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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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씨가 딸들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
이런 식의 표현은 싫지만, 지혁씨는 다른 한국 남자 소설가들하고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지혁씨라고 부르고 있지?
아무튼 상급 한국어를 내놓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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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1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은 강명씨.... 다락방님은 지혁씨.... 너무 질투납니다. 저도 은오씨라고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잠자냥 2023-07-11 12:39   좋아요 2 | URL
은오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1 13:47   좋아요 2 | URL
좋습니다. 앞으로 은오 씨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호칭을 바꿈으로써 우리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봅시다. 흠흠.

잠자냥 2023-07-1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장님 진짜 한국남자한테 ~씨 붙이는 거 첨 보는 거 같기도?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1 13:47   좋아요 0 | URL
저절로 지혁씨라고 나오는데 왜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작가의 이름과 책 속 주인공 이름이 꼭같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1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명씨가 보고 있습니다. 지혁씨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2 08:56   좋아요 0 | URL
챙겨 읽는 한국 남자작가가 이로써 둘이 되었습니다. 이승우와 문지혁. 후훗. 아 물론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 하면 저는 망설임없이 이승우!!

단발머리 2023-07-12 08:57   좋아요 0 | URL
저는 이승우님 그리고 강명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2 08:58   좋아요 0 | URL
저는 강명씨 한 권 읽고 더는 안읽었었는데 단발머리 님의 최근 페이퍼 읽고 그 책은 볼까 싶어요.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이요. 후훗.
 

고춧잎에 벌레가 잘 생긴다는 말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나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어차피 아주 작은 베란다 텃밭일 뿐이고, 게다가 고춧대 네 개? 정도 있는 작은 화분 하나일 뿐인데. 그러나 놀랍게도 그것은 내 일이 되었다. 미쳤나봐.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왜 베란다 텃밭의 고추 화분에 벌레가 생기는거야? 아주 작은 검은색 움직이는 벌레도 있었고 으, 징그러운 진딧물도 있었다. 진딧물은 참 이상한 특성이 있는게 모든 잎에 전체적으로 한두마리씩 있는게 아니라, 하나의 식물에만 다닥다닥 붙어 있더라. 보일 때마다 가위로 잘라주긴 했는데, 여간 징그러운 게 아니다. 이게 내내 고민이었던 터. 이모에게 말하니 입장에서 포도 농사중인 이모부를 통해 약을 주겠다는 거다. 아니, 무슨 약? 베란다 텃밭은 유기농을 자랑해야 하는게 아닌가. 게다가 이 작은 식물들에 무슨 약? 안될말이다. 나는 필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검색을 해봤는데, 역시나 찾아냈다. 유튜브를 통해 보니 물+베이킹소다+주방세제를 섞어 뿌리면 생긴 진딧물도 다 죽는다는 게 아닌가! 게다가 이것은 딱히 유해한 것 같지도 않잖아? 나는 분무기에 시키는대로 넣어 흔들어 잎들에 뿌렸다.


뿌리는 김에 옆의 바질들에도 뿌리고 방울토마토 잎에도 뿌렸다. 벌레가 옮겨갈까 무서웠기 때문에. 특히나 바질 절대 지켜! 그러나 내가 시키는것보다 더 많은 세제를 넣은걸까. 벌레는 생기지 않았지만 잎들이 검정색으로 죽어가기 시작했다. 오, 신이시여. 이것이 바로 시행착오란 말입니까. 아니, 잎들 왜 죽어 ㅠㅠ 나는 세제가 남아있기 때문인가 싶어, 이젠 분무기에 깨끗한 물을 넣고 그 뒤로 틈날 때마다 뿌렸는데, 잎들이 하나씩 둘씩 죽고 있었다. 죽지마, 살아!! ㅠㅠ 내가 잘못했어!!



게다가 콩은, 약을 뿌린 것도 아닌데, 그냥 시름시름 앓다가 다 죽어버렸다. 역시, 우리 집에서 서울대는 무리였니? 너는 노력했지만 집안 환경 너무 너무였어? ㅠㅠ 지난 주말, 다 죽어간 콩의 줄기며 잎들을 화분에서 치워내고 다 뽑으면서 콩 네 알을 수확했다.




아니, 나는 분명 검정콩을 심었는데 왜 이런 색깔의 콩이 나온거지? 엄마랑 들여다보며 왜 검정콩인데 이런색이지? 덜자란건가? 의아해했다. 그리고 밥할 때 넣어먹자, 하고는 그릇에 담아 두었는데, 아니, 나는 다음날 이런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내가 처음 심었던 바로 그 검정콩이 되어버림. 시간이 지나니 콩이 살이 빠지면서 색이 변하고 이렇게 검정콩이 되어버리는거다. 이거슨 무슨 매직인가 … 엄마랑 신기하다고 들여다보고 그냥 두고 있다.


아무튼 내게 남아 있는 고추야, 바질아, 토마토야 … 병들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렴 ㅠㅠ



토요일에는 아가 조카를 볼 겸 남동생 집에 갔었다. 내가 남동생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조카는 막 잠들었다고 하길래, 옳거니, 그렇다면 까페에서 책 좀 읽다가자, 하고는 남동생 단골 까페로 가 커피를 한 잔 시켜두고 책을 펼쳐 읽었다. 그런데 요가를 한 후 샤워를 하고 왔기 때문인지 자꾸만 졸린거다. 꾸벅꾸벅 졸면서 아, 책 못읽겠다 치워두고 나는 샤워를 마친 남동생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후, 남동생이 도착해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이러는 게 아닌가.


"누나 코에 코딱지 있다."


나는 경악해서 그럴 리가 없다고, 얼른 스마트폰의 화면에 내 코를 비쳐보았다. 내 코의 형태는 보이지만 코딱지는 안보이는데? 그리고 코딱지가 있으면 느낌이 있을거잖아? 안보이길래 


"그럴 리 없지, 안보이는구먼."


했는데, 남동생이 보더니 으휴, 하고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손가락 내 코에 넣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 코딱지를 떼주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 자기 손에 묻은 좁쌀보다 더 작은 코딱지를 보면서 아 드러 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휴지 가져다 자기 손을 닦았다. 에잇 더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런 남동생을 보고 깔깔 웃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세상 천지에 내 코의 코딱지까지 떼줄 사람 누구인가. 얘 밖에 없지 않나.'



