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엔 <북까페 두잉>해서 하는 윤김지영 쌤 페미니즘 강연에 다녀왔다. 강연 제목은 <페미니즘 감별사의 탄생>이었다. 우리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끝은 예상하지 못했던 래디컬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강의는 쌤의 다른 강의들과 마찬가지로 너무 좋았는데, 어제는 특히 좋아서 마지막엔 울컥 했다. 오길 잘했다고 스스로 한 백번쯤 칭찬했다.


쌤은 래디컬 페미니들이 주장하는 '비혼, 비출산, 이성과의 연애(혹은 사랑)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한지를 말씀하셨다. 그것은 분명 의미있는 전략이고 또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다는 뜻이라고. 나는 그것을 극단적이라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최전방에서 싸우는 것에 대한 유의미함이라 는 말이 너무 좋았는데, 지난해 우리가 평화적인 촛불 시위를 할 때 한 알라디너가 차벽을 넘어서 진행하는 과격한 시위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고 썼던 글이 생각났다. 격렬하게 돌진하는 것, 적극적으로 돌진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주장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물론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없다. 최전방에서 싸우는 그들의 주장을 지지하지만, 그러나 누구나 다 그렇게 싸울 수는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최전방에서 싸우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최전방에 선 사람들의 입장에서 너무 느리게 오는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 속도가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하고, 속도가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래디컬이 아니다, 라거나 혹은 페미가 아니다, 라고 할 순 없다는 거다. 이 말은 굉장히 위로가 되었다. 나 역시 래디컬을 지향하지만 아직 그들의 속도를 다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계속 해서 래디컬이라면 지금의 나보다 뭔가 더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어떤 마음의 짐 같은 것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혼과 비출산을 전략으로 내세운 것에 동의하고, 그 뜻을 충분히 짐작한다. 그러나 이성과 사랑 혹은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것이 될 지 잘 모르겠는 거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남자가 있고, 그 사랑에서 오는 행복이 분명히 있는데, 그러면 나는 너무 느리게 가기 때문에 뒤로 쳐지고 래디컬의 힘을 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페미니스트로 가는 과정, 그리고 래디컬로 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많이 혼란스럽고 또 그 과정에서 여러차례 생각이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나만해도 지금은 성노동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굳힐 수 있게 되었지만, 몇 년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물론 회의도 든다. 이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세상이 될까, 어떤 방향이 더 나은 걸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내적 갈등을 겪고 그러다가 전투력을 상실하기도 하고 의욕이 꺾이며 지치기도 하지만, 또다시 힘을 내자고 서로에게 기운을 주기도 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내부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격려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한남들은 그냥 계속 한남들이기 때문이다. 성추행과 성폭행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는 일은 여전히 빈번하게 계속 쭉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지금 이렇게 공부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이 세상을 바꾸는 데 어떻게 일조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자꾸 더 빨리, 더 세게 나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다음 읽을 책으로 대기중인 '쉴라 제프리스'의 [래디컬 페미니스트]라는 책의 서문에는,


'1977년에 나는 이성애 섹슈얼리티를 버리고 레즈비언이 되기로 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습니다(p.4)' 라는 문장이 나온다. 나 역시 긴 시간 레즈비언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의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결정한다고 해서 그렇게 실행될 수 있는 것 역시, 모두에게 다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엔 나는 한 남자를 지독하게 사랑했던 것이다.



쌤은 국어사전에서 '래디컬'을 찾아봤더니 '속도가 빠른' 이라고 나왔는데, 그것은 래디컬에 대한 오해라고 했다. '래디컬'은 라틴어 '하디클리스'에서 온 단어이며, 발본적인, 뿌리와 근간에 해당하는 뜻이라고 했다. 뿌리와 근간을 흔들어야 하는 것이 래디컬이므로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그러므로 래디컬은 속도전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의 속도가 다른것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함께 오래 갈 생각을 해야 한다고. 사실 이렇게 적고는 있지만, 내가 그 의미를 다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하고 받아 적고 있는지는 확신이 없다. 쌤의 강의에 대해 뭔가 어떤 오해가 생긴다면 그건 철저히 후기를 적는 나의 잘못이다.



강의가 끝나는데 진짜 너무 위로가 되고 힘을 받아서, 물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라는 자기질문까지 하게 되면서, 너무 좋아서 울컥 눈물이 났고, 이 강의가 좋았다는 걸 쌤께 반드시 말씀드리고 싶었다. 쌤의 책을 들고 싸인을 받는 사람의 뒤에 서서 내 차례가 되자, '싸인은 지난번에 받았고요, 선생님 강의 정말 좋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말 좋았습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다.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강의를 들었는데, 쌤의 말씀과 또 그 자리에서 래디컬을 지향한다고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무척 힘이 되었다.


