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줌파 라히리의 단편 <지옥 천국>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 페이퍼에서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ㅋㅋ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다. 벌써 이 역에서 마주친 게 내 기억에만도 세 번이야. 진선미 의원님 좋아하므로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며 인사했는데, 항상 돌아서고난 후에 후회를 했다. 으윽, 뭐라도 드릴걸, 으, 이 말을 좀 할걸, 으,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래서 어제는 일단 인사한 다음에, 아 뭐라도 드리자, 라고 생각하고 가방을 열었지만 드릴만한 게 1도 없었던 슬픔의 새드니스...하다못해 초콜렛이라도 들어있지 그랬니, 가방아... 어째서 읽다만 책 두 권만 들어있어 ㅠㅠ 그래서 잠깐 '이 책을 꺼내서 드릴까?'생각하다가, 관뒀다. 그렇게 인사만 하고 돌아서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치킨 주문하려던 걸 잠시 멈추고(네?), 다시 돌아가서 , '제가 항상 뵀어도 사진을 못찍었는데 찍어주실 수 있나요?' 여쭸다. 의원님은 '제가 감사하죠' 하면서 옆으로 오라고 하셨고, 심지어 팔을 이렇게 내밀어 주시며 '팔짱 끼세요' 해주셨어. 힝 ㅠㅠ 그래서 아무튼간에 내가 사진을 찍는데, 아마도 보좌관인건지.. 옆에 계신 직원분이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고는 '저희 걸로 찍을까요?' 하시길래, '아뇨 제 폰으로 찍어주세요' 하고 내 폰을 내밀었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사진을 찍었는데, 직원분이 '저희걸로도 찍을게요' 하고서는 또 찍으셨어. 여튼 그렇게 나는 사진을 찍은 것이다.





내가 진짜 연예인 봐도 사진에 관심 1도 없는 사람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선미 의원님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이런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찍고 너무 흥분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원합니다, 지지합니다 뭐 이렇게 생각나는 흔한 멘트만 쳤는데 ㅠㅠ 돌아서면서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이 막 떠오르는 거다. 후원했다고도 할걸(작년엔 안했지만), N번방 신경 써달라고 할걸... 으윽, 아쉬운 거 투성인거다. 아무튼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 갑자기 천국에 간 기분이 되어서 매우 기분이가 좋구나~ 나는 그렇게 이 사진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축하(?)를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너가 좋아하는데 잘됐구나'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엄마였다. 그쪽도 그쪽 카메라에 내 사진을 찍어갔다는 걸 안 엄마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



"야, 이제 진선미 의원실에서 전화오겠네."

"그치."

"도와달라고 너 스카웃 하겠구나."

"일이 그렇게 되는거지."

"너 직장 때려쳐야겠네."

"응."

"그러다 니가 국회의원 되는걸로 마무리 되겠네."

"엄마 생각도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다시 정신 차리고 치킨 시켜가지고 와인 꺼내와서 축배를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킨은 예정에 있었음)




어제는 잠자리에 들어서 '매우 좋은 하루였다' 하게 되었는데, '아 다 좋으네' 하면서 그 기분을 오늘까지 유지시키고자 오늘 핸드폰의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아니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들이 진선미 의원님을 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미럴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나는 진선미 의원을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상상을 못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내가 사진을 보여주자 다들 저 사진속의 코로나 예방에만 신경을 쓰는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들이 호응을 안해. 그래서 내가 '진선미 의원 몰라요?' 물어보니 다들 네.. 한다. 하아. 자랑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하아. 시무룩. 털썩.



내가 일전에 이런 페이퍼를 쓴적이 있다. ☞ https://blog.aladin.co.kr/fallen77/5595062


이 페이퍼 속에는 내가 쓴 이런 구절이 있다.


<영화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밀란 쿤데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으스댈 수 있었던 것은, 밀란 쿤데라가 어떤 사람인지 여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밀란 쿤데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백 번 말한들 무슨 소용일까. 이게 얼마나 으쓱한 일인지 도무지 알아줄 수 없는데.>


이 페이퍼를 2012년에 썼던데, 아아, 나란 얼마나 현명한가. 세상 살아갈 모든 지혜를 살면서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나는.. 정말 대단해. 나는 짱이야!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좋은 하루였다', '좋은 하루의 마무리였어' 할 수 있었던 건,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책친구들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학책을 같이 읽는 친구들과는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제 그 중 한 명이 '요즘 참 좋다'고 하는거다. 책을 읽고 거기에서 오는 것들을 같이 이야기나눌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나는 그 친구가 이 분위기, 이 모임의 성격 자체를 스스로 좋아하는 게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같은 걸 느끼는 일은 사실 누구나에게 언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같은 상황이어도 그걸 깨닫지 못할 수 있고, 같은 상황이어도 그 분위기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 책 얘기하는거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고 말할 수 있다니.. 정말 좋잖아! 내가 참 잘했다...(다시 셀프칭찬하기)

어제는 정말이지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사실 궁극적으로 바라는 형태의 친구가 아닐까. 어제는 내 삶이 참 다행한 축복들로 이루어졌구나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내게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있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은 여성학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


여러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가 이렇게나 좋습니다.

내가 이걸 하다니...............





















아, 지옥천국!

지옥천국에 대해서 얘기해야지, 까먹지 말고.
