어제 회사 동료와 순대국밥 먹으면서 이 얘기를 했더니 동료가 그랬다.


"찐사랑이네요."


그렇다, 찐사랑. 내 코의 코딱지까지 떼주는 내 남동생. 내가 이런 남동생을 가지고 있다. 문득, 얘가 아기 아빠가 되었기 때문에 이걸 해줄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육아 하면서 아가 똥 싼것도 다 치우고 씻기고 그러다보니 누나 코딱지까지 떼줄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아무튼 남동생의 큰사랑, 빅사랑 느끼고 왔다.



저녁에는 다같이 갈비를 구워 먹으러 가기로 했다. 고깃집으로 걸어가는데 남동생이 올케 손을 잡았고 올케는 아가 손을 잡았고 아가는 내 손을 잡았다. 결국 네 명이서 손잡고 나란히 걷는데, 그 순간이 어찌나 좋은지. 아가 조카의 작은 손이 내 손안에 느껴지는데 이거야말로 찐행복 이었다. 난 이 아이가 정말 너무 좋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주말에 책을 읽으면서 투비에 간단히 사진 올렸는데 ㅋㅋ 올리고나니 ㅋㅋ 아, 이거 못참는 사람들 있겠다 싶었다. 그 사진은 바로 이것.



독서대 뒤의 포스트잇 플래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게 그러니까, 책을 다 읽고 팔려고 하면 거기 붙어 있는 거 떼야 되니까, 떼서 그냥 되는대로 아무데나 붙이는 게 바로 나란 사람이다. 책장, 책상, 독서대 … 그래서 저 지경 된건데, 나는 분명 '간식이 있는 독서 타임' 이런거 보여줄라고 찍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고나니 저 포스트잇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정리정돈 잘하고 깔끔한 사람들이 보면 뒤로 넘어가겠다 싶은 거다. 저는 괜찮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 사진에서 내가 '사람들이 못참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포스트잇 뿐이었건만 ㅋㅋ 케찹도 지적 당했다. 정갈하게 못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저는 머릿속에서 정갈했거든요? 저라고 머릿속에서부터 '세상 난잡하게 뿌려야지' 이러겠습니까? 머릿속에서는 분명 '정갈 정갈 단정 단정 깔끔 깔끔 심플 심플' 이런다고요. 그런데 그런 것이 나의 손을 거치면서 저렇게 되어버리는 …



괜찮다.

나는 혼자니까.

혼자니까 괜찮다.

내가 저렇게 한다고 해서 누구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나는 혼자니까.

이게 바로 내가 혼자여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어. 이런 내가 괜찮은 건 세상에 나 뿐이다!!



책살거다.

왜 책 살거라고 새삼스럽게 쓰냐면,

알라딘에 페이퍼 쓰는데 책 한 권도 안넣을 수 없잖아요?




이거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 들으면서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아니 정기구독 기간이 끝나버렸 …

어쩌겠나. 1년 다시 재구독 했다.

선생님, 오래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친애하는 ㅈㅈㄴ 님의 서재에서 알게된 책인데,

이거 산 다음에 집에서 '젠더'가 제목에 들어가는 책 모두 꺼내서 사진 찍어보고 싶어졌다.

이거 내가 꼭 한 번 해볼게요, 얘들아 …












여러분은 코딱지를 떼주는 누군가를 갖고 있습니까?


아무튼, 찐사랑 받고 사는 나는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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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11 10: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내 남동생 코딱지 코에 손가락 넣어서 직접 빼줄 생각하니까 죽고싶다... 차라리 죽겠어.. 극혐 ㅋㅋㅋㅋㅋ 남매간에 어떻게 그게가능하죠?!
플래그는 정말 또 봐도 ㅠ ㅋㅋㅋㅋㅋ 너무 충격적 ㅠㅠ 어떻게 저게 안거슬리실수가있냐고요!! 아니 그럴 수 있죠.... 결혼하면 제가 따라다니면서 뗄게요...

다락방 2023-07-11 10:01   좋아요 3 | URL
저도 남동생 코딱지 못 떼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의 저에 대한 찐사랑 제가 느낍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도 저에 대해 분석을 자주 하는 편인데요, 왜 독서대에 저렇게 플래그를 붙이느냐 하면, 저란 인간은 멀리 내다보지 않고 바로 눈앞의 것만 보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새우깡을 얻어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갈매기는 저 먼 곳에 뭐가 있는지에 대해 신경을 덜 쓰잖아요? ‘지금 플래그를 붙이면 나중에 지저분하다‘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일단 이 책에서는 떼!‘ 이게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실주의자 …(좋게 해석)

결혼하면 술과 음식은 제가 늘 제공하겠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3-07-11 10:20   좋아요 4 | URL
자매간에도 불가능해.........

다락방 2023-07-11 10:25   좋아요 3 | URL
저 조카 것은 떼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잠자냥 2023-07-11 10:57   좋아요 3 | URL
ㅋㅋㅋ 라파엘님 진짜 웃겨요. 제가 단 댓글 ‘자매간에도 불가능해.......˝에 좋아요 눌렀대요.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11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못참는 사람= 잠자냥, 은오
이해하는 사람 = 독서괭
코딱지 찐사랑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1 10:03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이리 와요. 내가 안아줄게요. 와락- 꼭 안고 잠시간 있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찐사랑 남동생 가지고 있는 저는 행복합니다!! ㅎㅎ

건수하 2023-07-11 10:23   좋아요 3 | URL
음? 독서괭님... (아련) 그런 분인 줄 몰랐어요...

다락방 2023-07-11 10:29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은 저랑 같은 ‘눈 앞의 새우깡‘ 파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11 11:47   좋아요 3 | URL
못참는 사람에 수하님 추가! 이해하는 사람에 미미님 추가! ㅋㅋ
근데 저는 겹쳐서 붙여놓긴 합니다..(거리두기)
아, 전 안아주는 거 좋아하니까 거리두기 취소!

은오 2023-07-11 11:55   좋아요 0 | URL
음.... 근데 미미님도 올리시는 사진 보면 정갈함 그 자첸데.... 미미님 또한 다락방님정도는 아니실거라 예상합니다.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 근데 괜찮아요!! 다락방님이 깔끔하시기까지하면 너무 인간미가 없잖아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11 11:57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미미님은 그냥 넓은 마음으로 하신 말씀 아닐까 싶어요…

은오 2023-07-11 11:58   좋아요 0 | URL
ㅠㅠ.... 다락방님! 화이팅! 괜찮아요!