한 사십명쯤 되는 강의였던 것 같은데, 그 안에는 나를 포함해 내 친구들이 여섯명이었다. 모두 알라디너들이다. 하하하. 우리는 강의가 끝난 후에 서로의 입장에서 이 강의가 어떻게 들렸는지 후기를 나누었다. 좋았다, 어려웠다, 전투력을 상실했다 부터 시작해서 다른 페미니즘 관련 이슈들과 강의들에 대한 얘기까지 이어지고, 또 스스로 겪는 내적갈등에 대해서도 얘기하게 됐다. 문학을 더이상 이전처럼 사랑할 수 없는 일, 기혼으로서 겪는 불합리합과 그러나 찾아오기도 하는 행복, 이성애를 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역시나 거기에서 오는 충만함까지.  또 내가 가장 최근에 읽은 [마지막 패리시 부인]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이윤택의 성폭행 사건에서 나타나는 가해자 그리고 피해자에 대해 패리시부인이 연상됐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찝찝함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건, 우리가 이 강의를 다함께 들을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계속 감각을 유지해가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자꾸만 세상을 보고 거기에 관여하는 것,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나누는 것. 각자의 경험과 내적 갈등에 대한 걸 끊임없이 교환하는 것. 이 모두가 감각을 유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모두 필요할 것이다. 멈추지 말아야지. 지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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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8-02-25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 다락방님은 또 한번 나룰 자극해주었습니다. 계속해서 책을 읽고, 관여하고, 이야기와 의견을 나누고 교환합시다. 지치지말아요 우리!!!!!

다락방 2018-02-26 08:55   좋아요 0 | URL
스윗듀님, 우리는 자극 또한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또 받읍시다. 계속해서 자극을 주고받는다면 계속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아무개 2018-02-2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
작은 접점만 있어도 언제나 비판적 연대는 가능하다.
라고 저는 정리했어요.
강의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쉬운것 빼고는
정말 좋은 시간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네요^^

다락방 2018-02-26 08:55   좋아요 0 | URL
내가 이대로 좋은가, 내가 잘 가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고 있는데, 이렇게 듣게 되는 강의는 괜찮다고, 가던 길을 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너무 좋아요.
강의시간이 너무 늦은 건 정말 너무 아쉽고 ㅠㅠ 그것만 아니었다면 저도 다 좋았어요.
아니, 덕분에 ㅠㅠ 막차타고 가지 않았습니까. 흙흙 ㅜㅜㅜ

비연 2018-02-26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게 있었군요. 알았으면 갔을텐데... 아쉽습니다...

다락방 2018-02-26 08:56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비연님.
공부한다는 것도 좋지만 강연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같이 앉아 듣고 있다는 것도 되게 힘이 되더라고요.
:)
 

아니 무슨 일이야 ㅋㅋㅋ 궁극의 밀크티를 찾고 있다는 나의 댓글에 또 이런 게 도착 ㅋㅋㅋㅋㅋㅋㅋ 하루에 택배 두번 ㅋㅋㅋ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다정으로 살지요!! 후훗.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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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2-2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 .... !!!!!

[그장소] 2018-02-23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오 ,,,!!!!! 2
 



모리아티 신간 읽고 싶다는 페이퍼를 쓰자마자, 그 책 내가 줄게! 하며 알라디너 분이 택배로 보내주셨다. 저 귀요미 강아지 우산은 박스 충격방지용이라고. 하핫.

고맙습니다! 잘 읽을게요! :)


아, 알라디너들 참 다정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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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2-2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받으면서 너무 놀랄까봐 충격방지용 우산까지? (비논리지만 말 되죠?) 다정해~~~

비연 2018-02-2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정하네요~^^

레와 2018-02-2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정이 우릴 구원하리!! 좋다.. ^^
 

어쩌면 이번 생애 내게 주어진 소명은 '책들 비행기 태워주기' 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노이에 다녀오면서 했다. 분명, 그러니까 아주 먼 과거에, 스물아홉의 나는, 뉴욕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세 권 내리 읽었었는데, 그래서 그 뒤로 비행기를 탈 때면 책을 넉넉하게 챙기곤 했는데, 왜 그 뒤로는 한 번도 비행기에서 완독을 한 적이 없을까.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까페에 들어가 완독하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아? 이번엔 작정하고 호텔에서라도 읽자, 하고 베개 옆에 책들을 쌓아두었지만..나는...나는..... 읽지 못했고........읽지 않았고.........물끄러미 그 책들을 바라보며, 비행기만 태웠구나, 했다.




난 너희들을 사느라 돈쓰고(모르는 사람들은 선물 받았다!), 비행기 태우느라 돈쓰는 구나. 어쩌면 너희는 잘 태어난 것일지도몰라. 책으로 태어나 비행기 타는 게 그리 쉽게 오는 일은 아니지 않겠니?



