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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좁고 몸은 복잡하다. 거의는 더럽고.


로또를 한 번도 사 본 적 없는 K는 뇌일혈로 쓰러진 채 한밤 내내 거리에 누워 있었다. 어떻게 아냐고? 본인에게 들었다. 그는 아직도 한밤 내내 도망친다. 내가 봤다.

사춘기 때부터 시작된 또 다른 K의 가출은 탈영을 해도 결혼을 해도 교도소를 가도 고쳐지지 않았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아는 사람이다. 가족이어도 면회를 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위선자인가. 누가 뭐라든 나는 나다. 너와 연결된. 네가 아는 내가 나라고 어떻게 믿어 주지? 증명해 봐. 내게 증명을 떠넘기지 말고. 네가 말한 책임을 져 봐. 네 말 뒤에 찌질하게 숨지 말고. 말로 그럴 듯하게 화장하지도 말고. 칸트를 가져와도 소용없어. 칸트도 욕에 당할 재간은 없거든. 산책처럼 정확하게.

한밤, 음악이 지나간다. 차를 타고. 기억보다 빠르게.

C는 일찍 죽었다. 또 또 다른 K도 일찍 죽었다. C, K (Calvin Klein 말고)....이름 마저 똑같을 정도로 무수하게 많지만 누군가에겐 기억되고 기억되지 않는다. 그들이 음악이었다면 아름답게 오래 기억되었을까. 인간은, 존재는 위대하다며? 定義와 正義는 다르다. C와 K처럼. 같다면 C와 K가 인간이듯 언어라는 것. 그러자 넷 다 닮아간다. 모두 다.

한밤의 잠처럼 잠깐 머물다 가는 것, 나쁘지 않잖아. 그런데 다들 뭔가 남기려 기를 쓰지. 꿈의 기록마저. 낙태된 꼬라지더라도. 왜? 생명 존중 운운하고 싶어? 내가 위에서 말했지. 말로 화장하지 말자고. 그렇다고 내가 말을 똥으로 쓰고 있는 건 아냐. 정신이 있다면 제대로 좀 들어봐. 가장 멋진 사과를 고르듯 들으려 하지 말고. 그래봐야 먹고 똥 싸고 한참 이렇게 지껄이고 고르다가 에이씨, 잘 거잖아. 내 몫의 인생을! 자아를! 멋지게 만들어 보겠다고. 자아는 잠꾸러기~일어나봐, 제발! 제발! 과연 있다면! 

시시해 그래 시시해. 오늘은 ˝병신 같은˝ 이란 말을 두세 번 내뱉었는데, K도 맞장구치며 ˝@&&₩&& 같은˝ 인간들을 끄집어냈지. 우리는 (술 안 먹었어) 제정신이었어. 제정신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끝나지 않는 낮과 밤을 이리저리 오가며 대화를 했지. 결국 잊을 거면서. 거의 다 失語에 失意였어. 알면서도 그러는 거야. 우리는. 모르는 너에겐 경의를 표한다. 안다고 말할 때 가장 경멸스러운 어조이고 표정인 걸 알아?

내 유일한 재산은 가까스로 제정신이라는 것. 앎이 내 지갑은 아니라는 것. 


더러워 더러워 어느 날 어머니의 이 말씀이 유산처럼 남아 있다. 


잠처럼 더러운 물을 마신다 달다
많은 처음이 그랬다 그렇다



버려 버려
꿈 속에서라도.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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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9-13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주한다 나라는 이름의 너를.

책읽는나무 2015-09-1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에요!!
심란해 보이네요?제 눈에만??^^

가을이네요!!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가을하늘이 이쁘구나!!여길터인데~~
저도 이제 즐겨보려 노력중이어요!!
님도 맘껏 즐기기 시작!!
입니다^^

AgalmA 2015-09-14 00:55   좋아요 2 | URL
마음병이 또 심각해지는 거 같아요. 햇볕이 제겐 A4 용지로밖에 안 와닿는 듯 느껴지니 말입니다.
물론 즐길 준비는 해 두었습니다. 다음달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갈 거니까요. 우울해도 가야합니다. 표까지 이미 받았으니;

발랄한 격려 고맙습니다. 이런 글에 이런 댓글을 달아주는 이웃이라니! 이것도 복인데....

수이 2015-09-14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 나도 자라섬 가는데!!! 하루만 가지만_

AgalmA 2015-09-14 00:53   좋아요 1 | URL
전 금토 이틀~ 이젠 3일은 힘들더라고요. 끙))) 여유가 있으면 일요일은 대낮 무료공연 잠깐 볼 지도. 하이파이브 해야겠네요ㅎㅎ
그런데 가게하는 사람이;; 물론 좋은 자세입니다ㅎb

수이 2015-09-14 00:52   좋아요 2 | URL
거기 가려고 오픈 날짜도 미뤘는걸 ㅋㅋㅋㅋㅋㅋ 마주치면 인사하기 찌찌뽕!

AgalmA 2015-09-14 01:29   좋아요 2 | URL
당신이랑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맥주를 같이 마시고 싶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때 웃음이 터지려나요. 물론 영영 아니 되어도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요. 이래도 인생, 저래도 인생.

물론!이 왜 이렇게 많아! (그러면서 끝내 안 고친다) 무른!

물고기자리 2015-09-1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음악과 더불어 햇볕의 편애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2015-09-24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9-2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자와 포우, 카프카가 한 책장에 꽂혀 있는게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타당한 듯 합니다. 배경 갈색 염색 머리도 잘 어울리고..^^ 어느 서점인가요? ㅎ

AgalmA 2015-09-30 13:50   좋아요 1 | URL
책을 모으며 기쁜 건 그렇게 나란히 두면 아, 이들도 그랬었지...눈물겹게 위안이 되는 점이랄까요. 책 모으는 사람들 다 알겠지만.
제 맘대로 책배열을 하기 좋은 서점이지요 :) 부시시한 머리로 아무 책이나 빼서 읽어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