다락방 2023-07-11 11:59   좋아요 1 | URL
아니 뭐야, 그러면. 제가 난잡함 챔피언이란 말입니까, 지금??

은오 2023-07-11 12:14   좋아요 0 | URL
그.... 맞긴 한데 난잡함은 좀 심하니까 무질서함? 어지러움? 챔피언 정도로 할까요? 아 이것도 좀.... 다락방님! 괜찮아요!

다락방 2023-07-11 12:1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위로하지말아욧!! 비참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7-11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몇 분들의 반응들이 대략 예상이 되는군요^^;
근데 정말 남동생이 코딱지까지? 저는 남동생이 둘이나 있지만 남보다 더 데면데면한 사이라 결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ㅋㅋ

다락방 2023-07-11 10:27   좋아요 2 | URL
저도 남동생이 코딱지까지 떼줄 줄 몰랐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이거, 찐사랑이네? 혼자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집에 저렇게 해놔도 아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에 있습니다. 정리정돈 기가 막히게 잘하는 여동생은 저랑 따로 살고 있으므로 … ㅋㅋㅋ 엄마는 뭐, 저랑 별반 다르지 않아요.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11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딱지 찐사랑!!
나의 두 남동생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아마도 제 코에 자기 손가락 넣어 줄 생각은 없이 그 손가락으로 삿대질 하며 ˝누나!!! 코딱지!!!!!˝ 하면서 배꼽잡고 웃을 것 같네요.
큰 동생은 막 웃진 않을 것 같은데 막내는 배꼽 빠지게 웃을 것 같은 느낌!!!! 걘 나 놀려 먹는 재미로 사는 애라....ㅜㅜ
근데 저도 동생들의 손가락이 훅 들어오는 거 못견딜 것 같아요. 남편 손가락도 싫어요. 스킨십 그닥 안 좋아해서요.ㅋㅋㅋ
근데 다락방 님네 국민 남동생이라면 참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고추 화분은 아쉽네요!!!ㅜㅜ
고추는 키우기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햇볕을 오랫동안 봐야 한다더군요. 텃밭에 심어도 한 번씩 약도 뿌리고 해야 건강하게 자라더라구요.
주방 세제 섞어서 뿌리는 건 진딧물 초기 때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이미 많이 진행된 진딧물은....ㅜㅜ
그래도 다른 화분에 안 옮아 다행입니다.
검은콩도 저도 신기합니다^^

다락방 2023-07-11 10:24   좋아요 1 | URL
제 남동생도 저 놀리는 맛에 삽니다. 아주 즐거워합니다. 저도 남동생을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잘 맞는 존재지요. 그래서 아가 조카도 저랑 즐거이 놀아줄 수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제아빠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요. 남동생이랑 아가 조카 또 보고싶네요. 흑흑 ㅠㅠ 아가조카는 사랑입니다.

주방 세제를 제가 너무 많이 넣은걸까요. 잎들이 검정색으로 죽어버리는데 아오 미치겠어요. 여태 잘 자라주다가. 저는 고추를 꼭 수확해보고 싶은데 말이지요!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베란다 텃밭을 해보면서 배운게 있습니다. 그것은 뭐냐! 바질만 키우자!! 입니다. ㅋㅋ 키우는 게 어렵지도 않고 수확하면 페스토도 만들고 좋더라고요. 상추나 치커리는 솎아주는 걸 제가 잘 못해서 안되겠어요. 내년에는 바질을 많이, 그리고 방울토마토. 이렇게만 심을까 합니다. 고추 벌레 노노해 ㅠㅠ

청아 2023-07-11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서 스탠드에 플래그가 저렇게 붙어 있습니다. ㅋㅋㅋㅋ
남동생의 찐사랑 부럽네요. 저라면 휴지로 떼어줬을텐데 맨손은 사랑이죠!
게다가 다락방님이 읽어보라고 주는
책은 다 읽는다고 저번에 본 것 같은데. 그런 동생 어디 더 없나요? 대출이 된다면...ㅋㅋㅋ

다락방 2023-07-11 10:20   좋아요 2 | URL
미미님, 제 과입니까? 독서 스탠드에 플래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눈앞에 보이면 닥치는대로 붙여 버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 취향이 편협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그에 맞춰 주고 있긴 합니다. 그러느라 아주 힘들어요. 요즘 아가가 커서 그런지 독서 속도가 빨라져서 자꾸 대줘야 돼요. 저는 다른 읽고 싶은 책 많은데 남동생 줄 책 읽느라 힘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1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파리들에게 애절하네 ㅋㅋㅋㅋ 아니 그러다 서울대는 왜 갑자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과 콩 네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딱지 남동생 찐사랑이네요.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플래그랑 케첩 다시 봐도 정말 어질어질해요.
대체 왜 그래요? 손이? ㅋㅋㅋㅋㅋㅋ
다부장님 댁에 은오 좀 들여놓고 싶네요.

전 코딱지 떼주는 사람 필요 없어요. 코딱지 싫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생각해 보니 제가 냥이들 눈곱 떼주고 다니네요?

젠더 사진 기다릴게요. 그러나 좀 정돈해서 올리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1 10:19   좋아요 2 | URL
아…
‘젠더 사진 기다릴게요‘ 에서 히힛, 얼른 올리고 싶다, 이랬다가
‘좀 정돈해서 올리길‘ 에서 하아 … 올리지 말까? 이렇게 되어버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1 10:21   좋아요 3 | URL
아......알았어요. 책 그냥 올려요..대충대충..
책은 참을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1 10:25   좋아요 1 | URL
똥손이라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11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대충 떼서 붙이는 편이지만 줄을 맞추려 노력하는 편인데...
NS 왔다갔다 하는 저는 플래그는 약간 놀라긴 했습니다? 놀라서 케첩은 못 봄 ㅋㅋ

코딱지...음... 저는 고양이랑 아이 꺼만 떼줄 수 있습니다...