어제 정희진쌤의 신간 1권을 읽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2권까지 나와있는 상태. 으응, 이거 1,2권이구나, 해서 두 권을 다 샀고 뭐 먼저 읽을까 하다가 1권 먼저 시작했는데, 여러분...

이 시리즈 5권까지 나온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앞으로 살 것이 세 권이나 더 나온다는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기분 뭔쥬알죠. 좋으면서 싫은거.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 읽을 수 있다니 너무 좋은데, 그거 다 돈주고 사야하니까 또 막 좋기만한건 아닌 그런 기분. 작가를 응원하며 계속 써주길 바라는데, 그런데 계속 쓰니까 계속 사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지옥천국이구나, 하였다. 우걀걀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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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3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2-14 10:03   좋아요 0 | URL
저도 진선미가 강동구 의원이라 너무 좋아요! ㅎㅎ

테레사 2020-0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에 들어있는 것이라곤, 읽다만 책 두권이라니....ㅎㅎ 역시 다락방님 답네요. 저는 읽다만 책 한권과 바나나, 브로콜리, 시금치와 그것들에 뿌려먹을 참깨드레싱을 가지고 있었는데...아 ..가방아..나의 가방아...

다락방 2020-02-14 10:04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간식도 가방에 막 있고 그러는데 이 날은 없었네요. ㅋㅋㅋㅋㅋ
바나나만 들어 있었어도 꺼내서 드릴 수 있었을텐데.. 으으...

blanca 2020-02-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다락방님이 정말 부러워요. 저는 벼르고 별렀던 대장내시경의 충격적인 여파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살도 더불어 한 3키로 빠졌다지요. 몸이 안 좋으니 세상만사 다 우울하네요. 다락방님이라도 행복하고 활기찬 하루 보내고 계시니 대리 만족됩니다.

다락방 2020-02-14 10:05   좋아요 0 | URL
아, 그 힘든 대장내시경 말씀이십니까! 대장내시경 할 때보다 하기 위해 약 먹는 게 너무 고통스럽지 않나요? 그 포카리스웨트맛의 약... 먹으면 너무 춥고...
몸 안좋으면 정말 급속하게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어서 빨리 컨디션 회복하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ㅠㅠ

vango 2020-02-1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방엔 뭐가 들어 있을까나?

텀블러 독서대 다이어리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쬬꼬렛

다락방 2020-02-14 10:06   좋아요 0 | URL
독서대 까지 들어있다니.. vango님 가방도 제 가방 못지않게 무겁겠어요! >.<

카스피 2020-02-1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좋아하시는 정치인과 사지을 찍으셨다니 넘 좋으셨겠네요^^

다락방 2020-02-17 13:44   좋아요 0 | URL
네 무척 좋았답니다. 흐흐

잠자냥 2020-02-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국회의원 나오시면 제가 이사를 가는 한이 있더라도 락방 님 지역구로 가서 1표 찍어드릴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17 13:45   좋아요 1 | URL
아니, 잠자냥 님! 이런 아름다운 댓글이라니요. 제가 잠자냥 님의 표를 얻고 싶어서라도 국회의원에 나가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트윗에서 저를 블락한 사람이 5백명도 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냥 조용히 책이나 읽는 사람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

잠자냥 2020-02-17 14:09   좋아요 0 | URL
블락 500명에서 커피 뿜을 뻔했어요. ㅋㅋㅋㅋㅋ 원래 인기 많은 분이 미움과 질시도 많이 받는 법. ㅎㅎㅎ아무튼 아쉽네요. 락방 님이 나가시면 여성 문제 해결에 누구보다 앞장서실 거 같은데... 다음에 진선미 의원님 또 만나면 N번방 사건 신경 꼭 써달라고 말씀드리세욧~!!

다락방 2020-02-18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안티 많을 타입이라는 건 알지만 오백명 이상이 저를 블락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시대의 미움꾼입니다,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요, 잠자냥 님. 털면 먼지가 엄청나게 나는 사람이라 정치권엔 발을 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럼 이만.....
 
에티오피아 구지 모모라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커피 좋아하는 여동생에게 홀빈 상태로 보내주었다. 원래 에티오피아 원두가 산미가 좀 있다는데, 식을수록 그게 더 강해진다고. 가볍고 산뜻하지만 지난번에 선물해준 동백이 더 좋다고 한다.


커피 직접 분쇄하고 핸드드립으로 내려먹는 제엄마 때문인지 초등학생인 조카도 커피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블렌딩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ㅋㅋㅋㅋ 아니 쪼꼬만게 커피 마시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블렌딩인지 싱글인지를 아는거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는 커피박사. 이 아이는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까? 너무 짜릿해!




- 이상 커피 리뷰가 아니라 조카자랑 이었습니다. 엣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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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20-02-12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조카분이 향을 맡고 블렌딩 여부를 맞추다니 와....

