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영화 《루시아》얘기를 했다. 내가 페이퍼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여자주인공이 남자와 헤어지고나서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가는데, '빠에야'를 주문하자 '그건 2인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여주인공이 먹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 거다. 나는 가뜩이나 애인하고 헤어진 것도 서러운데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게 된 게 너무 서러워서 빠에야에 대해서 '슬픈 음식'이라는 게 확 박혀버렸는데, 주말에 친구들한테 얘기하니까 다들 진짜 모두 하나가 되어 이러는 거다.
"혼자 2인분 시켜 먹으면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친구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애인하고 헤어져가지고 '혼자인 나'에 꽂혀서, '그런데 빠에야는 2인분부터' 이러고 흙흙 서러워, 서러워, 외로운데 서러워, 이랬는데, 그렇게 서러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냥 2인분 시켜서 먹으면 되고, 먹다가 다 먹으면 다 먹고 배 두드리면 되고, 다 못먹으면 남기면 되는 것이여. 뭘 그렇게 감정에 허덕이다가 외로운데 서럽기까지해 우앙- 하고 울음 터져버렸나(주인공은 울지 않았다) 생각하게 됐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혼자 가서 2인분 시켜먹는' 사람의 대표 인물로는 내가 있었다. 내가 그러고 다니는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올해 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 혼자 식당에 가서는 '락사'도 먹고싶고 '캉콩'도 먹고싶다 으아아아악- 욕망에 시달리다가, 에라이, 둘 다 시켜 먹지, 내가 언제 여기와서 이걸 또 먹을 줄 알고, 먹을 수 있을 때 다 먹어!! 이렇게 됐던 것.
둘다 먹어보는데 엄청 맛있어가지고,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나는 맥주도 시켰던 것이야!!
여기가 천국....
아, 근데 내가 이 얘기 하려던 게 아니고,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왜 ... 아 근데. 혼자 가서 뽀지게 시켜서 잘 먹는 거, 저 때 말고 또 했었는데? 을지면옥에 혼자 가가지고 평냉 시키고 제육 시키고 소주 시켜서 혼자 따라마시던 일.... 내가 그런 거 하는 여자사람이다. ㅎㅎㅎㅎㅎ
히히. 보기만 해도 넘나 좋으네. 오늘 집에 가다 순대국 먹을까? 순대국에 또 소주가 딱이지!
아아, 자 그러니까 나는 《고마워 영화》라는 영화 관련 책을 읽다가 책을 사고 싶어지는 것이다. 네?
영화 《실비아》관련 글에서, 책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언급되는 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남성에 집착하는 게 병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그게 여덟 살 적에 목도한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여성이 갖지 못한 것을 태생적으로 지닌, 상대적으로 우월한(우월하다고 학습된) 남성에 대한 질투심도 작용한다. 그 사실은 영화에서 언급되지 않지만 이 영화의 토대가 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The Journals of Sylvia Plath>를 보면 영화에선 과감히 삭제된 스미스대학 시절의 그녀 내면세계를 읽을 수 있다. 1950년에서 1962년까지 적어 놓은 실비아의 일기를 이렇게 자서전 격으로 묶어낸 사람은 그녀가 한눈에 반한 후 '사악한 약탈자'라고 칭한 테드 휴즈다. (p.286)
실비아란 영화를 보면서 당연히 실비아 플러스의 일기를 떠올리는 그 순간의 기분은 어땠을까. 나는 둘 다 보지 않았으면서, 하나를 보면서 다른 하나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그 순간의 기쁨에 대해 생각한다. 이래서 많이 보고, 읽고, 듣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그 하나로만 보고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하나를 혹은 둘이나 셋을 소환해낼 수 있다는 거. 그게 우리가 차곡차곡 읽고 듣고 보는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는 《벨자》를 사두고 아직 읽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읽고 싶어지는 거다. 벨자보다 이게 더 좋을 것 같아! 하는 생각으로. 그래서 검색해보았다.
그런데...709쪽이나 된단다. 그래서 아, 잠깐만...보류...... 하고 말았지 뭐야? 왜냐하면 나는 지금 《제2의 성》도 넘나 무거워....380쪽 정도 읽고 있는데 무겁다... 두꺼워..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이 책은 전자책으로도 있으니 오오, 전자책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여러분 전자책 대여는 7,800원이닷!!!)
고마워 영화를 읽다가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읽고싶어졌다면, 제2의 성을 읽다가는 스탕달을 읽고 싶어졌다. 보부아르가 이 책에서 멍청한 작가들 죄다 까는데, 스탕달은 아닌 것이야!! 발자크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친구가 발자크의 여성비하에 대해 발자크 책 읽으면서 막 얘기해줬었는데, 보부아르도 엄청 발자크 뭐라 한다. 읽다보면 발자크..쯧쯧 하게된달까. 발자크도 그런 면에서 한 번 읽어야겠다 싶은데, 스탕달..스탕달이 그랬다고?
여기서는 여자가 단순히 타자가 되어서는 안 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여자는 그 자신이 하나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스탕달은 결코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에서만 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여성 인물에게 그녀 자신의 운명을 빠짐없이 부여하고 잇다. 그뿐 아니라 더욱 희귀한 일을 시도했다. 그것은 어느 소설가도 일찍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런 시도로, 자기 자신을 한 여성인물 속에 던져 버린 것이다. (p.319)
내가 꼬꼬마 시절에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었었는데, 이게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줄거리는 남아 있지 않고, 총각이 어떤 부인을 좋아했던 것 같은.... 데..... 집에 적과 흑 있으니까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희귀한 일'을 시도한 작가라니. 오, 멋져. 내가 스탕달을 다시 읽어주겠다. 유명한 고전이란 거 읽으면서 남자작가들한테 실망하고, 2017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슬프게 깨닫는 한 해였는데, 스탕달을 읽으면 조금 바닥을 밀고 올라올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그 뭣이냐, 발자크에 대한 부분도 잠깐 보고 가실게요~ 본문에 대한 각주로 나온 부분이다.
발자크의 《결혼의 생리》참조. "여자의 불평·외침·고통을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자연은 여자를 우리가 쓰도록 만들었소. 여자는 어린아이·고뇌·남자의 주먹·고통을 다 감당하게 되어 있소. 냉혹함을 자책하지 마시오. 자칭 문명국의 모든 민법전(民法典)에, 남자는 여자의 운명을 규정하는 법률을 다음과 같은 피 어린 서론 밑에 제정하고 있소. '약한 자여! 불행할지어다!'" (p.328)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째서 왜때문에 루이 랑베르 사고싶지...집에 나귀가죽 있는데.... 난 없는 게 뭐지?
(너!)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엄마가 이번 토요일에도 외출하냐 물으셨다. 왜? 물으니, '너 바쁜 것 같아서 주말만이라도 좀 집에서 푹 쉬라고' 하시더라.
- 엄마. 나 토요일에 아침에 운동갔다올건데 점심에 맛있는 거 먹을까?
- 그러자.
- 그리고 집에 와서 한 숨 잔 다음에 저녁엔 술마시자.
- 야, 너 그러다 간 상해.
- 아니야. 낮에 갈비찜이든 만두전골이든 거기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집에 와서 한 숨 자면 다 회복돼. 그리고 저녁엔 와인 마시자.
엄마는 아침부터 빵터져서 깔깔깔 웃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올리브랑 치즈는 사놨으니까, 저녁 메인 안주는 뭐로 할까. 후훗. 뭘 한 번 만들어본담? 후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