다락방 2023-07-11 10:28   좋아요 1 | URL
저는 저렇게 난잡한 것에 대해 별 신경 안쓰이거든요? ‘아 누군가는 신경쓰일 수 있겠다‘ 정도랄까요. 진짜 별 생각 없는데, 줄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라면 생각부터 스트레스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노트에 글 쓸 때도 줄 따위 무시해버리는 사람이라서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조카 코딱지는 떼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망고 2023-07-11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진딧물 없애려고 계피물 만들어서 뿌려줘요 물에 계피가루 탄 거. 효과가 있긴 있으니까 뿌리는 거겠죠? 제가 하는게 아니고 부모님이 하시는 거라ㅋㅋㅋㅋ 제 경험상 물이 부족하거나 통풍이 안되면 진딧물같은 것들이 잘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실내화분에도 많이 생겨요ㅜㅜ

그나저나 저는 동생분보다 다락방님이 더 대단^^ 어떻게 내가 아닌 남의 손가락이 내 작고 소중한 콧구멍에 들어오는데 그걸 참고 있을 수 있어요?ㅋㅋㅋㅋ저는 생각만해도 소름이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1 13:54   좋아요 1 | URL
오오 계피가루 탄 게 효과가 있나요? 그렇다면 저도 다음엔 계피가루 해봐야겠어요. 아무래도 세제는 식물을 죽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간절한 마음으로 더이상 죽지마, 다치지마! 하고 있습니다. 흑 ㅠㅠ

실내 화분에도 진딧물이 생긴다니 ㅠㅠ 진딧물 너무 징그러워요 ㅠㅠㅠ 싫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특히 고춧잎이 그렇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고추 따먹고 싶은데, 아직 멀었는데, 그런데 벌레라니 흑 ㅠㅠ

아, 콧구멍에 쑥 들어온 건 아니고요. ㅋㅋㅋㅋㅋ겉에서 보이는 곳에 있었던가 봅니다. 물론, 살짝 들어오긴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23-07-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검정콩이 처음부터 검은색이 아나라니, 너무 신기해요!!
콩꼬투리 속에서 좀 더 있어야 검은색으로 성숙하나봐요.

다락방 2023-07-11 13:5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너무 신기했어요!! 검정콩 심었는데 검정콩이 아니라서 신기하고 그런데 하루 지났더니 검정콩으로 변신한것도 신기하고요! 제가 심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겁니다. 아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콩을 심고 키웠더니 몰랐던 사실을 하나 또 알게 됐네! 하면서요. 후훗.
 














오늘 출근길에 들고 온 책은 '문지혁'의 《중급 한국어》이다.

어제 읽던 책을 다 읽고 이제 뭘 읽을까 한참을 망설이다 한 권 골라 읽기 시작했는데 영 내 타입이 아니었다. 이건 안읽고 팔아버려야겠어, 라고 생각했다. 섹스 꼰대인 나에게는 읽을 수 없는 책인 것 같았다. 그렇게 중도포기한 책을 덮고 자고 일어난 오늘 아침, 한나 아렌트의 책을 들었다 놓고 이번달 같이읽기 책 도서인 《성의 변증법》도 들었다 놓았다. 나는 왜 매번 내가 책 선정해서 같이 읽기를 진행하면서, 왜 매달 선정 도서 읽기 싫은 걸까. 자꾸만 미루고 미루게 된다. 성의 변증법 빨리 시작해야 할텐데 … 각설하고,


최종 선택은 중급 한국어.

《초급 한국어》에서는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지혁씨가 《중급 한국어》에서는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며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 시간 강사의 월급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어쨌든 세시간 운전해가며 지방에 가 여섯시간 수업을 하는 일주일 중에 하루를 보내는 지혁씨의 학교-업무- 이야기와 자라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가 보여진다. 그리고 나는 이런 문장을 보게 된다.



2주 차 수업에서 나는 앞으로 다시 말할 기회가 많지 않을 글쓰기의 기본 원칙들을 강조한다. 그중 하나는 문장부호에 관한 것인데, 이를테면 느낌표(!)나 물음표(?), 말줄임표(……), 심지어는 쉼표(,)조차 너무 많이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맥을 통해 의미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부호를 통해 손쉽게 '말해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복하거나('!!!!!') 섞어 쓰는 것('?!?!')은 당연히 더욱 좋지 않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글의 수준은 처참해질 수밖에 없다. -p.49



네?

지혁씨, 지금 저 저격하시는 거예요? 

완전 난데?

내 글을 그동안 봐왔던 사람들이라면 알겟지만 내가 얼마나 반복을 많이 하던가. 문장 부호뿐만 아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 반복 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의 반복도 미친듯 쓰고 있는데, 아아, 이렇게 반복하는 내 글의 수준은 처참한 것이었어!! 아아, 반성합니다. 그러고보니 지혁씨의 말이 틀린 거 하나 없네요. 문장부호와 자음 혹은 모음을 반복하는 내 행위는 문맥을 통한 의미 보여주기가 아니라 손쉽게 말해주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반복함으로써 읽는 사람들은 내 감정을 손쉽게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내 글이 쉽게 읽히는 것이었고. 아, 여러분은 처참한 수준의 글을 읽고 계셨습니다. 이 문장 오늘 아침에 지하철에서 읽고 아, 내 얘기다, 내 얘기야, 지혁씨가 나를 저격했다!! 아아 얼마나 찔렸는지 당신은 모르실거야 …

나도 문맥을 통해 뜻을 보여주는 고급진 글을 쓰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글쓴 시간이 몇 년인데 처참한 수준에 머무를 순 없지. 고급진 글, 고급진 글을 생성하자!! 어휴 … 피곤하다.

어쩌면 우아함이 나와 거리가 멀듯이 고급짐도 나랑 거리가 먼 거 아닐까?



지혁씨가 아이들에게 수업하는 과정중에 여러 책들이 언급되는데, 그중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애러비>도 있다. ㅋ ㅑ ~ 지혁씨 수업 나도 좀 듣고 싶네요. 내가 애러비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여러분, 애러비 읽어 봤어요? 짝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애러비 꼭 읽어봐요. 애러비, 기가 막혀요!!