다락방 2020-02-12 16:39   좋아요 1 | URL
저도 모르는 걸 초등학생이 파악했네요. 진짜 신기했어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2-1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구지 모모라가 좋고 동백꽃은 별로야 했는데 동생 분이랑 완전 정반대 취향이에요. 향미 전문가 조카님 귀엽네요.ㅎㅎㅎ

다락방 2020-02-12 16:40   좋아요 1 | URL
저는 둘다 안마셔서 모르지만 사실 마셨어도 딱히 잘 몰랐을 것 같아요. 저는 심하게 맛없는 커피에 대해서만 맛없다... 요정도만 가능합니다. 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0-02-1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에헴 조카자랑하는 깜찍한 락방님

다락방 2020-02-13 09: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아무래도 자랑질을 숨길 수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겸손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을 안사리라 1월달에 결심했지만, 2월달에도 어김없이 책을 사고 말았다. 오늘 도착한 책은 이렇게 9권인데 이중 세 권은 선물 받은 것이고 여섯권은 내가 산 것. 어쨌든 다 오늘 도착했고 이렇게 쌓아놓고 보니 세상 근사하다. 언제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이 책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내가 산 책들중 몇 권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겠다. 왜 샀느냐 하는 변명.. 같은 거랄까.




그제였나, 텔레비젼에서 아기를 보았다. 예능 프로였는지 광고였는지 모르겠는데, 작은 아가가 너무 예뻐서

"으앗, 아가들은 정말 너무 예뻐!"

라고 나도 모르게 말했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너는 그렇게나 애기들 예뻐하는데 네가 낳고 싶진 않니?"

물으시는 거다.

"엄마..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애를 낳아...어떻게 감당해..."

라고 말한 뒤에 좀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말했다.

"엄마, 나는 겁이 많아서 내가 아기 낳아서 키우는 건 못하겠어."

그러자 엄마는

"니가 무슨 겁이 많니? 겁도 없는 애가?!" 하셨다.

일전에도 내가 무언가 무섭다고 말하자 엄마는

"너는 남자는 안무서워하면서 저건 무섭니?" 했더랬는데, 엄마에게 나는 딱히 겁나는 게 없는 사람인것인가...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에 겁이 난다는 건, 아기 낳는 게 겁난다는 게 아니다. 그 아이가 자라는 동안 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에 대해서 겁이 난다는거지. 사소한 부주의로 다칠까봐 그리고 아플까봐. 아이들에 대해서라면 나는 정말이지 걱정이 많다. 겨울왕국도 보다 끈 사람이여 내가...


아,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 토베 얀손하고 무슨 상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책을 주문하면서 '조카랑 같이 읽을 책'을 사고 싶었다. 종종 그렇게 한두권씩 넣고 내가 먼저 읽은 다음에 조카에게 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책을 사고 싶었던 것. 그러다 마침 오래 보관함에 있었던,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이 딱 보이는 게 아닌가. 오, 이 책이라면 괜찮겠다. 게다가 할머니와 손녀 이야기라는데, 우리 조카는 할머니를 매우 사랑해. 아웅. 얼른 읽고 조카에게 줘야지.




몇년전 처음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겼을 때, 참 부지런히도 정희진,권김현영, 한채윤의 강의를 쫓아다니고 또 글도 읽었다. 정말 열심히 그랬어. 그랬건만, 언젠가부터 권김현영과 한채윤의 글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 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읽으면 뭔가 읭? 스러운 것들만 자꾸 보여서... 뭐랄까, 내가 처음 공부했던 그 때로부터 아무것도 더 확장되지 않는 것 같은, 고정된 이미지랄까. 몇 년전에 그들에게 막 달려갔다면 지금은 그들을 지나쳐서 내가 또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이상 한채윤과 권김현영의 글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희진 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정희진 쌤에 대해서도 간혹 '흐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정희진 쌤의 글에 대해서라면 여전히, 나를 움직이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여전히 나에게는 어쩔 수 없이 가장 똑똑한 사람중 한 명이고, 그래서 정희진의 글이라면 놓치고 싶지가 않다. 게다가 정희진 단독저자라니, 너무 좋다!! 단독저자로 나온 책이라면, 바로 사야지! 그렇게 나는 거침없이 질렀다.






윤김지영 쌤의 역서다.

윤김지영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물론 나는 강의 듣는 사람으로) 여러가지로 흥분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난다. 어릴 때부터 '이건 왜그러지?' 라는 의문을 품었다가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그래서 철학 공부를 하기위해 프랑스로 간 사람. 크-

윤김지영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나는 창원까지도, 부산까지도 갔더랬지.

항상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한껏 귀담아 들어주시고 계속 부지런히 공부하고 일하신다.

이렇게 역서가 나온 게 바로 그 증거.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한 달에 한권의 책을 정해두고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한 것 같아 계속 다른 여성학 책들을 읽고싶어진다. 그렇게 집에 여성학 책들이 쌓여만 가는데, 그게 나쁘지 않다. 누군가 내 책장에 와 본다면 내 책장만으로도 아마 나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함께온 '캐슬린 배리'의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도 어서 읽고 싶어서 미치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읽고 싶어 미치겠는 책이 너무 많은 것이 함정... 으하하핫.


아무튼 책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도착해서 매우 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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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2-11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베 얀손 책은 ... 어른책 같아요. 동화나 아름다운 섬 생활 이야기랑은 좀 거리가 있어요. 전 재밌게 읽었어요.

다락방 2020-02-11 15:18   좋아요 0 | URL
앗.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네요. ㅠㅠ

그렇게혜윰 2020-02-1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가릿애트우드 좋아하는데 저 시리즈는 표지가 맘에 안들어서ㅠㅠ 내용은 분명 좋겠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19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때문인지 어쩐지 안끌려 안사고 있었는데 며칠전 단발머리님 페이퍼 보고 샀어요. 아아, 알라딘이란... ㅋㅋ

그렇게혜윰 2020-02-11 15:20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곧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질 것 같아용.....답정구매

다락방 2020-02-11 15:2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답은 언제나 구매...였던 겁니다..