친구도 세 권을 가져왔다고 했는데, 한 권이라도 다 읽겠다며, 분위기 좋은 까페를 찾아가 읽자고 했던 터다. 한 권이라도 다 읽을테야!! 그렇게 우리는 포부도 당당하게 전날 밤에 산책하며 찜해두었던 분위기 좋은 까페에 책을 들고 갔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는 저체온증 한권도 다 읽질 못했고...나도.... 나는...어째서 왜 때문에...《제2의 성》까지 가져간것인가. 비행기 안에서 읽다가 지루해지면 소설로 갈아타겠다고, 기내에 가져갈 나의 백팩에, 나는 그렇게 제2의 성과 이승우를 넣었던 것이야..무거웠어.....




















《제2의 성》과 《모르는 사람들》은 비록 몇 장 보지도 못했지만, 나의 애정도서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왔네》는, 가서 내내 잘 보았다. 나는 하노이,호치민, 다시 하노이. 이렇게 세 차례 베트남 방문이지만, 친구는 이번이 베트남 첫방문인 것. 국수를 시켜 먹을 때마다 나는 이 책에서 표시한 부분을 꺼내어 '자, 우리가 먹는 게 이거야.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읽어봐' 하고 몇 줄 안되는 부분을 가리켰다. 그렇게 분보남보와 분보후에를 친구에게 알려주고, 너무 맛있어서 여러차례 먹었던 분짜에 대해서도 또 책을 펼쳐 보이며, '자 이거 읽어봐, 우린 이거 먹으러 가자 이제' 했던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가방 던지고 나와 구글 지도를 켜고, 자 국수 먹을 수 있는 데가 어딘가 보자, 하고 찾아 들어간 분보남보집. 친구에게 '제일 먼저 분보남보를 맛보여주고 싶어' 했던 터라, 일단 제일 먼저 먹을 국수는 반드시 분보남보여야 했다. 우리는 분보남보 각자 하나씩 시켜두고 가운데에는 다른 국수도 맛보자며 분보후에도 시켜두었다. 국수 먹을 때 맥주는 빠질 수 없어!






국수를 먹고 호안끼엠 호수를 산책하고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좀 쉰 후에는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일전에 혼자 이 레스토랑에 들러 샌드위치와 와인을 시켜두고 먹었던 터라, 한 번 다시 와서 스테이크 먹어야지.. 했던 기억을 안고 갔는데, 설을 맞이하여 메뉴는 좀 바뀌어 있었고 그래서 어쨌든 스테이크를 먹었다. 우리는 하노이에서 쌀국수만 먹은 건 아니고 스테이크도 먹고 딤섬도 먹고 뭐 어쨌든 그리하였는데, 내가 기존에 와보았던 이 호텔을 다시 택한 건 이 호텔의 조식 퍼 때문이었다. 오믈렛도 좋고 죽도 좋지만, 퍼가 진짜 맛이 끝내줘. 첫날의 조식은 닭을 넣은 거였는데, 와 진짜 세상 맛있어서 우리 각자 두 번씩 먹었다...




그런데 우리가 조식 시간에 좀 늦게 가서인지 국물이 좀 짰다. 친구가 전날 잠을 잘 못잤다고 해서 더 자게 한 후에 갔더니 짠 국물을 맛보게 됐어.. 친구에게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오자'고 했다. 나야 조식 먹으려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니까...는 아니고, 늘 밥 먹던 시간이 있어가지고 밥을 먹고 다시 자던가 해야지.... 나의 아침은 언제나 배고픈 것...


그래서 다음날 아침, 친구에게 무조건 일어나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짜지 않은 조식을 먹게 되었는데, 이번 토핑은 소고기! 비프! 친구는 닭보다 이게 더 맛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냥 다 너무 좋고 맛있고... ㅠㅠ 역시 두 번 갖다 먹었다. 흙흙 ㅠㅠ




고수 느껴질 때마다 넘나 새로운 것... 넘나 좋은 것....



그리고 다음으로 먹으러 간 국수는 분짜였는데, 사실 우리가 이것저것 많이 먹어가지고 배가 고프질 않았어. 그렇지만 나는 '꼭 분짜를 먹을테야' 다짐하고 있었고, 배가 안고프지만 조금씩 맛이라도 보자!! 하고는 목욕탕의자를 깔아둔 길거리 식당으로 들어가 분짜를 시켰다. 분짜를 시키고 스프링 롤도 시키고!