매일 아침 나는 길 쪽 응접실 바닥에 누워 그녀가 사는 집 대문을 지켜보았다. 블라인드가 문턱에서 2센티미터도 안되게 낮게 드리워져 있었으므로 내 모습을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녀가 계단으로 나오면 가슴이 뛰었다. 나는 현관으로 달려가 얼른 책가지를 낚아채고 뒤를 쫓아갔다. 갈색옷을 입은 그녀 모습을 내내 눈에서 놓지 않았고, 서로 길이 달라지는 지점이 가까워지면 걸음을 재촉하여 그녀를 앞질렀다. 이런 일이 아침마다 계속 되풀이되었다. 몇마디 의례적인 말 말고는 제대로 말을 걸어본 적도 없지만, 그녀의 이름은 나의 어리석은 피를 온통 끓어오르게 만드는 소환장 같은 것이었다.-제임스 조이스, 애러비, p.113








그리고, 천사.



에피파니(epiphany)라는 말은 원래 종교용어로 쓰이던 말입니다. 우리 말로는 현현 또는 신현이라고 부르는데, 주로 신학에서 사용하던 개념이죠. '무언가 나타나는 시간,' 즉 신을 만나는 순간이랄까요. 한번 상상해보세요. 길을 가다가 하나님을 만난다면? 마트에서 천사와 마주친다면? 어떻겠어요. 당장 식당에서 지도교수님만 만나도 깜짝 놀랄 텐데, 당연히 굉장히 당황스럽고 어떻게 보면 거룩하고, 조금은 두렵기까지한 그런 시간이겠죠. -p.72



마트에서 천사와 마주친다면, 이라는 문장에서 나는 갑자기 '나윤선'의 <천사>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천사는 나를 오래전으로 데려다 놓았다. 그러니까, 그를 처음 만났던 그 때로.

그 때 나는 내가 '나보다 어린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생각했었다. 가방 속에는 만나면 선물해야지, 하고 나윤선의 시디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서 내가 만난 건, '나보다 어린 남자'였고 크게 당황한 나는, 가방 속에 준비한 선물은 주지 않아야지, 생각했다. 이런식으로 남자를 만나러 내가 나온 게 아니었는데, 괜히 선물이랍시고 내밀었다가 상대가 오해를 할까봐 저어되었다. 지금 이 시디를 눈 앞의 이 남자에게 주지 않아도 내가 선물할 친구들은 많다, 가져가자. 실제로 나는 그 시디가 너무 좋아서 여러명의 친구에게 선물했던 터다. 그런데,

1차를 지나 2차에 자리잡고 앉았을 때, 그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시디를 꺼냈다.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며 시디를 준비해온 것이었다. 어라?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선물을 받고만 있지? 나는 그대로 집으로 가지고 가려던 시디를 꺼내면서 말했다. 나도 준비해왔어요, 하고. 그 때 내가 내민 시디가 나윤선의 <천사>가 실린 시디였던 거다.














천사 속에서 화자는 빈둥대다 출근을 늦게 하게된 상황. 그 때 눈앞에 천사를 보고는 시간을 좀 늦춰달라 부탁한다.



그날은 글쎄 태연하게도

출근도 않고 빈둥빈둥

콧노래 마저 흥얼대면서

덩달아 나도 뚜뚜뚜

시간은 금세 지나가잖아

눈 깜빡 할 새 살금살금

오히려 내가 초조해져

이를 어쩌나 뚜뚜뚜

반짝 머리속에 환한 빛이 반짝

아주 순식간에 눈부시게 빛이

내 눈 앞에 선 당신은 누구?

어디선가 본 낯 익은

하늘 어딘가 살고계시다던 분

말씀 많이도 들었습니다만은

하얀 날개가 무겁지 않으신지

정말 눈이 부셔요 천사

한가지 부탁 해도 될까요?

시간을 잠시 멈춰주시면

제가 오늘 좀 늦었거든요

초면에 죄송해요 뚜뚜뚜







그 날 그와 헤어지는 일은 몹시 힘들었다. 그는 내게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고, 나는 그런 그에게 거절을 말하느라 힘들었다. 내 마음은 클레오가 되어 노래부르고 있었다. 너와 함께 지내고 싶은 밤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ㅋㅋㅋ 이거 아님.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한 나이는 지나 있었다. 그 때 내 나이, **였단 말이다. 성인. 그러나 내가 여기서 그가 원하는대로, 그리고 내가 원하는대로 그와 함께 밤을 보낸다면 나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게다가 오늘 그와 함께 지낸다면, 그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한 번 잔 여자가 될 것 같은 거다. 나는 그렇게 되기가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집으로 갔지만, 그렇다고 그와 손 한 번 잡지 않고 갔겠는가!! 


다음날 아침 눈을 번쩍 뜨고나서 아, 망했다. 어제 내가 대체 그와 무슨 말을 했던가, 무슨 행동을 했던가. 나의 이불킥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불킥 이불킥. 미쳤어 미쳤어 정말 미쳤어. 아니 왜그랬어. 이러면서 나의 19금 시간들을 후회했다. 아, 왜 어쩌자고 그런 일을 ㅠㅠ 아마 다시는 나에게 연락하지 않겟지, 다시는 보자고 안하겠지, 아아, 차마 민망해서 연락도 못하겠다. 이러고 시간은 잘도 가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천사를 듣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출근길에서도 그는 지하철 안에서 나윤선을 듣고 있노라 했다. 나는 그와 그 일(어떤 일?)로 연락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게 기뻤고 천사가 정말 천사한 것 같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당연하게도 우리는 더이상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었고 그는 심지어 아예 먼 나라로 가버렸다. 또 오랜 시간이 흘러, 그가 먼 나라에 정착해서 연락이 닿았을 때, 그는 정착하러 오는 먼 길인만큼 대부분의 자기 소유 짐들을 버리고 왔노라 했다. 책도 시디도 다 버리고 왔노라고. 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 '아, 내가 준 나윤선 시디도 버렸겠구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말했다.

"당신이 준 나윤선 시디만 가져왔어요."

그 때 내 마음이 어땠을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그렇지만, 이제는, 이제는 버렸겠지. 이제는. 


이게 다 지혁씨 때문이다. 지혁씨가 마트에서 천사를 만난다고 해버려서, 월요일 아침에 내가 천사를 떠올렸고, 천사, 를 떠올리면 어김없이 자동연상되는 그를 떠올리고 말았다. 오늘 아침엔 어쩐 일인지 그가 보고 싶어서 엉엉 울고 싶어졌다. 보고싶어 ㅠㅠ 그렇지만, 다 큰 여자는 울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더라. 퍼기가 그랬다.