단발머리 2020-02-11 15:4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2권은 홍수의 해, 3권은 미친 아담이라고요~~ (후다닥!)

다락방 2020-02-11 15:46   좋아요 0 | URL
세상에... 제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겁니까. 시리즈에 발들인거란 말입니까!?

단발머리 2020-02-11 15:47   좋아요 0 | URL
그그그...그러하옵니다! 서로 얼만큼 연결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48   좋아요 0 | URL
책지옥이네요.. 아니면 애트우드 지옥인가........그러나 그런 지옥이라면 나는 좋네......

그렇게혜윰 2020-02-11 15: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3부작인 줄 모르셨구낭 ㅋㅋㅋㅋ현명한 소비자인 줄 착각할 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11 15:50   좋아요 0 | URL
제가 책소비할 때는 특히나 더 현명함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2-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너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처음 보는 책도 많네요. 여성혐오의 시대,가 눈길을 끄네요@@

다락방 2020-02-11 15:47   좋아요 0 | URL
여성혐오의 시대는 안그래도 제가 눈독들이던 책인데, 트윗에서 제가 신뢰하는 엄청난 여성학책 독서가분이 읽고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거침없이, 고민없이 질렀습니다!!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다 읽으면 감상 쓸게요. 물론 그전에 단발머리님이 먼저 읽으실지도 모르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2-1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책>은 유부만두 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ㅎㅎ 조카가 어른 되고 읽으면 좋아할 것 같아요. 아니면 적어도 고등학생쯤 됐을 때? ㅎㅎ (땡스 투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0-02-11 15:58   좋아요 1 | URL
아 그렇단 말입니까... ㅠㅠ 슬프네요. 재미없는 해리포터나 계속 읽어야겠어요 ㅠㅠㅠ
(땡스 투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잠자냥 님을 알라딘 재벌로 만들어드리는 게 제 꿈입니다.)

얄라알라 2020-02-1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쌓아놓으신 책의 페이지를 다 더하면 2000? 1000?

친해지고 싶은 책들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0-02-14 14:34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페이지수 다 더하면 3천도 훌쩍 넘을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요가 좀 합니다 - 일만 알던 내 몸이 요가를 부를 때, 퇴근길에 인도까지
백서현 지음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아침에는 의욕적으로 '오늘은 요가를 가겠어!' 라고 결심하지만, 퇴근이 가까워올수록 '가지말까'하는 마음이 크게 생긴다. 새벽 다섯시 이십분에 일어나 시작하는 하루는 내게 너무나 길고 오후 세네시경이면 이미 지쳐있다. 그런참에 퇴근하고 요가센터로 간다는 건 사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갈까말까 고민하는 내게 여동생은 '그냥 가' 혹은 '그냥 가지마' 라며 그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나는 어렵기만 하다. 이런 나의 고민에 매일 요가를 하는 지인은 '그냥 매일 다니는 걸로 바꿔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4회를 갈 수 있는데 이 4회를 꽉 채워 가는 날은 드물다. 그렇게 4회로 정해 놓으니 고민하게 된다며, 매일 가는걸로 바꾸면 그냥 매일 가게된다는 거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플랭크 한달 도전도 매일 하기 때문에 '오늘 할까말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해야한다'뿐이었지.. 아아, 그러나 나는 매일 요가를 가는 건.. 아직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다. 일주일에 네 번도 힘든데...



어제 아침도 요가복을 가방에 쑤셔넣고, 오늘은 갈등없이 퇴근 후 요가에 가리라 마음 먹었지만, 하하하하, 퇴근 무렵부터 갈등이 오기 시작했고, 그렇지만 나를 추스리며 간신히 간신히 센터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어라, 복도가 깜깜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요가 센터의 문은 왜 닫혀있지? 나는 내가 내린 층이 내가 내려야할 층이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 맞았다. 요가센터의 문을 열어보니 온통 깜깜했고, 코로나 때문에 이번주 휴관이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아니, 그러면 진작 회원들에게 문자 메세지를 넣었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이건 보냈을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못본 게 아닐까' 싶어서 내 핸드폰을 훑어보았다. 하아, 역시나 금요일 저녁에 휴관할거란 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나는 걍... 안봤어 문자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왜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왜냐하면, 그건 말이야, 내가 가기 싫어 안간게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못간 거니까. 집에 돌아가니 엄마는 내 표정이 신나보인다 했고, 나는 엄마, 제부가 선물해준 와인 마시자~ 하면서 와인을 마셨... 요가 아니면 와인이라니, 이런 극단적인 삶이여...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 위로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아, 최근에 재등록을 앞두고 요가를 다시 등록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나는 반드시 다시 등록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그렇지 않으면 진짜 꼼짝도 안하는 사람이겠어... 그나마 요가센터에 등록해뒀으니 억지로라도 몇 번 가서 몸을 움직여주는 게 가능했다. 쓰지 않았던 근육들에 힘을 주고 쫙쫙 펴주는 게, 그나마 센터에 가기 때문에 가능했어. 집에서 혼자서는 결코 하지 않고, 이것봐라, 매일 술이나 마실 것이여...




