윌도 다른 삶을 받아들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원 파인 데이님. 이렇게 다른 걸 보면서도 같은 책을 떠올릴 수 있다니,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우울한 일들로만 연속되는 삶이 아니라는 걸 이럴 때 또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사소한 즐거움 같은 것들이 일상에 더 많이 끼어들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