책을 샀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몇 년전에 구판으로 읽었는데, 어쩐 일인지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다시 샀다. 흠.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들의 후손이다》는 실비아 페데리치의 책. 8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이다.


《지리의 힘》은, 학창시절 한국지리 세계지리 진짜 더럽게 못했기 때문에 샀다.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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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프카 변신에 대한 글쓰기 강의
    from 마지막 키스 2023-07-11 15:03 
    지난번 페이퍼에 언급했듯이, 《중급 한국어》에서 지혁씨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카버, 카프카, 세익스피어, 체호프 등의 소설가들을 등장시키며 강의를 하는데, 학생들이 그 강의를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아니, 읽었다. 아, 나도 글쓰기 수업 같은거 대학때 교양으로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한지도 어언 … 좀전에 친애하는 ㄷㅂㅁㄹ 님의 페이퍼를 읽었다.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을
 
 
잠자냥 2023-07-10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일이 뭘까….?

나윤선 저 음악이 언제적 음악인지 찾아보려 했는데 다부장님 서른한 살 때 일이라고라고라고……..

단발머리 2023-07-10 08:56   좋아요 0 | URL
나는 알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0 08:55   좋아요 1 | URL
(아, 나이 추측되는 글이었네. 나이 지울까…)


잠자냥 님도 집사2 따로 만난 처음, 그 일을 하신 것 같던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10 08:56   좋아요 0 | URL
난 그거도 알지롱?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0 09:01   좋아요 1 | URL
성인들의 첫만남이란 그런걸까요? 아니면 유독 육체적 매력이 뛰어났기에 그랬던 걸까요?

=3=3=3=3

잠자냥 2023-07-10 09:41   좋아요 0 | URL
푸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 일....... 음 네.

다락방 2023-07-10 09:45   좋아요 0 | URL
이케이케 요케요케 꼼지락꼼지락 흠흠

단발머리 2023-07-10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생에... 처음 만나는 그 순간부터, 처음 본 그 날부터 나를 사로잡는 사람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무엇이, 그 사람의 무엇이 나를, 이토록 사로잡는가. 예전에 마리 루티는 어떤 사람의 팔꿈치라고 말했던 거 같아요 (정확히 기억 안 나는, 나의 몹쓸 기억력) 그런 순간, 그런 찰나에 대해 제가 관심이 많습니다.
참고로... 제 인생에 그런 순간은 없었습니다.

<지리의 힘> 집에 있어요. <성스러운 동물 성애자> 나도 사야할까요? 🙄

다락방 2023-07-10 09:04   좋아요 2 | URL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사로잡는 사람은 돌아서기 너무 힘든것 같아요. 그것은 그래서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습니다. 평생의 사랑을 저당잡혀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렇지만 저는 처음부터 좋았던 사람이 계속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단발머리 님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때부터 저는 단발머리 님이 참 좋았어요.

성스러운 동물 성애자를 읽고 싶은데 읽기 싫은, 알고 싶은데 알기 싫은 그런 마음입니다. 동물성애자, 라니. 으..

그런데, 지리의 힘 2 도 있는거 아세요? 아오. 한 권 샀는데 한 권 더 사야 한다니 ㅠㅠ

단발머리 2023-07-10 09:10   좋아요 0 | URL
저도 다락방님 처음부터 좋았어요. 처음 만난 그날부터. 그 해의 그 여름 날을........ 저는 기억합니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눈화장을 했더랬죠. 엄청엄청 더운 날이었고. 화장실 가서 보니 나는 팬더였고........... 그 날이 우리 처음 만난 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프다.

1권 읽고 2권 삽시다요!!!

잠자냥 2023-07-10 09:43   좋아요 3 | URL
그나저나 팬더 단발머리 님 살짝 루팡 입성 축하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10 09:43   좋아요 2 | URL
축하받을 일 맞나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0 09:4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 님 루팡 되시니 이미 루팡이었던 제가 크게 기뻐하고 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0 09:54   좋아요 3 | URL
아니 우리에게 축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0 17:25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은 대도 루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10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식동물 2023-07-1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준 나윤선 시디만 가져왔어요<고라니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성애자를 사셨군요!!! 다른 책도 그렇지만 동물성애자... 다락방님 리뷰 기다립니다ㅎㅅㅎ

다락방 2023-07-11 13:51   좋아요 0 | URL
짐 다 버리고 갔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고 그러니 제가 준 시디가 버려졌다 해도 제가 특별히 서운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데 제가 준 시디만큼은 가져갔다 하니 심장이 벌렁거렸습니다. 이 남자는 처음 만날 때부터 오랜 시간 후에 헤어질 때까지 심장 벌렁거리게 만들었던 남잡니다. 으하하하.

동물성애자 … 네, 읽는다면 쓰겠습니다. 고라니 님도 재독하면 꼭! 써주세요. 아, 어쩐지 두려워요 …

책식동물 2023-07-12 17:41   좋아요 0 | URL
하... 제 죽은 연애세포가 지금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이거 학술지에 실려야 해!! ㅋㅋㅋ 본인은 어떤 의도로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별 생각 없을 수도 있지만 그거 받는 사람은 미치게 하는ㅠㅠ 그런 거 ... 그냥 저도 미쳐날뛰게 돼요 전 최근에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분이ㅋㅋ(그분 업장에 제가 감) 빤히.. 계속 빤히... 바라보셔서 뭐...뭐묘 하면서도 이게뭐지?????????????????????????????????? 했다네요.

동물성애자!!! 책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락방 님 리뷰 정말 좋아하니까 술술... 술술 읽고 리뷰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정희진 선생님 해제도 제가 참. 좋아합니다.

다락방 2023-07-13 07:58   좋아요 1 | URL
저도 연애세포는 다 말라 비틀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도 뭐랄까 아예 싹 없어지진 않은 것인가, 합니다. 저기 어딘가에 말라 비틀어져 있다가 물 주면 꿈틀꿈틀 살아나 커져버리는 … 뭐 그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식동물 2023-07-13 13:25   좋아요 0 | URL
그러니가요 Hㅏ...... 몇 살을 먹어도 물만 좀 부어주면 다시 촉촉해질 것 같네요. 역시 사랑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닌가보다...^^(갑작스런교훈)

책읽는나무 2023-07-10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읽고 싶지 않다던 동물성애자 책을 결국!!ㅋㅋㅋ
은오 님의 영향력은 아주 은은하게 스며드는가 봅니다. 은며들다!!!!!