침대에 앉아서는 '백서현'의 [요가 좀 합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요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요가책은 읽어줘야 나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백서현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안좋아졌고 그래서 요가를 하게 되었다 했다. 3년쯤 하다가는 요가를 더 잘 하고 싶어져서, 아아, '미리 마음먹지 않으면 찾아가기 어려운 인도의 끝(p.161)' 인 인도의 케랄라에 가 요가를 하기로 결심하는 거다. 잘하고 싶은 마음, 좀 더 알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고 싶은 마음을 나는 언제나 너무 응원하고 좋아해서, 그런 사람들만으로 내 주변을 채우고 싶은 사람이라서, 그래서 아아, 너무 좋다, 그래, 가라, 인도든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가 원하는 수련을 해라,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인도는 '더운' 나라고, 나는 더운 나라를 몹시 좋아하는 터라, 갑자기 얼른 베트남에 가고 싶어졌다. 인도에 갈 마음은 아직까지 잘 생기질 않아서 베트남에 가고 싶었어. 마침 호치민에 혼자 가려고 비행기표를 예매해둔 터라, 얼른 그 날이 오라고 바라면서 이 책을 읽었다. 나도 더운 나라 가요, 가서 땀흘릴거야. 그렇지만 요가는 안하지..



예전에 요가 수업 때 일주일에 한 번쯤 만나던 선생님은 내게 요가 지도자과정을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 했었다. 그때는 어쩐일인지 다른 회원들이 오지 않아 선생님과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1 수업을 하고난 다음이었다. 선생님,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저 이렇게나 못하는 게 많은데요.. 선생님은 '아사나는 계속 노력하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때가 오는 거고, 그보다는 요가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게 그 감각이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예전부터 한 번 권하려 했었다고.



선생님... (눈물이 그렁그렁)



그러나 나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에서도 지도자과정(TTC)에 대해 나오는데, 지도자과정이라는 것은 내가 지금하는 것처럼 퇴근하고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 한시간 수업하는 걸로 되는 게 아니다. 정말 요가가 좋고 잘하고 싶다면, 그래, 인도에 가서 하는 것도 답일거야, 생각했지만, 그래서 '나도 언젠가 퇴사하면 요가에만 집중하는 TTC 과정을 밟아볼까' 하였지만, 하하하하. 나는 백서현이 이 책을 통해 알려준 인도의 요가 시간표를 보고서는 인도에 가지 않을 것이고 지도자과정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퇴사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아침 이른 기상인데, 뭣이여, 요가를 할 때도 이렇게나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퇴근 후 지친몸을 이끌고 가는 요가는 언제나 갈까말까 고민의 대상이 되지만, 하하하하, 저것은 무리입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요가를 좋아하는 건 아닌가보다.


지도자과정은 수련을 많이 하고 이론도 공부하는 만큼 교육비가 많이 든다. 나는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 때 선생님이 내게 지도자교육을 권한 건, 내가 돈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응?)

농담입니다.




센터에 다니다보면 선생님들이 길게 휴가를 낼 때가 있다. 휴가후 돌아오면 다들 스페인에 가서 요가하고 왔다, 발리에 가서 요가하고 왔다고 말들을 하더라. 자신이 이미 잘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노력한다는 것은 역시나 짜릿한 일이다.



이 책속에서 백서현은 요가한지 3년이 되었는데도 안되는 자세들은 여전히 안된다고 말한다. 크-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백서현 역시 대부분의 요기니들처럼 머리서기를 하고 싶어하는데, 인도에서 한달간 집중 요가할 때도 되지 않았던 것이 돌아오고 나서 되었다고 한다. 그건 아마도 그 집중훈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다. 나도 집중하면, 그러면 뭐든 될까. 지금은 다리찢기 하고 싶은데 연습 너무 안하나.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내가 요가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너무 적지 않은가.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걸까.



요가를 하면서 많은 동작들이 여전히 안되는데, 특히나 비틀기가 안될때면 '내가 너무 많이 먹나', '내가 너무 고기를 먹나'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꾸로 활자세가 되지 않을 때는 선생님께 '제가 뱃살이 너무 많아서 안되나요' 묻기도 했다. 선생님은 꼭 그런 건 아니라며(꼭 그런 건 아니면 그럴 수도 있긴 한거잖아요?), 손에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각을 찾기만 하면 금세 될거라고. 저..예전에 다른 선생님이 감각 있다 그랬는데.. 감각 없었나봐요.....역시 돈 때문이었나.. 킁.


요가를 시작하면서 다른 여러가지 상황들과 맞물려 '먹는 양을 줄이자', '가급적 고기를 먹지 말자', '하루에 두 끼만 먹자' 생각하였다. 몸이 가벼워지면 요가가 더 잘될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백서현도 요가를 할 때는 먹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하루 세 끼'가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정답은 아니다. 자신의 일과 생활에 어울리는 식이법은 스스로 찾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아침을 잘 먹는 게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는 데 중요한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1일1식이면 충분하게 느껴진다.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면 10시쯤 첫 끼를 먹고, 4시쯤 두 번째 끼니를 먹는다. 세끼를 먹을 때는 아침엔 간단한 주스를 마시고 점심은 골고루 배부르게 씹는 음식을 먹고 저녁은 건너 뛰거나 요거트를 먹는다. 물론 약속이 있다면 지키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이 정도가 몸의 바이오리듬이 가장 좋다고 느낀다. (p.124)



적게 먹는 것도, 두끼로 줄이는 것도, 고기를 안먹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매운 거 좋아하고 술과 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아아, 나는 요가 잘하긴 틀린거야.. 나는 다리찢기를, 까마귀자세를, 머리서기를, 거꾸로 활자세를... 할 수 없는 사람이란 말인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백서현의 [요가 좀 합니다]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요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가를 하고 싶어서 인도까지 갈 열정 같은 게 내게는 없었다. 이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아. 그렇다면 잘 할 수도 없는 거 아닐까.