이야...분짜 진짜 세상 맛있는 것... 진짜 너무 맛있어서... 친구랑 나랑 배도 안고프다고 해놓고 다 먹어버렸어 ㅠㅠ 그리고 저 롤... 저건 뭐지 진짜... 저거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나 초딩이 좋아할 맛... 그런데 나도 좋아...너무 맛있어서, 야, 이거 맥주 없으면 안되겠는데? 이러고 맥주까지 시켜 먹었다. 여기서 이걸 먹은 후로 우리는 그 다음 국수집에 들를 때마다 이걸 계속 시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후에 산책하다가 역시 길거리 국숫집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사람들이 먹는 국수를 보는데, 나는 처음 보는 것이고 너무 맛있어 보이는 것이다. 마침 거기에서 반미를 팔길래, 반미 하나 포장해달라고 하고, 여자 사장님은 영어를 못하셔서, 거기 아마도 가족처럼 친분이 있는듯한 젊은 여자분께서 영어로 통역을 해주셨는데, 그 분이 먹는 국수가 너무 맛있어 보여... 그래서 참지 못하고 니가 먹는 그거 뭐냐, 라고 했더니 뭐라뭐라 한다... 뭔 말인지 못알아듣겠어. 나는 아이폰을 꺼내 메모창을 열거 적어줄 수 있니? 물었다. 그 여성분은 기꺼이 적어주었는데, 분리에우라고 적혀있었다. 내 국수책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요리였어. 급하게 네이버 검색해보니, 대체적으로 여기엔 게살을 넣어 끓인다고 한다. cua가 게인데, 그래서 분리에우cau 가 많다는 것. 나는 이것도 한 번 먹어보자 그 후로 벼르다가 다음날 이걸 파는 길거리 식당으로 갔다.




오호라, 이것봐라? 분짜도 있고 분리에우도 있고 스프링롤도 있어? 다 주세요, 다! 맥주도 물론!









분짜 진짜 너무 맛있다. 첫번째 집 분짜와 스프링롤이 더 맛있긴 했어.. 아 좋은 시간이었다. 돌아가기 전, 우리는 다른 종류의 국수를 또 먹어보자고 했고 떠나는 시간이니 스프링롤에 맥주를 한 번 더 먹자고 했다. 그렇게 들어간 식당에서 우리는 퍼싸오보와 스프링롤, 그리고 역시나 맥주를 주문했지...









남동생에게 국수 먹을 때마다 사진을 보냈더니, 누나 배는 고파서 먹는 거 맞냐? 라고 했다. 하하하하하. 어...어...어떻게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여행지에 가면 컵라면을 꼭 먹게 되고 한식 먹으러도 꼭 가게 되는데, 베트남에 가면 그렇질 않다. 물론 짧게 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쌀국수가 나에게는 너무나 좋아.... 베트남 갈 때마다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그건 갈 때마다 맛없어서... 스테이크는 여기서 먹으면 안되나... 싶었지만, 이런 쌀국수들이 있는데 뭐가 두려운가. 굶어죽지 않을 것이야!! 너무나 좋다!! 쌀국수 너무 맛있어 흙흙 ㅠㅠ


아, 그런데 정희진 쌤 책이 새로 나왔다?!
















요즘엔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과 생각들을 갖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정희진 쌤을 애정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고, 또 이 분만큼 내 사고를 확장시키는 분이 없어. 어?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요즘에 쌤을 보고 하게 되긴 했지만, 이 책도 반드시 사서 읽어보겠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내 시야가 확 넓어질 테니까. 이 분 글이 그게 가능하다. 여러분 정희진을 읽자!!



얼마전에 북플 알림이 내가 '리안 모리아티' 마니아라고 알려줬다. 내가 이 작가의 책을 읽긴 했지만, 뭐 마니아는 좀 거시기한게... 이 사람 책을 딱히 좋아하진 않아? 그래도 마니아라니, 신간에 대해 약간 흔들렸는데, 제목.. 왜이런 것이지?
















물론 직업이 최면술사인 등장인물이 나와서 이렇게 되는 거긴 했지만, 아 제목 너무 오글거리잖아.. 그렇지만... 이런 모순된 감정 뭘까... 너무 오글거리는데 읽고 싶은 거...몬주알지..... 그거 좀 있네? 어쩌지? (흔들흔들)



아, 이제 일하러 가야겠다. 회계사들이 나를 찾는다...

인생...

일..