글을 읽다가 아....한 번씩 얘기하시던 외국 나가 있다던 그 남자가 이 남자였구나! 이제 퍼즐을 맞췄네요.ㅋㅋ
근데 만약 아직도 나윤선 CD를 버리지 않고 있다면 다락방 님의 마음은 어떨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 월요일 책탑만큼 심쿵해서 즐거운 날이네요^^

잠자냥 2023-07-10 17:25   좋아요 2 | URL
다부장 그 인간 외국 나간 남자가 많던데….

다락방 2023-07-11 13:50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 님/ 아,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선물입니다. 물론, 선물하기 전에 저에게 묻는 것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동물성애자, 괜찮겠니? 라고요. 저는 잠시 고민을 한 뒤에 오케이, 콜! 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

네네, 외국 나가 있다던 남자가 이 남자였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님/ 헉!! 이 남자들, 나 때문에 나간걸까요? 나를 피해 …

꼬마요정 2023-07-10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물성애자 리뷰 기다립니다. ㅎㅎㅎ 은오 님 리뷰 보고 저도 살 뻔 했으나 아직은 제목을 극복하지 못하고 서성이기만 합니다.
다락방 님은 무수한 추억들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책 한 권을 읽어도 과거의 이야기들이 떠오를만큼요. 부럽습니다. 그런 기억들과 추억들과 경험들이 이렇게 다락방 님 글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나 봅니다. ㅏㅏㅏㅏㅏ 가 많아도 좋아요. 재밌어요^^

잠자냥 2023-07-10 17:26   좋아요 2 | URL
요정 님 동물성애자 읽고나면 함부로 애들 궁디팡팡 못하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느낄까봐 무서워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7-11 11:46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저 결혼 전에 키우던 통통이 녀석이 중성화를 했음에도 제 손등에 몹쓸 짓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시키 뭐하나 했더니ㅠㅠ 아아아ㅏㅇ아ㅏ아 ㅋㅋㅋㅋㅋ 궁디팡팡도 안 해줬는데 왜!!!!!

잠자냥 2023-07-11 12:43   좋아요 1 | URL
손등에! 그래도 귀여울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란 녀석들은 대체 뭘해도 세상 귀여움. >_<

다락방 2023-07-11 13:49   좋아요 2 | URL
동물성애자는 읽는다면 아마도 뭔가는 꼭 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좀 큰 마음 먹어야 가능해질 것 같아요. 아무튼 제가 읽는다면!! 꼭 쓰겠습니다. 다들 저처럼 뭔가 다가설까 하다가 뒤로 주춤하게 되는 그런 마음을 동물성애자에 대해 가지고 계시군요. ㅎㅎ
 

해외 유학이나 어학 연수의 경험이 전무한 내게는 '외국인 친구'가 없다. 단 한 명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해외 여행을 하면서도 친구도 애인도 잘만 사귀던데, 나에게는 그런 일도 없었다. 그러나 외국에 사는 친구들은 있다. 나를 알기 전에 이미 외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친구들이거나 나를 알고난 후에 거주기를 옮긴 친구들. 그들은 저 멀리, 미국에 두 명이 있고 호주에 한 명이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이 아닌 그 먼 나라에 가 살기로 한 이유를 나는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나는 그들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먼 거리에 있는 만큼 자주 만나지도 않고 또 먼 거리에 있다고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지만, 그러나 내 애정의 리스트에 그 친구들은 올라 있다. 내게 몇 명의 남자사람 친구가 있는데 두 명이 그렇게 외국에 있고, 그리고 4개국어 이상을 하는 나의 여자사람 친구가 그 먼 곳에 있다.


오늘은 그중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보내준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과 커피를 놓아두고 찍은 사진이었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일요일을 보내고 있노라고 친구는 내게 감사인사를 전해왔다. 마침 엊그제는 내가 보내준 <초급한국어>를 단숨에 읽었노라 덧붙였다. 읽을까 하다가 남자 작가라 넘긴 책이었는데 아주 좋았노라고, 다시 읽어볼거라고 친구는 얘기하고 있엇다. 아마도 내가 보내준 책이 아니었다면 친구는 끝까지 그 책을 읽을 생각을 안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가 미국에 정착하고 난 뒤로 나는 꾸준히 책을 보내줬고 이제 친구의 방 책장에 다락방 이란 이름으로 한 칸이 따로 마련될 만큼 내가 보낸 책들이 쌓이고 있으며, 그 책들 모두 친구에게 좋았던 터다. 그 신뢰로 친구는 초급 한국어를 읽었고 아주 좋아했더랬다. 나는, 그걸 알고 친구에게 보낼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으니까. 내가 그 책을 읽고 좋았으니까.



'정혜원'의 <나의 독일어 나이>를 읽었다.
















읽기전부터 제목과 표지에서 주는 느낌이 좋을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는데,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작가소개를 보고 나는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다. 무엇때문에, 어떻게 그녀는 거기로 가 살게 되었는가, 하는 것.

작가 소개에는 이렇게 써있다.



<2018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살아갈 환경을 바꾸고 싶어 베를린으로 갔습니다. 독일어를 모른 채 모르는 사람들과 사물, 사건의 사연을 상상하며 베를린에서 1년 넘게 지냈습니다. 2020년부터 독일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를 배우듯 도시를 새롭게 알아가며 여전히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작가소개 중에서



회사를 그만두는 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그만둔 적이 있다. 그러나 살아갈 환경을 바꾸고 싶어 베를린으로 가는 건 드문 일이 아닌가. 왜, 어떻게, 그녀는 베를린으로 가게 되었을까. 무엇이, 어떤 일이 그녀를 베를린으로 이끌었을까. 만약 별자리나 사주를 본다면, '네 인생의 이 시점에 유럽으로 가게 될 것이다' 같은게 쓰여져 있는걸까? 무엇보다 독일어를 알기 때문에 독일로 간 게 아니라, 일단 간 후에 그 나라 말을 익히고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용기 아닌가. 