그렇지만 모두가 언제나 알고 있었던 진실,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새겼다.

그리고 지금보다 적게, 가볍게 먹어야 한다는 것도.


아사나(자세)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랄까 나는 좀더 일상적인 것에 가까운 요가 에세이를 원했는데, 이 책은 요가일상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인도에서 좀 빡세게 요가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훨씬 더 적절할 것 같다. 인도에서 하는 요가에 매우 집중되어 있는 책이다. 인도에서 요가하고 싶은데 정보가 필요하다면 이 책은 매우 도움이 될것이다.






요가는 마음의 상태를 통제하는 것이라니.

난.... 요가를 잘 못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성장을 원하는 요가 선생님들은 다양한 곳에서 여러 번 TTC를 하거나 계속 새로원 워크숍에 참여하고 공부하면서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 P48

2013년 취업을 하고 그해 요가를 시작해서 약 4년이 흘렀다. 중간중간 게을렀던 기간을 제외하면 3년간 반복해서 매트 위에 섰다. 덕분에 많은 동작의 구조나 의도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몇 동작들은 여전히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헤매고 있었다. 그 불균형을 깨기 위해서 뭔가 새로운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는 정말 달라지고 싶었다. 하루를 쪼개서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곳에 쓰고 남는 시간에 겨우 요가원에 들르는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살아 보고 싶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요가의 세계는 넓고 나는 작은 우물 안 올챙이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을 때 호기심은 갈급함으로 이어졌다. - P64

작은 매트 위에 쌓아 올린 완벽한 나의 세계에서 숨을 마쉬고 내쉬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면 고통의 감각도 정신의 산란함도 없다. 원하지 않는 일들로 가득찬 하루의 모든 시간 중 유일하게 복잡한 생각, 다른 사람의 시선, 앞으로 해야 할 일 같은 건 덜어내고 나를 위해 의식적으로 사는 잠깐의 시간. 아사나를 수련하기만 해도 삶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치유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가장 단순한 것들로만 채워진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엔 순수한 평화가 깃든다. - P108

요가 호흡의 목표는 좋은 공기-산소를 더 많이 받아들이고 몸에 남은 찌꺼기-이산화탄소를 최대한 바깥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느리고 깊은 호흡은 우리가 정신적/감정적 안정 상태에 도달하도록 도와준다. - P117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하루 세 끼‘가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정답은 아니다. 자신의 일과 생활에 어울리는 식이법은 스스로 찾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아침을 잘 먹는 게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는 데 중요한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1일1식이면 충분하게 느껴진다.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면 10시쯤 첫 끼를 먹고, 4시쯤 두 번째 끼니를 먹는다. 세끼를 먹을 때는 아침엔 간단한 주스를 마시고 점심은 골고루 배부르게 씹는 음식을 먹고 저녁은 건너 뛰거나 요거트를 먹는다. 물론 약속이 있다면 지키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이 정도가 몸의 바이오리듬이 가장 좋다고 느낀다. - P124

요가는 살생을 금지하는 아힘사 정신을 기본적으로 따른다. 죽은 동물의 육체를 먹는 것이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연히 커피와 술도 금지다. 마음을 산란하게 해 요가 수행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맵고 짜고 달고 튀겨 부풀린 음식을 먹으면서 몸이 편안해지길 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 P126

하루 온종일 수련하는 삶을 몇 주간 계속하다 보면 그간 어려워했던 아사나를 갑자기 하게 되는 등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기도 한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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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0-02-1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왔는데 주변엔 요가를 할 곳이 없네요....물론 있을 때도 드문드문 다녔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18   좋아요 0 | URL
저도 일주일에 세 번 가면 많이 가는 겁니다...☞☜

han22598 2020-02-1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 일주일에 2~3번하는데...물론 대부분 2번을 해요 ㅎㅎ
저도 갑자기 수영장 문 닫는 날이 가장 기쁘고 뿌듯합니다 ^^

다락방 2020-02-12 07: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요? 뭔가 합법적으로(?) 안가는 거라서 마음이 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주아 2020-03-2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갖인상적이네요..일상생활에서 묻어나는 요가글을 보고싶었는데 열정가득한 사람이 봐야하는것같아서 구매고민중인데..잘하고싶은마음은커요 인도까지 가고싶진 않아서.,

다락방 2020-03-29 12:56   좋아요 0 | URL
저도 인도까지 가고 싶진 않아서 말입니다. ㅎㅎ
요즘은 텔레비젼에서 <요가소년> 보면서 가끔 따라하고 있어요. 어제는 수리야 a,b 세트 열번씩 따라하고 근육통 있습니다. ㅎㅎ
 
















지난 20년간 미국에서는 여성주의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반격이 일어났다. 그들은 여자들이 점점 더 이기적이 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러한 보수주의자들 중 하나인 러시 림보는 여자들이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생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여성의 일은 "인류가 지속되는 데 꼭 필요한 가치들을 지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 길더는 여성성이 아름다운 것은 "인간을 교화하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앨런 블룸도 남자가 목표를 성취하는 책임을 지고 여자가 보살피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미국인의 정신은 끝이 났다고 한탄했다. 사실 그 부담의 차원을 깨닫기 전까지는 참 황송한 말씀이다. 문명화는 전적으로 여자만의 책임은 아니니까. (p.45)