돈..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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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1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1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8-02-21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러운 먹방이예요! 저도 다락방님 책이 되어 비행기도 타고 국수집도 가고 싶어져요. 그러나 책은 국수를 먹지 못하겠지... 인생... ㅋㅋㅋ

다락방 2018-02-21 16:39   좋아요 2 | URL
아 독서괭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죠 책은 국수를 먹지 못하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18-02-22 01:08   좋아요 1 | URL
하하하 저도 이 페이퍼 읽으면서 다락방님 책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책은 국수를 먹지 못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군요 ㅎㅎ

다락방 2018-02-22 08:39   좋아요 1 | URL
역시 책이 되는 것보다 사람이 되는 게 낫군요. 국수도 먹을 수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술 2018-02-22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베트남 요리가 락방님 허리선에 큰 타격을 입혔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락방 2018-02-22 15:22   좋아요 1 | URL
하아- 다이어트는 언제나 내일부터인지라 갈 길이 멀다고 합니다... Orz

[그장소] 2018-02-23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수 넘나 좋아라해요 . ^^ 한번은 베트남 쌀국수 집에 갔다가 제가 잔뜩 달라고해서 넣어먹는 걸 오라버니가 무심코 따라했다가 넌더릴 친 경험이 있네요 . 이렇게 향이 맛있는데 왜!! 하고 오라버닐 놀린 기억 .. 심야 먹방은 위..험햇!! ^^

다락방 2018-02-23 11:39   좋아요 1 | URL
저 진짜 고수 너무 좋아요!!! >.<
베트남 가면 야채를 되게 푸짐하게 내어줘서 실컷 넣어먹을 수 있어 좋았어요. 고수는 정말 좋아요. 맛있어요. 하핫. 아.. 쌀국수 또 먹으러 가고 싶어요. 저도 제가 쌀국수를 이렇게까지 좋아할지 몰랐는데..
저는 진짜 베트남으로 이민을 가야겠어요. 흙흙 ㅠㅠ

blanca 2018-02-24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사진들은 정말 저 계속 스크롤 내리면서 침을 계속 머금고 있었잖아요. 저 쌀국수 매니아라 주변이 다 고통스러워할 지경 ㅋㅋㅋ 기회가 되면 베트남에 가서 정말 일주일 내내 쌀국수만 먹었으면 좋겠어요. 비행기에 책을 태워주는 한이 있더라도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네요.

다락방 2018-02-25 13:24   좋아요 0 | URL
저는 한국에서는 쌀국수를 딱히 막 먹으러 가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쌀국수 먹으러 베트남에 가는 것은 이번만 해도 벌써 세번째예요 그리고 내년에 또갈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베트남 가서 쌀국수 먹는 거 진짜 너무 사랑해요. 고수 잔뜩 넣어 먹는 거 세상 맛있고요. ㅎㅎㅎㅎㅎ
블랑카님. 기회가 되신다면 꼭 가셔서 드셔보기를 바랍니다. 쌀국수 매니아시라면, 와, 저기서 극한의 행복을 경험하실 수 있겠네요. 크-

스윗듀 2018-02-24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아 다락방님 넘나 행복하셨겠어요! 저도 딱 10년 전에 워크캠프활동 하느라고 하노이에서 2개월 정도 머무른 적 있었는데 그때 분짜 정말 매일매일 먹었거든욬ㅋㅋㅋㅋㅋㅋㅋ 분짜먹고 과일쥬스먹고 분짜먹고 맥주먹고 목욕탕 의자 앉아서 고기 궈먹곸ㅋㅋㅋㅋㅋ 그 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덕분에 저도 행복해졌어요..❤️ 인생... 일..... 돈....... 다락방님을 찾는 회계사들에 대해 곧 얘기나눕시다 크앙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2-25 13:25   좋아요 0 | URL
아니... 하노이에서 2개월이라니...내내 분짜라니...... 아아, 천국에 계셨던 겁니까? 분짜를 그렇게 자주 드시다니, 2개월동안 드시니...극한 행복 경험하고 오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네, 우리 계속 행복하고 맛있게 먹고 즐겁게 수다 떱시다. 곧 만아요! >.<

마태우스 2018-02-2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베트남에 대한 제 추억은 그닥 좋지 않습니다. 제가 외국음식을 전혀 못먹거든요. 베트남에서도 당연히 내내 굶었습니다. ㅠ 근데 신기한 건 님이 올린 사진 보니까 맛있어 보인다는 점...!2) 정희진 선생님 책이 나왔군요.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당장 주문..>! 3) 베트남 가실 때 책 세권이라...저는 2박3일이었는데 그때 몇권 가져갔더라. 저도 그 정도 가져간 기억이 나네요. 암튼 잘 드시는 건 건강의 지름길입니다 계속 잘 드시길...! 언제 또 한번 뵐 수 있길 빕니다

다락방 2018-03-02 08:00   좋아요 0 | URL
네, 마태우스님이 외국음식 전혀 못드신다고 ㅠㅠ 일전에 페이퍼에서도 책에서도 본 기억이 납니다. 저는 쌀국수 너무 좋아해요. 베트남 가서 먹는 쌀국수 정말 너무 좋고 ㅋㅋㅋ 그거 먹으러 또 가고 싶어요!
정희진 쌤 책은 저도 아직 못샀는데 이미 읽은 분들의 인용문구라든가 감상을 보면 이번에도 확실히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마태우스님의 서평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네네, 조만간 또 뵈어요. 저도 기다리겠습니다. 훗.
 