내 삶은 지극히 평범하다. 초,중,고,대학교를 거쳐서 회사에 들어와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아픔이나 극한 행복이 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특별함은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극히 남들처럼 살고 있다고 할까. 그러니까 내게 '살아갈 환경을 바꾸고 싶어 베를린으로 갔다'는 것은 아주아주 특별해 보인다. 엄청난 결심으로 보이고, 인생의 축을 바꾸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걸로 여겨진다.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내게 그런 일이 있었나? 


물론, 나 역시 내가 바라보는 방향이 있다. 나는 인간이라면 무릇 방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방향이 있다면, 그러니까 저기 앞에 어떤 목적지가 놓여있다면, 이리저리 흔들려도 결국은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데 독일로 간다는 것, 그러니까 그것이 꼭 독일은 아니어도, 내가 아직 언어도 모르는 곳으로 가 살아가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그 방향을 완전히 전환하는 일이 아닌가. 정혜원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을까? 정혜원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 태어난 곳이 아닌 완전히 다른 환경속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나의 독일어 나이는 아주 짧은 에세이고 그것이 아주 커다란 흠이었는데, 그런데 이 짧은 에세이의 더 짧은 작가소개를 읽고 계속 그 생각이 난다. 어떻게, 살아갈 환경을 바꾸고 싶어서 독일로 갈 수 있었을까? 그것은 오랜 시간 그녀의 꿈이었을까? 그녀가 정해둔 인생의 어느 한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나간 걸까? 아니면 아예 운이 바뀌어버린 걸까? 운명의 전환 같은 것이 일어난걸까? 왜 어떤 사람에겐 그런 선택이, 그런 결정이, 그런 방향 전환이 일어나는걸까? 나는 자꾸, 거듭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든지 말든지, 일요일 밤은 가고 있다. 잘도 가고 있구먼.

하긴, 일요일이 언제 내 사정 따위 봐준 적 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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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09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초급한국어> 땡기네요. ㅎ 이 책도 좀 궁금하구요. 다부장 님 아니면 궁금도 안 했을 책들-

저도 집사2하고 이 어처구니 없는 나라 떠서 다른 나라에서 살 궁리 안 하는 건 아닌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그래서 이 삶의 터전을 아예 바꿔버린 사람들의 그 용기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부장님의 베트남행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3-07-10 08:59   좋아요 2 | URL
<초급 한국어> 좋았어요. 막 별 다섯 좋은건 아니고 별 넷 좋았어요. 한국 남자 작가들 꼴보기 싫은데, 그런데 초급 한국어는 달랐습니다.

저는 언제고 낯선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 고 생각한 적은 수차례이지만, 그것이 그곳에서 죽을때까지 사는 걸 의미하진 않았어요.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오는 일에 대해 생각했고 또 아예 이곳에 발을 끊는 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다니러 가고 다니러 오는 그런 삶을 생각했어요. 아마도 저는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베트남에 정착하면 연락할게요. 꼭 오셔야 하는겁니다!! ㅎㅎ

잠자냥 2023-07-09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니….?


그래 자라… 6시 20분까지 출근하잖니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0 08:59   좋아요 1 | URL
이거 자주 해야겠어요. 일요일 밤마다.

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10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록비 2023-07-10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친구에게 책을 보내 주시다니 무한감동이네요 ㅠㅠㅠㅠ 저는 미국생활 xx년 동안 가족이나 친구에게 책 한 권 받아본 적이 없네요 ㅠㅠㅠ

다락방 2023-07-10 09:01   좋아요 1 | URL
오, 초록비 님도 미국생활을 오래 하셨군요! 저는 친구가 캐나다에 머물 때 캐나다로 책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ㅎㅎ
먼 곳에 있는 친구에게 책을 보내는 일을, 제가 좋아합니다. 후훗.
초록비 님, 다시 외국에 가시게 된다면 말씀하세요. 제가 책 한 권쯤은 얼마든지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초록비 2023-07-1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들 복받으셨네요! 다락방님도 복받으실 거예요. 외국에서 받아보는 한국어책 한 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7-11 14:00   좋아요 1 | URL
그래서 친구도 보내주는대로 바로바로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제가 보내준 책이 친구에게도 좋게 읽히고 또 그 시간을 즐거워하니 보내는 자로서의 보람도 아주 큽니다. 후훗.

거리의화가 2023-07-1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해요. 어떤 도시든 여행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구요.
다만 한국에서 살면서 지칠 때는 좀 있어서 그럴 때는 진짜 어디 뜨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현실적인 이유로 결국 내려놓게 됩니다. 언어는 힘들겠지만 그곳에서 정착해야 한다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곳에 사는 이유와 계기가 중요할텐데 그 책에는 그 이유가 안 담겨 있나보네요. 그게 저도 궁금한데요ㅎㅎㅎ

다락방 2023-07-11 13:59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어릴 때부터 뉴욕에 살고 싶었는데요. 뉴욕에 여행다녀오고나니 그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그건 뉴욕이 더이상 매력없는 도시라거나 해서가 아니라, 물가를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어요. 제가 지금 간다면 외국인 노동자에 이민자가 될텐데 그렇다면 고액 연봉자는 당연히 될 수 없을 것이고, 근근이 먹고 사는 정도로는 굳이 뉴욕에 살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살아보고 싶었던 곳은 뉴욕이었는데 그 꿈은 접었습니다.

그렇지만 여행하다 아름다운 도시를 거니노라면, 여기에 살아보면 어떨까, 좋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그러나 그렇게 상상하는 순간에도 거기에서 오래오래를 꿈꾸진 않았던 것 같아요. 좀 지내다가 어쨌든 다시 내가 태어난 한국으로 …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도 대한민국에 짱박히지 않을까 하는데 말입니다. 하하하하.

저자는 독일에서 살아보기를 결정하기 전에 독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더라고요. 아예 모르는 곳으로 간 게 아니라 분위기를 알고 간 것이긴 합니다. 아, 쓰다보니 저도 어딘가로 가고 싶네요. 훌쩍!!
 
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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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제약회사의 백신에 대한 유착관계와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고발까지 의미있는데, 여자 형사 캐릭터 심하게 성역할 씌워놨고 무엇보다 2016년 작품임을 감안한다해도, 자궁경부암이 왜, 어떻게 옮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이 소녀들만의 것으로 만든 것은 심하게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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