세상은 여자를 욕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경우든 끌고오고 어떠한 시대든 끌고온다. '예전에 비하면 여자들 대우가 지금 훨씬 나아졌지'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예 잘못된 비교를 하고 있다. '예전'의 여자들을 끌고 오려면 그 비교대상은 '예전'의 남자들이 되어야 한다. 예전의 여자들에 비해 여자들의 대우가 나아진 걸 지금 가져오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여자들이 점점 더 이기적이 되고 있다는 위의 인용문도 마찬가지. 여자들이 점점 더 이기적이 되어가는 동안, 그렇다면 남자들은 점점 더 이타적이 되어갔는가? 한 유튜버는 오늘 '여자들만 모이면 문제가 터진다'는 뉘앙스의 방송을 했던데, 그렇다면 '남자들만 모이면' 아무 이상이 없는 아름다운 공간인가? 불법촬영물을 돌려보고 성매매 공모를 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 시켜서 품평하는 게 바로 '남자들만' 모였을 때 일어나는 일이 아니던가?



선한 사회는 궁극적으로 모두가 바라는 바겠지만, 여자는 특히 더 이타적이어야 하는가? 여자가 남자들만큼 이기적이면 안되는가? 남자는 이기적이어도 되고 여자는 그러면 안되는가? 왜 남자와 사회는 여자에게 '더 선하기를', '더 이타적이기를' 기대하는가. 선한 사회로 가기 위한 책임은 여자에게만 있는건가?



문명화는 전적으로 여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것을 전적으로 여자의 책임으로 돌리려고만 한다. 여자들은 친절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여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여자들은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사회가 여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성추행을 당하고 있어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서 거부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아이를 낳으면 전적으로 책임져서 돌봐야 하고 부모님이 아프면 여자가 돌봐야한다. 그것이 사회가 여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남자들을 기죽이면 안되고, 남자들 위로 올라서려고 하면 안되고, 싸가지없게 말하면 안된다.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면 안되고, 섹스할 때는 언제나 만족한듯한 연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여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아이의 양육을 남자도 같이 해야 한다고 했더니, 싫은 걸 '싫어'라고 말했더니, 이제 여자들은 이기적이 된다. 그리고 여자들이 이기적인 세상이 되니 세상이 선할리가 없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다. 여자들이 이기적이라서. 마치 선한 사회에서 선한 남자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여자들이 이기적인 바람에 세상이 뒤집어졌다는 식이다. 그런식으로 여자를 혐오한다. 세상을 망친 게 이기적인 여자들인것처럼.


문명화는 전적으로 여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사실 강간문화는 남자들의 책임이 아니던가.



좆까라 그래, 진짜..





오늘날 가부장적 강제는 더는 인정받을 수 없다. 다른 한편 순수한 이기적 개인주의는 추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소한의 이타주의가 없이는 사회를 재생산할 수 없다. 서로를 돌보는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 책임이 무엇이며 어떻게 강제되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본성이나 자비로운 도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보상과 처벌이 아마 필요할 것이다. 친절이라는 젖은 마르지 않는 샘에서 자연적으로 솟아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서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p.53)




그러나, 여전히,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욕을 먹어도, 여자들은 착하다. 친절이라는 젖은 마르지 않는 샘에서 자연적으로 솟아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여자들은 착하다. 못되게 굴려고 해도, 이기적이 되려고 해도, 남자들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주말에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를 봤다. 전편을 보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시작에서 할리 퀸이 '조커'의 여자친구 였음을 말해준다. 박사학위까지 받고 정신과 의사였던 할리 퀸이 조커를 만나 기행(?)을 일삼다가 조커와 헤어지고난 후부터가 이 영화의 시작이다. 나는 이 간단 요약을 보는데 너무 하드코어라 힘들었다. 조커랑 사귄다는 게 일단 너무 싫었고, 이 여자가 박사학위까지 있는데도 이런 삶의 형태를 갖춘게 너무 속상하고 술과 약물과 제정신 아님.. 같은게 너무 힘들어서 아아, 이것은 내 타입의 영화가 아니다... ㅠㅠ 하고 괴로워하였던 것이다. 제가 이래봬도 바르고 건강하고 규칙적인 삶을 지향합니다... 하아-



그러나 영화는 중간 이후부터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술을 먹이고 납치하려던 납치범들로부터 할리 퀸을 구해내는 여자가 나오면서 부터랄까.



나쁜 놈들의 다이아몬드를 훔친 덕에 소녀 '카산드라'는 현상금이 걸린 채로 수배된다. 할리 퀸은 자신이 살기 위해 이 소녀를 잡아오려고 했었다. 자신이 믿었던 식당 주인이 자신을 밀고한 걸 알고 역시 세상엔 믿을 놈 하나 없구나, 세상은 똥이야, 나도 나만 챙기면서 살겠어, 하면서 그 소녀를 나쁜놈들에게 넘기려고 하는거다. 친절은 마르지 않는 샘에서 그저 샘솟는 게 아니기에,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아마 바로 넘겼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할리 퀸은 이제 소녀를 보호하기로 한다. 그리고 여기에 각자의 이유로 다른 여자들이 함께한다. 경찰이었고, 가수이며 운전기사였고, 석궁 킬러였던 여자들이 할리 퀸과 함께 이 소녀를 보호하는 거다. 한 명은 소녀에게 저기 숨어있으라 하고, 또 한 명은 싸움판이 벌어지는 통에 소녀에게 작은 장난감을 건네주며 '이걸 꼭 쥐고있어'라고 한다. 싸우다말고 이들은 '카산드라 어디있지?'하고 카산드라가 무사한지 살핀다.



