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에 식탁에서 에드워드는 여러 차례 연달아 빈정대며 묻는다. 그렇게 살짝 이 빠진 접시가 그의 앞에놓일 필요가 있는지. 세 번째 같은 질문에 에밀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접시를 잡아채서는 정원의 돌 위로 냅다 던져 산산조각이 나게 한다. 물질이든 영혼이든 한 치의 결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아버지,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또 한 번은 외양간 앞. 에드워드가 땀에 흠뻑 젖어 두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의 말을 피가 나도록 채찍으로 내리친다. 그 가혹한 형리를 향해 에밀리는 머리가 산발이 되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고, 깜짝 놀란 아버지는 채찍을 떨어뜨리고 물러선다. 성녀들의 분노는 악마의 분노보다 더 끔찍하다. - P27

"진리가 나의 고장이다. 그런데 여동생은 너무도 자주 회한의 고장에 산다." 에밀리는 이렇게 말하며, 비니가 겪는 고질적인 두통을 암시한다.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도 잘 보듬는 여동생이건만, 화염처럼 타오르던 장미꽃들 사이에서 도둑맞은 입맞춤에 대한 기억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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