다시 시작한 《제2의 성》 2권은 여성의 결혼과 가사노동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1권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보부아르는 진짜 세상 모든 책을 다 읽고 생각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머릿속에 지식이 꽉꽉 차있는 것 같다. 이정도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항상 책을 읽던가 생각을 하면서 메모를 해야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경우야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 거니 어려울 게 없지만, 이 책의 경우라면 '자 이러이러한 책을 이러이러하게 쓰자'가 되어서 나온 책일텐데, 그랬을 경우, '자 이 주제엔 어느 작가의 어떤 글이 있었지'가 머릿속에 팍팍 떠올라야 할테니까. 진짜 천재적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많은 것들을 다 알고 썼다는 게 너무 존경스러워.


요즘 나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나에게 있는 한계.


왜, 학교 때도 그런 아이들이 있지 않았나. 조금만 공부해도 전교1등하는 아이. 그렇지만 아무리 코피 터지게 공부해도 1등은 결코 못하는 아이. 나 중학교때도 쉬는 시간에도 문제집 쌓아두고 차분히 앉아 꾸준히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 성적은 항상 5,6등 정도였다. 반면에,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엠씨 '김연주'가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 나와서 말하기를, 고등학교때 공부 잘했었는데 연극에 빠지니까 성적이 자꾸 떨어지더라,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다시 공부했다, 라는 말을 했더랬다. 그러자 이문세가 '그렇게 다시 공부해서 몇등했냐' 라고 하니까 '전교1등' 이라고 하는 거다. 그랬더니 이문세가 웃으면서 '무슨 잠깐 바짝 공부해서 사람이 서울대를 가냐'는 말을 했던 거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지만 공부도 그런 어떤 특정한 한 분야인 것 같다. 많이 앉아있고 오래 앉아있고 열심히 한다고 했을 경우 남들보다 잘할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재능까지 타고난 사람을 이겨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나의 경우, 내가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했다고 해도 내가 국가대표가 됐을 리가 없을 테고 내가 공부를 아무리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박사학위를 딸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나는 어릴 때 한동안 교수가 그렇게나 되고 싶었는데, 공부 못해서 중도에 '아, 나 공부 못하는구나~ 눈누난나~ '하고 얼른 눈을 돌리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이제는 할 수 있다!'하고 미친듯이 파고들어가 공부를 해봤자, 내가 박사가 될 순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쪽으로는 나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모든 게 다 나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글을 아무리 열심히 쓴다고 해서 내가 스티븐 킹 같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노력을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내가 페미니즘 열심히 책 읽고 발언하고 공부하고 글 쓴다고 보부아르의 《제2의 성》같은 작품을 쓸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소리인거다. 나는 뭐든 그렇게 한계가 있는 그런 사람인 거다. 


이 한계가 있음이 슬퍼서, 그렇다면 나는 그냥 특출나게 잘나지 않은 채로, 그냥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건데, 사실 거기에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자리는 여기고 내 역할이 여기까지라면,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어느 부분에 한계가 없는 걸까. 어느 부분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걸까? 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운동도 아니고 공부도 아니고 예체능도 아니고 요리도 아니면.............나는 대체 어디에 무엇을 한계 없이 가지고 있나. 한없이 오를 수 있나?  


아!!


찾았다!!


나는 내 능력이 한없이 발휘되는 분야를 찾았어! 하하. 역시 답을 구하면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안가르쳐줄거지롱~ 빔! 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또라이같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아, 근데 내가 진짜로 이런 얘기 할라 그런 게 아닌데 왜 페이퍼 창을 열면 항상 이렇게 딴소리를 하고 있나..참...이것도 참.... 내 다른 자아가 시키고 있구먼.... 내 자아야, 돌아와, 나에게 돌아와. 




자, 원래 했던 얘기로 돌아가자면,

우리가 익히 아는 작가, 천재적인 작가 '톨스토이' 에게는 어린 아내가 있었다. 보부아르는 톨스토이의 아내인 '소피아 톨스토이'의 얘기를 이 책의 결혼과 가사노동부분에서 계속 인용한다. 결혼과 가사노동이라고 내가 쓰긴 했지만, 이 장의 제목은 <상황>이다. 




