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줌파 라히리의 단편 <지옥 천국>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 페이퍼에서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ㅋㅋ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다. 벌써 이 역에서 마주친 게 내 기억에만도 세 번이야. 진선미 의원님 좋아하므로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며 인사했는데, 항상 돌아서고난 후에 후회를 했다. 으윽, 뭐라도 드릴걸, 으, 이 말을 좀 할걸, 으,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래서 어제는 일단 인사한 다음에, 아 뭐라도 드리자, 라고 생각하고 가방을 열었지만 드릴만한 게 1도 없었던 슬픔의 새드니스...하다못해 초콜렛이라도 들어있지 그랬니, 가방아... 어째서 읽다만 책 두 권만 들어있어 ㅠㅠ 그래서 잠깐 '이 책을 꺼내서 드릴까?'생각하다가, 관뒀다. 그렇게 인사만 하고 돌아서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치킨 주문하려던 걸 잠시 멈추고(네?), 다시 돌아가서 , '제가 항상 뵀어도 사진을 못찍었는데 찍어주실 수 있나요?' 여쭸다. 의원님은 '제가 감사하죠' 하면서 옆으로 오라고 하셨고, 심지어 팔을 이렇게 내밀어 주시며 '팔짱 끼세요' 해주셨어. 힝 ㅠㅠ 그래서 아무튼간에 내가 사진을 찍는데, 아마도 보좌관인건지.. 옆에 계신 직원분이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고는 '저희 걸로 찍을까요?' 하시길래, '아뇨 제 폰으로 찍어주세요' 하고 내 폰을 내밀었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사진을 찍었는데, 직원분이 '저희걸로도 찍을게요' 하고서는 또 찍으셨어. 여튼 그렇게 나는 사진을 찍은 것이다.
내가 진짜 연예인 봐도 사진에 관심 1도 없는 사람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선미 의원님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이런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찍고 너무 흥분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원합니다, 지지합니다 뭐 이렇게 생각나는 흔한 멘트만 쳤는데 ㅠㅠ 돌아서면서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이 막 떠오르는 거다. 후원했다고도 할걸(작년엔 안했지만), N번방 신경 써달라고 할걸... 으윽, 아쉬운 거 투성인거다. 아무튼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 갑자기 천국에 간 기분이 되어서 매우 기분이가 좋구나~ 나는 그렇게 이 사진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축하(?)를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너가 좋아하는데 잘됐구나'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엄마였다. 그쪽도 그쪽 카메라에 내 사진을 찍어갔다는 걸 안 엄마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
"야, 이제 진선미 의원실에서 전화오겠네."
"그치."
"도와달라고 너 스카웃 하겠구나."
"일이 그렇게 되는거지."
"너 직장 때려쳐야겠네."
"응."
"그러다 니가 국회의원 되는걸로 마무리 되겠네."
"엄마 생각도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다시 정신 차리고 치킨 시켜가지고 와인 꺼내와서 축배를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킨은 예정에 있었음)
어제는 잠자리에 들어서 '매우 좋은 하루였다' 하게 되었는데, '아 다 좋으네' 하면서 그 기분을 오늘까지 유지시키고자 오늘 핸드폰의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아니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들이 진선미 의원님을 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미럴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나는 진선미 의원을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상상을 못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내가 사진을 보여주자 다들 저 사진속의 코로나 예방에만 신경을 쓰는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들이 호응을 안해. 그래서 내가 '진선미 의원 몰라요?' 물어보니 다들 네.. 한다. 하아. 자랑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하아. 시무룩. 털썩.
내가 일전에 이런 페이퍼를 쓴적이 있다. ☞ https://blog.aladin.co.kr/fallen77/5595062
이 페이퍼 속에는 내가 쓴 이런 구절이 있다.
<영화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밀란 쿤데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으스댈 수 있었던 것은, 밀란 쿤데라가 어떤 사람인지 여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밀란 쿤데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백 번 말한들 무슨 소용일까. 이게 얼마나 으쓱한 일인지 도무지 알아줄 수
없는데.>
이 페이퍼를 2012년에 썼던데, 아아, 나란 얼마나 현명한가. 세상 살아갈 모든 지혜를 살면서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나는.. 정말 대단해. 나는 짱이야!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좋은 하루였다', '좋은 하루의 마무리였어' 할 수 있었던 건,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책친구들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학책을 같이 읽는 친구들과는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제 그 중 한 명이 '요즘 참 좋다'고 하는거다. 책을 읽고 거기에서 오는 것들을 같이 이야기나눌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나는 그 친구가 이 분위기, 이 모임의 성격 자체를 스스로 좋아하는 게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같은 걸 느끼는 일은 사실 누구나에게 언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같은 상황이어도 그걸 깨닫지 못할 수 있고, 같은 상황이어도 그 분위기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 책 얘기하는거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고 말할 수 있다니.. 정말 좋잖아! 내가 참 잘했다...(다시 셀프칭찬하기)
어제는 정말이지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사실 궁극적으로 바라는 형태의 친구가 아닐까. 어제는 내 삶이 참 다행한 축복들로 이루어졌구나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내게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있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은 여성학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
여러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가 이렇게나 좋습니다.
내가 이걸 하다니...............
아, 지옥천국!
지옥천국에 대해서 얘기해야지, 까먹지 말고.
어제 정희진쌤의 신간 1권을 읽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2권까지 나와있는 상태. 으응, 이거 1,2권이구나, 해서 두 권을 다 샀고 뭐 먼저 읽을까 하다가 1권 먼저 시작했는데, 여러분...
이 시리즈 5권까지 나온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앞으로 살 것이 세 권이나 더 나온다는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기분 뭔쥬알죠. 좋으면서 싫은거.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 읽을 수 있다니 너무 좋은데, 그거 다 돈주고 사야하니까 또 막 좋기만한건 아닌 그런 기분. 작가를 응원하며 계속 써주길 바라는데, 그런데 계속 쓰니까 계속 사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지옥천국이구나, 하였다. 우걀걀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