소녀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여자들이 힘을 합쳐 싸우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할리 퀸은 소녀에게 '네가 날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고 고백한다. 소녀를 보호하기 위한 이 여성들의 연대는 얼마나 근사한지!!




경찰이었던 여자는 언제나 자신의 공을 가로챘던 남자 때문에 이번에도 실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오랜시간 경찰로 일하며 버텨왔지만 역시 견고한 남성의 무리, 성취를 앗아가는 남성의 무리틈에서 이제 그만두기로 한다. 그리고 이 여자들은 모여서 자경단을 결성해버려. 세상 멋지다!!




세상이 똥같이 되는 게 여성들이 이기적이 되어서가 아니다. 이기적인 세상 가운데에 여전히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이정도 선한 세상으로 유지되는 거다. 문명화는 전적으로 여자의 책임이 아닌데, 여자들은 선한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나는 소녀를 보호하는 이 여성연대를 사랑하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소녀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많은 경우에 여자들이 지금보다 더 못되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2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시작했다.




경제학자 대다수는 정직과 신뢰 같은 사회 규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시장이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그런 규범이기 때문이다. 규범 없이는, 족쇄를 풀고 나온 자기 이익 추구는 기만과 강탈을 일으킬 것이다. 자고로 목을 베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과는 거래가 쉬운 법이다. 보이지 않는 악수가 보이지 않는 손을 돕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정직과 신뢰를 공고히 하는 사랑, 존중, 돌봄은 어떤가? 경제학자들은 이타주의 같은 감정은 인정하나 애덤 스미스가 도덕 감정에 대해 그랬듯 그것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 다룬다.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 P19

어느 때든 비용과 이익을 고려하기 마련이고, 선택의 결과는 누가 비용을 지불하고 누가 이득을 누리는가에 맞물려 있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따르는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자식을 많이 낳는 것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나아가 여성이 양육 전문가가 될수록 여성은 남성에게 더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아버지들은 대체로 각족을 돌보는 데 따르는 책임과 더불어 권력을 획득한다. 생물학적인 차이에서 생기는 노동 분업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통제의 기초를 제공한다. 그러한 통제는 평등 사회가 아니라 가부장적 사회의 손을 들어준다. - P34

경제학자 대부분을 포함한 보수적인 사회 사상가들은 여성은 본래 아동 양육에 적합한 존재이며 따라서 병자나 노약자를 돌보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찌 됐건 특화는 효율성을 높인다. 그러나 특화는 또한 인간의 능력과 자질의 게발과 협상력 행사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 보면 한 국가가 설탕과 바나나만 생산하고 다른 한 구가가 컴퓨터와 총만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설탕과 바나나만 생산하는 국가는 국경을 지킥나 고유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같은 논리는 아이를 기르고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만 하는 사람한테도 적용될 것이다. - P34

경제적 의존은 여성의 복지를 그들의 아버지와 남편의 복지에 달려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여성은 다른 사람의 필요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부인당한 사람들은 자신이 분리된 개인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 P35

물론 누군가를 강제로 사랑하게 할 수는 없다. 종속은 항상 양질의 돌봄을 낳는 것이 아니다. 종속은 긴장, 분노, 격노마저 일으킬 수 있다. - P35

인간은 공통의 유전 형질을 공유한다. 직계 친족에 대한 이타주의는 그보다 덜 가까운 타인에 대한 이타주의를 장려한다. 우리는 종종 자식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짝에 대해 이타적이게 된다. 자식뿐만 아니라 형제자매, 사촌, 조카도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으며 그들이 다시 자식을 갖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의 유전자와 결합될 것이다. 친족 중심의 이타주의는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강화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직계 친족뿐만 아니라 미래에 살게 될 다른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게 만든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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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2-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된 여자에 대한 생각이라는 건 사람들에게 아주 고정화된 건 같아요.
나쁜 남자,가 츤데레로 미화되는데, 나쁜 여자는, 그냥 못된 년이니까요.
여성에 대한 이타심의 강요,라고 제 책에도 메모해 두려구요.

다락방 2020-02-10 14:12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는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위에 인용한 문장들로만 봐도 맞는말만 하고 있어서 말이지요.
여성을 이기적이라 욕하기는 아주 쉽고 그리고 한 명이 이기적인 년이 되는 이상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속도가 빠르죠. 그리고 그 이기적인 년들 때문에 될 것도 안된다, 라는 생각도 그렇고요. 저는 이 모든게 여성혐오라고 생각합니다. 으 너무 끔찍해요 진짜 ㅠㅠ

2020-02-10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20-02-1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기 시작했군요! 저도 지금 매일 조금씩 읽고 있나이다. 재밌더라구요^^

다락방 2020-02-11 12:02   좋아요 0 | URL
1월의 책보다 읽기에 수월하지요? 저는 경제학자가 썼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냥 여성 경제학자의 존재를 아는 게 기뻐요. 으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