새로운 가정의 고독 속에서 다소 낯선 남자와 맺어져 그녀는 아이에서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될 운명에 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는다. 어머니의 품에서 떨어져나와 아무 목적도 없이 세상 한가운데의 냉혹한 현실 속에 버려진 그녀는, 순수한 사실성이라는 것의 권태와 단조로움을 발견한다. 이런 비탄이, 젊은 톨스토이 백작부인의 일기에서 살을 에는 듯이 서술되어 있다. 그녀는 동경하던 위대한 작가와 흔쾌히 약혼했다. 그녀는 야스나야 폴랴나의 목조 발코니에서 격렬한 포옹을 받은 뒤에 육체적인 사랑에 욕지기를 느낀다. 그녀는 가족과 헤어져 과거를 끊고, 1주일 전에 약혼한 17세나 연상이며 자기와는 전혀 다른 과거와 흥미를 가진 남자 옆에 있다. 모든 긋이 그녀에게는 공허하고 냉혹하게 보인다. 그녀의 생활은 잠자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그녀가 결혼 초기에 한 이야기와 처음 몇 해 동안의 일기 가운데 몇 페이지를 인용한다. 

1862년 9월 23일, 소피아는 결혼하여 친정을 떠났다. (p.589)



이어지는 소피아의 일기에서 소피아는 톨스토이를 따라 가는 것,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는지를 얘기한다. 그리고 열일곱살이나 많은 남편의 이름을 친숙하게 부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육체관계를 지겨워하고, 남편이 있어도 외로워하는 감정을 토로한다. 톨스토이는 시간이 갈수록 냉정해지고 아내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반면 아내는 점점 더 그를 사랑하게 되어가는 것도. 그러나 이것이 사랑이었을까? 의지할 데가 없고 할 것도 없는 갇혀 있는 공간안에서, 소피아가 잡고 있어야 할 건 무엇이었을까.



이 여섯 달 동안 어린 아내는 가족과의 이별, 고독, 자기 운명이 받아들인 결정적인 변화에 괴로워한다. 그녀는 남편과의 육체관게를 혐오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p.592)



유명한 귀족과 결혼해서 여유롭게 사는 삶이라고 보여질테니, 만약 그녀가 우울증을 앓는다고 하면 세상은 그녀에게 뭐라 햇을까. 그 여자의 나이가 몇 살이든 '아내'라는 타이틀을 붙여버리고나면 아주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되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또 그 여자를 얼마나 후려칠 것인가. 이 세상의 '철없는 아내'는 정말 철없는 사람이었을까? 아내라는 타이틀이 철없다는 수식어를 불러온 건 아닐까?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젊은 처녀들은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의 틈새가 그토록 넓지는 않다. 젊은 처녀는 삶에 대한 지식도 있고 준비도 되어 있다. 그러나 대개는 여자가 남편보다 훨씬 더 나이가 적다. 사람들은 이 점의 중요성을 충분히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실제로는 불평등한 성숙의 결과임에도 성별의 차이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대개 아내가 어린아이 같은 것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남편보다 어리기 때문이다. 남편과 남편 친구들의 엄숙한 태도는 아내에게 중압감을 준다. (p.596)



세상은 여자 후려치기를 너무나 좋아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사마시면 곧바로 김치녀라는 멸칭이 생겨버리는 것처럼, 실제로 어린 여자를 좋아해서 달려들면서도 그 어린 여자의 미성숙함에 대해서는 손가락질을 한다. 어린 여자는 육체적으로는 충분히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성적 대상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미 충분히 어른이어야 하는 것인가? 아, 쓰다 보니 너무나 빡이 친다....



그는 나이가 많고, 일에 너무 몰두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아주 젊다고 느낀다. 장난이라도 한번 치고 싶다! 잠도 자지 않고 빙빙 돌며 춤을 추고 싶다. 그러나 누구와 춘담?

노인 같은 분위기가 나를 에워싸고 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늙은이들이다. 나는 젊음의 충동을 억누느려고 애쓴다. 그것은 이 분별 넘치는 환경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p.596)




나는 소피아 톨스토이의 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알라딘에 검색했더니 아무것도 검색되질 않는다. 문학에 대해 관심이 많고 깊은 친구에게 혹시 소피아 톨스토이의 일기가 (다른 제목으로) 나온 게 있는지, 아는지 물었더니, 외국도서로는 좌르륵 검색되는 것을 알려준다. 크- 나는... 원서를 읽을 수 없는 새럼... 패쓰...... 친구와 오늘 아침 소피아 톨스토이의 얘기를 나누다가,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가 그의 아내 소피아를 저격한 소설이란 걸 알게 됐다. 나 이 책 사놓고 아직 안읽었는데.... 대체 이 소설은 어떤 소설일까..

















친구가 보내준 이 책에 대한 기사 링크가 영어라서 ... 첫줄만 봤는데.... 소피아는 이 책에 대해 반박하는 소설을 냈다고 되어 있더라. 그런데 국내에는 소피아 톨스토이의 일기도, 소설도 아무것도 나와있질 않네. 자, 새로운 시장이 열려야 한다.



출판사들! 이제는 톨스토이가 아니라 소피아 의 글을 출판해야 할 때입니다.

소피아의 일기와 전기 그리고 그녀의 소설을 번역해 내주시기 바랍니다!! 네?!



