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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원의 육체산업 - AV 시장을 해부하다
이노우에 세쓰코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최근 미국과 일본의 포르노 업체에서 한국인 네티즌을 상대로 고소를 해와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들의 재산이 포르노 영상을 무단으로 인터넷에 유포했다는 죄목으로 말이다. 그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사건을 처음 맡은 경찰에서는 포르노 자체가 불법인만큼 그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근거가 없다는 판단에서 수사를 하지 않기로 해 일단락되는가 싶었는데, 검찰에서 이를 번복하고 미국과 일본 업체의 고소를 다시 받아서 수사한다고 한다. 일차로 5만여명의 업로더들을 추려 고소했는데, 이번에 다시 추가로 수천명을 고소했다고해서 재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간 나는 미.일 업체가 고소한 업로더에 해당되지는 않기에 이번 고소에 대해 긴장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고소당한 이들의 시혜를 어느 정도 받아왔기에 이번 논란과 검찰의 수사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내심으로는 계속해서 이 시혜를 누렸으면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포르노 및 성인 비디오물에 대한 사회적 법적 인식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미.일 업체는 자신들의 지적재산권인 포르노 영상을 무단으로 인터넷에 유포하는 한국네티즌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그 피해를 보전해야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지적재산이라고 주장하는 포르노 자체가 불법임으로 인터넷 등에 유포하는 행위는 형사적 불법행위일 뿐이지, 지적재산에 대한 침해의 불법은 성립할 여지가 없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경찰은 수사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일터다. 그러나 검찰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나로서는 법률적 지식이 거의 전무하므로 어찌 되가는지의 추이에 주목할 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대한민국의 성인남성치고 야동이라고 일컫는 이 불법 포르노 영상을 보지 않은이를 찾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AV를 보지 않은이 나오라고 한다면, 난 나가지 못할 것이고, 아오이 소라를 아느냐는 물음에는 눈을 크게뜨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여하간 우리 생활속에서 마음먹고 이 영상들을 찾는다면, 몇 분 걸리지 않고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고생들의 접근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인터넷은 야동으로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현실에서 현재 불법으로 묶어놓고 있는 포르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굳이 표현의 자유 운운할 필요 없이 변화된 사회 현실 속에서 구시대적 잣대만을 들이대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미국이나 일본만큼은 아니지만(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성적 개방이 이루어진 상태고, 성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해온 것이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AV로 대표되는 보다더 노골적인 영상(모자이크 처리된 영상)까지를 허용하고 있다. 어디까지를 보여줄 것인가를 놓고 생각할 때, 나는 보여주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하는 의문을 갖지만, 우리 사회의 합의가 일말의 변화가 있으리라고 생각할 때, 현재의 불법에 대한 기준은 분명히 진일보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의 성인 영상물 접근을 일체 차단해야한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기존의 온갖 야동들이 우리들의 젊은 시절 성적 인식에 어느 정도 왜곡을 가져다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외의 영상물들이 아주 바람직한 인식을 준다거나, 그러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전혀 많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청소년들의 성적 인식을 키운 것은 팔할이 포르노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을 아닐까 의심된다. 만약 그러하다면, 내용을 좀더 달리한 영상물을 제작 보급할 수 있도록 변화의 노력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앞서간 얘기지만, 섹스에 대한 인식과 방법을 보다 바람직하게 이끌어 줄 영상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2002년 일본에서 출간된 『AV산업-1조 엔의 메커니즘』(이노우에 세스코)이란 책이 최근 『15조원의 육체산업-AV시장을 해부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됐다. 일본에서는 15조원에 육박하는 시장을 형성한 이 AV가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AV 뿐만 아니라, 섹스산업이라고 통칭할 수 있는 매매춘 등을 포함한 여타의 것들을 헤아릴때는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의 거대한 산업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현실 또한 그다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그러한 시장은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연구한 책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저자가 밝히듯이 그것은 뭐하러 취재하고 다니느냐는 주변의 물음을 수차례 들어야했을 정도라고까지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미 산업이라고 일컫을 정도로 성장하고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AV 시장을 연구하고 해부하면서 이에 대한 인식과, 그 안에 가려진 불합리함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이 책을 펴냇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간의 일본 성인 비디오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AV의 간략한 역사를 살펴보고, AV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조사한다. 그러부터 AV업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한다. 또한 현재의 AV에는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를 파헤친다. AV에 만연한 성폭력과 강간 등의 폭력적 성문화, 나아간 그 안에 내재된 AV 여배우들에 대한 반인권적 행태, 그것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동참하는 AV 소비자들의 인식의 문제들을 지적한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AV 시장이 어떻게 변화해야하고 또한 새로운 성문화를 창출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며 마무리한다. 비록 간략하고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의 의미를 지닌 저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지만, 범람하고 있는 불법 야동들을 그저 막으려만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밖에는 안된다고 볼 때, 좀더 이른 시기에 좀더 변화된 기준을 갖고 판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적합한 기준이 무엇일지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도 못한 현실은 여전히 왜곡된 성문화를 우리 사회 어둡고 칙칙한 곳에서 불법적으로 체험하는 범죄자들만 양산하는 것은 아닐까? 여하튼 이번 포르노 유포 논란이 우리 사회의 변화된 성인식을 재검토하여 보다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한 성문화 창출을 위한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