아, 크로이체르 소나타 읽고 싶어서 좀이 쑤시네.. 그렇지만 나는 일도 해야 하고, 일단 붙잡았으니 어떻게든 제2의 성을 끝내고 싶다. 크- 연휴동안 제2의 성을 다 읽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아마도 안될거야...안되겠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보부아르 만세!! 만세!!!!!



그런데 ..

이런 글 쓸 수 있는 사람이란 거.... 너무 멋지지 않나?

나 말이다..

쓰다 보니까 나 멋지네.....



그럼 이만..

그대여 이젠 안녕~










어제 회사직원 한 명이 자기 동네 초밥집에서 시켜 먹으면 초밥이 그렇게나 맛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다음날도 또 시켜 먹었다고. 정말 너무 맛있다는 거다.  아아, 그 말 듣는데 나 너무 드립치고 싶었어.



"초밥이야, 나야? 초밥이 좋아 내가 좋아?"



너무 드립치고 싶었지만, 아직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된 직원이라 닥치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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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8-02-13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떠오르는 감상을 적는 것도 재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다락방 님은 재능 많으세요! 특히 이 얘기 저 얘기 마구 쏟아내는데 그게 산만하지 않고 재밌는 거!
아마도 다락방 님의 큰 재능은 인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호기심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드립 능력도... ㅎㅎㅎ

다락방 2018-02-14 19:28   좋아요 0 | URL
우앙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면 제가 더 기쁘죠!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헤헷.
연휴 시작입니다! 저는 방금전에 잡채를 배터지게 먹고 행복해하고 있어요. 아이다호피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새해에도 우리 알라딘 서재에서 자주 만나요! :)

책읽는나무 2018-02-1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소피아 톨스토이..아아...읽어야할 책들이 또 쌓여가고,몰랐던 부분들도 알게 되어....심오한 표정이었다가,마지막 문구에서 또 빵!!!
혹시 다락방님의 재능 중 하나가 이 부분이 아닌가? 전 그런 생각이 드네요ㅋㅋㅋ

다락방 2018-02-14 19:30   좋아요 0 | URL
배우고 익히려 알수록 세상에 얼마나 내가 모르는게 많은지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책나무님 우리 계속 함께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더 많은 것들을 알려고 노력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되도록 해요!
저는 앞으로도 책나무님 웃으실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도록 할게요. 불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연 2018-02-1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반전 묘미란..ㅎㅎ 나야? 초밥이야? ㅋㅋㅋㅋㅋㅋ
신입직원 달아날 수도 있으니... 자중자중...ㅋㅋㅋ

다락방 2018-02-14 19:31   좋아요 0 | URL
네네 달아날 수도 있으니 자중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ㅋㅋㅋ 퇴근하기 전에 ‘사실은 이런 드립 치려고 했었어‘ 라고 고백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입은 빵터져서 당연히 초밥이라고 답했습니다. 하하하하하.

비연님, 지금쯤 다낭에 도착해서 쉬고 계시려나요? 맛있는 거 잔뜩 드시는 즐거운 여행 되세요!

시이소오 2018-02-1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락방님 글은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르겠네요. 초밥이야, 나야로 끝날거라곤 ㅋ ㅋ 이런글을 어디가서 보나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8-02-14 19:32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시이소오님.
아니 글쎄 제가 나폴리 시리즈 2권을 읽으려고 사뒀다가, 아니야 제2의성 다 읽고 읽자, 하고는 뒤로 치워두고 제2의 성을 읽는데, 제2의 성을 읽다보니까 나폴리 시리즈가 읽고 싶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해서, 오늘은 자기 전에 나폴리 시리즈 좀 읽다 잘까... 합니다. 하핫.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이소오 2018-02-15 20:55   좋아요 0 | URL
저는 참지못하고 4권을 다 읽어버렸답니다. 이북 할인판매하길래 냅다 질렀어요.ㅎ
다락방님도 즐거운 새해 되시길^^

프레이야 2018-02-1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 글을 쓰는 우리의 다락방님 멋져요멋져!! 설연휴 잘 쉬었지요^^

다락방 2018-02-19 11:46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안그래도 연휴도 끝났고, 프레이야님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그 글이 너무 생각나서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요즘엔 제 책도 다시 읽고 있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프레이야님도 프레이야님 책 다시 읽으면..좀 부끄럽고 그러신가요? ㅠㅠ 어떤 건 너무 오글거리고 부끄러워서 숨고 싶어요. 그러다가 으앗 재밌어! 이런 생각도 들고. 헤헷.

자, 우리 또 열심히 살아봅시다,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8-02-19 11:50   좋아요 0 | URL
글쵸. ㅎㅎ부끄하기도 울컥하기도 하죠. 황금개띠 또 이쁘게 열심히 살랑살랑 꼬리 흔들며 짖어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